보녀소문경 제1권
1. 문혜품[2]
[보살의 지극한 정성을 갖는 세 가지 법]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보살이 항상 지극한 정성을 갖는 세 가지 법이 있으니,
그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부처님을 속이지 않음이요,
둘째는 자신을 속이지 않음이요,
셋째는 모든 중생을 속이지 않음이다.
그리고 보살이 부처님을 속이고 자신과 중생을 속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보살이 더 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마음을 일으키면서도 그 뜻은 성문과 연각의 지위를 그리워하여 그것에 대해 달갑고 즐거워하는 뜻을 품으며 그 지위를 구하려는 것이 곧 보살로서 부처님을 속이고 자신과 중생을 속이는 것이다.
또 보살이 부처님을 속이지 않고 자신과 중생을 속이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
보살이 큰 도에 마음을 일으킬 때 설령 온갖 애를 쓰게 되거나,
뭇 고뇌와 환란을 겪는 한편 여러 마군들에게 침해를 당하기도 하고 외도들에게 시달리기도 하며,
때로는 모욕과 비방과 희롱을 당하고, 때로는 꾸지람과 구타와 위해(危害)와 허망한 일이 가해져 오더라도
그가 지닌 뜻이 고요하여 원망하거나 겁약(怯弱)하거나 미혹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근심하거나 후회하지 않음은 물론
더욱 한결같은 굳센 뜻과 평등한 행을 계속하여 큰 도에 대한 발심을 버리지 않고 오직 슬기로운 마음을 값진 보배로 여기는 동시에 이 도심(道心)을 항상 지니는 것을 모든 세간에서는 가장 존귀하다고 생각하느니라.
다시 중생을 위해 발심하되, 그들을 구호하고 귀의하도록 제도하거나,
그 견줄 데 없고 비유할 수 없는 발심을 언제나 물러나지도 버리지도 않고 한결같은 뜻을 세워 불도를 항상 기꺼워하며 법 바퀴를 이끌어 중생들로 하여금 다 이것을 보게 한다. 이와 같이 모든 서원의 힘을 나타내며,
나아가서는 몸가짐과 거동을 더욱 법답게 하고 정진하여 끝내 다른 사람의 언교(言敎)를 파괴하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보살로서 부처님을 속이지 않고 자신과 중생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만일 보살이 부처님을 속이지 않고 자신과 중생을 속이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보살의 으뜸가는 지극한 정성이라 할 것이다.
다시 보살은 네 가지 일에 있어서 부처님을 속이지 않으니, 견고함에 수순하고, 위의에 따르고, 굳센 힘을 지니고, 쉬지 않고 정진함이 그것이다.
또 네 가지 일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으니,
뜻이 인자하고 온화하며, 그 마음이 곧고 소박하며, 아첨하지 않고, 속이지 않는 것이다.
보살은 또 네 가지 일에 있어서 중생을 속이지 않으니,
방편으로 병에 따라 약을 주며, 자애로운 마음으로 대하고, 함께 슬퍼하며, 네 가지 은혜를 더하는 것이다.
이 또한 보살로서 도심(道心)을 버리지 않고 옛날에 세운 서원을 어기거나 잃지 않는 이른바 으뜸가는 지극한 정성이라 할 것이다.”
[보살의 지극한 정성]
부처님께서는 다시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지극한 정성이란,
이른바 입이 고요하여 어떠한 말에 있어서도 그 말씨에 결함이 없고 진리에 어긋나지 않으며,
홀로 있거나 대중 속에 있더라도 항상 지성스러운 말을 하게 되나니,
그러므로 국가의 중대한 일이라 하여 거짓말을 하지도 않고,
값진 보배와 재물을 모으는 사업 때문에 헛된 말을 하지도 않고,
부모와 친족을 관계하여 재물을 탐하거나 비용을 아끼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도 않는다.”
[입의 말씨를 청정하게 하는 서른두 가지 일]
부처님께서 또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입의 말씨를 청정하게 하는 서른두 가지 일이 있으니,
그 서른두 가지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둘째는 공덕을 조성하고,
셋째는 항상 남 부끄러움을 느끼고,
넷째는 착한 일을 닦고,
다섯째는 졸렬하거나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고,
여섯째는 남을 조롱하거나 비방하지 않고,
일곱째는 난폭한 짓을 하지 않고,
여덟째는 모든 하늘을 교화하고,
아홉째는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고,
열째는 모든 나쁜 갈래를 벗어나고,
열한째는 착한 길을 열어 주고,
열두째는 성현의 명령에 따르고,
열셋째는 밝은 지혜를 공손히 받들고,
열넷째는 내적으로 청정하고,
열다섯째는 외적으로는 선을 닦고,
열여섯째는 언교(言敎)를 받아들이고,
열일곱째는 말씨를 분별할 줄 알고,
열여덟째는 무리하거나 그릇된 말을 하지 않고,
열아홉째는 말씨를 부드럽게 하고,
스무째는 그 언어가 빼어나고,
스물한째는 입에서는 깨끗한 향기가 풍겨 나오고,
스물두째는 가르침을 잘 따르고,
스물셋째는 속이거나 거짓이 없고,
스물넷째는 열뇌(熱惱)가 없고,
스물다섯째는 사랑스러운 업을 행하고,
스물여섯째는 내적으로 잘못이 없고,
스물일곱째는 외적으로 그릇됨이 없고,
스물여덟째는 죄업을 저지르지 않고,
스물아홉째는 불국토[衆祐地]를 조성하고,
서른째는 불도(佛道)를 즐거워하고,
서른한째는 전달하는 말씨가 지성스럽고,
서른두째는 말하는 대로 이익을 얻음이 그것이다.”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6바라밀을 갖추는 것]
“이른바 지극한 정성은 소원을 다 갖추는 것이다.
왜냐 하면 보시하기를 기뻐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인색하지 않아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보시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청정한 계율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금계(禁戒)를 헐지 않아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설령 어떤 경우에서라도 청정한 계율을 구족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인욕의 힘을 세우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원한을 품지 않아야만 그 서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모든 것을 인욕하는 힘으로써 부드럽고 온화해지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정진을 준수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게으르지 않아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모든 공덕의 근본을 널리 행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선정을 닦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아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모든 것에 전일한 마음을 수습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지혜를 세우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삿된 이치를 믿지 않아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성인의 지혜를 분명히 요달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37도품을 행하는 것]
또 네 가지 바른 생각[四意止]을 행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방일하지 않아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뜻을 고요히 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勤]을 행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뭇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고 마음에서 악을 없애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이것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네 가지 신족[四神足]을 행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어느 곳이든 날아다니며 가지 못하는 곳이 없어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이것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다섯 가지 감관[五根]을 갖추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 착란을 일으키지 않아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모든 감관이 담박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다섯 가지 힘[五力]을 갖추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모든 세력을 얻어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열 가지 힘을 구족하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일곱 가지 깨달음의 뜻[七覺意]을 이룩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모든 것을 요달해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온갖 느낌이 일어나지 않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여덟 가지 바른 도[八聖道]를 행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삿된 길을 없애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바른 길에 들어서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4은, 4범행, 3해탈문, 모든 공덕과 법의 근본]
네 가지 은혜[四恩]를 베푸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모든 곤궁한 액난을 포섭하여 구제하지 않는 것이 없어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며, 그러므로 이것을 본 연후에야 지극한 정성이 된다.
네 가지 범행[四梵行]을 닦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그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선 하늘ㆍ사람을 위할 뿐만 아니고 모든 중생에게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를 베풀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성이며,
신통의 지혜로 세 가지 해탈문에 들어가 바로 고요함을 관찰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그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선 온갖 결함과 더러움을 없애고 뭇 행을 널리 갖추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모든 공덕과 법의 근본을 구족하는 것을 보살의 길로 삼으니, 제도하지 않는 것이 없고 착하지 못한 모든 법을 깨끗이 제거해야만 그 소원을 성취하나니, 그러므로 원만한 공덕과 성스러운 법을 다 갖추게 됨을 본 연후에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성이 된다.”
[성현의 진리를 배움]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또한 성현의 진리를 배워 그것을 받들어 행해야만 괴로움인 줄 아는 지혜를 갖게 되고 그 습기를 끊고 다 끊어졌음을 환히 알며 성스러운 길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른바 괴로움인 줄 아는 지혜란 다섯 가지 쌓임[五陰]을 분별하여 일어나는 생각을 없앰이요,
습기를 끊음이란 다섯 가지 쌓임의 애착에서 쌓이고 모인 것들을 모두 끊음이요,
어떠한 은정(恩情)에서도 그 습기 되는 행이 없으니 그것이 해탈문이 되어 모든 유거(遊居)할 처소와 시여(施與)할 대상이 끊어지는 것이다.
이 처소와 대상이 끊어지면 과거에서 이른 곳이 없고 과거에서 이른 곳이 없다면 그것이 바로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는 올바른 법인 것이요,
이미 모든 법에서 버릴 것이 없다면 이것이 바로 습기를 끊음이다.
그는 모든 생각과 집착이 모두 끊어졌음을 알며 일으킨 방편도 끝내는 다하였음을 보아 다시는 생사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모든 것에 시종 평등하여 어떠한 법에도 더하거나 덜함이 없게 된다.
이같이 평등하게 관찰하는 자라면 그는 생각이 모두 끊어진 지혜를 깨달은 것이요,
또는 여덟 가지 바른 길을 평등하게 관찰함으로써 모든 것을 평등하게 치료하여 온갖 상념(想念)과 삿된 생각이 없음은 물론
어떠한 더러운 먼지 속에 있더라도 거기에는 나[我]가 없고 내가 없음으로써 느낌이 없는 동시에 생겨나는 것이 없고 업을 짓는 자도 없이 모든 법을 잘 수행하리니, 이것이야말로 성스러운 길이다.
만일 이러한 지극한 정성의 지혜로써 모든 것을 깨달아 중생을 위해 모두 널리 펼치되 안[內]도 없고 증득하는 것도 없다면,
이것이 바로 보살의 지극한 정성이라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지극한 정성[至誠]의 가르침을 말씀하실 때에 1만 명의 보살들이 다 성현의 지혜를 구족하여 법인(法忍)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