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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의보살경 제1권
[무진의보살은 어디서 왔는가]
그때 사리불(舍利弗)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무진의 보살마하살은 어느 곳에서 왔으며, 그 나라 부처님 명호는 무엇이며, 그 세계의 이름은 무엇이며, 거리는 여기에서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네가 직접 물어보려무나. 무진의는 마땅히 너를 위해 말하여 줄 것이니라.”
사리불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경히 따라서 무진의 보살에게 물었다.
“선남자께서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무엇이며, 세계의 이름은 무엇이고, 거리는 여기에서 얼마나 됩니까?”
무진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사리불이여, 온다는 생각이 있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벌써 생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무진의 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생각으로 알았다면 마땅히 두 가지 모양[相]이 없을 텐데, 무슨 인연으로 어느 곳에서 왔느냐고 묻습니까?
사리불이여, 오고 감이 있는 것이 화합(和合)의 뜻이 되나,
화합의 생각에는 화합도 없고 화합 아닌 것도 없는 것처럼,
화합도 없고 화합 아닌 것도 없는 것이 곧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며,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 바로 성인이 행하는 곳입니다.
사리불이여, 가고 옴이 있다면 곧 이것은 업상(業相)이니, 업상에는 조작이 없고 조작이 아닌 것도 없는 것처럼,
조작이 없고 조작이 아닌 것도 없는 것이 곧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며,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 바로 성인이 행하는 곳입니다.
사리불이여, 오고 감이 있는 것은 곧 국토상(國土相)이니, 국토상에는 국토도 없고 국토 아닌 것도 없는 것처럼,
국토도 없고 국토 아닌 것도 없는 것이 곧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 바로 성인이 행하는 곳입니다.
사리불이여, 오고 감이 있는 것은 반연한 생각[緣想]이니, 반연한 생각에는 연도 없고 연 아닌 것도 없는 것처럼,
연도 없고 연 아닌 것도 없는 것이 바로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 바로 성인이 행하는 곳입니다.
사리불이여, 가고 옴이 있는 것은 곧 인(因) 등이 생기는 모양이니, 인의 모양에는 인도 없고 인이 아닌 것도 없는 것처럼,
인도 없고 인이 아닌 것도 없는 것이 바로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 바로 성인이 행하는 곳입니다.
사리불이여, 가고 옴이 있다는 것은 곧 문자와 언어이니, 문자의 모양에는 문자도 없고 문자 아닌 것도 없는 것처럼,
문자도 없고 문자 아닌 것도 없는 것이 바로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이 바로 성인이 행하는 곳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지금 말한 미묘한 일의 모양[事相]은 내가 아직껏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니, 지난번부터 의심을 품어왔던 것을 다시 묻도록 하겠습니다.
관문[關]을 지키는 문지기가 짐 없이 다니는 사람을 보거나 짐을 진 자를 보면 곧
‘네가 가진 것은 무슨 물건이냐’고 물은 다음에,
그 물건이 곡식의 종자인 줄 알게 되면 마땅히 세금을 받는 것처럼,
선남자여, 우리들도 그렇게 다른 이로부터 법을 듣고서 그 음성을 따라 알고 스스로 마음을 비추어보니, 그러므로 내가 지금 물어보겠소.
그대들 대사(大士)는 대승(大乘)을 옹호하기 위해서 한량없는 성문ㆍ연각을 등장시키니 원컨대 선남자께서는 그 오는 곳을 분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무진의 보살이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그대가 지금 직접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어 보십시오.
여래께서 마땅히 말씀하시어 그대의 의심을 끊어주실 것입니다.”
그때 사리불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 이 보살이 온 곳이 어디며, 그 곳의 부처님 이름은 무엇이며, 세계의 이름이 무엇이며, 여기서부터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말씀하여 주십시오.
만약 그 부처님과 세계의 이름을 듣는다면 한량없고 가없이 많은 보살들에게 보리를 장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이제 저 국토의 공덕과 부처님의 명호를 말할 터이니, 네가 이 말을 들으면서 의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마땅히 오롯한 마음으로 믿고 받들어 지녀야 하느니라.”
그때 사리불이 이 말씀을 듣고는 찬탄하여 말하였다.
“거룩하고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지금 말씀하여 주신다면 제가 마땅히 한 마음으로 머리에 이어 받아 지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열 개의 항하강 모래처럼 많은 국토에 있는 작은 티끌 같은 세계를 지나면 불순(不眴)이란 세계가 있다. 그곳의 부처님 명호는 보현(普賢)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지금 현재에 계시느니라.
사리불아, 그 국토에는 성문ㆍ연각이 없고, 나아가 이승(二乘)이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모든 성인의 무리는 순수하게 보살일 뿐이니라. 이미 과거에 오랫동안 공덕의 근본을 닦아 선한 업을 이루어 갖추고, 보시하고 조복하여 스스로 계율과 인욕을 지키며, 널리 들어 아는 것이 많고 마음이 방일하지 않아 공덕에 편안히 머물고, 위의를 성취하여 인욕의 힘으로 걸림 없으며, 최상의 도(道)에 정진을 굳건히 하여 선근(善根)을 닦아 모두 성취하였느니라.
또 모든 선정과 해탈과 삼매에 들어 마음대로 신통을 부리고,
큰 지혜로 비추어 밝혀 모든 법을 잘 분별하여 알며,
사랑하는 마음을 지님이 허공처럼 넓고,
큰 자비심이 견고하여 중생을 구호해 주며,
항상 기뻐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같이 즐겁게 하며,
가진 것을 버리는 마음으로 미움과 사랑을 잘 없애고,
마(魔)의 그물에 걸려 다투는 일을 남김없이 다 없애며,
중생들 모든 근기의 나아가는 곳을 잘 알아서 그들 근기의 정도에 따라 법재(法財)를 베풀되 그 마음의 평등함이 땅ㆍ물ㆍ불ㆍ바람과 같았느니라.
일체 외도와 이론(異論)들을 무너뜨리고, 적진을 꺾어 항복시켜 승리의 깃발을 세우며,
부처님 법의 열 가지 힘[十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畏]에 깊이 들어가 여러 대중들에 대하여 두려움이 없으며,
항상 깊고 깊은 12인연을 관찰하여 유무(有無)의 소견을 여의고 중도를 행하며,
‘나’와 ‘내 것’과 ‘중생’과 ‘수명’과 ‘양육(養育)’과 ‘사부(士夫)’와 ‘짓는 이’와 ‘받는 이’와 ‘단견(斷見)’과 ‘상견(常見)’과 ‘있다는 소견[有見]’과 ‘없다는 소견[無見]’ 따위의 일체 견해에 얽매이는 인연이 다 사라져 일어나지 않음을 다라니왕[總持王]의 인(印)으로 도장을 찍었으니,
모든 사변(辭辯)으로 분별하여 연설해서 나유타 겁수 동안 하여도 말로는 다 할 수 없느니라.
또 큰 신통력을 얻어 한량없고 가없이 많은 불국토를 감동시키고, 모든 불국토에 잘 왕래하여 성내는 것이나 겁내는 것, 교만하고 방일한 것들을 끊어버리니, 그가 연설하는 것은 사자의 외침과 같으니라.
원수거나 친한 이나 일체 중생들을 다 구경열반에 편안히 머물게 하여 법의 구름[法雲]을 드리워 우레를 일으키고,
3명(明)과 해탈로써 번갯불을 삼고 최상의 법비(法雨)로 감로(甘露)를 삼아 능히 법재(法財)로 물을 대어 삼보(三寶)를 끊이지 않게 하며,
안과 밖이 청정하기가 마치 보배구슬 같고, 상호(相好)의 훌륭함은 가장 뛰어나 견줄 데가 없느니라.
또 모든 선근으로 그 몸을 장식하고,
불법으로 관정(灌頂)하여 다음 세상에 부처 이룰 지위[補處位]를 얻으며,
중생들의 행을 잘 분별하여 알맞게 조복함으로써 해탈을 얻게 하고,
도량을 깨끗이 하여 사자좌(師子座)에 앉아 모든 법에 두려움이 없으며,
스스로 그 모습을 부처님의 몸처럼 바꾸어 온갖 불사(佛事)를 다 나타내어 자재한 마음으로 법륜을 굴리느니라.
사리불아, 저 국토는 순전히 이런 보살마하살만으로 권속을 삼느니라.”
그때 모여 있던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저 보살 대중의 공덕과 지혜에 대하여 칭찬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하늘의 우담바라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파두마(波頭摩)꽃과 분다리(分陀利)꽃과 만다라(曼陀利)꽃을 무진의 보살과 여러 보살들에게 뿌리고 이구동성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오늘 쾌히 좋은 이익을 얻어 이러한 여러 보살들을 보고 예배 공양하며 공경히 에워쌀 수 있었으니, 만약 어떤 중생이 그 이름을 듣는다면 이와 같이 한량없는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며, 그 공덕을 찬탄하는 것을 듣는다면 다 위없는 도(道)의 마음을 일으키리라.”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그 법회에 모인 360만의 중생들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阿耨多羅三邈三菩提]의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저 부처님 세계에는 세 가지 나쁜 갈래[三惡道]나 혹은 그 이름조차도 없고, 또한 삿된 행과 계율에 어긋나는 이름도 없으며,
또 여자나 간탐(慳貪)과 질투와 파계(破戒)와 성냄과 게으름이나 산란한 마음과 어리석음이라는 이름도 없고, 걸림과 덮임[蔭盖]과 쌓임[集]이라는 이름도 없으며,
중생의 근기가 평등하여 상ㆍ중ㆍ하가 없이 순전히 일승(一乘)이어서 대승이니 소승이니 하는 이름이 없느니라.
불국토에 깨끗하다거나 더럽다는 이름이 없고,
또 삼보(三寶)를 차별하는 명칭도 없고,
음식에 굶주리거나 목말라 하는 소리와 ‘나’와 ‘내 것’을 막거나 보호한다는 이름도 들리지 않으며,
모든 마구니 그물과 망령된 소견으로 쌓은 이름도 없으며,
저 부처님의 세계는 평탄하고 광대해서 하나의 해와 달이 60억 백천 나유타 유순을 두루 비추니, 이런 보기 드문 일은 저 보살의 본원(本願)으로 이루어진 것이니라.
그 국토는 평평하고 고르기가 마치 손바닥 같으며 유리 같은 뭇 보배들로 뒤섞여 이루어졌고, 그 땅은 부드럽고 연하기가 마치 하늘 옷 같아서 이것에 몸이 닿은 이는 미묘한 즐거움을 느끼니, 보배 나무로 장엄하여 가지런히 줄지어 있고 보배 끈으로 연결하여 여덟 길의 경계를 구분했으며 펼쳐져 있는 모든 꽃들은 언제나 저절로 피고 돌과 모래와 가시와 더러운 것이 없으며 모든 산은 순전히 보배 꾸러미로만 섞여 이루어졌느니라.
또 사람이나 하늘이나 다름이 없이 법의 기쁨과 선정의 맛으로 음식을 삼고, 오직 보현여래 법왕 말고는 그 불국토에 왕이라는 이름이 없으며,
그 부처님과 보살들은 문자를 쓰지 않고서도 설법하고, 보살들은 오직 부처님 뵙기만을 생각하면서 자세히 보아 싫증내지 않으며, 눈을 잠시도 깜박이지 않았으므로 곧 염불삼매를 얻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으니, 그러므로 저 불국토의 이름을 불순(不眴)이라고 하였느니라.
[염불삼매]
어떤 것을 염불(念佛)이라고 하는가?
물질의 모양이나 타고난 종성(種性) 또는 과거의 깨끗한 업까지도 관찰하지 않는 것이니 이때에는 마음에 자기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고,
현재의 5음(陰)ㆍ18계(界)ㆍ6입(入)과 보고[見] 들음[聞]과 깨달아[覺] 아는 것[知]과 마음[心]과 뜻[意]과 식(識) 등을 관찰하지 않으며,
희론(戱論)과 나고[生] 머물다[住] 사라진다[滅]는 생각이 없고, 취하거나 버리지도 않으며,
염(念)하거나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思想]과 생각 아닌 것을 관찰하지 않으며,
다르다는 생각[別想]과 법이라는 생각[法想]과 자기라는 생각[己想]을 나누지 않고,
경계와 공덕과 안과 밖과 중간에서 같다거나 다르다는 생각이 없으며,
각관(覺觀)과 처음과 끝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생긴 모양이나 위의나 법식(法式)을 관찰하지 않으며,
계(戒)ㆍ정(定)ㆍ지혜(智慧)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地見)과 열 가지 힘[十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畏]과 18불공법(不共法)을 관찰하지 않느니라.
바른 염불이란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고, 행으로 짓는 것도 아니며,
생각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같은 것이 없으면서 같으므로 골똘한 생각을 여의어 염하는 바도 생각하는 대상도 없으며,
5음ㆍ6입ㆍ18계와 나고 머물다 사라진다는 생각이 없고,
처소(處所)가 없지만 처소가 없는 것도 아니며,
움직임도 그침도 아니고 빛깔도 의식도 아니며, 생각도 느낌도 아니고 지어감도 아니며,
앎[識]에 대하여 알음알이를 내지 않고,
땅ㆍ물ㆍ불ㆍ바람에 대해 알음알이를 내지 않으며,
눈에 대한 빛깔과 귀에 대한 소리와 코에 대한 냄새와 혀에 대한 맛과 몸에 대한 감촉과 마음에 대한 법에서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이와 같이 일체 경계에 반연하지 않으며, 모든 모양과 ‘나’와 ‘내 것’을 내지 않고,
보고 들음과 깨달아 안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서 마침내 일체를 해탈하는 데 이르며,
심(心)과 심수(心數) 법을 멸하여 이어가지 않고,
모든 억상(憶想)과 억상 아닌 것 등을 깨끗이 하며,
사랑함과 성냄을 잘 제거하여 인연상(因緣想)을 없애고,
이것과 저것과 중간을 모두 남김없이 끊어버리느니라.
이 법이 깨끗한 것은 문자가 없기 때문이고,
법에 대해 기뻐함이 없는 것은 움직이거나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며,
법에 괴로움이 없는 것은 맛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고,
법에 열뇌(熱惱)가 없는 것은 본래 고요하기 때문이며,
법에 벗어남이 없는 것은 성품을 버리고 여의었기 때문이고,
법에 형체가 없는 것은 물질의 모양을 떠났기 때문이며,
법에 느낌이 없는 것은 ‘나’가 없기 때문이고,
법에 얽매임이 없는 것은 고요하여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법의 모양을 짓지 않는 것은 조작함이 없기 때문이고,
법에 언교(言敎)가 없는 것은 알음알이가 없기 때문이며,
법에 처음과 끝이 없는 것은 취하거나 버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법에 편히 머무름이 없는 것은 처소가 없기 때문이며,
법에 지음이 없는 것은 받는 이를 여의었기 때문이고,
법에 소멸함이 없는 것은 본래 생겨남이 없기 때문이니라.
심수(心數)의 생각으로 반연하여 머무는 법에 그 모양을 취하지도 않고 분별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느끼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고 타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나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으니,
법성의 평등함이 마치 허공과 같아서, 눈에 있어서 빛깔과 귀에 있어서 소리와 코에 있어서 냄새와 혀에 있어서 맛과 몸에 있어서 감촉과 마음에 있어서 법을 벗어나는 것이니,
이것을 보살의 염불삼매라 하느니라.
보살이 이 염불삼매를 얻는다면 일체의 법 가운데서 자재한 지혜의 다라니문을 얻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 받아 지녀서 끝내 잊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며,
또 모든 중생들의 말과 음성을 분명하게 알아서 걸림 없는 변재로 모자람이 없이 매우 잘 할 것이니라.
사리불아, 저 보현여래는 이 국토에서처럼 두 가지 인연으로써 바른 소견을 연설하지 않으니, 이른바 다른 이로부터 소리를 듣는 것과 안으로 바르게 억념(憶念)하는 것이니라.
저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을 뵐 때에 곧 모든 깊고 미묘한 이치를 분별하여 6바라밀(波羅密)을 원만히 갖추어 성취하느니라.
왜 그런가 하면 색상(色相)을 취하지 않으므로 보시바라밀[檀波羅密]을 원만히 갖추고,
색상을 제거하므로 지계바라밀(持戒波羅密)을 원만히 갖추고,
색상이 다함을 관찰하므로 인욕바라밀[羼提婆羅密]을 원만히 갖추고,
색상의 고요함을 보므로 정진바라밀[毘梨耶波羅密]을 원만히 갖추고,
색상을 행하지 않으므로 선정바라밀[禪那波羅密]을 원만히 갖추고,
색상을 희론하지 않으므로 지혜바라밀[般若波羅密]을 원만히 갖추느니라.
이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을 뵙자마자 바로 이러한 6바라밀을 갖추어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지혜를 얻느니라.
사리불아, 여러 부처님 세계가 장엄 청정하고 미묘하지만 저 보현여래의 불순세계와 같은 세계는 드무니라.”
그때 사리불이 무진의 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기쁘시겠습니다. 그대 어진 대사들은 저 불국토에서 보현부처님을 뵙고 한량없는 이익을 얻었으니 말입니다.”
[불순세계의 보현부처님과 그 대중들]
그때 무진의 보살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지금 불순세계의 보현부처님과 그 대중들을 꼭 뵙고 싶지 않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보현부처님을 뵙고 이 대중들로 하여금 선근이 더욱더 늘어나게 하고 싶습니다.”
그때 무진의 보살은 곧 보살의 온갖 불국토를 나타내 보이는 삼매에 들어갔다.
삼매에 들어서는 이 대중과 사리불로 하여금 이내 저 불국토의 보현여래와 그 대중을 보게 하니, 이 일을 보고 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멀리서 그 부처님과 대중에게 예배하였다.
여기에 모인 대중들은 부처님과 무진의 보살의 신통한 도력으로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묘한 꽃을 얻었으니, 예전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꽃의 향기와 빛깔이 손바닥에 자연히 가득하게 되어, 그것을 멀리 동쪽에 뿌려 보현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꽃이 곧 저 불국토의 보현부처님과 그 법회의 대중들에게 까지 두루 이르니,
저 여러 보살들이 이 꽃을 보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화려하게 장엄된 꽃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꽃인데, 어느 곳으로부터 여기에 온 것입니까?”
보현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바세계에 있는 무진의 보살과 시방에서 온 보살들이 석가모니부처님이 계신 곳에 함께 모여서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면서 세존께서 『대집경』을 연설하시는 것을 듣고 있는데, 이것은 그 대중들이 뿌린 꽃이니라.”
저 여러 보살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부처님의 세계는 어느 쪽에 있으며, 여기에서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보현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선남자들아, 여기에서 서방으로 열 개의 항하강 모래처럼 많은 세계에 있는 작은 티끌과 같은 나라를 지나면 그 사바세계가 있느니라.”
여러 보살들이 말하였다.
“석가모니부처님과 그 대중들을 보고 싶습니다.”
그때 보현여래가 곧 큰 광명을 놓으시자, 그 광명이 석가모니부처님 세계를 밝게 비추었다.
저 여러 대중들은 보현부처님의 광명으로 인하여 사바세계의 석가모니부처님과 여러 대중들을 모두 보게 되었으며, 보고서는 기뻐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저 국토의 보살과 모든 대중들은 어느 곳에서 와서 여기에 모였기에 그 세계를 빈 곳이 없이 두루 가득 차게 하였습니까?”
보현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선남자들아, 그 대중들은 다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로부터 와서 거기에 모여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묻고 그 법을 듣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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