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고경 상권
[물러난 이들과 듣고자 하는 이들]
이때에 대가섭이 다시 저 모여온 이들을 관찰하고,
“어떻게 왔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찰나 간에 믿음이 낮은 중생과 성문ㆍ연각과 초업(初業)의 보살은 스스로 견디기 어려워 물러갈 마음이 생겼다.
비유하자면 왕가(王家)의 역사(力士) 같은 것이다.
무리 가운데 유명한 천명의 장사가 있는데, 왕가의 역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북을 치며,
‘누가 감히 나하고 힘을 겨루겠는가?’ 라고 외치면,
그를 감당하지 못할 이들은 잠자코 앉아서,
‘나는 감히 저 사람과 힘을 겨룰 수가 없다. 어쩌면 다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저 무리 중에 감히 대적할 사람이 없으면,
‘용맹하고 굳세어 굴복시키기 어려운 역사’라 부르며, 큰 승리의 깃발을 세운다.
이와 같이 낮고 못난 중생이나 성문ㆍ연각과 초업의 보살이,
‘나는 설법을 듣고 받아들일 수 없다.
여래는 이미 열반에 드셨는데 다시 상주불멸(常住不滅)이라 설법하시니, 일찍이 듣지 못한 말씀을 들었다’라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물러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사람은 긴 밤 내내 열반에 드는 것에 대하여 헛된 소견만을 닦다가 감추고 가리워지지 않은 청정한 경을 들었기 때문에 자리에서 떠난 것이다.
저 시방에서 온 성문ㆍ연각과 초업의 보살들을 백천만억 아승지 분(分)으로 나누면 나머지 1분(分)이 머무니, 그 보살마하살은 법신이 상주하여 변하지 않음을 믿고 이해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편안히 머물러 여래의 모든 장경을 수지(受持)하며, 또한 능히 해설하고 세간을 안위하며, 숨고 감추어진 모든 말을 해석하여 알며, 요의(了義)2)와 불요의(不了義) 모두 잘 관찰하였고, 금계(禁戒)를 파괴하는 중생을 항복시키고 청정하고 덕 있는 이를 존경하고 섬기었다.
또한 마하연(摩訶衍, mahayana)에서 크고 맑은 믿음을 얻어 2승(乘)에 대하여 기괴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이러한 ‘크고 넓은[方廣大]’ 경을 제외한 다른 경을 말하지 않으며,
오직 여래의 상주하심과 여래장(如來藏)이 있음을 말하되 공(空)을 버리지 않으며,
또한 신견(身見)을 공하게 하지 않아 저 일체 유위의 자성을 공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다시 대중에게,
‘모두가 이 대법고경의 방광일승(方廣一乘), 즉 대승의 믿기 어려운 경을 듣고자 하는가?’라고 묻되,
이와 같이 세 번을 물어라.”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웃통을 벗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머리를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오른 쪽으로 세 번 돌고나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모두 이 대법고경을 듣고자 하는가?
여래께서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널리 1승을 말씀하실 것인데, 이른바 대승이어서, 모든 성문ㆍ연각의 경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렇게 3번 외치니, 그들은 모두 대답하였다.
“즐거이 들기를 원합니다.
대가섭이시여, 우리 모두는 듣기 위하여 왔으니, 불쌍히 여기셔서 우리를 위하여 대법고경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믿는다는 것]
가섭이 다시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엇을 믿는다고 말할 것인가?”
그들이 즉시 대답하였다.
“비유하자면 나이가 겨우 20살인 선비에게 100살짜리 아들이 있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셔도 우리들은 그렇게 따라 믿을 것입니다.
하물며 바른 법을 말씀하시는데 어찌 믿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믿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여래는 말씀하신 대로 행하시며, 안목(眼目)이 청정하여 두루 비추시되 걸림이 없으시고, 그 불안(佛眼)으로써 저희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아시기 때문입니다.”
가섭은 찬탄하였다.
“참으로 좋은 말이로다! 그대들 모든 현자(賢者)여, 대법고경을 듣고 지니거나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열반과 상주, 무아와 아]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나이가 겨우 20살인 선비에게 100살짜리 아들이 있는 것 같으니, 대법고경 또한 그와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래는 열반하였는데 다시 상주한다 하며, 일체는 무아(無我)인데 다시 아(我)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부처님만 아실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들도 이와 같이 받아서 간직하겠습니다.”
[부처님 멸도 후에 가섭에게 대법고셩을 호지하게 하다]
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 바랍니다. 대법고경을 말씀하시고 큰 법고를 치시고 큰 법라(法螺)를 불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구나! 가섭아. 너는 지금 이 대법고경을 자세히 듣거라.”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것이 저희들의 경계(境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래께 크게 경대(敬待)받은 것입니다.
무엇을 일러 경(敬)이라고 합니까?
세존께서 일찍이 제게 말씀하시기를
‘너도 와서 함께 앉자’라고 하셨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저는 마땅히 은혜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가섭아. 그러한 뜻으로 내가 너를 경대하였다.
가섭아, 비유하자면 바사닉왕이 4병(兵)을 잘 기르는 것과 같다.
만일 전투가 벌어졌을 때에는 큰 전고(戰鼓)를 치고 큰 전쟁 나팔을 불며 적군을 상대함에 굳세게 할 것이다.
은혜롭게 길러주었기 때문에 싸울 때에 힘을 아끼지 않고 적을 무찔러 국경을 편안케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여. 내가 열반에 든 뒤에는 대가섭이 대법고경을 호지(護持)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자리를 나누어 앉았으니, 그는 내가 행하던 바를 행하여 내가 멸도(滅度)한 뒤에 대법고경을 널리 알릴 것이다.”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세존의 입에서 나온 맏아들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바사닉왕이 여러 왕자를 가르쳐 모든 명처(明處)를 배우게 하여, 그들이 나중에 왕의 대를 잇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여, 내가 멸도한 뒤에 가섭 비구가 이 경을 호지함도 또한 그럴 것이다.
또한 가섭아, 바사닉왕이 여러 왕과 더불어 원수가 되어 서로 공격하게 되면, 그때에 모든 전사(戰士)들, 즉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거나 발로 걷는 4종류의 병사들이 큰 북 소리를 듣고 마음에 두려워하지 않고 갑옷과 무기로 잘 무장할 것이다.
때에 왕이 은혜를 베풀어 많은 물건을 주고,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 더욱 좋은 보배와 성읍을 하사하며, 만약 적군에게 승리를 거두면 흰 비단을 씌워주고 봉하여 왕으로 삼는다.
이와 같이 가섭아, 나의 모든 성문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가 계율과 같이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배우며, 또 율의(律儀)를 성취(成就)하여 잘 머물면, 여래는 그에게 인천(人天)의 안락을 줄 것이다.
대공(大功)이 있어 네 가지 마군[魔]를 항복시킨 사람에게는 4진제(眞諦)로 해탈하는 흰 비단을 그 머리에 씌워줄 것이다.
만약 더욱 믿고 알아서 불장(佛藏)의 대아(大我)와 상주하는 법신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여래께서 그때에 살바약(薩婆若)의 물을 그 정수리에 부어 주고 대승의 흰 비단을 그 머리에 씌워 줄 것이다.
대가섭아, 내가 지금 이와 같이 대승의 흰 비단을 네 머리에 씌워 줄 것이니, 너는 미래의 무량한 부처님 처소에서 마땅히 이 경을 호지해야 한다.
가섭아 명심하여라. 너는 내가 멸도한 뒤에 이와 같이 이 경전을 잘 호지하여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높으신 가르침대로 할 것입니다.”
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리고 저는 오늘부터 멸도할 때까지 이 경을 호지하고 널리 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