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월상녀경 상권
[사람들이 월성녀를 괴롭히다]
이때 그 성(城)에 한 이차(離車:찰제리 종족의 이름)가 있어 이름을 비마라힐(毘摩羅詰)이라 하였고 그의 집은 큰 부자로서 재물이 한량없었으며, 창고가 가득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었고 네 발과 두 발 가진 축생들이 가득하였으며, 그 아내는 이름을 무구(無垢)라 하여 거동이 단정하고 얼굴이 아름다워 여인의 상호를 구족하였다.
그 아내가 임신한 지 아홉 달 만에 딸을 낳았는데, 자태와 얼굴이 단정하고 신체가 원만 구족하여 보는 이가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 딸이 태어날 무렵에 큰 광명이 온 집안을 비쳐 곳곳마다 충만하였고 낳은 뒤에는 대지가 진동하였으며, 그 집 주위에 있는 수목에서는 소유(酥油:타락)가 저절로 흘러넘쳤다.
비야리성 안에 있는 일체의 큰 북이나 작은 북에서는 갖가지 음악소리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려 위로 허공에까지 퍼졌으며, 하늘에서는 온갖 꽃이 쏟아졌고 그 집 안 네 모퉁이에서는 각각 복장(伏藏)이 저절로 열려 미묘하고 세밀한 갖가지 보배가 모두 나타났다.
그 딸은 갓 태어나서도 울지 않고 바로 손을 들어 합장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전생으로부터 악업을 짓지 않은 까닭에
지금 이 같은 청정한 몸 받았으니
만일 많은 악업 지었다면
이런 호귀(豪貴)한 집에 태어나지 못했으리.
전생부터 모든 악행 끊고서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유순하여 방일하지 않았으며
높여야 할 분은 공경하고 존중한 까닭에
이처럼 어질고 훌륭한 집에 태어나게 되었네.
나의 전생 생각하건대, 가섭부처님께서
걸식하시러 비야리성에 들어오시는 것을
누각 위에 있다가 뵌 뒤로
나의 마음 저절로 청정해졌네.
나의 마음이 이미 청정해 져서
그 부처님을 존중하고 공양하려 했으나
때마침 향화(香華)ㆍ도향(塗香)이며
말향(末香)ㆍ음식(飮食) 등이 없던 참에
문득 공중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네.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공양 바라지 않으시고
중생들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신 까닭에
다니면서 걸식하러 오셨으니
네가 그 부처님께 공양하고 싶다면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菩提心)을 낼지어다.
3계와 똑같이 공양을 올릴지라도
믿고서 도의 마음 내는 이만은 못하다고.
나는 공중에서 외치는 이런 소리를 듣고서
다시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상호를 뵙고
마침내 견고한 않는 보리심을 내어
누각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가
한 그루 다라수 높이의 공중에 멈추어
다시 시방의 일체 부처님을 뵈오니
마치 온갖 보배가 쌓인 수미산과 같으셨고
가섭부처님의 몸 또한 그와 같으셨네.
그때 모든 부처님 신력으로
만다라꽃이 나의 손에 가득하였네.
이에 나는 가섭부처님 위에 흩뿌렸더니
곧 청정하고 미묘한 꽃 일산이 되어
시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상호와 장엄한 몸이 나타나셨고
다시 그 만다라꽃 일산을 보니
가섭부처님 또한 그와 같으셨네.
그때 나는 공중에서 이렇게 말하였네.
나는 가장 높은 양족존 되기를 서원하고
티끌 수와 같이 많은 겁 동안 수행하여서
보리를 얻지 못하고는 물러가지 않겠다고.
하늘ㆍ용 나아가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그 수 2천이나 되는 8부(部) 등도
나의 이 같은 사자후를 듣고
또한 위없는 보리의 뜻을 낼지어다.
나는 삼십삼천을 버리고
다시 이 염부제에 와서 나서도
언제나 어질고 착한 행을 잃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복업(福業) 닦기를 권하노라.
나는 삼십삼천에 있을 때에
석가모니부처님을 공양하였으니
금생에 5욕을 짓지 않음으로 해서
다시 이 여래를 공양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숙세(宿世)의 모든 업보를 생각하건대
모두 여든아홉 곳을 거쳐 났어도
받았던 복덕 모두 지금과 같았으니
지혜 있는 이여,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할지어다.
이때 그 딸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잠자코 있었다.
그 딸은 지난 옛적에 모든 선근(善根)의 업을 지은 인연으로 그 몸에 저절로 모든 하늘의 의복과 묘한 보배 의상(衣裳)이 입혀지고, 그 몸에서는 묘한 광명이 나와 달빛보다 뛰어났으며 또한 금빛과도 같아서 온 집안을 비추었다.
이에 그 부모는 이와 같은 광명을 보고, 곧 이름을 월상(月上)이라 불렀다.
그때 월상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그 신체의 크기가 여덟 살짜리와 같았고, 월상이 다니고 머물고 앉고 서는 곳은 광명이 온통 환하였으며,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풍기고 입김은 향기로워 우발라꽃과 같았다.
당시 비야리성 안에 있는 찰제리ㆍ왕공의 자제와 모든 대신 거사와 장자ㆍ바라문과 기타 대가(大家)ㆍ호성(豪姓) 종족의 자제들은 멀리서 월상의 예쁘고 단정함이 세간에서 둘도 없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런 소문을 들은 그들은 모두 욕심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마음의 열뇌(熱惱)가 온몸에 번진 채 제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월상을 차지하여 나의 아내로 삼겠다.’
모든 자제들은 이렇게 생각한 다음, 모두 이차 비마라힐의 집으로 몰려와 장가들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제각기 한량없는 진기한 보배와 낙타ㆍ노새와 코끼리ㆍ말과 모든 재물 등을 들여 놓았다.
그런가 하면 이차를 만나 ‘내가 너의 딸을 겁탈하여 가겠다’고 협박하는 이도 있었고,
혹은 ‘네가 만일 딸을 나에게 내어주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너의 침상과 요[床褥]ㆍ침구와 재물ㆍ의복과 모든 영락ㆍ치장 등을 모조리 빼앗아 가겠다’고 공갈하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때리겠다’, 혹은 ‘묶어 버리겠다’는 등 여러 가지로 협박하고 을러댔다.
이때 이차 비마라힐은 마음에 공포를 느껴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근심스러우며 기분이 언짢아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들이 혹은 그 세력으로 나의 딸 월상을 겁탈해 가기도 할 것이며, 혹은 나의 목숨까지도 빼앗아 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차는 정신을 잃고 괴로워하면서 미간을 찡그리고 볼에는 주름이 잡히고 눈동자도 굴리지 않은 채, 그 딸을 대하자 바로 목을 놓고 슬피 울어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이때 월상은 그 아버지가 근심하며 슬피 우는 것을 보고 물었다.
“아버님은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며 우십니까?”
이차 비마라힐은 그 딸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늘 일을 알지 못하느냐?
너 하나 때문에 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나와 원수를 맺게 되었구나.
사람들이 제각기 몰려와서 너를 빼앗으려고 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그들이 세력을 휘둘러 너를 겁탈해 갈 것과 나의 목숨을 해치고 아울러 모든 재보(財寶)까지 다 상실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때 월상은 곧 게송을 읊어 그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가령 염부제 대지 안에 있는
모든 중생이
나라연과 같은 힘으로
제각기 예리한 칼과 몽둥이를 휘두르며
힘을 다하여 저를 쫒을지라도
그들은 끝내 저를 해치지 못할 것이니
자심(慈心)은 독 묻은 몽둥이로도 해치지 못할 것이며
물에 떠다니게 하거나 불로 태우지 못할 것이며
또한 송장[死屍]과 가위눌림[鬼便]과
저주(咀呪)의 말에도 두려워할 것이 없으니
자심은 결정코 성냄이나 원한이 없고
자심은 끝내 남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이 자비의 마음 일으켜
세상을 이와 같이 보호하고
남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으니
누가 감히 저를 해치겠습니까?
탐욕을 싫어하면 탐욕의 생각 저절로 없어지고
자심을 일으키면 성냄과 어리석음 또한 없어지니
저는 탐욕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없습니다.
때문에 저를 해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모든 중생 보기를
모두 부모와 같이 여기니
누구든지 이런 자심만 둔다면
남이 결코 속이지 못합니다.
가령 허공이 땅에 떨어지고
수미산이 겨자(芥子) 속에 들어가며
4대해의 물이 소 발자국에 담길지라도
저만은 능히 정복할 이가 없습니다.
그때 월상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부모에게 여쭈었다.
“높으신 부모님이시여,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원컨대 이곳 비야리성 네거리에 나가 요령과 목탁을 울리면서 성에 있는 일체 사람들에게 이와 같이 선포하십시오.
‘지금으로부터 7일 후에는 나의 딸 월상이 반드시 밖으로 나와서 스스로 결혼할 남편을 선택할 것이다.
아직 장가들지 않은 남자들은 마땅히 제각기 의복과 영락을 장엄하게 꾸미고 성에 있는 길거리를 깨끗이 청소한 다음, 흩고 뿌릴 향화(香華)와 소향(燒香)과 말향(末香) 및 화만(花鬘) 등을 모두 준비하며 보배 당기를 세우고 번기와 일산을 다는 등 온갖 좋은 것을 장엄하게 꾸며 놓도록 하라.
이러한 갖가지 소용될 것을 마련한 다음, 각기 너희 부모에게 청하여 이 일을 결정짓도록 하라.’”
이때 그 부모는 딸의 말을 듣고 곧바로 그녀가 시키는 대로 집을 나와 요령을 흔들면서 성안의 일체 사람들에게 이와 같이 알렸다.
“지금으로부터 7일 후에는 나의 딸 월상이 반드시 집에서 나와 스스로 결혼할 남편을 선택할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각자가 애써 의복을 장엄하게 꾸미고 길거리를 소제한 다음, 흩고 뿌릴 향화와 소향과 말향을 모두 준비하며 보배 당기와 번기와 일산을 세우는 등 이와 같이 온갖 좋은 것을 장엄하게 꾸미도록 하라.”
이때 성에 있는 일체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고 제각기 마음이 용솟음쳐서, 자기 집 문 앞과 길거리를 들은 말보다 몇 갑절 더 장엄하게 꾸며 놓기로 하였다.
이에 성에 있는 찰제리ㆍ대신과 바라문ㆍ거사와 장자, 나아가 장인[工巧]의 아들들은 모두 제각기 이발하고 목욕하고 몸에 미묘한 향을 바르며 서로 경쟁하듯이 의복과 영락을 장엄하게 꾸민 다음, 그 가까운 권속들에게 이와 같이 일렀다.
“그대들은 흔들리는 마음도 두지 말며 딴 생각도 내지 말고 있다가, 만일 저 월상녀가 나의 수중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에는, 그대들이 나를 도와 무력으로라도 빼앗아 오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