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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살본행경 상권
2. 왕비가 한쪽 젖을 베어 보시하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한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재물의 넉넉함이 헤아릴 수 없었고, 소유한 보배가 왕이 간직한 것보다 많았다.
이름은 마하남마(魔訶男摩)인데 사람됨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감히 입지도 먹지도 못하였으며 보시라는 것을 몰랐다.
나갈 때면 썩은 헌 수레를 탔으며, 풀을 엮어서 일산을 만들고, 낡은 헌 옷을 입었으며, 먹을 것이 많고 곡물이 줄지어도 일찍이 잘 먹어 본 적이 없었고, 식사할 때에는 문을 닫았다.
어느 때 병이 위독하여 마침내 죽었는데, 또한 아들이 없어 소유한 재물과 보배를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다 빼앗아 가니, 자신과 아내와 딸은 그 은혜를 입지 못하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보통 자리로 물러나 앉아서 세존께 여쭈었다.
“나라에 마하남마라는 거사가 있었는데 사람됨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보시를 즐겨 하지 않고, 입고 먹을 줄도 모르다가 이제 죽었는데 어느 갈래[道]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노갈지옥(盧獦地獄) 가운데 떨어져 수천만 년 동안 많은 고통을 받다가 지옥에서 나오면 마땅히 아귀계(餓鬼界)에 떨어져서 주야로 굶주리고 목마름에 몸이 항상 불타고, 백천만 년 동안 일찍이 물과 곡식의 이름을 조금도 듣지 못할 것이다.”
왕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놀라서 머리털이 일어섰으며 슬피 울어서 목이 메어 스스로 이길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체로 지혜로운 자는 능히 인색함과 탐욕을 버리고 보시를 행하여서 현세에 도움을 얻고 후세에 복을 받는다.
옛날 과거 세상에 이 염부제에 큰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가나가발미(迦那迦跋彌)였다.
사람됨이 인자하였고, 염부제의 8만 4천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을 거느렸는데, 1만 명의 대신과 2만 명의 채녀와 1만 명의 부인을 두었으며, 백성이 흥성하였다.
그때 화성(火星)의 운이 나타나서 태사(太史)가 점치니, 가뭄이 닥쳐서 비가 오지 않은 채로 12년을 지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태사가 왕에게 여쭈었다.
‘별의 운수가 변하여 나타나서 온 염부제가 12년 동안 가물어서 비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오곡을 거두지 못하여 백성이 굶주리고 나라가 크게 황폐할 것이오니,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때 왕이 이를 듣고 크게 근심하여 곧 여러 신하에게 조칙을 내려 8만 4천 모든 작은 나라의 왕들을 불러서 다 모이게 하고, 모두 각기 백성의 수를 조사하여 상소하고, 또 곡식의 많고 적음을 조사하여 상소하라고 하였다.
남녀, 부귀, 빈천, 대소를 막론하고 사람을 계산하고 날을 계산하여 하루에 한 되의 곡식을 주고는 더 먹지 못하게 하였다.
여러 신하들과 모든 왕들이 모두 교지(敎旨)를 받고 각기 본국으로 돌아가서 조칙을 내린 대로 영을 베풀어서 모두 그와 같이 하였다.
이런 뒤로 하늘이 가물어서 비가 오지 않으니, 밭갈고 씨뿌리지 못하여 미곡이 없어지자, 백성이 굶주려서 죽는 자가 매우 많았다.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굶어 죽는 백성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말하였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각국에 영을 선포하여서 인민들이 각각 10선(善)을 지니면 비록 다시 몸은 죽더라도 혼신은 천상에 태어나서 쾌락을 자연히 얻게 된다고 하라.’
모든 신하들이 교지를 받들고 각각 영을 내려서 백성들로 하여금 다 10선을 지니도록 하니, 죽는 자는 모두 천상에 태어났다.
그때 어떤 한 사람이 총명하고 지혜롭고 단정하여 견줄 데가 없었는데, 비사가(比舍家)의 어미가 아이와 함께 정을 통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이 이것을 보고는 마음이 좋지 않아서 속으로 생각하였다.
‘비록 사람의 몸을 얻었으나 축생의 짓을 하는구나.
색욕에 미혹되어서 자식이 어미를 모르고, 어미가 자식을 몰라서 상하가 전도되어 서로 분별하지 못하니, 생사의 가운데 심히 크게 두려울 만하다.’
곧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산택(山澤)에 이르러서 좌선하여 생각하였다.
‘우치(愚癡)ㆍ탐음(貪婬)ㆍ진에(瞋恚)가 있음을 말미암아서 여러 가지 행을 하기에 이르고, 문득 5도(道)에서 생사의 여러 고통을 받나니,
만약 3독(毒)이 없으면 모든 행이 없을 것이니, 모든 행이 이미 멸한다면 몸을 받지 않을 것이며, 이미 몸이 없다면 여러 가지 괴로움이 사라질 것이다.’
생각이 이와 같이 되자 확연히 뜻이 풀리고 모든 욕심이 영영 다하여서 즉시 문득 벽지불의 도를 얻었고, 6신통이 맑고 투철하여 걸리는 바가 없었다.
문득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무엇을 누구에게서 받아서 먹을 것인가.
염부제의 모든 백성들이 모두 다 굶주려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없음을 보고 오직 마땅히 대왕 가나가발미(迦那迦跋彌)의 처소로 가서 먹을 것을 빌리라.’
곧 날아서 대왕의 궁 안에 이르러서 왕에게 음식을 구걸하니 왕이 말하였다.
‘내 음식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것은 오늘이면 다할 것이다.’
왕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제 내가 스스로 먹더라도 반드시 죽을 것이며, 만약 내가 먹지 않더라도 반드시 죽을 것이다.
지금 만나기 어려운 신인(神人)을 만났으니, 내가 차라리 먹지 않고 이 수행자[快士:시원하게 세상을 벗어난 이]에게 대접하리라.’
자신이 먹을 것으로 곧 이 벽지불에게 대접하였다.
벽지불이 먹고 나서 속으로 생각하였다.
‘지금 이제 이 대왕이 베푸는 것은 미치기 어려운 것이로다. 마땅히 이 왕으로 하여금 더욱 기쁘게 하리라.’
곧 왕 앞에서 허공으로 올라가 날아서 변화하되, 동쪽으로 올라서 서쪽으로 없어지고, 서쪽으로 올라서 동쪽으로 없어지며, 남쪽으로 올라서 북쪽으로 없어지고, 북쪽으로 올라서 남쪽으로 없어지며, 위쪽 방향으로 올라서 아래 방향으로 사라지고, 아래 방향으로 올라서 위쪽 방향으로 사라지며,
허공을 다닐 때에는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 아래로 물을 내고 몸 위로 불을 내었다.
스스로 한 몸을 나누어서 백 개를 만들고 천 개를 만들고 만 개를 만들고 나아가 수없이 만들었다가 수없는 몸을 다시 합하여 하나로 만들었다.
변화를 나타내기를 마치고 허공에서 내려와서 왕 앞에 머물러서 말하였다.
‘대왕이 지금 베푼 것은 실로 미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어떤 원을 구하고자 합니까? 반드시 왕에게 그것을 주겠습니다.’
왕과 여러 신하들과 부인과 채녀(婇女)들이 다 크게 기뻐서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고 벽지불의 발에 절하고 원하는 것을 말하였다.
‘지금 우리 나라의 백성이 굶주려서 위급한 지경에 이르러 목숨이 조석에 달렸습니다.
지금 내가 이 최후의 음식으로 당신에게 베푼 이 공덕으로 우리 나라의 기근(飢饉)을 없애 주십시오. 오직 이 원만을 구합니다.’
그러자 벽지불이 곧 왕에게
“마땅히 그 원하는 바와 같이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고는
문득 날아가 버렸다.
때를 응하여 사방에서 문득 구름이 일어나서 허공에서 합쳐지더니 곧 큰 바람이 일어 땅의 깨끗하지 않은 것을 불어서 티끌과 더러운 똥은 제거하여 모두 변화하여 없어지게 하고, 문득 비가 내려 자연히 온갖 맛의 음식이 염부제에 두루하였으며, 다시 오곡이 쏟아지고, 다음에 의복이 쏟아지고, 다음에 7보가 쏟아져서 염부제 안에 8만 4천 모든 왕과 신민들이 다 크게 기뻐하였다.
왕이 여러 신하에게 조서를 내려 8만 4천 모든 왕에게 영을 내렸다.
‘각기 다스리는 일체 백성에게 모두 10선을 지니게 하라.’
염부제에 오곡이 풍성하고 인민들이 기뻐서 10선을 행하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향함이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고, 형과 같고, 아우와 같았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 천상에 태어났고,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자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가나가발미라는 바로 나였느니라.
내가 그때 곧 한 끼니의 밥으로 벽지불을 대접하여 현세에 복과 공덕을 얻음이 이와 같았고, 이 공덕으로 인하여 스스로 성불하여서 일체 중생 가운데 모든 굶주리고 목마르고 고뇌하는 자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여 안온하고 쾌락하게 하며, 무위(無爲)에 이르게 하였다.”
그때 모든 제자들과 제왕과 신민들이 다 크게 기뻐하였다.
세존께서 거듭 왕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이 인색함에 얽매이고 인색함으로 덮여서 보시를 알지 못하는데, 그 과보를 얻음이 헤아릴 수 없다.
스스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예전 과거 세상에 이 염부제에 불류사(不流沙)라는 성이 있었는데, 왕의 이름은 파단녕(婆檀寧)이었으며, 그 부인은 발마갈제(跋摩竭提)였다.
그때 나라에 곡식이 귀하여 인민이 굶주렸고, 게다가 전염병이 있었다.
왕도 역시 병들었는데, 부인이 스스로 나가서 하늘에 제사하였다.
길가에 한 채의 집이 있었는데, 남편이 출타하고 없을 때에 아내가 아기를 낳았고,
또 계집종이 없어서 산후에 주리고 허기지게 되었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게 되었으므로
아내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제 죽음이 닥쳐 왔는데도 다시 무슨 도리가 없으니 마땅히 저 어린 것을 먹어서 목숨을 구해야겠다.’
곧 칼을 가지고 아기를 죽이려고 하니 마음이 비감해져서 소리를 높여서 크게 울었다.
그때 왕의 부인이 궁중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이 여인의 슬픈 울음소리가 애절함을 느끼고 마음이 아파서 가서 들어 보니,
이 여인이 마침 칼을 들어서 그 자식을 죽이려고 하다가 곧 스스로
‘어떻게 차마 제 자식의 살을 먹을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한 후
곧 다시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부인이 문득 그 집으로 들어가서 물었다.
‘무엇 때문에 우는 것이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여인이 대답하였다.
‘밥을 먹지 못한 데다가 산후에 몸이 배나 허약해져서 스스로 아기를 죽여서 목숨을 건지는 데 쓰려고 합니다.’
부인이 듣고는 가엾게 여겨 말하였다.
‘자식을 죽이지 말라. 내가 궁중으로 가서 반드시 먹을 것을 보내리라.’
여인이 대답하였다.
‘부인은 존귀하신지라 더딜 수도 있고 혹은 잊어버리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목숨이 붙어서 호흡할 동안 때를 넘기지 못할 것이니, 스스로 자식을 먹고 목숨을 건지는 것만 못합니다.’
부인이 물었다.
‘다른 살을 얻어서 먹으면 되지 않겠나?’
여인이 대답하였다.
‘과연 목숨만 건질 수 있다면 좋고 나쁨을 묻지 않겠습니다.’
이에 부인이 곧 칼을 가지고 스스로 그 젖을 베려고 서원하여 말하였다.
‘지금 내가 젖으로써 보시하여 이 위급함을 구제하는 것은 전륜성왕이나 천제나 마왕이나 범왕이 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無上正眞之道]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곧 젖통을 이 부인에게 주려고 마침 칼을 잡아 한쪽 젖을 베니 그때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하고 모든 하늘의 궁전이 다 흔들렸다.
그때 천제석이 천안으로 살펴보니 부인이 스스로 그 젖을 베어서 위급함을 구제하는 것이 보였다.
이때 천제석과 수없는 하늘들이 즉시 내려와서 허공에 머물러서 모두 슬피 우니 눈물이 비오듯 하였다.
이때 천제가 부인 앞에 머물러서 물었다.
‘그대가 지금 보시하는 바는 매우 미치기 어렵나니, 무슨 원을 구하는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서 일체 중생의 고통과 재앙을 구제하려는 것입니다.’
천제가 또 물었다.
‘그대가 이러한 원을 구한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하겠나?’
이에 부인이 곧 서원을 세워서 말하였다.
‘이제 제가 보시한 공덕으로 과연 정각(正覺)을 이루려고 함이 틀림없다면 나의 젖이 얼마 안 있어 마땅히 회복되어 이전과 같을 것입니다.’
그 젖이 곧 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천제가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는 오래지 않아서 성불하리라.’
모든 하늘들이 기뻐하여 곧 모양을 나타내어서 부인을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보시한 것에 대해 뉘우침과 아픔이 없었는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저는 뉘우치고 한탄하지 않았으며, 아프다고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하늘이 또 물었다.
‘만약 뉘우침이 없었다면 그것을 무엇으로 증명하겠나?’
이에 부인이 문득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보시하는 것으로 불도를 구하여서 뉘우침이 없었을진댄 내 여자의 몸을 변화해서 남자가 되게 하여지이다.’
서원을 세우고 나니 곧 여자의 몸이 변하여서 남자로 되었다.
모든 천신(天神)이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소원하는 대로 오래지 않아서 성불하리라.’
왕과 신민들이 그 기특함을 경탄하였으며, 기쁨이 한량없었다.
이때 나라에 모든 병이 없어지고 곡식이 풍족하여 천하게 여길 정도였으며, 인민이 모두 안락하였다.
도리어 뒤에 국왕이 사망하자 여러 신하들이 함께 다시 왕을 세울 일을 상의할 때 천제석이 내려와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발마갈제가 몸이 변하여서 남자가 되었고, 더구나 복덕이 있으니, 마땅히 왕이 될 만하다.’
모든 신하들이 기뻐하며 곧 절하고 왕을 삼으니, 인민들은 번영하고 나라가 드디어 융성하였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발마갈제는 지금의 나이다.
내가 그때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보시함이 이와 같았기에 현세에 과보를 얻어서 곧 그 몸이 남자로 변하였고, 왕위를 이었으며, 이 공덕으로 인해서 이제 부처를 이루어서 널리 일체를 구제하느니라.
보살이 단바라밀(檀波羅蜜:보시바라밀)을 행하매 그 용맹이 이와 같았다.”
모든 제자들과 국왕과 신민들이 다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절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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