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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입문 상권
제1. 입식문入式門
제1장 선바라밀의 해석
선바라밀禪波羅蜜은 당나라 말로 정도定度이다.
선나禪那는 중국말로 정려靜慮이고, 또한 사유수思惟修라고도 한다.
[정려: 정靜은 곧 선정(定)이고, 려慮는 곧 지혜(慧)이다.]
[사유수: 선정에 들어 고요히 사유하는 것을 선나라고 한다는 의미이다.]
바라밀波羅蜜은 중국말로 도피안到彼岸이라 하고, 또한 사구경事究竟이라고도 한다.
[도피안: 생사는 이 언덕이고 열반은 저 언덕이며 번뇌는 그 사이에 흐르는 강이다. 보살은 무상無相의 오묘한 지혜로 선정의 배를 타고 생사의 이 언덕에서 번뇌의 강을 건너 열반의 저 언덕에 도달한다.]
선이라 말하는 것에는 세간선世間禪ㆍ범부선凡夫禪ㆍ외도선外道禪ㆍ이승선二乘禪 등도 있어 모두 선이라고 부르지만 구경이 아니며 피안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오직 이 법문만이 범부가 닦는 세간선으로부터 출세간선에 이르고 구경의 피안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바라밀이라고 한다.
제2장 수증修證의 명칭과 뜻
선을 닦는 법을 나누어 구별하면 네 가지 이름이 있으니,
첫째는 세간선世間禪,
둘째는 세간이기도 하고 출세간이기도 한 선(亦世間亦出世間禪),
셋째는 출세간선出世間禪,
넷째는 세간도 아니고 출세간도 아닌 선(非世間非出世間禪)이다.
세간선이란 곧 사선四禪ㆍ사무량심四無量心ㆍ사무색정四無色定 등의 법이다.
세간이기도 하고 출세간이기도 한 선은 육묘문六妙門ㆍ십육특승十六特勝ㆍ통명관通明觀 등의 법이다. [이것은 유루有漏이기도 하고 무루無漏이기도 하다.]
출세간선은 곧 구상九想ㆍ팔념八念ㆍ십상十想ㆍ배사背捨ㆍ승처勝處ㆍ일체처一切處ㆍ차제정次第定ㆍ사자삼매師子三昧ㆍ초월삼매超越三昧 등의 법이다. [무루선無漏禪이라고도 한다.]
부정관문不淨觀門 가운데 구상ㆍ팔념ㆍ십상의 세 가지 법은 괴법壞法을 관하는 선이고,
배사ㆍ승처ㆍ일체처의 세 가지 법은 불괴법不壞法을 관하는 선이며,
차제정은 단련하는 선이고,
사자삼매는 훈숙하는 선이며,
초월삼매는 정교하게 가다듬는 선이다.
처음 수행에 들어갈 때는 그저 근기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따라가야지 함부로 수승한 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가령 마음에 어지러운 생각이 많은 사람일 경우엔 식문息門을 따라 들어가야만 한다. 즉 호흡을 헤아리는 데 온 마음을 쏟아 순간순간의 마음에 틈이 없어 어지러운 생각이 끼어들지 못하면 마음속 생각이 모이고 고요해져 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탐욕이 많은 사람일 경우엔 부정관문不淨觀門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혐오하는 마음을 일으켜 음욕과 탐욕이 스스로 수그러들면 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제3장 근본인 세 가지 문을 세움
선법을 닦는 문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나파나문阿那波那門이고,
[아나阿那은 중국말로 입식入息이고 파나波那은 중국말로 출식出息이다. 곧 식문息門이다.]
둘째는 부정관문不淨觀門이며,
[곧 색문色門이다. 색色은 몸을 말한다.]
셋째는 심문心門이다.
[이 책에 식息과 색色 두 문만 있고 심문心門을 따로 나열하지 않은 것은 식문과 색문 모두에 지관止觀이 있고 지관이 곧 심법心法이기 때문이다. 심법이 여러 문 가운데 산재해 있으므로 따로 문을 세우지 않았다.]
호흡으로 선을 닦는다는 것은,
호흡으로 마음을 거두어 사선四禪ㆍ사공四空ㆍ사무량심四無量心ㆍ특승特勝ㆍ통명通明 등의 선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을 사지事止라고 한다. [곧 세간선世間禪이다.]
색으로 선을 닦는다는 것은,
부정관不淨觀 등으로 마음을 거두어 구상九想ㆍ팔념八念ㆍ십상十想ㆍ배사背捨ㆍ승처勝處ㆍ일체처一切處ㆍ차제정次第定ㆍ사자삼매師子三昧ㆍ초월삼매超越三昧 등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을 이지理止라고 한다. [곧 출세간선出世間禪이다.]
마음으로 선을 닦는다는 것은,
지혜를 가지고 마음의 성품을 반조해 법화法華ㆍ염불念佛ㆍ반주般舟ㆍ각의覺意ㆍ수능엄首楞嚴의 여러 대삼매와 자성선自性禪 내지 청정정선淸淨淨禪 등의 법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곧 출세간상상선문出世間上上禪門이다.
왜 세 가지 법으로 문을 삼는가?
첫째는 법상과 같기 때문이고,
둘째는 편리함에 따랐기 때문이며,
셋째는 법을 다 포함하기 때문이다.
법상과 같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가라라歌羅邏 때에 세 가지가 있으니, 명命과 난煖과 식識이다.
[가라라는 중국말로 응활凝滑이며, 태에 든 처음 모습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명이라 하고,
썩거나 문드러지지 않는 것을 난이라 하며,
이 가운데 있는 마음과 뜻을 식識이라고 한다. [식: 이것은 순간순간 인지하는 마음이다.]
이 세 가지 법이 화합하여 태어나 어른이 될 때까지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
[세 가지 법이란 명ㆍ난ㆍ식이며, 명ㆍ난ㆍ식은 곧 식息ㆍ신身ㆍ심心이다. 오음五陰ㆍ사대四大ㆍ육근六根ㆍ육식六識은 이 세 가지 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세 가지 법이 화합해 생긴 것이다. 따라서 세 가지 법은 셋이면서 곧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셋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서 이 가운데서 인상人相ㆍ아상我相ㆍ중생상衆生相 등을 멋대로 일으킨다. 그리하여 온갖 업행業行을 저지르고 마음에 집착을 일으키며 이렇게 전도된 인연으로 삼계三界를 유전하는데, 만약 그 근원을 찾아본다면 본래 이 세 가지 법을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세 가지 법문을 세운 것이니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것이다.
편리함에 따랐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호흡으로 선을 닦으면 두 가지 편리함이 있다.
첫째는 선정을 빨리 얻을 수 있고,
둘째는 무상함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또 색으로 문을 삼으면 두 가지 편리함이 있다.
첫째는 탐욕을 끊을 수 있고,
둘째는 가짜임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마음으로 문을 삼는 것에도 두 가지 편리함이 있다.
첫째는 일체의 번뇌를 조복시킬 수 있고,
둘째는 공의 이치를 쉽게 깨칠 수 있다.
법을 다 포함한다는 것에 대해 말하면,
이 세 가지 법이 선문禪門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주요한 것을 들자면 세 가지에 지나지 않지만 이것을 벌여 놓으면 한량이 없다.
예를 들어 식문 중에는 호흡을 세는 것, 호흡을 따르는 것,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 있다.
색문에도 바깥의 색을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자신의 색을 대상으로 삼기도 하며, 자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부처님의 상호를 대상으로 삼아 실상을 깨닫는 관에 이를 수도 있다.
심문에도 지止ㆍ관觀ㆍ각覺ㆍ료了 등이 있다.
또한 온갖 마음을 깨달아서 마음이 아닌 것에 들어가고
마음이 아닌 것을 깨달아 한량없는 마음을 내기도 하며,
혹은 마음도 아니고 마음이 아닌 것도 아님을 깨달아 일체의 마음과 마음 아닌 것을 알기도 한다.
이처럼 세 가지 문에는 각기 한량없는 법이 있고 이르는 경지 또한 같지 않다.
따라서 세 가지 문이 일체의 선문을 총괄한다고 하였다.
이 세 가지 문은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모두 지을 수 있다.
왜 그런가?
불제자인 경우 세간선을 닦더라도 성스러운 깨달음을 얻고, 외도들의 경우 역시 마음을 관찰하지만 다른 견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 가지 문이 서로 통하지만 마음을 쓰는 것이 다르므로 선을 닦아 도를 얻는 것도 각각 다른 것이다.
제4장 먼저 방편의 대강을 설함
왜 먼저 방편을 설하는가?
방편의 조목이 방편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나 도를 닦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알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방편의 대강大綱을 입식문入式門에서 설명하여 학인들이 미리 알도록 하겠다.
방편에는 내방편과 외방편의 두 문이 있다.
[외방편]
외방편에는 또 다섯 가지 조목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다섯 가지 조건(五緣)을 갖추는 것이고,
둘째는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다스리는 것이며,
셋째는 다섯 가지 덮개(五蓋)를 버리는 것이고,
넷째는 다섯 가지 법(五法)을 조절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다섯 가지 법을 행하는 것이다.
다섯 조목에 각기 다섯 항목인 이 25법은 모두 선정을 얻지 못했을 때 처음 닦는 방편이다.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춘다는 것은,
첫째는 계를 청정하게 지키고,
둘째는 옷과 음식을 빠짐없이 갖추며,
셋째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거처하고,
넷째는 모든 세속의 반연을 끊으며,
다섯째는 선지식을 만나는 것이다.
이것이 선을 닦을 때 갖출 다섯 가지 조건이다.
다섯 가지 욕망을 다스린다는 것은,
세간의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 등의 법은 항상 사람을 속이고 미혹하게 하여 온갖 착한 일들을 파괴한다.
만약 이들의 허물을 분명하게 알아 다스리고 싫어하며 떠나지 않는다면 어떤 선이나 삼매도 얻을 길이 없다.
다섯 가지 덮개를 버린다는 것은,
첫째 탐욕의 덮개,
둘째 성냄의 덮개,
셋째 수면의 덮개,
넷째 산란과 후회의 덮개,
다섯째 의심의 덮개(를 버리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삼독으로부터 일어나 그 마음을 덮고 가려서 청정함을 얻지 못하게 하니 빨리 물리치고 버려야만 한다.
다섯 가지 법을 조절한다는 것은,
첫째는 음식을 조절하고,
둘째는 수면을 조절하며,
셋째는 몸을 조절하고,
넷째는 호흡을 조절하며,
다섯째는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가 알맞게 조절되면 삼매가 쉽게 생긴다. 만약 고르지 못한 것이 있으면 방해와 어려움이 많아져서 선근이 일어나기 어렵다.
다섯 가지 법을 행한다는 것은,
첫째 의욕,
둘째 정진,
셋째 염念,
넷째 선교방편의 지혜,
다섯째 일심(을 행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마음을 일으켜 정진하고 마음을 오로지 해 한결같이 행하는 것이다.
[내방편]
내방편에도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지문止門을 밝히고,
둘째는 선악의 근성을 증험하는 것을 밝히며,
셋째는 마음을 편안히 하는 법을 밝히고,
넷째는 병환 다스리는 것을 밝히며,
다섯째는 마사魔事를 알아차리는 것을 밝힌다.
지止라고 하는 것은,
첫째는 계연지繫緣止,
둘째는 제심지制心止,
셋째는 체진지體眞止이다.
‘지’는 마음을 한곳에 매어 두고 잡념을 그쳐서 흘러 다니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묶어 두는 대상(繫緣)’에는 다섯 곳이 있다.
마음을 정수리에 집중하거나, 이마 끝단이나 콧등이나 배꼽 아래의 단전이나 발바닥에 집중한다.
제심지란, 마음은 본래 모습과 빛깔이 없고 처소도 없으니 어찌 그것을 대상에 매어 둘 수 있겠는가? 다만 그 마음을 모아 모든 어지러운 생각을 쉬면 곧 이것이 지를 닦는 것이다.
체진지란, 바른 지혜로 모든 법을 체달하여 관찰하면 모두 자성이 없고 일체가 다 공하여 취할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다. 그러면 망상이 저절로 쉬어 없어진 듯이 깨끗해진다.
이것을 체진지라 한다.
선악의 근성을 증험한다고 하는 것은,
첫째 선한 근성,
둘째 악한 근성(을 증험하는 것)이다.
수행자가 지를 닦으면 그 마음이 맑고 고요해져 과거세의 업과 습기가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그리하여 정에 들어갔을 때 홀연히 좋은 경계를 보기도 하고 홀연히 나쁜 습기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때 선정만을 닦아 어떤 것도 취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면 선정의 힘이 점점 깊어지고 선근이 더욱 드러나게 된다. 선이라면 길러 자라게 하고 악이라면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법에는 대략 다섯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편의便宜를 따르고,
둘째는 대치對治를 따르며,
셋째는 좋아하는 것(樂欲)을 따르고,
넷째는 차례를 따르며,
다섯째는 제일의第一義를 따르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근성이 나타나면 편의에 따라 선한 습성은 따르고 악한 습성은 없애며, 각기 좋아하는 바에 따라 편안한 마음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마음을 편안히 하여 도를 닦는 수행자라 하더라도 몸에 오래된 병환이 있기도 하고 혹은 음식을 잘못 먹어 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병의 원인을 잘 파악하여 그에 따라 방법을 써야 한다.
마사魔事를 알아챈다고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마魔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번뇌의 마,
둘째는 음陰ㆍ입入ㆍ계界의 마,
셋째는 죽음의 마,
넷째는 욕계천자欲界天子의 마이다.
이와 같은 마들은 사람들이 행하는 도를 파괴하니, 잘 살펴서 미혹하지 않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