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마라경 제1권
[앙굴마라가 부처님을 만나다, “게 서시오 큰 사문”]
그때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로 이러한 사정을 알고 기러기처럼 날아 오셨다.
앙굴마라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나는 지금 이 사문 구담(瞿曇)을 죽이리라’ 하고는,
칼을 가지고 빨리 쫓아갔다.
그때 세존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시자 앙굴마라는 게송을 말하였다.
게 서시오, 큰 사문
백정왕(白淨王)의 태자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거기 좀 머물러 있으시오.
큰 사문, 가사 입은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머리 깎은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만족 알며 발우 가진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겁 없이 사자처럼 노니는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억센 범처럼 걷는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단정히 거위왕처럼 걷는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큰 코끼리처럼 잘 가는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은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밝고 둥근 달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순금의 산으로 장엄된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천 연잎사귀의 눈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흰 연꽃처럼 이가 흰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참된 말씀 잘 하는 그 혀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미간에 백호상 지닌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윤택하고 검푸른 그 털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무릎을 넘는 그 긴 팔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음욕 떠난 마음장(馬陰藏)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무릎 뼈가 드러나지 않은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붉은 구리의 손톱 발톱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가뿐히 허공을 밟는 발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가릉빈가의 소리 지닌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교길라(憍吉羅)의 미묘한 소리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백억의 수승한 광명이여,
나느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모든 근(根)이 잘 조복된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10력(力)이 모두 구족하신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거기 좀 머물러 있으시오.
4제(諦)를 잘 지닌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8도(道)로 이익 주는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32상(相)을 갖춘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여든 가지 미묘한 상호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모든 애욕 아주 없앤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나로 하여금 성나게 하지 마시오.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전에 볼 수 없이 기특한 이여,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아수라와 인다라(因陀羅)며
그리고 또한 모든 나찰인
이 셋의 교만을 항복 받은 이여
당신은 대관절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도 빨리 가고 있는가
내가 칼을 쓰기 전에
알아서 빨리 멈춰서야 하리.
게 서시오, 큰 사문
나의 이름을 듣지도 못했소
나는 바로 앙굴마라인데
나에게 지금 곧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그 어떤 중생들이라도
나의 이름만 들어도
모두 다 놀라 죽는데
하물며 나의 얼굴 보고서야
그 몸과 목숨 온전할소냐?
게 서시오, 큰 사문
당신이 누군지 속히 말해주시오.
하늘 사람인가 아니면 바람인가
나를 앞질러 가다니.
게 서시오, 큰 사문
나는 지금 아주 지쳐서
마침내 당신을 따를 수 없구려
나에게 지금 한 손가락 바쳐야 하오.
게 서시오, 큰 사문
당신은 깨끗한 계행 잘 지닌다니
한 손가락을 빨리 바치고
나의 경계선 안 벗어나야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