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원 글·그림 비룡소 | 2013.12.20 | 36쪽 | 9,500원 | 그림책 | 5세 똑같이 생긴 쌍둥이 자매는 날 때부터 뭐든 같이 썼다. 장난감, 옷, 방, 그리고 엄마가 덮어주던 알록달록 이불까지도. 다섯 살이 되자 자매는 작아진 이불을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툰다. 나만의 것이 필요해진 아이들에게 엄마는 이불을 하나씩 만들어준다. 각자의 침대에서 자기가 고른 천으로 만든 새 이불을 덮었지만 쌍둥이는 난생처음 따로 자는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쉽게 잠들지 못한다. 이불 밖으로 내민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비로소 안도하고 곤히 잠든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했던 이불을 매개로 성장하는 쌍둥이 자매의 모습과 특성을 잘 드러낸 책이다. 작가는 펼친 면 양쪽으로 두 아이의 공간을 나누고 자기를 상징하는 노랑과 분홍 이불로 닮은 듯 다른 자매의 모습을 담았다. 갈등, 긴장, 화해의 마음도 중심선을 경계로 둘을 멀리 또는 가깝게 배치하는 구도를 이용해 조화롭게 구성하였다. 간결한 대화체의 글과 화사한 색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도 매력적이다. 이 그림책에선 새근새근 잠든 갓난아기의 달콤한 우유 냄새, 햇빛에 잘 말린 고소한 이불 냄새가 나는 듯하다.(김연희)
파리 오페라 극장을 무대로 꿀벌을 따라간 아기 곰과 이를 찾아 나선 아빠 곰의 고군분투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세로로 길고 큰 화면은 초대형 극장의 면모를 담기에 맞춤이다. 극장이 자랑하는 대리석 기둥과 계단, 거대한 사교장, 무대와 객석, 샹들리에는 화면 안에서도 눈길을 끈다. 공연을 준비하는 무대 뒤의 분주함과 아빠 곰의 동선에 따라 펼쳐지는 각 층과 방마다의 풍경이 쏟아내는 깨알 같은 이야기도 즐겁다. 극장 안을 아무리 찾아도 아기 곰이 보이지 않자, 아빠 곰은 계단 꼭대기로 올라가 아래를 살펴본다. 그러다 그만 무대로 떨어지고 만다. 정적이 흐르고, 모든 시선이 아빠 곰에게 고정된다. 당황한 아빠 곰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노래를 부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로 부드러운 노래를. 과연, 아빠 곰의 노래는 관객의 가슴을 사로잡았을까? 복잡한 그림 속에서 두 마리의 곰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고 아빠 곰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글도 좋다.(박은경)
고양이 제니 린스키와 그 친구들이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초기 작품 다섯 편을 실었다. 제니 린스키는 팅커 선장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조그맣고 까만 고양이다. 제니가 수줍음이 많아 뜰에 모여 노는 고양이 클럽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자, 팅커 선장은 빨간 목도리를 떠준다. 제니는 빨간 목도리를 두르면 용기가 솟는다. 고양이 클럽 친구들과 놀고 싶었던 제니는 겨울이 되어서야 스케이트를 멋지게 타는 묘기를 보이고 고양이 클럽에 들어간다. 제니는 집에서는 작고 수줍음이 많지만 고양이 클럽에서는 용기 있고 멋진 고양이다. 친구들과 파티에서 신나게 춤을 즐기고, 자기의 욕심을 누르고 다른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알며, 질투하는 마음을 물리치고 떠돌이 고양이들을 오빠로 받아들인다. 제니에게 따스한 사랑을 베푸는 팅커 선장과 고양이 클럽 친구들의 모습도 개성 있고 매력적이다. 인물의 행동과 마음이 분명하게 그려지는 간결하고 시적인 문장, 흑백과 강렬한 느낌의 빨강과 노랑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곽현주)
○똥통에 살으리랏다
최영희 외 3인 글 푸른책들 | 2013.11.30 | 144쪽 | 11,000원 | 청소년문학 | 13세
청소년 자신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고민을 네 편의 이야기로 세밀하게 엮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윤재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과 세상의 풍경을 그린 <밀림, 그 끝에 서다>는 ‘지금 여기’ 타인과 이웃을 알아가며 자기 존재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똥통에 살으리랏다>는 시골 고등학교 입학식을 앞둔 현진이와 엄마 아빠의 서울 나들이 이야기를 걸쭉한 입담과 사투리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저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지만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는 가족의 모습이 엿보인다. <전사 미카엘라>의 홍지는 가정형편 때문에 미술을 그만둘 상황에 놓이지만 아트 대회에 작품을 출품한다. 그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여행자>는 미래 도시국가 꼬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젊음을 되살리는 ‘네오떼떼리’를 복용하지 않는 노인 자끄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과 자연 그대로의 바다를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팍팍한 현실에 가로막힌 부조리한 사회와 욕망을 관찰하고 풍자하는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권향란)
열네 살 소년 발랑탱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다. 제1부 사랑 <지옥에서 온 여행자>에서 발랑탱은 친구와 박치기를 한 다음부터 죽은 자를 보는 능력을 갖는다. 그 능력으로 지하철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 여인은 16세기 ‘타고난 요부이자 희대의 살인마’ 루크레치아 보르자다. 루크레치아는 자신의 연인이었던 남자들을 독살한 죄로 영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발랑탱은 루크레치아가 영원한 형벌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옥에서 온 천사와 거래를 한다. 제2부 마법 <릴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에서는 발랑탱의 할머니가 릴리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발랑탱에게 릴리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마법의 반지로 열네 살 소년이 된다. 제3부 주술 <브륌의 마법사>에서는 할머니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 그곳에서 전설의 마법사를 만나 50년 전 행방불명되었던 로즈마리를 21세기로 데려온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긴장감을 갖게 하고 십대들의 사랑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풋풋하게 느껴진다.(배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