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의 제목인'생각에 관한 생각'도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생각, 즉 사고 능력은 평소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대상 가운데 하나이다.
대부분의 생각이 자동적으로 별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러져서 그런 것인데,
이는 시스템1의 특징이다.
또 우리는 '생각하는 나'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내 '생각'을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스스로의 생각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 낯선 나'가 존재한다.
행동 경제학 연구가 반향을 일으키고 이목을 끌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행동경제학의 탄생을 기록한 이 책은 우리에게 지극히 자연스러고 당연하게 주어졌다고 여기는
사고 능력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급기야 그 생각이라는 행위의 과정과 그로 인한 결과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전적으로 믿을 만한 것은 못 된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화들짝 놀랄 만한 반정을 접하게 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어림짐작과 편향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직관적인 판단은 그 입지가 약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연구자가 인간의 직관적인 판단을 폄하한 것은 아니다.
계몽주의에서 시작된 인간 이성에 대한 깊은 신뢰와 경제학적 합리성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편향이 너무 큰 관심을 받으면서 마치 사람의 생각이 편향투성이인 것처럼 받아들어진 면이 있다.
착시 현상이 인간의 시각정보처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처럼
편향이 어림짐작으로 정보처리를 하는 우리의 사고체계에 대한 이해를 도을 것이라는 의도에서 시작한 연구인 것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도 우리의 직관적인 판단이 적은 정보로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고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적응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들이 소개한 어림짐작과 편향은 더 나은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한번쯤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에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지,
기존의 방식으로만 문제를 봐서 놓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내 생각을 지지해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제 이상으로 내 판단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등등,
유학 시저, 하회에서 카너먼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신 판단과 의사결정 심리학 연구의 또 다른 대가로,
어림짐작과 편향 연구에 비판적이었던 해먼드(Kenneth R. Hammond)가 카너먼에게 질문을 던졌다.
수학책에서난 봄 직한 확률 문제로 설명한 편향이 현실에 실재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것이다.
카너먼은 강한 신념을 가지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편향된 판단과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덧붙였다.
2011년 카너먼은 저명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arvard Business Review〉에
경영 의사결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컨설팅 회사 매킨지에서 1,000건 이상의 경영 투자결정을 조사한 결과,
회삭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편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경우 수익이 7퍼센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편향은 실재하며, 어림짐작을 이해하고 편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실질적인 혜택을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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