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보살소문경론 제1권
미륵 세존께 귀명하옵니다.
1.1. 이 경을 말씀하신 까닭
[문]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 이 수다라(修多羅)를 말씀하셨는가?
[답] 버림[捨] 등의 네 구절은 보시와 계율과 수행하는 형상의 이 세 가지 공덕을 나타내 보인 것으로서,
이것은 보살ㆍ외도ㆍ성문ㆍ벽지불에게 공통되는 법이다.
깊은 마음 등의 네 구절, 곧 그 네 가지 법은 오직 보살만이 행한다는 것을 나타내 보인 것으로서,
외도와 성문과 벽지불에게 공통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보시는 베풀어 주는 공덕을 나타내 보이고,
산목숨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는 등은 계율의 공덕을 나타내 보이며,
사랑함과 가엾이 여김 등의 두 구절은 수행의 공덕을 나타내 보인다.
이 뜻은 무엇인가?
외도와 범부에 있어서는 선지식을 여의고 바른 법을 듣지 않으며 잘 생각하지 않고 말씀대로 행하지 않기 때문이며,
있음의 소견[常見] 등에 망령되이 집착하여 업인(業因)을 모으므로 모든 번뇌[結使] 따위가 서로 의지하면서 힘을 지녀 세간의 원인[因]을 더욱 자라게 하기 때문이며,
견고하게 허망한 데에 집착하여 결정코 세간의 원인을 성취하기 때문이며,
진리의 소견을 여의기 때문이며,
다른 이를 이롭게 한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며,
세상의 즐거움을 탐내며 집착하기 때문이다.
저 외도들이 비록 보시 등의 선한 뿌리의 종자가 있다 하더라도, 의심과 뉘우침 때문에 애욕의 물에 의식을 적시고 다섯 가지 쌓임[五取陰]의 땅에 머물러서 무명의 흙에 덮이면서 시절과 화합하여 의식의 싹이 트게 되어 차례로 더욱 자라서 세간의 결과를 이룩한다.
또, 성문ㆍ벽지불승의 사람은 선지식을 가까이 하여 그로부터 이미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고서 나고 죽음의 바다에 있는 사람들을 건너게 하려 하다가,
세간은 허물이며 근심이라고 말함을 듣고 다시 스스로 소견이 적어져서 세간의 괴로움을 싫어하고 열반의 즐거움을 즐기어 세간을 버리려고 하여 벗어나는 도[出道]를 추구하므로,
비록 보시 등의 공덕을 지니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시 보시 등의 공덕을 여의지 않으며, 번뇌를 능히 항복받고 으뜸가고 훌륭한 법을 얻는다.
이런 이치 때문에, 비록 또 보시 등의 선법(善法)을 닦아 모은다 하더라도 네 가지 법이 없으므로 큰 보리를 얻지 못한다.
또, 보살승의 사람은 마침내 여덟 가지 법을 완전히 성취하고 큰일을 이룩하여 무거운 짐을 걸머지고서 참된 선지식을 가까이 하며
깊이 세간의 과실과 우환을 보고 열반의 고요함을 알면서도 중생들을 위하여 짐짓 세간의 고통을 싫어하지 않는다.
처음 보리심을 내어서 그 원인[因]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마음이 성취되고,
자신의 즐거움을 버리고 중생들의 이익을 위하기 때문에 보시 등의 공덕을 수행하여 큰 보리에 회향하며,
방편의 힘에 의하여 아주 적은 보시 등의 공덕이 더욱 자라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에 떨어지지 않으며,
마침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기 때문에 보시 등의 공덕을 깨끗이 할 수 있고 보살의 도에 머무르게 된다.
깊은 마음 등의 네 구절은 보시 등의 네 구절을 껴잡을 수 있고 보살을 위한 것으로 같은 법이 아니며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을 수 있다 함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1.2. 이 경를 말씀하신 이치(1), 바른 인과를 따르기 위함
[문] 다시 어떠한 이치 때문에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는가?
[답] 원인이 없음[無因]과 원인이 뒤바뀜[顚倒因]을 막고 바른 인과를 따르기 위함이다.
그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이 뜻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깊은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이 법계(法界)를 볼 때에 곧 보리심의 장애인 몸에 대한 고집[身見] 등의 온갖 번뇌를 영원히 여의게 됨으로써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를 벗어나서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며,
초지(初地)에서 보리심을 일으킨 그 원인[因]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마음을 증득하였나니, 그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옮기지도 않는다’ 함은 훌륭한 법을 증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보시의 행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또 무슨 뜻인가?
해침이 없는 마음을 일으키는 근본의 업으로써 맨 위의 으뜸가고 훌륭한 행을 껴잡나니,
그러므로 근본의 업을 옮기거나 여의지 않고 보시 등의 행을 수행하며 온갖 곳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이런 이치 때문에 옮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 함은 회향의 방편을 잘 아는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간략하게 네 가지 악마[四魔]를 말함이니, 번뇌의 악마[煩惱魔]ㆍ쌓임의 악마[陰魔]ㆍ죽음의 악마[死魔]와 하늘의 악마[天魔]이다.
오직 번뇌의 악마가 근본이 되며 번뇌의 악마에 의하여 그 밖의 세 가지 악마가 있게 된다.
왜 그러한가?
모든 범부는 번뇌로써 마음을 얽매고 이 번뇌로 얽매어진 마음에 의하여 세간을 즐기고 그곳의 즐거움을 구하면서 보시 등의 법은 하늘의 길에 회향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몸에 대한 고집 등의 온갖 번뇌를 끊고, 또 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不活畏] 등을 멀리 여의어 자신의 즐거움을 버리고
중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사랑함과 가엾이 여김과 보시 등의 행인 선한 뿌리의 공덕을 닦고 모아서 모두 다 살바야지혜(薩婆若智)에 회향하며,
온갖 악마들의 나쁜 길을 멀리 여읜다.
그 때문에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또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함은 크게 사랑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은 언제나 세간의 일체 중생들이 어리석음의 화살에 맞아서 마음에 고통을 받으므로 크게 사랑하는 마음과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에 중생들의 이익은 곧 자기 이익으로 보나니,
그 때문에 크게 사랑함과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생기며, 곧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고 한다.
또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의 모습을 안다’고 함은 방편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법의 제 자체의 모습[自相]은 동일한 모습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또 무슨 뜻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은 세상의 도리를 잘 알고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에 대한 방편을 잘 안다.
이 때문에 있다[有] 없다[無]는 두 가지 치우친 데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보살이 비록 의식(意識)으로 경계의 일을 본다 하더라도 먼저 이미 의식과 경계의 길을 자세히 살폈다.
왜 그러한가?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와 깊은 마음의 힘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있다고 집착하는 치우친 소견에 떨어지지 않는다.
비록 항상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를 버리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언제나 세간의 도리에 대한 일을 잘 안다.
왜 그러한가?
언제나 모든 함이 있는 행[有行爲]을 밝게 봄으로써 세간의 마음과 생각과 말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없다고 집착하는 치우친 소견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 두 가지의 이치를 잘 아는 까닭에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의 모습을 안다고 한다.
또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 함은 반야바라밀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은 반야로써 함이 있는 법을 자세히 살피기 때문이다.
이는 또 무슨 뜻인가?
보살이 모든 함이 있는 행을 자세히 살펴 사람이 없고 중생이 없고 주장이 없고 자재함이 없어서 갈마들며 다 같이 서로가 의지하여 더욱 자라면서 힘을 지녀 본래의 업에 의하여 온갖 업을 지음은,
마치 요술하는 사람이 요술로 사람을 만들어서 가고 오고 뛰고 머뭇거리며 갖가지로 재주를 부려도 고달픔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함은 중생이라는 고집[衆生相]을 여의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함이 있음의 변천하는 모든 법[諸行]은 모두가 진실함이 없어서 오직 갖가지 모든 업의 부림과 행과 다른 힘만이 있어서 서로가 의지하기 때문에 함이 있음의 변천하는 모든 법을 성취한다.
그 때문에 보살은, 함이 있는 법은 진실로 신아(神我)가 없는 줄 알고서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수행하는 것을 따라 모두 비리야바라밀(毘梨耶波羅蜜)을 더욱 자라게 하고 이룩함으로써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살바야(薩婆若)를 구함으로써 원인이 없음과 원인이 뒤바뀜을 멀리 여의고 바른 인과를 따르는 것을 나타내 보이나니, 그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