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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니원경 상권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일어나시어 아위(阿衛) 마을에 가셔서 한 나무 아래 앉아 신통한 도의 눈으로써 위의 여러 하늘이 선신을 시켜 이 땅을 수호하는 것을 보셨다. 현자 아난은 조용히 앉았다가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한쪽에 물러가 섰다.
[성곽을 쌓은 뜻]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이 파련불(巴連弗)의 성곽을 계획하여 조성하였느냐?”
“그것은 마갈타국 대신 우사(雨舍)가 쌓은 것입니다. 그것은 월지국을 막으려는 뜻으로 조성한 것이라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우사의 현명함이여, 그 도모함이여. 내가 도리천의 모든 선신들이 묘한 하늘에서 함께 이 땅을 수호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토지든지 천신의 보호를 받게 되면 반드시 편안하게 되고 또 귀하게 되느니라.
또 이 땅은 하늘 가운데 가까우며, 이 땅을 맡은 신의 이름은 인의(人意)이다. 인의가 수호하는 곳은 그 나라가 오랫동안 더욱 번영하리니 반드시 성현ㆍ인자ㆍ지자ㆍ호걸 등이 많이 날 것이며, 다른 나라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또 무너뜨릴 수 없느니라.
이 성이 오래오래 가다가 무너지려 할 때에는 마땅히 세 가지 일로 말미암을 것이니,
첫째는 큰불이요, 둘째는 큰물이요, 셋째는 성안 사람이 바깥사람과 공모하고 이 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니라.”
이때에 우사 대신이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이곳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왕의 위엄으로 장엄한 수레 5백 승(乘)을 타고 성에서 나와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자 하였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걸어와서 부처님을 뵙고 기뻐하면서 공손한 태도로 조심스럽게 절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우사는 기뻐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말하였다.
“변변치 못하나마 공양을 베풀고자 하오니 여러 제자들과 함께 위신(威神)을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허락하셨다. 대신 우사는 공손히 절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나서 자기 처소에 가서 밤새도록 좋은 음식을 만들고 집을 꾸미며 평상과 자리를 시설하고 일찍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공양이 이미 준비되었으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가사와 발우를 챙겨 가지고 여러 제자들과 함께 그 집에 이르시어 높은 자리에 나가 앉으셨다.
우사는 손수 진지를 돌리며 발우를 받들고 장을 나르며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베푼 복으로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 이 국토와 백성 그리고 모든 천인들이 길이 편안하도록 축원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축원하셨다.
“부처는 그대를 도와 기뻐하노라. 천인(天人)을 위하여 공양하며 백성을 인도하여 부처와 비구승에게 공양하고 정법을 찬양하며 지혜의 말을 받아 가지며 경과 계율을 받들어 행하라. 모두 이것을 축원하노라.
공경할 데 공경할 줄 알고, 섬길 데는 섬길 줄을 알며, 널리 베풀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으면, 너는 언제나 복덕과 이익을 얻으며 바른 도를 보게 되리라.”
우사 대신은 크게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 세상에 비록 관직의 얽매임이 있으나 이 복으로 인하여 뒤에는 반드시 해탈하게 되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나 참답게 계를 지닌 이에게 공양하면 사문(沙門)이 축원해 주리니 끝내 헛되지 않으리라.
또 마땅히 알아라. 만일 벼슬하고자 하거나 또는 직위(職位)에 있고자 하는 이는 탐심(貪心)을 내지 말며, 사치스런 생각ㆍ교만한 마음ㆍ포악한 마음ㆍ쾌락한 마음을 지니지 말 것이니라. 이 다섯 가지의 마음을 버리면 뒤에 허물과 뉘우침이 없으며 죽어서도 하늘에 태어나고 악도에 떨어지는 죄를 면하리라.”
[구담문과 구담나루]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어 동쪽 성문으로 나가셨다.
우사는 따라나와 전송하면서 말하였다.
“이 문 이름을 구담문(瞿曇門)이라고 하겠습니다.”
[뗏목과 배]
부처님께서 나루를 건너시니 또 따라와서 이것도 구담 나루[瞿曇津]라고 이름하였다.
이때에 마침 사람들이 배를 타고 건넜는데 작은 배를 탄 이도 있었으며, 혹은 대나무로 엮은 뗏목을 탔고, 혹은 뗏목을 타는 등 건너는 이가 매우 많았다.
부처님께서는 앉아서 선정에 드시고 생각하셨다.
‘지나간 옛적에 아직 부처가 되지 않았을 때에 이곳에 올 때마다 뗏목과 배를 탄 것을 다 헤아릴 수 없노라.
이제는 해탈을 하였으니 이것을 타지 않으리라. 또 나의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이것을 여의게 하리라.’
그리고는 선정에서 깨어나 게송을 읊으셨다.
바다의 길잡이 부처 사공은
법의 다리로 나루를 건넜네.
대승도(大乘道)의 모든 경전으로
온갖 하늘과 사람 건네 주니라.
스스로 해탈을 얻어 가지고
언덕 건너서 신선 되니
모든 제자들의 얽매임 풀어
깨달음의 경지[泥洹]에 이르게 하리.
[계정혜, 세속을 벗어남]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함께 구리읍(拘利邑)으로 가자고 말씀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그대로 하여 그곳에 이르러 나무 아래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 듣거라. 마땅히 깨끗한 계를 지니고 정을 생각하고 지혜의 행을 알아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실행하면 선(禪)의 이름이 널리 퍼지고, 또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허물을 여의게 되리라.
이런 것을 일러서 바로 세속을 벗어났다[正度欲疾]고 하느니라.
이것을 힘써 스스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 생이 다하도록 힘쓰고, 청정행(淸淨行)에 들어가서 마땅히 할 것을 힘쓰며, 착한 성품을 가지고 일심(一心)으로 알며, 세상과 다투지 말라.
이미 세상일을 알았거든 마땅히 스스로 몸을 걱정하고 고요히 머무르며 안으로 생각하라.
마음이 곧 밝아져 세 가지 허물이 이미 없어지고 문득 도를 얻으며 마음이 다시 분주히 일어나지 않고 또 집착하는 것이 없으리라.
비유하면 마치 국왕이 만 백성의 주인이 되는 것처럼 비구도 만 가지가 모두 마음이 주인이 되는 줄 스스로 생각하여라.”
[청신사가 죽어 태어나는 곳]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희예읍(喜豫邑)에 가셔서 강가의 건기(揵祇) 나무 아래에 머무르셨다.
모든 제자가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나서 깨끗이 씻고 돌아와 부처님께 절을 하고 아뢰었다.
“이 나라에 전염병이 돌고 있어서 죽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아침에 같이 들었습니다. 청신사(淸信士) 중에서 현담(玄黮)ㆍ시선(時仙)ㆍ초동(初動)ㆍ혹진(或震)ㆍ숙량(叔良)ㆍ쾌현(快賢)ㆍ백종(伯宗)ㆍ겸독(兼篤)ㆍ덕칭(德稱)ㆍ정고(淨高) 등 열 사람이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몸을 잃고 어느 곳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열 사람은 이미 자연히 혼신(魂神)이 끊어져 18천상(天上)에 태어나서 돌아오지 않는 자리[不還地]에 이르렀으니, 다시 이 세간법(世間法)을 받아 아래 세상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또 이 나라에 죽은 이가 그뿐이 아니니라.
내가 천안(天眼)으로 보니 5백 청신사가 모두 난제(難提) 등과 같이 세 가지 번뇌[垢]를 여의고 5도(道)에 나고 죽음을 끊고 다 돌아오지 않는 자리에 나서 거기서 열반[泥洹]을 얻으리라.
또 3백 청신사가 있어서 이미 세 가지 번뇌[三結]를 끊어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없고 자주 오는 자리[頻來地]에 올라갔으므로 뒤에 와서 인간에 태어나서 마땅히 고(苦)의 끝까지를 보게 되리라.
다시 5백 청신녀(淸信女)가 있어서 모두 네 가지 기쁨을 얻고 세 가지 번뇌[結]가 다하여 예류[溝港]를 얻어 3악도를 여의고 천상과 인간에 태어났으니 일곱 세상을 지나지 않고도 마땅히 응진(應眞)을 얻으리라.”
[12연기법]
이에 부처님께서는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저들의 죽음을 말하는 것은 나를 어지럽히게 하는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부처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이것을 받지 않으니, 또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미묘(微妙)하기도 하구나. 나고 죽음은 때가 있느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출현하시니 비록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하나 불법(佛法)의 정(情)이 아니니라.
어찌 여래법(如來法)의 정이 이미 끊어졌겠는가?
깨닫지 않은 것이 없으며 벌써 이 생을 마쳤다는 것을 지금 분명히 말하노라.
이른바 묘(妙)하다는 것은 이것이 있으므로 이것을 얻고, 이것이 없으므로 이것을 얻지 못하며 이것이 일어나므로 이것이 나게 되니, 이것이 멸한다는 것은 곧 모두 멸한다는 것이니라.
왜 그런가?
욕구(欲求)가 있으므로 불명(不明:무명)이 되고, 불명으로 인하여 행(行)이 있으며, 지어감으로 인하여 식(識)이 있고, 식으로 인하여 명색(名色)이 있으며, 명색으로 인하여 6입(入)이 있고, 6입으로 인하여 즐거움[更樂]이 있으며, 즐거움으로 인하여 고통[痛]이 있고, 고통으로 인하여 애욕[愛]이 있으며, 애욕으로 인하여 수(受)가 있고, 수로 인하여 유(有)가 있으며, 유로 인하여 생(生)이 있고, 태어남으로 인하여 늙고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 따위가 있느니라.
이것이 괴로움의 습성이 구족하게 되므로 나고 죽음의 근본이 있게 되니 도는 것이 마치 수레바퀴와 같아서 쉬지 않고 행하느니라.
어리석음과 무명 때문에 나고 죽음이 있으니 가령 무명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고, 욕심이 없어지면 지어감이 없어지고, 지어감이 없어지면 의식이 없어지며, 의식이 없어지면 명색이 없어지고, 이름과 물질이 없어지면 여섯 감관이 없어지고, 여섯 감관이 없어지면 즐거움이 없어지고, 즐거움이 없어지면 고통이 없어지고, 고통이 없어지면 애욕이 없어지고, 애욕이 없어지면 느낌이 없어지고, 느낌이 없어지면 존재가 없어지고, 존재가 없어지면 태어남이 없어지고, 태어남이 없어지면 늙고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 따위의 온갖 괴로운 성품과 습(習)이 다 없어지느니라.
그러므로 먼저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였으니, 어리석은 이에게는 나고 죽음이 있지만 지혜 있는 이는 도를 지니어 다시 나고 죽지 않느니라. 마땅히 이것을 생각하여 마음을 조복 받아 다시는 나고 죽는 일을 반복하지 말아라.
[도를 가까이하는 네 가지 기쁨]
또 도를 가까이하고자 하면 마땅히 네 가지 기쁨이 있으니, 잘 명심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부처님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법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스님들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계율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니라.
이 네 가지 기쁨을 생각하여 반드시 구족하게 하면,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세간을 뛰어나 해탈의 몸을 구하고자 하면, 지옥ㆍ축생ㆍ귀신의 길을 끊어 버리고 예류[溝港]에 이르러 악도[惡地]에 떨어지지 말 것이니라. 비록 천상ㆍ인간에 오고 갈지라도 일곱 생(生)을 지나지 않아서 스스로 괴로움이 없는 자리를 얻게 되리라.”
[건제(健制), 4정근]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유야리국(維耶離國)으로 가실 것을 말씀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말씀대로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구리성(拘利城)을 좋아하시어 성안을 지나가시어 성 밖에 있는 음녀(婬女) 내씨의 동산[奈氏園]에 머무르셨다.
내녀(奈女)는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를 데리고 월지국에서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수레와 옷을 곱게 단장하고 5백 여자 제자와 함께 성을 나와 내녀의 동산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고 예배하려고 했다.
부처님께서 멀리 내녀와 5백 제자가 오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분부하셨다.
“저 내씨의 5백 여인을 보거든 다들 머리를 숙이고 안으로 관하여 스스로 너희들 마음을 단정히 하여라.
저 아름답게 꾸민 옷이 마치 그림의 병(甁)과 같으니라.
겉은 비록 채색이 찬란하지만 속에는 오줌과 똥으로 가득 차 있느니라.
마땅히 좋은 여인은 다 그림의 병(甁)의 무리인 줄을 알아라. 도를 닦는 이는 마땅히 저들에게 미혹되지 말지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건제(健制)를 하고 뜻을 생각하여 분별하여라. 이 내녀가 오더라도 또한 나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니라.
무엇을 건제(健制)라고 하는가?
이미 일어난 나쁜 법[惡法]을 끊어 버리되, 부지런히 정진하고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는 것이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나쁜 법은 일어나지 못하게 하되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좋은 법[善法]은 뜻으로 능히 발생하게 하되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며,
이미 일어난 좋은 법은 정신 차려 잊지 말고 더 자라나게 하되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는 것이니라.
이러므로 해야 될 것은 차라리 힘줄과 뼈가 무너지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을 따라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것을 건제(健制)라고 하느니라.
[뜻을 생각하는 것, 4념처]
또 어떤 것을 뜻을 생각한다[志惟] 하는가?
안으로 몸을 따라서 몸을 관하며, 밖으로 몸을 따라서 몸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는 것이니라[斷不使意].
안으로 느낌[痛]을 따라서 느낌을 관하고, 밖으로 느낌을 따라서 느낌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느니라.
안으로 마음[意]을 따라서 마음을 관하고, 밖으로 마음을 따라서 마음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느니라.
안으로 법을 따라서 법을 관하고, 밖으로 법을 따라서 법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느니라. 이것을 뜻을 생각한다[志惟]고 하느니라.
또 어떤 것을 분별(分別)이라 하는가?
시행할 것과 시행하지 않을 것을 분별하여 바른 것을 따라 행하나니 이것을 분별한다고 하느니라.
능히 건제하고 뜻을 생각하고 분별하면 이에 힘있는 것이 되나니, 장사가 힘이 세다고 해서 씩씩한 것[健]이 아니니라. 악을 버리고 선에 나아가는 것이라야 최고의 씩씩함이라고 하느니라.
내가 부처 되기 위하여 잡된 마음과 싸워 온 것이 시간으로 따지면 그 겁(劫)이 수 없으니 삿된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지금 부처가 되었으며, 또한 가히 쉴 수 있게 되었느니라.
너희들 마음이 오랫동안 부정한 가운데 있었으니 스스로 뛰어나와 뭇 괴로움을 면할지니라. 저 여인이 오는 것을 볼지라도 마땅히 내가 가르친 것과 같이 할 것이니라.”
이때에 내녀가 와서 머리를 조아려 공손히 절하고 나서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사음]
“지금 너희들 모든 여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녀가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어 법교(法敎)를 얻어 듣고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었으니, 낮이나 밤이나 스스로 경계하여 감히 잘못된 마음을 지니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내녀에게 말씀하셨다.
“사음(邪婬)을 좋아하는 이는 다섯 가지의 스스로 방해하는 것이 있으니,
첫째는 나쁜 소문이 널리 퍼지는 것이며,
둘째는 왕법에 미워함을 받는 것이며,
셋째는 두려움을 품고 의심이 많은 것이고,
넷째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며,
다섯째는 지옥의 죄가 다하면 축생의 몸을 받는 것이니라. 이러한 것은 모두 욕심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파멸시키느니라.
사음을 하지 않는 이에게는 다섯 가지의 복이 늘어나리니,
첫째는 사람의 칭찬을 많이 받는 것이고,
둘째는 관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몸이 안온한 것이며,
넷째는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고,
다섯째는 깨끗한 열반의 길에 서게 되는 것이니라.
이러하므로 마땅히 스스로 걱정하고 싫어할 것이니라.
여인에게 병이 생긴 것은 월기(月期)의 부정함과 구속되고 매 맞으며 자유스럽지 못한 것이니라. 경전과 계행을 받아 행하여 부처님의 깨끗한 도와 같이 할지니라.”
부처님께서 내녀를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내녀가 기뻐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공양을 베풀고자 하오니 부처님과 성중(聖衆)들이 함께 위신(威神)을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니 그들은 곧 예배하고 물러갔다.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
내녀가 물러간 지 오래지 않아 유야리성의 호성(豪姓) 이차족(離車族)은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들과 함께 오셨다는 말을 들었다.
성에서 7리쯤 떨어진 거리에서 곧 왕의 위엄이 있는 네 가지 빛나는 수레를 타고 나와 부처님을 뵙고자 하였다.
모든 이차족 가운데는 푸른 말과 푸른 수레를 타고 푸른 옷을 입고, 푸른 일산과 푸른 당기[幢]와 푸른 번기[幡]를 든 관속이 모두 푸른 빛깔을 하고 있었고,
또 누런 말과 누런 수레를 타고 누런 옷을 입고, 누런 일산과 누런 당기와 누런 번기를 든 관속이 모두 누런 빛깔을 하고 있었고,
또 붉은 말과 붉은 수레를 타고, 옷과 일산과 당기와 번기를 든 관속이 모두 붉은 빛깔을 하고 있었고,
흰 말과 흰 수레를 타고 옷과 일산과 당기와 번기를 든 관속이 모두 흰 빛깔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수레와 말과 사람 수십만 군중이 길을 메워 오는 것을 보시고 곧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도리천상의 제석천왕이 동산 가운데 행차할 적에 시종들을 데리고 출입하는 것이 이것과 다름없는 것을 보았느냐?”
모든 이차족들이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모두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내녀 동산에 들어와 예배를 마치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이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어 바르게 교화하셨다.
병염(幷饜)이라는 어떤 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의복을 정돈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늘 듣자오니 부처님의 공덕은 매우 높고 커서 하늘 위에나 하늘 아래에서 기울여 움직이지 않음이 없다 하옵기에 언제나 있는 곳에서 밤낮으로 우러러 공경하고 깨끗한 교화에 감복하여 감히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병염에게 말씀하셨다.
“천하의 슬기로운 이라야 부처를 공경할 줄 아느니라.
대개 부처를 공경하는 이는 스스로 복을 얻으며 죽어서는 하늘에 태어나고 악도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이 말을 들은 병염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법왕을 뵙고자 찾아왔더니
그 마음 올바르고 도력(道力)이 안정돼
참으로 거룩한 분 부처라 하네.
그 이름 드러남이 설산(雪山)과 같고
꽃처럼 깨끗하여 의심 없나니
기쁘기 향냄새에 가까이한 듯
단정한 몸만 봐도 싫증이 없고
광채는 신령스런 빛이 밝은 듯
부처님 지혜만이 높고 묘하니
밝고도 찬란하여 한 티끌 없어
원컨대 청신사의 계를 받들어
스스로 삼존께 귀의하고저.
이때 자리에 있던 5백 호성(豪姓)들이 각기 윗옷을 벗어서 병염에게 맡겼다. 병염은 이 옷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모든 존자들이 훌륭한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다 같이 5백의 윗옷을 부처님께 바치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 다섯 가지]
부처님께서는 이를 받으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佛世尊)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매 다섯 가지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여래께서 출현하시어 세상을 교화하시니, 제석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ㆍ용ㆍ신ㆍ제왕 등이 자연의 지혜로써 현세에 도를 증득하며 참된 도를 열어 말하되, 처음 말도 좋고 중간 말도 좋고 마지막 말도 또한 좋으며 지극히 중요한 뜻이 갖추어져서 청정하고 투철하여 온갖 것을 펴내느니라.
이것이 첫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부처님께서 천하에 경을 설하시매 듣는 이들이 모두 즐거워하여 믿어 배우고 읽어 외우며 몸ㆍ입ㆍ뜻을 단정히 하여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 데 들어가나니,
이것이 둘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세상 사람들이 부처님의 경(經)과 도(道)를 들으면 마음이 열리어 깊이 고요한 생각에 들어가서 다 밝은 지혜를 얻나니,
이것이 셋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또 세상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으면 다 사랑하고 공경하여 3악도(惡道)를 벗어나고 천상ㆍ인간에 태어나서 큰 이익을 얻나니,
이것이 넷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세상 사람들이 불도의 깊고 묘한 말을 들으면 나고 죽는 인연의 근본을 알고 정욕을 끊고 다 생사를 벗어나는 길을 알아서 첫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응진도(應眞道)를 얻고, 두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불환도(不還道)를 얻고, 세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빈래도(頻來道)를 얻고, 네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구항도(溝港道:預流道)를 얻느니라.
이것이 다섯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대개 사람들이 부처에게 귀의하려는 마음이 있어서 조그마한 착한 일을 베푸는 이라도 다 큰 복을 얻어 헛되지 않느니라. 이러므로 병염은 힘써서 이 덕을 배울지니라.”
[보시]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모든 이차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합장하고 이렇게 여쭈었다.
“본래 부처님을 모셔다 공양하려 한 것이온데 내녀가 저희들보다 먼저 청하였사오니 바라옵건대 다음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저희들은 다른 일이 많아 돌아가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허락하셨다.
“마땅히 때를 알아서 하여라.”
이때에 이차족들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세 바퀴 돌고는 떠나갔다.
한편 내녀는 밤새도록 훌륭한 공양거리를 마련하고 집안을 깨끗이 치장하고 좌상을 차려 놓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공양이 벌써 준비되었으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그 집에 가시어 높은 자리에 나아가 대중 앞에 앉으셨다.
내녀가 몸소 헤아리고 발우를 받들어 반찬을 담고 맑은 물을 돌리고 작은 좌상을 갖다가 놓고 부처님 앞에 앉아서 법을 배우고자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나의 대(代)에 보시를 좋아하는 이는 뒤에 원수의 두려움이 없고 명예를 많이 얻어 훌륭한 이름이 날로 퍼지며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할 것이며, 또 사람 됨됨이가 인색하지 않고 어질고 사랑스럽고 지혜로우리라.
이와 같이 허물없이 안온하며 천상에 태어나서 모든 하늘과 서로 즐거워하리라.”
부처님께서 내녀를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모두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과 함께 죽방읍(竹芳邑)으로 가셔서 성의 북쪽 숲 아래에 머무르셨다. 마침 이 해에 죽방읍에는 흉년이 들어 곡식이 매우 귀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곳은 흉년이라서 걸식해도 얻기 어려울 것이니 너희들이 마땅히 나뉘어 제각기 따로 유야리나 월지국의 여러 부락에 가면 굶주리지 않으리라.”
그들이 분부를 받고 떠나려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마땅히 스스로 검소하여 좋은 것을 얻더라도 기뻐하지 말고 나쁜 것을 얻더라도 괴로워하지 말라.
먹는 것이란 몸을 부지하기 위한 것이니 탐내어 좋은 것을 구하지 말라.
다만 가만히 앉아 놀고 맛만 탐내어 좋은 것을 구하기 때문에 나고 죽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니라. 오로지 몸을 절제할 줄 알아서 스스로 검소할 줄 아는 이는 선정의 뜻을 얻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모두 기뻐하여 예배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