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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연의 이름]
그러면 무엇으로 12인연의 이름을 삼았을까?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두 가지 의미로 말씀하셨다.
따라서 첫째는 인(因)에 따라, 둘째는 연(緣)에 따라 12인연이 생겨나는 것을 설명하겠다.
그리고 다시 두 가지 의미에서 각각을 살펴보겠으니,
첫째는 외(外)이고 둘째는 내(內)이다.
[외인연]
[인의 뜻을 따른]
먼저 인의 뜻을 따르는 외인연(外因緣)이란 무엇일까?
일체의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종지(種智)로써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곧 씨앗으로부터 싹이 생겨나고, 싹으로부터 잎이 생겨나고, 잎으로부터 마디가 생겨나고, 마디로부터 대가 생겨나고, 대로부터 줄기가 생겨나고, 줄기로부터 가지가 생겨나고, 가지로부터 꽃받침이 생겨나고, 꽃받침으로부터 꽃이 생겨나고, 꽃으로부터 씨앗이 생겨난다.
만약 씨앗이 없으면 싹도 생겨나지 않고 마찬가지로 꽃이 없으면 씨앗도 생겨나지 않으며,
씨앗이 있기 때문에 싹이 생길 수 있고 마찬가지로 꽃이 있기 때문에 씨앗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씨앗은 “나는 싹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싹도 또한 “나는 스스로 생겨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일체법은 이치 그대로 안주한다. 이러한 뜻으로써 인의 뜻을 따르는 외인연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살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곧 인의 의미를 살펴본 것이다.
[연의 뜻에 따른]
연의 의미를 살펴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땅의 성품[地性]ㆍ물의 성품[水性]ㆍ불의 성품[火性]ㆍ바람의 성품[風性]ㆍ허공의 성품[空性] 그대로 살펴보는 것이다.
땅의 성품은 능히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물의 성품은 능히 씨앗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불의 성품은 능히 씨앗을 숙성시킬 수 있다.
바람의 성품은 능히 씨앗을 기를 수 있다.
허공의 성품은 능히 씨앗에 걸림이 없도록 할 수 있다.
만약에 이러한 연을 여읜다면 씨앗은 자라나지 못한다.
땅의 성품이 능히 종자를 받아들이고
물의 성품이 종자를 윤택하게 하며,
바람의 성품이 종자를 기르고
허공의 성품이 종자에 걸림이 없도록 하며,
시절에 의지하기 때문에 종자가 자라나고, 종자가 자라나기 때문에 싹이 생겨나지만,
그 땅의 성품은 또한 “나는 능히 종자를 받아들인다”고 말하지 않고,
물의 성품도 또한 “내가 능히 종자를 윤택하게 한다”고 말하지 않으며,
불의 성품도 또한 “내가 능히 종자를 숙성시킨다”고 말하지 않으며,
허공의 성품도 또한 “내가 능히 종자를 위해 걸림이 없도록 한다”고 하지 않으며,
종자 역시도 “나는 이러한 연에 기대어 능히 자라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연을 벗어나면 종자는 싹을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싹이라는 것은 역시 저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남과 함께 만든 것도 아니고, 자재천(自在天)이 만든 것도 아니고, 또한 원인 없이 저절로 생겨난 것도 아니다.
이 모두가 땅과 물과 불과 바람과 허공, 그리고 종자와 시절 등을 따르기 때문에 싹이 생겨난다.
이 외인연은 반드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대로이지 않고[非常],
단절되지 않고[非斷],
이어 가지 않으며[非傳度],
연에 의지하기 때문에 과실은 불어나고[藉緣故果實增廣],
서로 닮은 모습으로 자라난다[從相似生].
‘그대로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 종자가 멸하기 때문에 그대로이지 않다고 한다.
종자가 멸하는 때가 곧 싹이 트는 때여서 둘 사이에 아무런 장애가 없으니, 마치 숙였다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때문에 단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씨앗과 싹은 서로 닮지 않았기 때문에 ‘이어 가지 않는다’고 한다.
뿌린 씨앗은 적지만 거두어들이는 열매는 아주 많은 까닭에 연에 의지하여 과실이 불어난다고 한다.
뿌려진 종자 그대로 서로 닮은 모양의 과실이 생겨나니 이것을 서로 닮은 모습으로 생겨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마치 꽃에서 씨앗이 생겨나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이와 같이 모든 법은 반드시 이치에 따라 안주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외인연을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