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태자서응본기경 상권
[탄생]
기약된 운명이 다가와 장차 인간 세계에 내려가 부처가 되어야 할 처지였으므로 천축(天竺)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에 몸을 의탁하여 태어나니,
부왕의 이름은 백정(白淨)으로 총명하고 슬기로웠고 인자하고 현명하였으며, 그 부인은 묘(妙:摩耶)로서 절개 있고 의로우며 온화하고 어질었다.
가유라위는 삼천 일월(日月)과 1만 2천 천지의 중앙이었다. 부처님의 위엄과 신명이 지극히 높고도 중하시어 변두리 지역에 태어날 수는 없었다. 변두리 땅은 기울어지고 사특하기 때문에 그 중앙에 계시면서 시방을 두루 교화하여야 하므로 지나간 세계에 모든 부처님께서 태어날 때에도 모두 여기에 출현하셨느니라.
보살이 처음 태(胎) 안에 내려올 적에 화현하여 흰 코끼리를 타고 해의 정기를 이고 어머니가 낮잠을 자는 틈을 타 꿈속에 나타나 보였는데, 어머니의 오른쪽 갈비뼈를 통해 들어갔다.
부인이 꿈에서 깨어나 스스로 몸이 무거움을 느끼자 왕이 곧 큰 점쟁이를 불러다가 그 꿈을 점쳐보게 하였다.
점괘에서 말하였다.
‘도덕(道德)이 돌아갈 바인지라 대대로 그 복을 입을 것이니, 틀림없이 성자(聖子)를 잉태하였습니다.’
보살이 태 안에 계실 적에도 청정하여 냄새나고 더러움이 없으셨다.
이에 뭇 신하들과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이 대왕의 부인이 잉태했다는 말을 듣고 모두 몰려와서 하례를 하였다.
보살이 태중(胎中)에서 외부 사람이 절하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얇은 비단을 통해서 보는 것과 같아 가만히 손으로 그들을 물리쳤다. 그들을 물리친 뜻은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부인이 회임(懷妊)한 때로부터 하늘에서 음식을 바쳤는데 때가 되면 저절로 꼭 음식이 이르곤 하였으니, 부인은 그것을 받아먹으면서도 그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지 못했다. 이런 일이 있고부터는 왕궁의 주방에서 만드는 음식은 쓰고 맵다 하면서 다시는 먹지 않았다.
4월 8일 밤 명성(明星)이 나올 때에 이르러 변화로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태어나 땅에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오른손을 들고 머물러 선 채 말하였다.
‘천상천하에 오직 나만이 가장 높은 존재이다. 삼계(三界)가 다 괴로움인데 그 무엇이 즐겁겠는가?’
이때에 천지가 크게 진동하고 궁중이 다 밝아지더니 범석(梵釋)의 천신(天神)이 공중에서 모두 내려와 모시고, 사천왕(四天王)이 영접하여 금으로 된 책상 위에 안치하고는 하늘 향을 끓인 물로 태자의 몸을 씻으니, 몸은 황금색이었으며 32상(相)을 갖추었고 광명이 투명하게 비추었다.
위로는 28천(天)에 이르고 아래로는 18지옥에 이르기까지 부처님 경계의 끝간 데까지 크게 밝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서를두 가지 상서로운 상응]
이 날 밤에 하늘에서 상서로운 감응이 내렸는데 서른두 가지나 되었다.
첫째 대지가 크게 진동하여 언덕과 구릉이 다 평평해졌고,
둘째 길거리가 저절로 깨끗해져서 냄새나는 곳도 다시 향기로워졌으며,
셋째 나라 경계 안에 말라죽었던 나무에서 모두 꽃과 잎이 피어났고,
넷째 공원에는 저절로 기이하고 단 과실이 났으며,
다섯째 육지에 연꽃이 피었는데 그 크기가 수레바퀴와 같았고,
여섯째 땅 속에 묻히고 감추어졌던 것이 모두 저절로 튀어나왔으며,
일곱째 창고에 감추어졌던 보물이 정밀한 광명을 나타내었고,
여덟째 상자 속의 의복이 옷걸이에 걸렸으며,
아홉째 많은 시내와 만 갈래의 흐름이 고요하게 멈춘 채 맑고 맑았고,
열째 바람이 멈추고 구름이 걷혀 공중이 청명(淸明)해졌다.
열한째 하늘이 사방에 가랑비를 내려 윤택하고 향기롭게 하였고,
열두째 밝은 달 같은 신비한 구슬이 전당(殿堂)에 달려 있었으며,
열셋째 궁중에 화촉(火燭)을 다시는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열넷째 해와 달이며 별들이 모두 멈추어 운행하지 않았으며,
열다섯째 불성(沸星)이 내려와 나타나서 태자의 탄생을 모셨고,
열여섯째 제석과 범천들이 보배 일산으로 궁전 위를 가득 덮었으며,
열일곱째 팔방의 신(神)들이 보배를 가지고 와서 바쳤고,
열여덟째 하늘의 온갖 맛있는 음식이 저절로 앞에 있었으며,
열아홉째 만 개의 보배 항아리마다 감로(甘露)가 가득 담겨져 있었고,
스무째 천신(天神)이 7보(寶)로 장식된 교로거(交露車:구슬을 뒤섞어 장식하여 마치 이슬이 맺힌 듯한 수레)를 이끌고 나타났다.
스물한째 5백 마리의 흰 코끼리 새끼가 저절로 궁전 앞에 벌려 머물러 있었고,
스물두째 5백 마리의 흰 사자 새끼가 설산(雪山)에서부터 나와서 성문에 줄을 서서 머물러 있었으며,
스물셋째 하늘의 여러 채녀(婇女)들이 기녀(妓女)의 어깨 위에 나타났고,
스물넷째 여러 용왕의 딸들이 궁전을 둘러싸고 머물러 있었으며,
스물다섯째 여러 하늘의 숱한 옥녀(玉女)들이 공작 꼬리로 만든 불자(拂子)를 가지고 궁전 담장 위에 나타나 있었고,
스물여섯째 하늘의 여러 채녀들이 금병(金甁)에 향수를 가득 담아 가지고 공중에 벌려 서서 모시고 있었으며,
스물일곱째 하늘 음악이 모두 내려와 동시에 함께 울려 퍼졌고,
스물여덟째 지옥이 다 쉬어서 모진 고통이 행해지지 않았으며,
스물아홉째 독충이 숨고 길조(吉鳥)가 날며 울었고,
서른째 고기잡고 사냥하는 것과 원망과 악이 한꺼번에 자비한 마음이 되었다.
서른한째 국경 안에 아이 밴 부인들이 아이를 낳으면 모두 사내아이였고, 귀머거리ㆍ봉사ㆍ벙어리ㆍ고질병ㆍ쇠잔함 등의 온갖 질병이 모두 다 나왔고,
서른두째 나무의 신[樹神]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머리를 숙여 예배하고 모셨다.
이 때를 당하여 도량의 좌우가 다 아름답고 기이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므로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에 찬탄하여 마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