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살차니건자소설경 제1권
2. 문의품(問疑品)
그때에 성자(聖者)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은 한량없는 대중이 구름같이 모여든 것을 보고, 또한 불ㆍ세존께서 매우 뛰어나고 묘하며 희유한 상(相)을 나타내심을 보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먼저 이 같은 상을 시현하시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니 마땅히 지금 여쭈어 보아야 하리라.
그것은 왜냐하면, 여래ㆍ세존께서 백천만 가지 복덕으로 장엄된 사자묘좌에 앉으시니, 그 위광이 뛰어나시고도 특이하게 빛을 내고 드러나며, 이렇듯 한량없는 대중이 모여드는 일은 가히 만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문수보살의 찬탄]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걷어 올리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는 부처님을 향해 합장한 채 게송으로 여래를 찬탄하였다.
세존께서는 10력(力)의 영웅이시니
하늘과 인간의 모든 세간이나
삼계(三界)에 동등한 이 없거늘
초월할 이 어디 있으리.
비유컨대 마치 수미왕(須彌王)이
큰 바다와 작은 산을 뛰어넘어
깊고 견고하여 기울지 않으면
모든 하늘은 평온을 얻듯이
여래라는 수미왕은
성스런 생사의 바다를 초월해
공덕으로 머물고 안주하시니
가히 움직일 이 없네.
공덕의 수미신(須彌身)은
뚜렷이 세간을 뛰어넘으니
일체는 여래에 의지하여
평온히 열반에 머무르네.
마치 허공에 막힘이 없어
보름달이 홀로 밝게 빛나면
일체의 별들이 내는 빛은
숨어 드러나지 못함과 같네.
여래께서는 10력이 청정하시어
지혜의 달빛 명랑하니
신통 있는 제자의 무리
마치 별들의 반짝임 같네.
비유컨대 밝은 태양이
모든 세간 비추어
온갖 어두움 소멸하면
작은 광명 드러나지 못하듯
여래라는 지혜의 태양은
세간의 암흑 비추어 제거하니
모든 범왕들의 광채는
숨어 드러나지 못하네.
비유컨대 밤중에 불을 붙여서
높은 산머리에 놓아두면
자체가 밝고 청정하기에
시방의 어두움 모두 보듯이.
여래의 크고 밝은 불
지혜의 산 위에 높이 드러나
번뇌의 암흑세계 비추니
법성이 열리어 드러나네.
비유컨대 마치 사자 왕은
용맹해 모든 짐승 누르나
성난 모습 꾸미지 않아도
온갖 짐승 항복함과 같이
여래 사자 왕께서는
무외(無畏)와 힘 구족하시니
그 자비로운 마음에
외도들 저절로 항복한다네.
비유컨대 마치 마니 구슬이
빛을 놓아 세간 비추면
중생들 소원 따라
온갖 비로 그득히 채우듯이
여래의 마니 구슬이
지혜의 당기에서 멀리 비치면
능히 큰 법비[法雨]를 내리어
중생들의 소원을 그득히 채워 주네.
비유컨대 마치 전륜왕은
7보의 복이 구족되어
4천하 어디를 가나
원수가 친한 맘을 내듯이
여래라는 전륜왕께서는
10력의 보배를 구족하시고
네 마군의 무리를 포섭하시니
모두 여래의 길에 귀의한다네.
비유컨대 제석왕(帝釋王)은
삼십삼천의 주인이어서
바른 선법당(善法堂)을 펴면
모든 하늘이 기꺼이 받듯이
여래라는 하늘의 제석(帝釋)은
삼계의 큰 법왕이시기에
자심(慈心)으로 모든 세상 보시려
열반의 법당에 앉으시네.
대자비의 구름을 일으키고
감로법(甘露法)의 비를 내리시니
하늘과 인간이 기꺼이 받아
위없는 도를 닦고 행하네.
[문수보살이 부처님께 법문을 청하다]
그때에 성자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는 합장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대중들을 위하여 『보살행방편경계분신법문(菩薩行方便境界舊迅法門)』을 설해 주옵소서.
이 경을 들음으로써 위없는 대승을 믿고 즐기는 선근 중생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낼 것입니다.
그리고 소승을 믿는 좁고 못난 중생도 또한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낼 것이며,
이미 위없는 큰마음을 낸 중생은 능히 보리의 마음을 자라게 할 것이며,
모든 좁고 못난 행을 하는 미숙한 견해[小見]의 중생들은 능히 큰 행을 일으킬 것이며,
도에서 물러난 중생은 능히 큰 보리의 도로 나아갈 것이며,
그로써 보리의 뛰어난 도를 취한 중생은 능히 여래의 지혜로 장엄된 깊고 비밀한 법 가운데로 들어갈 것입니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모든 불(佛)ㆍ여래(如來)ㆍ응공[應]ㆍ정변지(正徧知)에게 있는 믿기 어렵고 알기 어렵고 깨닫기 어렵고 인식하기 어렵고 헤아리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려운 깊고도 비밀한 법이 있으니, 그 법에 대해 여래께서는 어떠한 뜻에서 설하시는지 일체의 천인은 알지 못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이와 같이 심히 깊고 미묘한 법이니,
만약에 어떤 중생이 삿된 행을 행하는 자라면 그는 이 법을 알지 못하고 이 법을 분별하지도 못하리라.
모든 파계한 자는 이 법을 알지 못하고, 이 법을 인식하지도 못하리라.
소승의 행을 즐기는 자는 이 법을 믿지 못하며,
파괴하는 마음을 가진 자도 이 법을 믿지 못하리라.
삿된 지식에 포섭된 자는 이 법에 들지 못하며,
모든 선지식(善知識)에게 포섭되지 못한 자도 이 법에 들지 못하리라.
모든 부처님께서 주지(住持)하시지 않는 중생은 이 법을 듣지 못하리니,
모든 여래께서 가지(加持)하여 주시는 이를 제외하고는 능히 이 법을 듣거나 능히 이 법을 믿는 일은 없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밝히시고자 게송을 말씀하셨다.
미묘(美妙)한 소리의 법자(法子)여
능히 나에게 그 일을 물었도다.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들으라.
내 마땅히 그대를 위해 말하리라.
중생은 무명에 가리어서
오직 믿음이 있어도 작은 마음이니
이 대승의 가르침을 들으면
믿지 않기에 말하지 않노라.
만약 한량없는 세상에서
과거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행을 닦는다면
선근이 구족히 익어지리라.
이와 같은 모든 중생은
항상 여래의 가피를 입어
설법을 듣고는 환희심을 내어
분명히 믿고 받아 지니리라.
가령 삿된 지식이라는
독사에 물린 이라면
선지식을 여의었기에
감로법을 듣지 못하리.
모든 뛰어난 법 가운데
방일한 마음을 일으켜
큰 사견(邪見)의 구덩이에 빠지면
말씀을 들어도 믿지 않으리.
중생들의 마음 좁고 못나서
큰 법을 견디어 받지 못하고
듣고는 물러나 믿지 않고서
비방하는 마음만 일으키네.
긴긴 밤을 악도에 떨어져
영원히 불법을 듣지 못하니
그들을 위해 측은한 맘 일으키니
그러므로 쉽사리 말하지 않노라.
그러자 성자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임의 대중은 모두 매우 청정하며, 모든 행을 잘 행하며, 모든 불ㆍ여래를 잘 공양드리고 모든 선지식을 잘 보호하고자 하며, 능히 청정한 믿음의 안목[信眼]을 잘 닦고 모으고 큰 지혜에 잘 들어가 모든 경계를 믿으며, 청정하고 깊은 마음과 곧은 마음을 잘 갖추었습니다.
이 모임의 대중은 모두 능히 모든 경계를 잘 관찰하며, 능히 그 법을 알고 능히 그 법을 분별할 것입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저와 모인 대중들의 듣고자 하는 마음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옵소서.”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이 모임의 모든 중생
이미 한량없는 겁 가운데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을 가득 심었사오니
이와 같은 중생들은
능히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
법기(法器)를 채우리니
부처님이시여, 이제 속히 설하옵소서.
일체가 모두 한마음으로
천인사(天人師)의 입만을 우러르며
공경히 합장하여 바라보니
목마른 듯 한눈을 팔지 않네.
애타게 우러르는 중생의 마음
원컨대 세존께선 불쌍히 여기시어
크고 묘한 법의 비 뿌려 주시어
선법의 새싹이 돋게 하소서.
제가 이제 여래께 청하오니
위없는 대법왕(大法王)이시여,
원컨대 감로의 문 열어 주시어
가장 뛰어난 법륜을 굴리옵소서.
만약 이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 말씀 듣는다면
능히 위없는 도를 행하여
끝내 열반법에 이르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