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 담당의사가 어머니 잇몸이 생각보다 튼튼하다면서 틀니보다는 임플란트 시술이 좋겠다고 권했다. 연세가 여든 다섯이나 되셨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더니 걱정하지 말라기에 의사의 권유에 따랐다. 칠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는 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지내신다. 치과의사는 나에게 어머니를 닮아서 이가 퍽 튼튼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인자(遺傳因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전자’는 유전형질을 발현시키는 인자로 생명체의 체세포 핵 속에 있는 염색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의 염색체는 총 23쌍이라고 한다. 이 염색체상에 존재하는 DNA의 염기배열에 의해 유전정보가 결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각 사람의 피부색, 생김새, 질병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점이 DNA의 차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란성 쌍둥이도 같은 날 태어났을 뿐이지 유전적으로는 형제와 같고, 일란성 쌍둥이도 미미하지만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똑같은 일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행복하게 느끼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기의 처지가 어렵고 힘들어도 다음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주어진 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결과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이따금 떠오르는 영화장면이 있다. “장미 꽃 잎의 빗방울과 고양이들의 작은 수염, 밝게 빛나는 금속의 솥과 따뜻한 털벙어리 장갑, … 이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지. 개에게 물리고 벌에 쏘이고 맘이 슬플 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생각한다면 행복해질 수 있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가 천둥소리에 놀란 아이들에게 불러주던 ‘마이 페이버릿 싱 (My Favorite Things)’의 노랫말 내용이다. 아이들이 무섭고 외로움을 느낄 때, 가장 좋아하는 것들만 생각하면 슬프지 않다면서 머릿속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도록 한다.
최근에 『행복의 기원』(서은국 지음 : 21세기 북스)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의 관점은 조금 달랐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해지려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거나, 혹은 가진 것에 만족해하거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이러한 주장은 행복을 하나의 관념이나 생각으로 취급하는 데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행복에 대한 희망을 머리와 가슴으로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쪽만을 바라보는 잘못된 태도라고 꼬집는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행복의 가장 큰 결정변인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유전자’ 속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어른들은 결혼 적령기에 이른 자녀들에게 “사람을 선택할 때에는 그 집안을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가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형제가 있으며,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지는 않은지 하는 정도로 집안배경을 파악하라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집안을 봐야 한다는 말은 외형적 조건인 가족관계, 재력, 사회적인 지위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이 감추어진 환경, 성격, 정서, 심리 등 ‘유전자’를 파악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자감을 고를 때 얼굴이 예쁘고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을 쫓아다니거나, 돈을 펑펑 쓰는 잘 생긴 남학생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모두들 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궁금해 하는 눈치들이었다. “건강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를 고르면 여러분은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 사람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그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골라 일생의 반려자로 삼으라.”고 말하자 마치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놀라서 입을 벌린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사람을 찾기가 어려우면 자신이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강의실을 나왔다.
(한국산문 제132호 2017년 4월호 수록)
첫댓글 행복이 유전자에 달려 있다니, 저도 금붕어처럼 놀라 입이 쩍 벌어집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살기 위해 긍정적 태도를 지니려고 노력 중인 저는 유전자보다는
후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애를 쓰는 유형인가봅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행복의 가장 큰 결정변인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유전자’ 속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얼른 이해하기 힘든 것은 무엇일까요? 요즘의 행복의 개념이 각기 달라 행복의 척도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만약 유전자 속에 '불행'을 결정지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면 그야말로 신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이란 자신이 추구하되 척도를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행, 불행을 느낄 수 있다는 저의 생각은 다시 고민해 보아야할까요? 제가 알기로는 천성은 제1천성과 2천성으로 나눌수 있다. 입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있는 것 도 아니고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처럼 스스로 좋은 습관을 만들면 곧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노력하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영진 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았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많은 앎을 얻었습니다. 제 댓글을 긍정적으로 보면, 글이란 서로의 합평 속에서 더욱 무르익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자주 올리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똑 같은 상황인데도 반응하는 태도가 다른 걸 보면 유전자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삶의 대응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일종의 학습으로 보여지네요.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하는 글, 요즘 유행하는 '확장성'있는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