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비평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HANS ULRICH OBRIST
하루에 최소 4시간을 자며 새벽 6시에 인터뷰 일정을 잡는 스위스 태생의 마흔아홉 살 남자.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큐레이터이자 몇 년째 세계 아트 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얘기다. 파란색 에코 백을 메고 등장한 메모광은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서 자하 하디드의 구조주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가 열리는 아티스트리 ArtisTree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울리 지그 컬렉션 전시는 특히 장소와의 연계성이 뛰어났죠.”
그가 ‘21세기의 우리는 아트와 큐레이션에 있어서 보다 여성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고 일갈한 것처럼 핑퐁처럼 뻗치는 그의 아이디어를 좇다 보면 여성성, 환경, 이주 문제 등 아트 신에서 주목하는 굵직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다음 일정은 이영우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상하이 프로젝트 챕터 2 <시간의 씨앗 Seed of Time>이다. 작가들은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한 22세기 미래에 대한 논의와 해결책을 찾아 헤맨다. 내년에는 그가 디렉팅한 비욘세 여동생 솔란지 노울스의 비디오 클립 두 개가 공개된다는 흥미로운 소식도 있다. 이 에너자이저의 행보는 미술계 안에서 여전히 가장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다.
퍼펙트크로스오버의 멤버들과 함께 아트 바젤 홍콩을 찾은 제롬 상스.
큐레이터
제롬 상스 JÉRÔME SANS
파리 팔레 드 도쿄의 초대 관장,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 센터 UCCA 디렉터, <로피시엘아트> 편집장, 퍼펙트크로스오버의 공동 설립자이자 300여 개의 국제 전시와 비엔날레의 큐레이터 등 거쳐간 직함을 나열하기도 벅찬 큐레이터계의 MVP 제롬 상스도 홍콩을 찾았다. 퍼펙트크로스오버는 파리와 베이징, 두 도시를 비롯한 동서양의 문화적 창조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만든 재단으로, 그가 얼마나 아시아 미술에 심취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올해도 역시 목젖 아래까지 타이트하게 넥타이를 맨 시그너처 스타일을 선보였다.
누구보다 중국 미술을 기민하게 받아들이는 상스는 아트 바젤 기간에 맞춰 1982년생 설치 미술가 자오자오 Zhao Zhao와 함께 새로운 책 <366 ONE YEAR WITH ZHAO ZHAO & JEROME SANS>를 출간, 아트 바젤 홍콩의 탕 컨템퍼러리 아트 Tang Contemporary Art 부스에서 저자 사인회를 가졌다
.
베이징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아이웨이웨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자오자오는 중국의 1980년대생 신진 작가 라인업의 대표주자로 상스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다시금 입지를 다졌다.
세계적인 아트 패트론 울리 & 리타 지그 부부.
컬렉터
울리 & 리타 지그 ULI & RITA SIGG
스위스 사업가이자 아트 컬렉터인 울리 지그 Uli Sigg와 그의 아내 리타는 1990년대 말부터 일찌감치 중국 현대미술을 섭렵한 큰손이다. 1990년대 울리 지그가 업무차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컬렉션하고 유럽에 이들을 알리는 중국 미술 전도사 역할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2009년부터는 스위스 미디어 그룹 링기에르의 부회장과 중국 은행의 자문위원 역할을 맡는 등 경제, 문화, 사회 다방면으로 힘을 키웠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찍이 중국 미술 시장에 관심을 가진 이로는 벨기에 컬렉터 가이 & 미리암 울렌스 Guy & Myriam Ullens 부부가 있는데, 베이징 739 아트 디스트릭트 지역에 울렌스 컨템퍼러리 아트 센터 UCCA를 지어 제롬 상스를 디렉터로 데려온 장본인이다.
울렌스가 베이징을 주목했다면 지그 부부는 M+ 미술관을 장악했다.
2015년 문을 연 M+에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26점을 비롯한 중국 현대미술 소장품 1500여 점을 기증 및 판매해 ‘지그 컬렉션’을 만든 것. 어김없이 페어를 찾은 부부는 “홍콩은 여전히 미래 시장이다”라고 말한다.
MoMA PS1의 디렉터 클라우스 비센바흐(가운데)는 K11에서 전시를 선보였다.
큐레이터
클라우스 비센바흐 KLAUS BIESENBACH
뉴욕 MoMA PS1의 디렉터인 클라우스 비센바흐는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K11 팝업 전시장에서 애드리언 쳉과 함께 기획한 전시 <.com/ .cn>을 선보였다. 디지털 세상에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공생하는지에 주목한 전시다. “차오페이 Cao Fei, 왕신 Wang Xin, 리밍 Li Ming 등 중국 아티스트들은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대신 웨이보와 위챗을 이용해요. 하나의 월드와이드 웹은 없으며 월드와이드 웹들이 있을 뿐인 거죠.”
이는 물질적 국경이 사라졌다고 믿어온 디지털 세상, 세계화 시대에서조차 우리는 결코 완벽하게 벽을 허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그 벽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투과성을 지닌 얇은 세포막과도 같다.
한편 그는 22일 저녁, 서펜타인 갤러리가 포테이토 헤드의 미스터 포터와 협업한 디너에 초대받았다. 서펜타인의 야나 필은 비센바흐를 비롯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사이먼 대니, 밍웡과 스탠리 웡 등 몇몇 컬렉터를 불렀다. 소문에 의하면 자리는 곧 카니발처럼 변했고,
비센바흐는 지인들과 함께 자신의 생일을 핑계로 핑퐁 펍으로 자리를 옮겨 춤과 가라오케, 수프 볼 사이즈의 진토닉을 즐겼다고.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사 제프리 다이치.
딜러, 큐레이터
제프리 다이치 JEFFREY DEITCH
40여 년간 아티스트이자 비평가, 큐레이터, 딜러 등 미술계 핵심 인사로 흐름을 이끌어온 제프리 다이치. 1996년, 메사추세츠 레녹스에 첫 갤러리를 연 후 15년 동안 25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프로듀싱해 온 그는 매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갤러리와 밴드가 어우러진 퍼포먼스로 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올해 홍콩에서는 그와 함께 앤디 워홀이 걸었던 중국 여행의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 알프레드 시우, 영국 귀족 나타샤 그렌펠과 함께 워홀의 여행 동반자로 나섰다. 워홀은 1982년 아시아 여행 중 만다린 호텔에 묵었고, 베이징 방문 전 이곳 나이트클럽 오프닝에 초대된 그는 홍콩 피크와 스타 페리, 카우롱의 포춘텔러들에게 매료되었다. 그 여정이 200여 장의 사진으로 공개됐고, 전시의 토크 패널로 참여한 그는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아시아 시장은 새로운 트렌드와 아티스트를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저는 매년 마닐라 또는 상하이에서 스톱오버를 해요. 그러곤 그곳을 최대한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곳으로 갑니다.”
하우저 앤 워스의 대표 이안 워스(가운데)와 소속 작가로 나온 마크 브래드포드(맨 왼쪽).
갤러리스트
이안 워스 IWAN WIRTH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하우저 앤 워스는 홍콩에서 기념 축하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 참석한 이들에게는 2000위안에 달하는 와인이 무한대로 제공됐다. 1992년 취리히에 하우저 앤 워스를 오픈하며 블루칩 갤러리스트로 떠오른 이안·마누엘라 워스 부부. 페어 전 중국에 10일간 머무른 부부는 미술시장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 중인 상하이에서 갤러리스트, 딜러, 컬렉터들을 만났고, 17일부터 3일간 열린 베이징의 첫 번째 갤러리 위크도 잊지 않고 찾았다. 막을 연 하우저 앤 워스 부스는 아시안 컬렉터들에게 가장 인기였다. 중국 박물관에서는 필리다 바로우 Phyllida Barlow의 조각을 15만 프랑에, 중국의 한 컬렉터는 라시드 존슨 Rashid Johnson의 세라믹 작업을 17만5000프랑에 샀다. 이안 워스는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아시아에서 새롭고 젊은 컬렉터 세대가 증가하는 걸 봤습니다. 이들은 보다 흥미로운 현대 서양 미술 컬렉팅에 심취해 있죠. 동시에 저는 중국의 클래식한 미술이 여전히 힘이 있다고 봅니다.”
컬렉팅의 시작은 자신의 문화와 뿌리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 얘기하는 도중에 마크 브래드포드가 등장하자 상승세를 탄 그의 주가를 증명하듯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출처:
http://www.heren.co.kr/article/Art&Travel/view.do?idx=1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