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 이진호, 백귀선, 조성식, 황영옥, 표정숙, 강재성, 서종희, 정철효, 김복남(9명)
일정 : 거창 출발(07:30) - 백무동 도착(08:50) - 마천 삼정산 등반 시도 - 다시 백무동에서 등산 시작 (11:10) - 참샘(12:40) - 망바위 밑 쉼터(13:40) - 점심 후 하산(14:50) - 하산 완료(17:30) - 거창 도착(18:40)
"우여곡절의 백무동 계곡 등반"
추석 명절 연휴 끝에 잡은 지리산 종일 등반은 아쉽게도 태풍 "매미"의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인해 우여곡절의 등반이 되고 말았다. 거창은 비교적 피해가 크지 않아서, 걱정스럽긴 해도 예정대로 지리산을 향해 출발했다. 차 안에서 각자 태풍의 후유증을 나누었고, 지나는 길에 비친 상황도 그다지 심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백무동에 들어서면서 사태는 심각한 듯 보였다. 지난 밤 무시무시한 비바람을 견디지 못한 땡감들이 도로에 쫙 흩어져 있고, 도랑이 된 빗물이 도로 가운데로 쏟아져 음식점 주인들이 그 물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입산이 어렵겠다 싶었는데 역시 먼저 온 등산객들이 매표소 앞길을 내려오면서 입산 통제를 말해주었다.
조대장이 혹시나 하여 전화로 입산 가능성을 타진해 보다가 가까운 "삼정산"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그 사이 몇몇 회원들은 감물을 들일 욕심으로 땡감을 주워 차에 실었다.) 삼정산은 7-8년전에 가 보았던 곳인데,마을 옆 계곡을 보니, 심상찮은 분위기다. 등산로 입구를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마을 뒤쪽으로 올라가 보았지만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마을의 아주머니에게 길을 묻다가 이 마을의 태풍피해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난 밤 태풍에 산사태가 나서 마을 사람들이 아래에 있는 컨테이너로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던 것. 공연히 미안했고, 서둘러 마을을 내려왔다. 이대로 거창에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여성대원들의 결론이었지만, 날씨는 태풍이 언제였냐는 듯, 깜쪽같이 개어오고 있었다. 날씨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우리의 조대장은 백무동 쪽에 전화로 애원(?), 반승락을 얻어 또다시 백무동 계곡으로 향했다. 이래저래 두시간을 훌쩍 넘겨서 등산을 시작한 게 11시쯤. 겨우겨우 등산길로 들어서자 말자 안도의 숨이 절로 나왔고, 또 약간의 피로가 초입부터 몰려오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산행을 시작한 우리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게 있었는데, 바로 앙징스런 도토리들이었다. 지난 밤 모진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버린 그 어린 것들이, 이리저리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더 이상 못 가고 한 움큼씩 모여있었다. 여기 저기 "소보래기" 뭉쳐 있는 도토리들을 저대로 두고 올라가야 하나?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가야만 하는 것을, 어떻게 들어온 백무동 계곡인데, 우리가 누군데, 목표지점을 찍지 않으면 안되는 한새미 아니냐... 그런데! 오늘은 도토리의 유혹이 너무 강했나, 한새미 역사(?) 이래 이변이 벌어졌다. 목표지점까지 오르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도토리 무더기를 뒤로 하고 참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등반을 했으나, 망바위 아래에 와서는 밀려오는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점심 자리를 펼쳤다. 과장님께서 준비해온 입에 살살 녹는 불고기를 배불리 먹고나니, 더 이상 오를 엄두가 안 난다. 이심전심인지, 평소와 달리 오늘 등산에서 속도를 못내던 과장님이 "포기"하자, 다들 아무 주저없이 내려오는데 합의했다. 발걸음도 가벼이 내려오면서 도토리를 원 없이 주웠고, 산길을 다 내려와서는 떨어진 감을 또 비닐봉지가 터지도록 주워담았다.
예정대로라면 <백무동 - 하동바위 - 장터목 대피소 - 세석평전 - 한신계곡 > 코스로 빡센 하루 일정이었을 것이다. 거창에 도착해 조성식 대장 500회 등반기념 그리고 강재성 회원 200회 등반 기념으로 "고려원"에서 닭찜과 삼계탕으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객군 김경범 참가) 두 분의 등반 기록을 다함께 축하, 격려하고 머지않아 이진호 회장의 500회 등반 그리고 백귀선 회원의 400회 등반 기념때에도 따로 자축 파티를 열기로 하다.
*조대장이 제안해 500회까지의 등산일지를 정리할 것을 제안, 서종희 회원이 겨울방학때 수고하기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