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 고선자
알에서 깨어났을 때
황새 둥지가 아니었다
다른 둥지에 몰래 끼어
먹이 받아먹고 자란
양심 없는 뻐꾸기는 아니다
미운 오리새끼 백조 되는
꿈같은 요행도 바라지 않았다
큰 새 무리에 치이며
절치부심(切齒腐心) 다하지만
매번 들어야 하는 말
-뱁새가 황새 따라 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허황된 미혹(迷惑)에 빠지지 않고
소박한 꿈꾸는 작고 여린 새
실낱같은 희망 꺾지만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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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앓이 / 고선자
바구니에 담는다
누가 봐도 욕심 낼
깔 곱고 실한 사과 한 알
또렷이 기억되는
새콤 달콤 향기로운 그 맛
빛 고운 껍질 벗기며
입 안 가득 침샘이 터진다
반으로 갈라진 속살
시커멓게 썩어있다
뉜들 알랴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가슴속 멍울
-너도 마음고생 심한 속병을 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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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
*사)한국문인협회 구로지부 시분과위원장
*시 쓰는 사람들 동인
*세계시문학상, 한국창작문학상 수상
*시집:꽃 이야기, 전자책, 동인집5권 외 다수 문학지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