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으로 본 정치 뇌공학
편집: 본 카페지기 이재원
(2024.04.16.화, 미세 먼지 보통의 매우 맑음. 어제는 온종일 우천)
도덕으로 본 정치 뇌공학이다.
뇌공학의 핵심은 도덕이고, 도덕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무조건 정치현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글을 탐독바랄 뿐이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전통과 혁신 등등 도덕으로도 정치 뇌공학을 얼마든지 깊게 논할 수 있다.
도덕 기반에 대해 연구해온 사회심리학자 하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도덕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직관’을 먼저 작동시키고 이유를 대야 할 때에야 비로소 생각을 시작한다. 즉, 직관적으로 불쾌, 경멸, 분노, 역겨움 등이 먼저 일어나고, 그다음에 그런 감정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추론’이 작동한다. 도덕 판단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직관이 우선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통과 규칙에서 어떤 불쾌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도덕적 불쾌감이나 분노를 느끼지 않는 직관의 소유자는 대체 어떤 유의 사람일까? 보수·진보 사이의 도덕 직관의 차이에 관한 이런 의문이야말로 작금의 정치적 분열에 대한 심층적 접근이 될 수 있다.
하이트가 전 세계 13만 명 이상의 설문 조사를 통해 제시한 도덕 기반 이론에 따르면, 모든 문화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의 여섯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그것은 피해, 공정성, 충성심, 권위, 고귀함, 그리고 자유다. 그는 도덕성이 이 여섯 가지 기반(직관) 위에서 구성된다고 보았고, 도덕 기반 설문을 통해 각 기준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예컨대 ”설사 그들의 가족이 잘못된 일을 했을지라도 가족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충성심 기반에, “군인이라면 상관의 명령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무적으로 복종해야만 한다.”는 권위 기반에,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역겨운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는 고귀함 기반에 속한다. 위의 여섯 가지 기반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보수·진보에 따라 여섯 가지 기반의 가중치가 확연히 다르다. 보수는 여섯 가지 기반 모두를 중시하는 편인 반면, 진보는 그중 세 가지 기준에 주로 민감하다. 진보는 배려·피해 기반과 자유·압제 기반에 가장 많이 의존하며 공평성·부당성 기반도 작동시킨다. 예컨대 좌파는 우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력과 고통의 신호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평등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약자가 강자에게서 억압받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파도 자유를 강조하지만 그들은 진보 정부 정책에 치를 떨 때가 많은데, 왜냐하면 그런 정책이 특정 약자 집단(노동자, 소비자, 환경)을 보호한답시고 또 다른 집단(가령, 중소기업 사업주)을 압제하기 때문이다. 공평성·부당성 기반의 경우에도 우파는 상대적으로 “가장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가장 많은 보수가 돌아가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인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충성심, 권위, 고귀함 기반이다. 사실 이것은 개인적 차원보다는 집단적 성격을 가진다. 진보는 집단적 차원에서 작동한 이 세 가지 기반들에 대해 대단히 둔감하다. 가령, 전통과 규칙의 준수에서 불쾌할 수 있는 어떤 상황에서 보수주의자의 심기만을 건드리는 이유는 그것이 충성심 기반을 위배하기 때문이다. 우파는 공동체를 깨면서까지 이념을 수호하고 싶지 않은 반면, 좌파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내부 총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바로 질문하지 말아야 할 문제. “우파·좌파 중 누가 더 올바른 도덕 기반을 가졌는가?” 이 물음만을 계속 던지는 진영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도덕 판단을 하며, 사람들이 어떠한 도덕 기반들을 왜 더 중시하는지에 대한 민감성 없이 그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의가 없이는 왜 시골 주민과 노동 계층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줄 거 같은 진보 쪽에 서지 않고 보수에게 표를 주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어떤 진영을 표방하든 공동체 기반의 도덕 자본을 중시하지 않는 정치 세력은 승리할 수 없다.
인간 사회에서의 정치 갈등은 늘 새롭게 항상 시작될 것이다. 누가 선거에서 승리했든 실패했든 예부터 내려오는 실증을 참조하여 정치 공학적 분석에서 국민의 도덕적 직관에 대한 깊은 탐구를 모두가 함께 해봐야 한 연유이다.
((참조저본(參照底本): 장대익의 조선일보 칼럼, 2024.4.15.(월)A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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