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월 8일, 수요일. 흐리고 비.(말레이시아)
아침 6시에 기상. 눈을 뜨니 숙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기 코드가 세 발이다. 에어컨이 작은데도 시원하다. 항공담요가 없었다면 추울 뻔 했다. 에어컨을 끄면 무지 덥다. 빨래 줄에는 양말과 수건이 걸려있다. 화장실에는 온수기가 있어 아침 샤워도 좋다. 더블침대에는 아내가 자고 있고 옆에 2층 침대에는 유진이와 상희가 자고 있다. 편안하게 잘 잤다. 시차도 한 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기상하니 시장 끼가 느껴진다. 비행기에서 준 빵을 꺼내 잼과 함께 먹었다. 짐 정리를 잘 해서 7시에 숙소를 나왔다. 날이 막 밝아진다. 새들이 날기 시작하고 상점들도 문을 열기 시작한다. 고요하던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출근하는 사람들과 차들이 많아진다. 만약에 밤이 없고 낯만 있다면 세상은 어찌될까? 쉬지 않고 죄를 지어 지구의 종말이 더 빨리 올 것 같다. 걸어서 푸드라이 버스터미널로 간다. 푸드라야 호텔이라는 간판이 있는 8층 정도 되는 건물, 1층과 지하가 터미널이다. 사람이 있는 매표소에서 페낭 행 버스표를 샀다. 두당 23M$(6,900원)이다. 출발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다. 22번 플랫폼에서 타면 된다. 터미널 내 식당들이 하나 둘 문을 연다. 아침으로 쌀국수를 하나씩 사서 먹었다. 시간이 남아서 덥고 공기가 탁해 답답한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May Bank 건물이 마주 보이는 조그만 광장에서 버스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벌써 거리는 복잡하고 시끄럽다. 시간이 되어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우등고속 같이 좌석도 크고 간격도 넓었다. 멋진 고속버스다. 인원도 20여 석 밖에 없다. 조용하고 쾌적한 차에 오르니 기부니 좋다. 서서히 움직여 터미널을 나오고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접어든다. 도로 사정이 아주 좋다. 주변이 잘 정비되어있다. 차량 소통도 적어 맘껏 달릴 수 있다. 고속버스는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달린다. 창밖의 경치가 시원해 보인다. 우거진 숲, 모양이 뾰족한 산들, 주황색 깨끗한 지붕들이 보인다. 약간 졸리는 시간이 되니 휴게소에 차가 멈춘다. 조그만 공원 같은 휴게소다. 예쁜 목조 화장실이 깨끗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예쁜 꽃들이 피어있고 커다란 나무 그늘이 시원한 휴식처를 준다. 조그만 노점상에서 열대 과일을 사 먹었다.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 등이다. 차는 또 미끄러지듯이 뜨거운 태양 아래를 조용히 달려간다.
오래 된 것 같은 도시, 빌딩이 새로 세워져 복잡한 도시 Butter Worth에 도착했다. 손님 몇을 내려준다. Butter Worth는 Penang 섬으로 건너가는 중요한 현관이다. 또 호주 해군이 상주하는 군사 기지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철도, 버스 등 교통의 요지다. 우리 버스는 Butter Worth시내를 한 바퀴 돌더니 페낭으로 이어진 다리 위를 달려가고 있다. 멀리 페낭 섬이 보인다. 바다 물은 옥색으로 깨끗하다. 페낭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렬한 태양 빛에 눈이 부시다. 페낭 섬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간다. 섬의 도로는 약간 좁다.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유난히 오토바이들이 많다. 단속이 심한지 찌는 듯한 더위에도 모두 헬멧을 쓰고 있다. 살이 타는 것을 막기 위해 긴 옷을 거꾸로 입고 달린다. 두꺼운 겨울옷도 입고 달린다. 알 수 없는 모습이다. 버스터미널 인 듯한 곳에서 모두 내렸다. 숙소가 많다는 차이나타운의 츄리아 거리를 찾아간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소매치기가 많으니 큰 길로 다니라는 주의와 함께 우리 일행을 데리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셔틀 버스 타는 곳을 안내해 준다. 버스비는 공짜란다. 우리가 내린 곳은 페낭 섬의 조지타운이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코므타 빌딩이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면 차이나타운에 갈 수 있단다. 공짜 버스여서인지 사람이 많다. 죽기 살기로 버스에 올라탔다. 어깨의 짐과 많은 사람들로 땀이 난다. 12번 정류장인 차이나타운에서 겨우 내렸다. 츄리아 거리를 향해 걷다가 소니 전자상가에서 전기 잭을 하나 샀다. 츄리아 거리 입구에 있는 Island City Hotel에 들어가서 방을 구했다. 약간 낡아 보이지만 그런대로 지낼 만 했다. 첫날은 58M$, 둘째 날은 55M$(16,500원)에 이틀 묵기로 했다. K.L에서 4시간을 달려와 이제 오후 1시 경이다. 숙소에서 짐을 풀어 놓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쌀밥에 닭고기를 얹어 먹는 간단한 요리다. 먹을 만 했다. 시내 구경을 한다. 츄리아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뜨거운 대낮이라 통행하는 사람이 적다. 페낭 거리가 조지타운의 얼굴이라면 추리아 거리는 가장 조지타운다운 모습을 하고 있단다. 식당, 여행사, 항공사, 싼 숙소, 각종 상점 등이 길 양 옆에 즐비하다. 중국풍이다. 뜨거운 태양열 빼고,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처음 만난 곳이 카피탄 클링 모스크다. 뾰족하고 긴 탑이 우둑 솟아있다. 크림색의 거대한 돔은 말레이시아에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800년대에 건립되었다.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걸어가니 힌두 사원인 스리마리암반 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각종 원색으로 칠해 놓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사원전체를 복잡하게 꾸며놓고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검은 연기로 까맣게 그을린 불교사원이 있다. 마당에는 커다란 불통이 향을 태우고 있다. 사원 내에는 작은 향불로 연기가 가득하다. 이 절은 피트거리에 있다. 페낭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사원이란다. 1880년대에 건립되어 현재도 이곳 중국인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절이란다. 커다란 중국인 회관을 지나니 흰백색의 십자가가 있는 성 조지교회가 나온다. 푸른 잔디밭을 갖고 있다. 성 조지 교회는 1818년에 건조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통해 최초의 영국 국교의 교회이다. 페낭의 역사적인 심볼이다. 백색의 자태는 과거 좋았던 시대를 연상시키고 있다. 구내에는 페낭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인 캡틴 프란시스라이트 동상이 있다. 걸어가는 잠시 동안에 회교, 힌두교, 불교, 기독교의 사원이 있는 복잡한 이곳이 페낭이다. 아니 말레이시다의 변화 많은 역사를 보는 것 같다. 성 조지 교회 옆에 있는 박물관에 갔다. 책에는 입장료가 프리라고 적혀있다. 입장료가 1달러(300원)이다. 여행 중 재미없는 곳이 박물관이다. 시원한 에어컨이 그리워 더위를 피해 들어갔다. Museum & Art Gallery라고 되어있다. 깨끗하고 아담하다. 말레이시아 페낭의 역사, 문화, 자연 등을 깔끔하게 소개하고 있다. 1786년에 건조된 것으로 원래는 학교였단다. 주요 전시물은 도검류, 총, 대포, 등 무기류에서 도자기, 장식품, 목선, 농기구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페낭의 식민지화에 기여한 영국 동인도 회사 사람들의 모습도 있다. 더위를 식히며 구경한다. 지겨워지면 또 밖으로 나온다. 뜨거운 태양 볕 아래 주차된 승용차 앞 유리의 윈도 브러쉬는 들어져 있다. 복사열에 브러쉬 고무가 녹나보다. 박물관 입구 항아리에는 고여 있는 물속에 열대어들이 편안하게 헤엄친다. 또 뜨거운 거리를 걸어서 페낭 시청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시청사도 흰색으로 오래된 건물이다. 일을 하는 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 오후다. 시청 맞은편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깨끗한 바다와 접해있다. 잘 가꾸어져 있다. 시청사 옆길을 건너 바닷가에 섰다. 깨끗하고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낚시꾼도 보이고 방파제에 걸터앉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바닷가 산책길을 따라 콘월리스 요새로 간다. Fort Cornuallis는 조지타운의 동쪽 끝에 있다. 당시 사용하던 대포가 있고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다. 페낭 섬은 말레이시아 반도의 서해안, 폭 4.4km의 좁은 해협을 경계로 인도양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섬이다. 이 섬은 18세기 말까지는 반도 쪽 케냐의 술탄령이었다. 말래카 해협의 북쪽 입구를 제한하는 전략적 요지를 위해 1786년 영국 동인도회사 선장 프란시스라이트에 의해 점거되었다. 영국의 식민지로 된 것이다. 처음에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 섬으로 명명되었다. 이 섬 중심지도 당시 영국 국왕 조지 3세에 기인하여 조지타운으로 이름이 붙여져 건설되었다. 이 조지타운은 자유항구로서 싱가포르와 동시에 유럽, 아시아 무역의 요지로 발전했다. 현재도 인도, 중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상품이 모여드는 상업항구도시라고 하지만 붐비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페낭 섬의 인구는 약 50만 명으로 그중 80%가 중국계사람들이다. Penang(빈랑나무=Pinang)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섬은 인도양의 에메랄드, 동양의 진주로 불린다. 거북 모양 섬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다. 오래된 시계탑이 있는 곳으로 나오니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의 매단으로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이 나온다. 오늘은 이미 배가 떠났다. 표를 파는 사무실이 즐비하다. 가는 배는 하나인 것 같은데 왜 이리 표 파는 곳이 많을까? 요금도 모두 세금포함 96M$로 같다. 시간과 배 값 등의 정보를 확인한 후 셔틀 버스를 타보려고 4번 정류장에 주저앉아서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는 오지 않았다. 그늘에 앉아서 낡은 트라이쇼(자전거 인력거) 앞에 힘없이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숙소를 향해 걸어간다. 은행들이 많은 판타이 거리를 걸었다. 더울 때면 은행으로 들어가 잠시 더위를 식힌다. 파인애플을 얼음 위에 올려놓고 파는 아저시가 보인다. 하나씩 사서 입에 물었다.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니 추리아 거리다. 7-11에 들러서 쉐이크를 또 사먹는다. 가슴까지 시리게 시원했다. 저녁식사로 쌀밥에 오리고기를 얹은 음식을 사서 먹었다. 숙소에 들어와 잠시 쉰다. 애들은 카드놀이를 한다. 유진이 부터 나머지 어른들은 저녁 야경을 구경하러 나왔다. 네온사인으로 거리를 장식한 페낭거리는 현대적인 맛이 아닌 복고풍 거리 느낌이다. 약간 고급스러운 커피 점에 들어갔다. 카푸치노, 두리안 주스, 피나 콜라다. 망고 주스를 시켜서 먹고 얘기를 나눈다. 한가롭고 편한 시간이다. 약간 비싸다. 옛날 팝송에 야외식당에서 요리하는 요리사가 불 앞에서 정신이 없다. 일부분은 흥청거리지만 왠지 조용한 섬이다. 지금이 성수기가 아닌가 보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을 얘기하고 각자 흩어졌다. 빨래를 해서 널어놓고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