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4일 늦은 7시 30분
장소: 엘까미노
선화언니, 민경언니, 의연언니, 기웅 팀장님, 호철, 숙이, 용석, 희원, 나 9인 참석
제가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요즘 20대 담론이 무성하지만, 그 무수한 담론 속에 정작 20대의 목소리는 빠져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어 가장 솔직하고 적나라한 20대의 이야기와 세대론이 아닌 시대론을 말하는 책의 목소리가 좋아서였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았다고 이야기해주어서 기분 좋더라고요.
20대의 생각과 처지를 이해하자는 의도로 책을 추천하였지만, 나비효과처럼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 20대의 생각과 반성 등 각자 날것의 인생 이야기들이 맞물려 나와서 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후기를 쓰려는데, 울 팀장님 불로그에 후기가 올라와서 이걸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때리다가 적절히 모방과 인용을 섞어서 마치 온전히 저의 후기인 것처럼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엄기호씨가 연세대 원주 캠퍼스와 덕성여대에서 학생들과 강연을 하며 그들과 토론한 내용, 리포트를 엮어서 20대의 인생, 사랑, 정치, 돈, 가족, 스펙, 아르바이트,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20대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20대‘에게’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는 20대를 이해하고, 그들과 같은 질문을 공유하기 위해, 기존의 성장하라는 목소리가 아닌 다른 방법의 성장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책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보는 내내 짜증이 나더라고요, 중간에 덮고 싶은 마음도 들고.."
"저도 비슷했습니다. 문제는 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는 답답함만 밀려오더라고요.."
"내자신이 너무 발가벗겨지는 것같았어요.."
잉여, 루저, 찌질함, 한심함으로 대변되는 20대의 실상을 솔직하게 드러낸 책을 보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바로 20대 당사자였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어 공감을 이끌어내는 책이나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그것에 공감하고 울기도 하면서 어떤 카타르시스나 위안같은 것을 얻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떤 친구들은 그런 한심하고 희망없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짜증을 느끼기도, 대안이 없음에 절망을 느끼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토론을 하면서 20대와 20대가 아닌 사람들의 간극을 어느 정도 느낄 수도 있었어요. 그것은 차이가 아니라 같은 질문을 공유하기 위한 인식이라는 생각에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만큼 다르니까, 이만큼 우리 서로 노력하자는 인식을 하게 되었달까요.
우리때도 숨막히는 입시제도나 삭막한 현실은 똑같았지만 20대는 너무 당당하게 우리 힘드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황스럽다는 이야기에 저와 20대 친구들이 좀 발끈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그런 부분이 정말 억울했어요. 어릴 때부터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훈련만을 시켜놓고 이제 와서 좀 창의적이고 시사 문제에 관심도 가지고, 요즘 청춘들 너무 낭만이 없는 것 같은데 낭만을 좀 즐길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은, 말이 쉽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또한 과거엔 군부독재라는 눈에 보이는 적이 있었다면, 지금은 맞서 싸워야할 적이 사라진 상태이죠. 무찔러야할 적이 없는 상황에서 20대는 무엇을 바꿔야할지도 모르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가 대학생때는 말이야~ 하면서 20대들이 혁명적이지 못하다고 손가락질하기 바쁘죠. 그러나 그런 말씀을 하시는 윗세대 분들이 만든 세상은 어떠합니까.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민주주의가 망신창이가 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시하는 현실입니다.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소위 ‘386’세대들의 이야기에 20대들은 코웃음을 칠 수 밖에요.
그러나 현실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라는 결론이 났다면 토론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숙이는 책을 읽고 불편했던 것은, 20대의 현실을 드러내면서 위로해주는 내용이 마치 20대를 합리화시키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고 해요. 서로가 같이 노력을 해야 살벌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를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들에게 던지는 문제의식들이, 20대에만 국한시킬 수 있는 것들인가. 20대가 생존경쟁에 힘들다면, 30대 40대도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시대의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만 국한시킬 때 서로 차이점만 부각시키고 공통점을 찾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무력화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희원이가 말한 20대는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는게 문제고, 윗 세대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게 문제다. 그걸 인식하고 서로 좀 바뀌려고 노력을 해야된다는 것이 딱 정답이더군요.
세상을 바꾸려는 싸움에 20대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 책에서 신영복 선생님의 ‘입장의 동일함’을 예로 들며, 입장의 동일함은 같은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일지 성찰하는 것, 그것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른 방식으로의 성장’일 것입니다.
말할 권리의 또다른 뜻은 ‘들릴 권리’라고 합니다. 이제 20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들릴 권리를 지켜주는 발걸음을 떼어보았으면 합니다. 이 세상이...
엄기호씨는 다음엔 20대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관한 내용을 책으로 낸다고 하네요. 그 내용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첫댓글 20대...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너무 많은데, 그것을 따라가다 보니 정작 핵심은 놓치거나 비껴가는 세대. 유혹도 많아 어느 한가지만 끈기있게 하기에는 두렵고, 불안한 세대. "허영심만 가득한게 아니라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도 많아요"라고 이야기하는 후배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열심히'가 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 입니다. 20대를 잘 이겨낸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며, 만족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