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이돈 2(2006. 여름)
내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이번에 본 영화는 ‘포세이돈’이다. 오래전에 ‘포세이돈 어드벤쳐’라는 영화가 뇌리를 스쳤다. ‘포세이돈’은 내용이 한층 강렬하여 영화 관람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포세이돈’은 유람선의 이름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북대서양을 가로질러서 항해하는 거대한 유람선이 망망대해를 떠가며 영화는 시작되었다. 20층 규모에 13개의 여객용 갑판, 그 안에 800개의 객실을 갖춘 포세이돈은 잔잔한 밤바다와 하늘이 맞닿을 것 같은 수평선 위에 무수한 별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환하게 비치는 보름달 아래 화려한 포세이돈. 달빛과 부딪치는 은빛의 잔물결이 금방이라도 나를 끌어당길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며 자막을 읽느라 눈길은 바쁘기만 했다.
배 안에서는 송년의 밤을 즐기기 위해 연인 또는 가족들과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와 가수의 분위기 있는 노래를 배경으로 황홀한 망년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바다를 지켜보다가 이상한 조짐을 감지한 일등 항해사는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47미터가 넘는 거대한 파도 ‘로그웨이브’가 포세이돈을 향해 초고속으로 돌진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모든 것을 삼킬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고 있었다. 엄청난 힘으로 몰아치는 파도에 배는 순식간에 뒤집히기 시작했다. 부서진 창문으로 들어온 물살에 휩쓸려 들어 온다. 배의 구조물들이 무너져 가스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일어난 배는 혼란에 휩싸이며 서서히 바다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수라장으로 바뀌어 가까스로 살아서 남는가 했더니 무섭게 엉켜지는 내부의 시설과 급물살들로 인해 생명의 끈을 모두 놓아야만 한 실정에 부딪게 되었다.
파티에서 샴페인 잔을 건배하며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남녀도 어린 소년을 데리고 홀로 된 젊은 여인과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프로 도박사 존 딜런(조쉬 루카스)의 만남으로 사랑의 눈길을 뜨는 순간도, 예전에 뉴욕 시장이었던 아버지 로버트(카트 러셀)의 딸 제니퍼(에미 로섬)와 부녀지간의 즐거운 여행도 모두가 순간의 흔적으로 지워지는 것이다.
험한 재난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피하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이 아니면 살아남는 방법밖에는 도저히 길이 없는 처지였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몇 명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존 딜런의 리더쉽으로 탈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구조선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악몽의 순간들이 엄습해 왔지만 차분한 정신으로 몇 명 남은 자에게 일러준다. 침착하게 따라 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 딸의 약혼자 대신 죽음으로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영영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으리라.
포세이돈!!!
이 영화는 우리들의 뇌리에서 교훈의 힘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함께 관람한 친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온몸으로 긴장하며 관람한 탓에, 석고처럼 굳어 버린 어깨를 주무르며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