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판타지소설 쓰기 - 01 (연습중)
60킬로는 되어 보이는 200리터짜리 김치냉장고를 힘을 제대로
줄 수도 없는 자세로 들어올려버렸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내 방으로 와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러다가, 몸을 숙여서 모니터로 손을 내밀어보았다. 역시, 모니터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분명, 내 손이 모니터 속으로 넣어졌었는데!!
인벤토리라고 생각하거나, 중얼거리면, 40칸으로 된 인벤토리가 눈에 홀로그램처럼 보인다.
휴대폰을 집어넣는 시늉을 해봤지만, 휴대폰이 그냥 아래로 떨어진다.
다른 물건들로 테스트를 해봤지만, 마찬가지다. 이것은 그냥 환상인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군.
며칠이 지났다. 엄마가 나를 불러서 오징어를 어디서 샀냐고 물었다.
"그 오징어 산 것이 아니라니까! 정말로, 모니터 속에서 나온거야!"
"자꾸, 헛소리할래? 내가 10만원을 줄테니까,
아무때나 그 오징어 몇마리 사와"
엄마랑 약간 실랑이를 하다가 그냥 10만원을 받았다. 그냥 시장에가서
비슷한 오징어를 사오면 되겠지.
비슷한 오징어를 구입하려고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다. 그러는 와중에
매트 위로 바퀴벌레 한마리고 기어오고 있다.
바로 옆 테이블 위에 있는 화장지를 집으려고
방 모서리 쪽에 있는 사각형 목재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화장지를 뜯어서
내 눈 앞에서 알짱거리는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조심스럽게 화장지를 쥔 손으로 다가갔다.
확, 화장지를 쥔 손으로 바퀴벌레를 집는듯이 내리쳤다.
바퀴벌레를 잡지 못했다. 바퀴벌레가 쏜살같이 모니터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몸을 일으켜 손을 뻗었다.
그런데, 바퀴벌레가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내 눈앞에서 사라졌어?
"바퀴벌레 어디갔어?"
바닥에 어질러진 책들과 플라스틱 용기들을 들어봐도, 바퀴벌레는 보이지 않는다.
또 며칠이 지났다. 엄마가 왜 오징어를 안 사오느냐고 재촉한다. 안 사올거면
돈을 달라고 하면서 돈을 도로 가져갔다. 또 며칠이 지났다. 갑자기, 엄마가,
화를 낸다.
"너! 이 자슥. 대체 방에서 뭔 짓을 한거야!"
"엄마! 왜?"
"전기세를 보라구! 50만원이 넘게 나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아니, 전기세가 어떻게 50만원이 넘게 나와! 한달에 끽해야 2만원
정도 나오는데.."
전기요금 청구서를 확인해보니까, 1300kwh를 넘게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이게 대체 말이 되냐고?
결국, 한전에다가 사정설명을 했더니, 한전에서 한쌍의 남녀 직원이 왔다.
한전 직원이 물었다.
"방에서 쓰는 전기제품이 뭐가 있나요?"
"컴퓨터와 모니터 외에는 쓰는 것이 없습니다."
"네? 컴퓨터와 모니터 밖에 안 쓴다고요?"
"예. 나머지는 다 컴퓨터와 모니터에 달린 실험부품과 주변기기뿐이예요. 마우스. 키보드.
인터넷 모뎀. 컴퓨터로 제어가능한 실험용 보드뿐입니다."
한전직원과 나는 컴퓨터와 모니터를 각각 동작시켜보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전기 계량기를 확인하고 있던 여직원과 남직원이 통화를 하더니
모니터가 문제라고 한다.
"컴퓨터 본체는 전원코드를 뽑아 꺼놓고 모니터만 전원에 연결시킨 상황에서 계량기가 빠르게 돈다고 합니다.
모니터를 새로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모니터가요? 모니터 소비전력이 30와트 밖에 안되는데,
한달내내 켜놓아도, 30와트 곱하기 24시간 곱하기 30일 하면,
21kwh(킬로와트아우어) 정도
나오지 않나요? 어떻게, 모니터가 이렇게 나와요? "
"모니터가 고장나서 전력을 많이 소모할 수 있잖습니까?"
"예? 모니터가 1300kwh를 사용할 정도로 엄청난 전력을 소모했다면,
모니터의 보호회로가 작동해서 모니터가 작동하지 않겠죠. 퓨즈가 나가고,
다이오드가 나가고, 커패시터가 나가고 그러면, 모니터가 켜질 수 없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 정상 작동하잖아요? "
"음! 그렇네요. 그러면, 모니터는 정상 작동하니까, 전자기기 쪽으로 들어가기전에,
전력이 누설되는 것은 아닐까요? 예를들어서, 모니터 전력 케이블선같은거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내가 사용하지 않은 누설 전력에 대해서는 좀
전기요금을 빼줬으면 좋겠습니다."
한적 직원은 약간 생각을 하더니 말을 했다.
"아저씨! 저 모르겠어요? "
"예? 모르겠는데요?"
"저, 광진입니다. 구광진이요. 옛날에 저가 초등학교에서 함께 축구도 하고
많이 놀았잖아요."
"뭐? 구광진이라고! 전혀 모르겠다."
"뭐? 그렇죠. 저도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광진아! 너, 울서대 법학과 들어갔다면서, 왜 한전에서 일하냐?"
"수십년전의 일이죠. 인생이 참 그러네요. 형님 소식은 어릴때부터 어머니끼리
연락하면서 많이 들었습니다. "
그때, 엄마가 들어오길래, 엄마에게 광진이라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반겨하면서 한전직원인 광진이에게 말했다.
"광진아!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 너가 한전에서 과장이라며?
전기요금 안 쓴것 어찌 안되겠냐?"
"예! 어머니. 당연히 저가 처리해드려야죠. 요금담당하는 부서에다가 잘 말해 드릴께요."
광진이는 여직원을 먼저 한전으로 돌려보내고, 엄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전화가 와서 가봐야겠다면서 갔다. 가면서 광진이가 내게 말했다.
"형님. 누설 전력에 대한 전기요금은 저가 이번에 제해줄께요. 그런데, 한전에서
이런 사정이 있어도 이렇게 처리를 하려하지 않아요. 저가 집에 안쓰는 모니터가 있는데
한대 가져다 줄까요?"
"됐다. 상황을 알았으니, 모니터를 교체하든, 보드를 교체하든, 할께."
"요즘은, 하도, 전력을 많이 잡아먹는 전기기구가 많아서,
전력을 사람들이 많이 써요. 지금도 전기계량기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다음달 전기요금까지는 저가 알아서 처리해줄께요.
모니터 교체하는데 한달정도면 되겠죠? "
"뭐? 한달이면 넉넉하지. 아무튼,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쓰지도 않은
전기요금 문제를 이렇게 쉽게 처리하지 못했을거다. "
"뭐 그렇죠. 한전 방침이 요금을 잘 안 깍아주려고해요.
형님. 저 가볼께요. 어머니 저 가보겠습니다"
광진이는 나와 엄마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갔다.
광진이가 가고 난후, 밤새껏, 모니터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했다.
모니터 전원 케이블을 테스트 해봤는데, 케이블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광진이 말대로, 모니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도 모니터는 지금보다시피 멀쩡하게 정상 작동한다. 과전류, 과전력, 과전압이
흐르면 분명 모니터 속의 부품이 망가지기 마련인데! 그냥 파워 근처에서
전력이 줄줄 누설되고 있는 걸까? 아무튼, 모니터를 교체를 하든, 고장난 걸로
의심되는 보드를 교체를 하든 해야겠지. 모니터의 나사를 풀고 커버를 열었다.
금속커버도 나사를 풀어 열었다. 그리고 대충 30분정도 기다렸다. 고전압이 흐르는
모니터 보드를 함부로 만졌다가 감전될 수도 있으니, 커패시터에 충전된 전력이
방전될때까지 기다렸다. 보드의 나사도 풀어서 저번에 어떤 부위에서 납땜의
크랙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려다가 귀찮아서 그냥 두기로했다. 파워보드 쪽에서
냉납이 발생한 것은 확실하니, 납땜질 할것도 아닌데, 다시, 보드의 나사를 풀어서
귀찮게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 대충, 모니터 파워보드의 제품명이나 확인하자!
노노시스템에서 판매한 모니터인데, 파워보드 제품명이 작게 보드에 쓰여져 있다.
글자가 잘 안보여, 안경을 벗고, 눈을 가까이 해서 보드 제품명을 적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내 모니터 파워 보드를 검색해봤다. 모조리 중고품으로 파는데,
5천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 택배비 3천원하면 8천원이네!
멀티테스터가 없으니, 기본적인 측정도 할수가 없네! 분명, 옛날에 산 멀티테스터가
있었을텐테! 수십년이 지났으니 어디에 짱박혀 있는지 알수가 있나!
괜히 어디서 고장난지도 모르는데, 크랙이 발생한 납땜한 곳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레짐작하여,
몇만원짜리 인두기랑, 실납을 사서 납땜질할 수는 없지. 문제가 해결된다해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다시, 인터넷에서 새 모니터를 검색해봤다.
24인치 모니터가 10만원대 짜리도 있네.
27인치 모니터도 10만원대가 보인다.
이번 기회에 27인치로 바꿔볼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중고 파워 보드를 택배비 포함해 8천원으로 구매를 했다.
삼일후에 중고 보드가 도착했다. 이제, 이것을 갈아끼우면된다.
컴퓨터 시스템종료를 하려고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늗데, 갑자기, 바로 눈앞에서!
바로 눈 앞 허공에서 뭔가 새끼 손가락만한 시커먼 것이 기어나오고 있다.
긴 더듬이같은 것이 보인다.
"씨발! 이게 뭐야?"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채, 서서히 기어나오고 있는 그것은, 점점 크기가 커지고 있다.
새끼손가락만한 것이, 손바닥만하게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바퀴벌레!! 바퀴벌레였다.
식겁한 채, 벌떡 일어나, 투명 플라스틱 병을 집어서, 바퀴벌레가 기어나오고 있는
허공에다가 댔다. 그리고, 바퀴벌레가 뚝, 병 속으로 떨어졌다.
후다닥, 나는, 병뚜껑을 막아버렸다. 대체 이게 뭔 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