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맑음 오후 소나기.
온두라스에서의 날이 밝아온다. 창 밖에는 오래된 건물의 기와들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그 뒤로 성당의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경사진 초록 언덕에 집들이 보인다. 달동네 같다.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제공해 준다. 어떻게 주는 지 궁금한 마음을 갖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작고 깔끔한 식당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다. 조용한 아주머니가 메뉴 글씨를 내민다. 3가지가 있다. 1번은 일반적인(typical), 계란, 콩, 바나나, 치즈, 빵과 주스 또는 커피다.
여기서 콩은 팥을 으깨어서 익힌 온두라스 스타일이고 바나나는 튀긴 바나나다. 2번은 팬 케익과 과일 그리고 주스 또는 커피다. 3번은 조각(shot) 또르티야, 계란, 콩 버터, 주스 또는 커피다.
아내는 3번 나는 1번을 주문했다. 온두라스는 이렇게 식사를 주는구나. 브리타스(Burritas)라는 말을 처음 배웠다. 브리타스는 호떡과 같은 또르티야 비슷한 전병이다.
주는 대로 감사히 잘 먹었다. 배낭을 숙소에 맡기고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피카초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일단 숙소를 나왔데 어디에서 무엇을 타고 가야할지 막막했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을 했다. 지도에서 보면 바로 뒤에 있는 언덕인데, 걸어가는 길이 없다. 아마도 경사가 심해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고맙게도 숙소에서 친절한 중년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피카초에 간다고 하니 본인이 버스 타는 곳을 알려준단다. 함께 숙소를 나왔다.
신사는 6년 전에 용산에서 6개월 정도를 일했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등 기초적인 한국말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미술관이 있는 서쪽으로 걸어가 골목길에 서 있는 버스를 안내 받았다.
미니버스 앞창에는 El Hatillo라는 지명이 보인다. 이 버스를 타면 도중에 피카초 국립공원 입구에 내려준다고 한다. 요금은 두당 13렘피라(715원)다.
뜻밖에 돕는 천사를 만나서 쉽게 버스를 탈 수 있어서 감사했다. 미니버스는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언덕을 지그재그로 오르기 시작한다.
언덕에 세워진 집들이 불안해 보이고 오르는 길이 경사가 급하다. 20여분을 지나 우리를 국립공원 입구 삼거리에 내려 주었다. 여기서 걸어가야 한다.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 한적한 도로다. 눈치껏 방향을 잡아 걸어간다. 벌써 날이 뜨겁다. 잠시 후에 매표소가 나온다. 공원입장료 두당 30렘피라(1650원)를 지불하고 입장권을 받았다.
외국인은 35렘피라라고 씌어있다. 걸어가는 이는 우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끔 승용차가 지나가는 것이 전부다. 찾는 이가 없다.
동물원(Metropolitan Zoo Rosy Walther)이 나온다. 입장료는 30렘피라이다. 찾는 이가 전혀 없는 아침, 고요하다. 동물원을 만드는데 일본의 원조가 있었나보다.
일본 국기가 보인다. 좀 더 걸어간다. 매장도 있고 과일나무도 보인다. 숲길이 이어진다.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엄청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고층빌딩에 중앙 언덕도 보인다.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다.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 뒤에는 둥그런 분수대도 있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시내를 내려다본다. 독수리같이 생긴 검은 새 두 마리가 함께 바위 위를 지키고 있다. 안전망이 있는 전망대도 있다.
시내를 내려다보며 우리 숙소도 찾아보고 어제 방문했던 성당들도 찾아본다. 멀리 비행장도 보이고 종합운동장도 보인다. 온두라스 테구시갈파시 식수위생국(UMAPS)이 보인다.
2023년도 여름에 서울시는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의 수도인 테구시갈파시에 재사용 수도계량기 7,000개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Cristo de el Picacho 이정표가 보인다. 걸어가니 공터에 대형버스도 와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보여 반가웠다. 커다란 나무숲에는 주택이 보인다.
주택의 벽에 디자인된 모양이 섬세하고 예쁘다. 아이 러브 피카초에서 사진을 찍는다. 예수상이 있는 공원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따로 끊어야한다.
예수상 입장료는 낮에는 10렘피라(550원), 야간은 25렘피라. 화장실도 유료다. 주말에는 작은 공연과 생일 파티들이 열린단다. 자연과 고요함이 가득한 곳이란다.
전망도 좋고 층계와 정원이 잘 만들어져 있다. 성경말씀도 있고 예수님의 십자가 길이 번호로 만들어져 있다. 주황색 꽃나무가 화려하다.
코스모스 꽃도 보인다. 이곳은 온두라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나무들 위로 솟은 석상, 브라질 리우에만 예수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온두라스에도 있었다.
테구시갈파를 내려다보고 있는 예수상의 정식 명칭은 Cristo de el Picacho(피카쵸 언덕의 예수상), 엘 피카쵸는 예수상이 서 있는 언덕 이름이다.
자금도 부족하고 위치도 변경되고 등등 우여곡절 끝에 1997년에 완성되었다. 온두라스의 조각가 ‘마리오 자모라(Mario Zamora)의 작품으로 받침대를 포함해서 32m라고 한다.
남아메리카 국가가 대부분 그렇듯이 온두라스도 대부분 천주교인이다. 그만큼 성당도 많고 믿음도 강하다. 날씨가 좋아서 선명하게 테구시갈파 시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전경이 정말 멋지다. 작은 정원도 있어 휴식을 취한다. 이제 왔던 길을 걸어서 다시 나온다. 분수대에는 물이 솟는다. 시원해 보인다.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