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맑음. 독일 27℃, 몰타 후끈➀
몰타 공항에서 아침을 맞는다. 날이 새기 전에 공항 청사 밖으로 나왔다. 밖에 있는 주차장 가운데 작은 공원이 있다. 공원 가운데에는 싱싱해 보이지 않는 분수대가 조명 빛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는 긴 벤치가 있다.
공원청사를 등지고 벤치에 앉아서 날이 새기를 기다리며 원형 분수대를 돌면서 새벽 몰타의 공기를 마신다. 멀리 낯선 몰타의 땅에 있음이 실감난다. 정면에서 날이 밝아온다.
차들이 하나 둘 공항으로 들어오며 사람들도 들어온다. 떠나는 사람과 배웅하려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제 들어왔는데, 버스도 들어온다. 아내와 함께 아침 식사를 간단히 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순무와 건빵, 그리고 어린이 소시지로 힘을 불어넣었다. 이제 배낭을 메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야 한다.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예약해 둔 숙소를 먼저 목적지로 잡았다.
우리 숙소는 몰타의 슬리에마(Sliema) 지역에 있다.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는 비싸서 좀 외곽인 이곳에 숙소를 정한 것이다. 공항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았다. 미리 조사해 온 버스 TD2 버스를 탄다.
슬리에마에 가느냐고 확인하고 탄다. 운전기사는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해 준다. 버스비는 두당 3유로(4500원)다. 테블릿PC에서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며 간다. 도로가 언덕을 오르내리며 굴곡이 심하다.
오래된 집들이 보이며 몰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걸어간다. 바닷가를 끼고 좁은 해안도로를 간다. 숙소와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내리고 보니 작은 해변(Balluta Bay)이 있는 정류장이다. 해변 뒤로 몰타 메리어트 호텔의 건물이 아침 햇살에 빛을 내고 있다. 멋진 휴양지 느낌이다. 아침부터 수영하는 삶도 보인다. 방파제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도 있다.
작은 배들이 떠 있는 아침 바다는 잔잔하고 고요하다. 정류장 건너편에는 커다란 성당(Our Lady of Mount Carmel) 우리는 내려다보고 있다. 분위기가 포근하고 느낌이 좋다. 기온이 따듯해 컨디션이 좋다.
운동하는 이들도 밝다. 발루타 공원(Balluta Square)으로 왔다. 몰타의 4번째 대통령 Ċensu Tabone(1918~2012)의 동상도 보인다. 작은 숲으로 이루어진 공원인데 대리석 조각상이 있는 분수대도 있다.
공원을 등지고 언덕길을 올라간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는 조용하다. 골목길 머리 위로 또 하나의 도로가 지나간다. 아치 다리다. 작은 승용차들이 길가에 주차해 있다. 오래된 집들이라 주차장이 없다.
2,3층으로 된 집들은 모두 붙어있다. 숙소가 있다는 지점에 섰는데 숙소 이름이 안 보인다. 가게 문을 여는 주민에게 물어도 잘 모른다. 결국 좀 더 넘어가 경찰서 앞에 섰다.
작은 카페에서 아침 차를 마시고 있는 경찰에게 물었다.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숙소를 겨우 찾았다. Privilege suit SLiema. 자세히 살펴야 알 수 있는, 작은 표시가 붙어있는 호텔이 아닌 펜션 같은 4층 건물이다.
들어서니 마침 아가씨가 있다. 체크인을 한다. 청소중이라 오후 3시나 들어갈 수 있단다. 예상했던 일이다. 가방을 맡겨놓고 시내 구경을 나선다. 그러니까 우리 숙소는 슬리에마 지역에 있는 것이다.
언덕을 넘어서 선착장으로 걸어 내려간다. 숙소를 알려준 경찰들에게 인사를 한다. 동양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신기한 것 같다. 슬리에마에서 배를 타고 말타의 수도인 발레타로 건너가 구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간다.
선착장에 도착했다. 페리 시간표를 보니 30분마다 배가 출발한다. 티켓 사무실은 비어있다.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다. 그늘에서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선착장 주변은 높은 빌딩들이 줄지어 바다를 보고 있다.
크고 작은 투어 선박들이 모여 있다. 배가 들어온다.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모두 줄을 선다. 배표는 배 안에서 팔고 있다. 왕복표를 끊었다. 두당 3.8유로(5,700원)다. 배를 타고 갑판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피며 간다.
주변 경관이 멋지다. 발레타 전경도 멋지다. 성 요한 성당과 성 바울 성당의 첨탑이 선명하게 발레타를 장식하고 있다. 떠나온 슬리에마 지역도 싱싱하다.
스쳐가는 건너편 섬의 마노엘 요새(Port Manoel)와 함께 있는 유적들이 보인다. 병풍처럼 둘러싼 건물과 요새, 웅장한 축대를 보면서 배는 도착했다. 온통 담과 건물과 언덕길이다.
아담하고 예쁜 성당(St Andrews Scot’s Church)을 본다. 건물 벽 모퉁이에 작은 인물상이 있다. 5명의 젊은이들이 붙어있다. 무슨 기념상인 것 같다. 언덕을 오르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서 오르니 정상 길이 나온다.
길옆에는 로마시대 유적 같은 기둥들만 서 있다. 큰 건물들이 길 양옆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에 오래된 거리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있어 반질반질 빛이 난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종종 걸음으로 걸어간다.
재탄생한 오페라 극장이란다. 발레타 성문 입구 쪽으로 걷다 보면, 마치 고대 그리스 신전의 폐허 같은 유적이 눈에 들어온다. 남아 있는 코린트 양식의 기둥을 보면 여기에 신전이 있었나? 착각할 정도다.
신전이 아니라 왕립 오페라 극장의 유적이다. 1866년에 지었으나 2차 대전 당시인 1942년에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파괴되기 전 옛 사진을 보면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다. 어떤 명분이든 전쟁은 파괴하는 것이다.
종전 후 오페라 극장은 주차장으로 쓰이다가,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에 의해 야외 공연장으로 재탄생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종종 야외 공연이 열린다.
렌조 피아노는 원형을 완전히 복원하지 않되, 폐허의 흔적을 남기면서도 이곳이 과거 오페라 극장임을 상기시키는 기막힌 작품을 만들었다. 문화재 원형을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성문 입구에 거의 다 도착하면 발레타 구시가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건물이 나온다. 새 의회 건물이다. 역시 렌조 피아노의 작품이다. 의회 건물과 맞닿은 현대식 발레타 성문 역시 렌조의 작품이다.
애초 몰타 정부는 오페라 극장의 폐허에 새 의사당 건물을 지으려 했지만, 렌조의 설득으로 야외 공연장으로 복원했다. 렌조는 성문 입구에 새 의사당 건물을 짓는 대안을 제시했고 받아들여졌다.
모던한 양식으로 지어 설명을 읽지 않으면 의사당 건물인지도 모른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야외 공연장 자리에 하마터면 의사당이 들어설 뻔했다.
도시 문화 정책은 정부나 시민뿐만 아니라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하는 민관 협의가 중요함을 다시 느낀다. 물론 시민의 감시와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 렌조 피아노의 작품인 새 성문(City gate)을 빠져나온다.
City Gate라는 웅장한 성벽이 양 옆에 비슷한 모양으로 버티고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정원도 보이고 차들이 다니는 길도 보인다.
커다란 광장이 나타나고 중앙에는 멋진 분수대가 아침햇살을 받으며 하늘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Triton Fountain이다. 파란 하늘에 시원하게 솟아나는 분수지만 뜨거움을 사라지게 할 힘이 없어 보인다.
계속 걸어가니 정원위에 예수님 상이 보인다. 그런데 제목을 보니 Saint Peter Statue다. 아래 만들어진 형상이 베드로인가?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독립광장으로 이어지는 정원에는 여신상이 세워져있다.
루이지 프레지오시 백작(Luigi Preziosi 1888 – 1965)의 흉상도 보인다. 그는 몰타의 정치인이자 안과 전문의였다. 왼쪽으로 길을 건너간다. 광장에 커다란 성당이 있다. 성 푸블리우스 교구 교회(St. Publius Parish Church)다.
로마 가톨릭 교구 교회로 18 세기와 20 세기 사이에 여러 단계에 걸쳐 건설되었다. 성 푸블리우스 교회 (St. Publius Church)의 외관은 삼각형 지붕(gable)을 갖고 있는 신고전주의 풍 현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쪽에 종탑이 있다.
그리스도 왕의 동상이 정면 꼭대기에 서 있다. 교회는 돔과 풍성하게 장식 된 내부가 있는 십자가 형상을 가지고 있다.
Publius의 순교를 보여주는 제단은 1773 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Antoine de Favray와 그의 제자 Filippo Vincenzo Pace의 작품이다. 천장은 성 바울의 난파선과 몰타에서의 체류를 묘사한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성 푸블리우스 (St. Publius)의 동상은 1811 년 조각가 빈첸초 디메크 (Vincenzo Dimech)에 의해 완성되었다. 푸블리우스는 몰타에 살았으며, 주후 60년, 난파되어 이 섬에 도착한 사도 바울을 영접했다고 한다.(사도행전 28:1-10).
성경에서는 몰타를 멜리데라고 언급하고 있고 푸블리우스는 보블리오라고 적혀있다. 성당은 장례식 준비로 한창 분주하다. 우리가 몰타를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도 성경에 등장하는 이 사건의 현장이 궁금해서다.
푸블리우스 교회 앞에는 광장이 펼쳐져있다. 광장 바닥에는 둥근 대리석 판이 규칙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기둥 밑 부분인줄 알았다. 로마시대의 건축물 바탕인줄 상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커다란 곡물창고의 뚜껑이란다. 이 광장은 푸블리우스 광장이라고도 하는데, 지도에서 보니 Il-Fosos(Granaries)라고 기록되어있다.
세인트 존 기사단에 의해 땅을 파고 원형 석판으로 뚜껑을 만든 곡물 창고라고 한다. 발레타와 플로리아나 주변에 지역에 존재하고 있단다. 이 광장에서는 7월에 유럽 최대의 축제가 열리기도 한단다.
이 지역 이름이 몰타의 플로리아나 지역이란다. 다시 분수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 나온다. 작은 정원에 황금 새 모형을 갖고 있는 높은 대리석 기념물이 보인다. 공군 기념탑이란다. 주변의 도로가 온통 대형버스 주차장이다.
버스들이 줄지어 주차해 있고 많은 버스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사람들도 분주히 모여들고 흩어진다. 이곳이 발레타 섬의 중심 터미널이다. 종점이고 출발점이다.
이곳 섬의 여러 지역으로 출발하고 또 모든 버스가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도 여기서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을 돌아보곤 했다. 트리톤 분수대 앞 광장에는 작은 간이음식 가판대가 설치되어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과 음료를 팔고 있다. 우리는 너무 일찍 아침을 먹어서 배가 고프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피자 조각 2개를 샀다. 개당 1.5유로(2,250원)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먹는데 그 맛이 꿀맛이다.
잘 넘어간다. 다시 시내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