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29일 목요일. 덥다.
튀니지다. 머물고 있는 장소는 달라도 하는 일은 비슷하다.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아직 날은 어둡다. 핸드폰과 카메라 밧데리를 충전하고 하루가 어떻게 펼쳐질지 생각해본다. 새벽 5시경에 아잔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들으니 아랍국가에 왔음을 깨닫는다. 좋은 아침이다. 창밖의 고층 건물들이 보이고 파란 하늘과 초록 나무들이 보인다. 아침 7시 호텔에서 제공해 주는 식사를 하러 간다. 1층에 있는 뷔페식당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들어간 것 같다. 대리석 바닥에 단정한 실내장식이 깨끗했고 약간 서민적인 분위기다. 음식은 촌스러웠지만 정성을 다 한, 나름 풍성했다. 손님이 남자들만 먹는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도 모두 남자들이다.
빵과 소시지, 버터, 치즈, 햄 그리고 토마토와 오이 계란 등을 듬뿍 담아 먹는다. 기다려지고 기대가 되는 조식을 먹는 것이 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 나라의 형편과 삶이 보인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온다.
밝은 낮에 처음 보는 거리다. 호텔의 모습과 입구도 보이니 그런대로 좋다. 어제 밤에 먹었던 두려움과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 수도인 튀니스에서 먼저 수스(Sousse)로 가려고 맘을 먹었다.
수스로 가기 위해서는 이용 할 수 있는 교통편의 종류와 그 양은 매우 많은 편이다. 우리는 루아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루아지 터미널로 열심히 걸어간다. 자카란다 보라색 꽃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중남미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가에서 처음 본 꽃 나무다. 여기서 보니 반갑다. 커다란 루아지 역에 도착했다. 수스 행 루아지를 물어보니 수스행은 여기서 타는 곳이 아니란다. Moncef Bay의 루아지 터미널에서 차가 있단다.
할 수 없이 나오는데 입구에 루아지 한 대가 수스 행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얼른 탔다. 8명이 다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주변을 살펴본다. 야자나무와 소철 등 열대 식물이 보인다.
거친 언덕도 멀리 보이고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댄다. 도시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영어와 아랍어가 같이 기록되어있다. 금방 8명이 채워져 루아지는 출발한다.
튀니지에서 이동할 때는 늘 루아지를 이용하는 것이 쉽고 편리하다. 루아지의 종류는 크게 3가지다. 장거리 이동은 붉은색 줄이 있고, 단거리 관외는 파란색 줄, 관내는 노란색 줄이다.
노란색은 택시와 구분되어 노선 합승 택시다. 루아지는 엄청 달려간다. 고속도로는 잘 만들어져 있다.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겁나게 달려간다. 도로 주변은 벌판이 넓게 펼쳐지는데 주로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 있다.
아몬드 나무도 보인다. 튀니스에서 수스까지 140km 정도로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1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도시 남쪽에 있는 수스의 루아지 터미널은 가프사, 카이로우안, 튀니스, 엘젬, 가베스, 스팍스 등 모든 방향의 루아지들이 출발하는 곳이기에 상당히 복잡하다.
매표소도 목적지의 방향에 따라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다. 우리의 목적지로 가는 루아지의 표를 끊어주는 매표소를 찾아서 도시명과 가격을 살펴본다.
그냥 루아지 기사들이 모여 있는데서 목적지를 말하면 그분들이 매표소 찾기부터 알맞은 루아지 탑승까지 전부 대신해주고 있다. 터미널이 넓고 엄청 사람들이 많다. 숙소가 예약되어 있는 구시가지, 메디나를 찾아가야한다.
메디나는 고대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다. 터미널에서 가까울 줄 알았다. 루아지 출입을 통제하는 아저씨가 택시타고 갈 거리라며, 종이에 아랍어로 목적지, 택시 비용 2~3디나르, 거리 4km정도를 적어준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거리는 쓰레기가 날리고 먼지와 매연이 코를 탁하게 한다. 거기에 뜨거운 태양이 강렬해 배낭을 지고 가는 몸을 땀으로 다 적신다.
메디나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방향을 잘 알려준다. 동양인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어서인지 신기하게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방향은 맞는데 거리가 너무 멀다. 로터리가 나온다. 북쪽에 관공서 같은 건물이 보인다.
아랍 풍 건물에 붉은 튀니지 깃발이 함께 있다. 박물관이 나타난다. 수스 고고학 박물관(Sousse Archeological Museum) 이다. 11세기에 세워진 수스 메디나의 카스바(Kasbah)에 위치해 있다. 1951년에 설립되었다.
박물관은 소장품이 재배치되고 건물이 개조 된 후 2012 년에 대중에게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수도 튀니스에 있는 바르도 국립 박물관(Bardo National Museu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자이크 컬렉션이 있다.
"메두사의 머리", 오디세이의 얼굴, 바다 전차의 해왕성 또는 닐로틱 장면과 같은 신화적인 인물을 묘사한 멋진 모자이크가 있다. 박물관에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흉상과 로마 시대의 대리석 조각상도 전시되어 있다.
수스의 지하 묘지에서 발견된 양을 어깨에 메고 있는 목자의 모습이 새겨진 대리석 판도 있다. 이 유명한 서판은 선한 목자,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양을 찾는 목자로 비유한다.
베칼타에서 발견된 비잔틴 시대의 세례반은 수스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이 성채다. 드디어 우리는 메디나에 도착했다. 들어서니 수크, 시장이다. 옷가게, 가방 가게 등 서민들의 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사람들도 많다.
메디나 구시가지에 있는 숙소(Hotel Medina)를 물어물어 겨우 찾았다. 체크인을 한다. 친절한 젊은 아가씨가 우리를 맞아준다. 가방을 맡기고 엘젬을 찾아가기로 했다. 아가씨가 루아지 터미널과 엘젬이라는 지명을 아랍어로 써준다.
택시를 타고 루아지 터미널로 간다. 노란색 택시는 바가지를 씌운다. 많아야 3디나르가 나오는데 4.74디나르가 나왔다. 기분 나쁜 언사로 항의 했으나 요금은 그대로 주었다. 루아지에 도착해서 엘젬 가는 표를 끊었다.
엘젬이라고 외치기만 하면 어디선가 기사가 나타나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엘젬 까지는 약 74km 거리다. 루아지는 금방 손님이 차서 떠난다. 도심을 조금만 나오면 바로 고속도로로 차를 올린다.
루아지 안에서 맛 없는 빵을 먹었다. 점심이다. 약 한 시간을 달려 우리는 엘젬 루아지 정류장에 들어섰다. 조용하고 한가해 보이는 터미널이다. 튀니스와 수스, 스팍스로 가는 루아지가 있다고 씌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