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7일 토요일. 20~27℃ 바람이 선선하고 초가을이 느껴진다. 비.
카사블랑카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도시 카사블랑카에 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흐리다. 흰색 건물들이 높고 깊은 검은색 도로가 선명히 대비된다.
도로에는 승용차 몇 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창밖의 흰색 건물들이 모양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카사블랑카의 아침이다. 식사를 하러 호텔 식당으로 내려간다. 조식 뷔페다.
잘 차려진 음식, 주로 빵 종류가 많다. 계란 치즈 버터, 방울토마토, 커피에 우유를 넣어 먹는다. 사람들이 많다. 풍성한 아침식사다. 시내 구경 전에 먼저 내일 찾아갈 마라케시 교통편을 알아보기로 했다.
버스로 갈 것인지 기차로 갈 것인지 알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지도를 잘 살펴보고 호텔을 나섰다. CTM버스 터미널을 목표로 삼고 길을 찾아간다. 거리는 이른 아침이라 조용하다.
바둑판 모양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걷다보니 시장(Central Marketplace) 건물을 만났는데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다. 트램 역(Marché Central) 앞이다. 우아하게 생긴 우체국 건물도 보인다.
마침 트램 열차 한 대가 들어온다. 좀 더 걸어가 CTM 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CTM은 City Tour Morocco의 약자란다. 버스회사 이름이다. 모로코 전 지역을 운행하는 가장 큰 운수회사 같다.
가격과 출발시간을 알아보고 나와서 카사 포트역(Casa Port)역으로 갔다. 탁 트인 광장에 흰색 2층 건물로 현대식이다. 주변 광장을 둘러보니 시계탑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기차역에서는 마라케시 가는 기차 편이 없고 다른 역 카사 보이지역(Casa Voyageurs)에서 기차가 있단다. 카사 보이지역은 숙소에서 동쪽으로 좀 멀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CTM 버스 터미널로 가서 예약을 한다. 내일(8일)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마라케시 행, 버스표를 구매했다. 두당 150디르함(22,500원)이다. 100유로가 1005디르함으로 계산한다. 약 3시간 걸린단다.
이제 시내 투어를 시작하기로 했다.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대서양에 면한 모로코 왕국의 최대도시다. 인구는 약 350만 명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이다.
경제와 무역 면에서도 모로코의 수도인 라바트가 묻힐 정도로 훨씬 앞질렀으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모로코 내 굴지의 기업들과 그곳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도 본사와 주요 산업 시설들을 이 도시에 두고 있다.
이름은 라틴어로 하얀(blancus) 집(casa)을 뜻한다. 모로코 국내에서는 약칭인 '까사'로 잘 통한다. 모로코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어로 지어진 지명이다. 아랍어로는 다르 엘 베이다(Dar el Beida)라고 하는데 역시 ‘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베르베르어로 된 옛 이름은 안파(Anfa)이다. 작은 산, 언덕, 이라는 뜻이다. 8세기 베르베르계 국가 바르가와타에 의해 건설된 도시다. 1515년 포르투갈이 점령하고 모로코 해안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 활용하였다.
그러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파괴되어 포르투갈 사람들이 떠나자 알라위 왕조의 술탄 무함마드 3세가 재건하고 페스의 주요 항구로 삼았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 저항 세력이 피신하였고, 1943년에 열린 카사블랑카 회담으로 역사의 장이 되었다.
1907~1956년까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유럽식 건물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이 때문에 현재는 서양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우리는 먼저 술탄 하산 2세 모스크를 찾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시내에서 걷기에는 좀 멀어 보인다. 버스를 타기로 했다. 노란색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 요금은 두당 5디르함(750원). 1디르함에 150을 곱하기로 했다.
모스크의 전경을 보며 서둘러 내렸다. 길가의 고양이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모스크의 정면 입구에서니 엄청 크고 넓어 보인다. 하산 2세 모스크는 하산 2세가 즉위 직후부터 추진하였고, 1986년 건설을 시작하여 1993년 완공되었다.
멀리서 봐도 그 자체로 웅장하다. 1992년에 세워진 하산 2세 모스크는 아프리카에서 2번째, 세계 14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내부에 2만5,000명, 외부 광장에서 8만 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을 정도다.
미나렛(탑)의 높이만도 210m나 돼서 도심의 어느 곳에서든 쉽게 발견하고 찾아갈 수 있다. 약속의 장소로 자주 이용된단다. 하산 2세 모스크는 대서양과 맞닿아 있다.
해안의 암석 지대에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사원을 올려 건축했기 때문에 파도가 높은 날,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예배당은 내부로 들어서야만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가로 200m에 세로 100m. 400m 육상트랙을 고스란히 옮겨 놔도 될 정도다. 높이도 40m나 된다. 1만 명의 장인이 7년에 걸쳐 이뤄낸 건축물인 데다 국민의 헌금으로 이뤄 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카사블랑카 시민은 물론 모로코인들의 각별한 애정을 받는 모스크다. 알라의 권좌는 바다 위에 있다는 이슬람 전승에 따라 물 위에 지지 기둥을 세워 건설하였다. 다만 예배실에서 바다가 직접 보이지는 않는다.
모스크의 외벽 타일은 모로코 국민들이 하나하나 제작한 것으로, 국민 통합의 구심점 중 하나로 작용한다. 입장료에는 전통적인 목욕탕체험(Hamman)도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방문한다.
단체 여행객의 대형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가이드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혼잡한 중에 들려온다. 타워와 대리석 건축물, 멋진 문양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을 볼 수 있는 포인트(View on Mosque)로 이동해서 바다와 어우러진 전체 조명을 한다.
카사블랑카의 ‘엘 핸크 등대(El Hank Lighthouse)’가 있는 파라다이스 해변은 도시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만들어 낸 해안절벽은 익스트림한 뷰를 품고 있었다.
등대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알 앤크 전망대(Observation Deck Al Âank)’다. 하산 2세 모스크를 완전하게 조망할 수 있는 스폿으로, 아침이면 물 위의 모스크와 일출 숏을 담기 위해 많은 사진가가 찾아온단다. 멋지다.
내부 입장은 생략하기로 했다. 아부다비와 오만 등에서 그 화려함과 웅장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모스크를 등지고 해안도로를 걸어간다. 안파 플레이스(Anfa Place)이다. 카사블랑카의 해안을 따라 조성된 쇼핑몰이다.
카페,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현대적인 공간이다. 해변을 산책하며 모로코의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현지 사람들과 여행자에게 모두 인기 있는 명소란다. 대형 쇼핑 몰(Marina Sopping Center) 건물에는 낯익은 간판도 붙어있다.
우리는 이 길을 걸어서 Rick’s Cafe를 찾아간다. 어린 시절에 본 영화 카사블랑카 때문이다. 멜로 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감독 마이클 커티즈(Michael Curtiz)의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 것이다.
설사 영화를 직접 보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스토리가 전개되는 지명만 소개하면 거의 다 제목을 알 만한 영화다.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스타인 험프리 보가트가 릭 역으로 나오고, 잉그리드 버그만이 일자 역으로 나온다.
초기에 릭의 역할은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이 캐스팅될 뻔했지만 다행히 무산되고 험프리 보가트가 그 역을 맡았다고 한다.
특히 이 작품은 험프리 보가트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캐릭터가 릭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카사블랑카〉는 대중적인 영화면서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시민 케인>과 함께 역사상 최고의 미국 영화 순위에서 항상 자리다툼을 해왔다.
영화는 1942년 하반기에 잠깐 개봉했다가 무기한 연기한 후, 카사블랑카에서 루스벨트와 처칠이 정상회담을 하자 1943년 1월 할리우드 극장에서 다시 개봉했다. 그때부터 엄청난 관객이 몰려들었고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카사블랑카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뜨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영화의 세계적인 히트 덕분이다. 재밌게도 정작 영화의 배경은 카사블랑카이지만 독일군 장교 슈트라서가 카사블랑카에 도착하는 장면과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공항 엔딩 장면을 LA 근교의 밴나이스 공항에서 촬영한 걸 제외하고 전부 100%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카사블랑카에 만든 것이다. 2004년 당시 모로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이 오랜 고증 작업을 거쳐 진짜 같은 릭스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 머릿돌에는 2004년 마이크 커티스의 작품 카사블랑카를 기억한다고 기록되어있다. 릭 카페 건물을 마주하고 있는 공원에는 뚱뚱한 나무들이 이국적이다. 키 큰 야자수와 함께 공원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