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오다
최 선 묘
남을 원망하는 마음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원망을 풀 수 없다.
오직 원망을 떠남으로서만 원망을 풀 수 있다.
이것은 영원히 변치 않은 진리이다.
-법구경-
부처님 다녀 가시자 마자 새끼 낳느라고 힘들었지 싶어요. 꼬마 살타가 새벽 4시부터 1시간 동안 6마리 새끼를 낳았어요. 우리 밖에서 새끼 두 마리가 낑낑낑 어미를 찾느라 도량이 떠나갑니다. 그래서 새끼 낳은 걸 알았지요. 얼른 어미에게 넣어 주었더니 본능적으로 어미의 젖을 찾아 품 안으로 파고드네요. 장한 어미와 새끼 6마리는 얼마나 대견하고 예쁘던지 생명의 신비를 봅니다.
수고한 꼬마 살타에게 싱싱한 날계란 두 개 먹여주고 미역국 끓이고 있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시절에 태어났지요. 강아지들 보리가 아빠예요. 꽃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아요. 꼬마 살타가 새끼 낳을 때 편하라고 그런 것 이겠지요. 꼬마 살타의 젖은 몸을 닦아주고 바닥에 비닐을 깔고 신문과 수건으로 진자리를 마른자리로 만들어 주었더니 차분해 집니다.
강아지 많이 낳으면 경사가 났다가 하는데 요즘은 안 그렇답니다. 개들을 하도 버려서 법도 바뀌고 칩도 박으래요. 미역국에 족발을 고아서 주라고 당부하고 하동갈 준비를 합니다. 말도 많고 원망도 많았던 산불 현장이 차창 밖으로 보이다가 안 보이기를 반복합니다. 소나무 재선충까지 함께 보입니다.
하동 자운암에 갔어요. 산청이 가까운 곳이라 봄에는 산불로 걱정과 근심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많큼 마음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불은 하동을 비켜 갔지만 올해는 대나무가 다 죽었지 뭐예요. 대숲에 살던 새들이 걱정 되었어요. 그래도 자운암을 떠나지 않고 뻐국이가 우네요. 주지 원공스님 말씀이 대나무는 모든 뿌리가 연결되어서 함께 죽었다고 합니다.
삼화마을 녹차 체험장도 문을 닫았네요. 마을 사람들이 빠르게 고령화 되다 보니 관리를 할 사람들이 없다고 합니다. 산비탈 고사리밭은 묵어지고 논은 고사리밭이 되었고, 매실밭도 이제는 안 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답니다. 자운암이 있는 마을 한바퀴 돌고 나니 우리 마을도 사업비는 가져왔으나 걱정이 됩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쑥이 연하고 좋아서 한 자루 뜯었어요. 이것저것 야생화를 얻어서 차에 가득 싣고 하동에서 단성 가는 길 왼쪽으로 산들이 다 탔어요. 봄에 큰 산불로 인한 아픔이 고스란히 가슴 아프게 전해집니다. 피해 입은 사람들과 산짐승들 다 어디로 가고 불에 그을린 검은 상처들만 남아 있습니다.
충청도 산보다 경상도 쪽은 산이 높아 정상은 그대로 두고 아래 부분만 복구했다고 합니다. 집이 타고 우사가 타고 농작물이 절단난 사람들에게 오히려 많은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하루 힘들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분들이 불을 원망하지 않도록 가여운 마음이 새싹이 되도록 살펴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이든 때가 있겠지 않겠어요. 오래 걸리지 말고 서로 도움을 주면 좋겠어요.
하동에서 돌아오니 이번엔 아기황새가 돌아오지 않고 있답니다. 아기황새 k47번을 찾는 건지 어미는 화목아 부르니 고개를 돌려 나를 탐색 합니다. 마치 아기황새 좀 찾아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5월 16일 아기황새 한 마리가 둥지에서 내려와서 산을 오르고 걸어 다니는 걸 봤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어 걱정입니다. 둥지에서 내려와 산아래 쌍지팡이 마당으로 내려와 놀고 있었는데, 저녁때 되어도 사고가 났는지 둥지에 들어오지 않았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빠 생강이가 사고로 가사 육아가 좀 느린 편인데 공원 습지에 물을 빼고 풀이라도
제때 깍아주면 좋았을 텐데. 황새들이 이소를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몇몇 사람들과 함께 내려 앉았던 산속에서 아기황새 k47를 찾아 보자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목숨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관심을 깊이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