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뒷집에서>
-김상문
앞집 홍매화가
우리 집 담장을 넘어왔다
뒷집 목련도 왔으니
키 낮은 영춘화뿐인
우리 집은 꽃 잔치가 벌어졌다
참 고맙다
앞 뒷집은
언제나 서로 나눠 갖는다
애써 만든 도토리묵도
나눠 먹고
우리 집 단감도
앞뒷집에 나눠주고
봄꽃처럼 언제나
정겨운 이웃
<호박의 꾀 많은 생각>
-김상문
호박 덩굴은 눈도 코도 없지만
용하게 담을 찾아 오른다
덩굴손이 못 나오게 떼어 버리면
잎은 반쪽의 넓이로
덩굴은 3분의 1 길이로밖에 안 자라고
암꽃은 아예 피지도 않는다
덩굴손이 없으면 잡을 곳이 없어
호박을 달아도
옳게 키울 수가 없어서
그렇단다
호박이 점점 커지면
덩굴손도 따라서 큰 호박 지탱하려고
점점 더 힘이 세어진단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무턱대고 쭉쭉 뻗는 줄만 알았던
그 호박 덩굴
그렇게 꾀 많은
깊은 생각까지 갖고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산은 봄 산이라야>
김상문
진달래 산뻦꽃이 산을 물들이더니
이제 단풍나무 이팝나무...
모두가 새순으로 열 스무 가지
색깔이 어울린 이게 꽃산이야
거기다 ‘또르르’ ‘삐-억’ 탁탁탁‘
뭣을 찾아 노래가 합해져
온 산은 노래 봄 산이야.
앙증맞는 방욼 곤줄박이 박새
소적ㄷ새 딱따구리도 좋아라
목청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