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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여행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긴 여행을 마치고 세어 보니 총 12나라에서 21군데의 캠핑장을 다녀 보았습니다. 가장 길었던 캠핑장에서는 이 주일 가까이 머물렀습니다.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신기한 것, 참 많이 보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여행을 마치고 아내와 제가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다 보면 어느 샌가 우리가 지냈던 캠핑장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캠핑 자체가 가장 추억에 남는 것들 중의 하나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말입니다.
캠핑 여행이 처음이어서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도전을 해보니 정말로 재미있고 추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호텔을 전전하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던 여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여행이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도전했던 캠핑 여행은 제게 새로운 발견입니다. 기억이 무뎌지기 전에 텐트 캠핑 여행을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점을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혹시 저처럼 유럽 캠핑을 꿈꾸시는 분이 있다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캠핑 장비에 대해 올렸던 글이 있어 이 글에 함께 넣었습니다.
캠핑 여행의 장단점
1. 식사를 직접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즉, 여행 경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고 또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체력 유지에 큰 힘이 됩니다. 하지만 비싼 쇠고기도 실컷 먹어 볼 수 있고 마트에 들러 눈요기는 물론 신기하고 낯선 음식 맛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음식이 제 생일날 돌로미테 캠핑장에서 아내가 부쳐준 샛노란 이태리 계란 옷을 입은 쇠고기 전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헝가리 배추로 담근 김치를 익혀 만든 김치찌개였구요.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물론 남이 차려준 밥상을 받는 것보다는 불편하기도 하고 설거지 등 뒤처리도 힘이 들겠지요. 하지만 우리 음식을 먹으면 힘이 나게 됩니다. 또 때때로 호텔 방에서 불편하게 밥을 해먹고 냄새 때문에 창문을 활짝 열어 두어야 하고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던 옹색함에 비하면 먹는 것에 관한 한 캠핑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2. 호텔 등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캠핑을 하는 경우 화장실, 샤워실 등이 불편합니다. 텐트, 매트, 침낭, 실내등 등등 짐이 많아집니다. 텐트를 펴고, 접는 것도 귀찮은 일일뿐더러 나무 그늘 밑을 차지하지 못하면 낮에는 텐트 안에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또, 캠핑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도시 외곽에 있을 수 밖에 없어 교통이 불편합니다.
여행 떠나기 전, 캠핑을 가겠다 했더니 주위 모든 사람들의 첫 마디가 제 나이쯤 되면 “잠자리가 편해야 하는데…”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여행을 같이 가자고 권유했던 지인 부부는 캠핑이라고 했더니 여행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가 덮었을지 모르는 호텔 침대에 깔려있는 새하얀 두툼한 이불보다는 내 땀 냄새가 배어 있는 까르푸에서 산 이만 원짜리 이불이 더 편안했습니다. 또, 아무리 일류 호텔이라 하더라도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아침마다 새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고,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낭만에 젖기도 하고, 잔디 밭에 누워 아내와 차가운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하늘의 수 많은 별들을 보았던 캠핑장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습니다. 더더군다나 한 밤중에 텐트 주위를 슬금슬금 돌아다니던 여우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겠지요?
일부러 이런 것들을 찾아 다니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니 여기서 오는 불편함은 얼마던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자충매트, 전기 장판, 팬 히터, 전기 밥솥 등 저희 젊은 시절 캠핑 때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편해져서 잠자리가 불편했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짐은 많아지지만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호텔이더라도 차에 짐을 놓아두기는 찝찝합니다. 모든 짐을 방으로 옮기느라 낑낑대야 하지만, 더 많은 짐을 옮겨야 하는 캠핑장은 차 트렁크에서 짐을 빼면 곧 바로 텐트 앞입니다. 그리고 잘 지켜야 하는 차는 항상 텐트 앞 즉, 우리 눈 앞에 있습니다.
캠핑장의 결정
저는 비수기 중에 ACSI Camping Card (Note 1) 할인을 해주는 캠핑장 위주로 여행을 했습니다. 비수기 동안에 여행을 했기 때문에 캠핑장을 예약할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ACSI 할인을 해주는 캠핑장은 굉장히 많아서 이들 캠핑장 위주로 전체 여행 일정을 짜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ACSI에서 매긴 캠핑장의 점수와 캠핑장의 이용 후기를 종합해서 캠핑장을 결정하되, 현지 도착 후 체크인 전에 반드시 한 번 둘러본 후 머물 것인지 여부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저의 캠핑장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Privacy와 그늘: 유럽 캠핑장의 동양인 특히 캠핑카가 아닌 텐트 족은 알게 모르게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주시의 대상입니다. 굉장히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항상 다른 캠퍼들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리만의 Privacy를 지킬 수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커다란 나무 밑에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2. 캠핑장에서 김치 찌개 또는 된장 찌개를 끓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적당한 거리 유지가 가능해야 합니다.
3. 샤워, 화장실 등의 설비가 깨끗해야 합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일부 캠핑장은 일류 호텔보다 시설이 더 좋은 곳들도 있습니다. 단, 이들 설비를 이용하는 데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곳은 가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에 따라 동전을 넣고 샤워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만 어쩐지 주인 인심이 굉장히 야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캠핑장 체크인/아웃 절차
처음가시는 분을 위해 캠핑장에서 체크인하는 절차를 정리해 봅니다.
1. 캠핑장에 도착하면 Reception 부근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차를 이곳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점심 무렵에 가면 Reception이 close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참고로, 늦은 시간에 캠핑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Reception이 Close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냥 캠핑장을 이용하시되 다음 날 체크 인을 하시면 됩니다. 이는 대다수 캠핑장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관행인 듯합니다. 이 경우 캠핑장의 편의 시설 예를 들어 전기, Wife 이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2. 캠핑장을 한 번 둘러본 후 결정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Reception에 가서 한 번 둘러본 후 결정하겠다 하고 차나 또는 도보로 이곳 저곳을 한 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캠핑장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시고 괜찮다면 마음에 드는 피치 몇 군데를 골라 피치 번호를 메모하십시오. (유럽 캠핑장에서는 피치도 미리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캠핑장이 마음에 드시면 전체 인원의 신분증 (우리 경우는 여권입니다)을 가지고 Reception에 가셔서 체크인을 하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일부 조그마한 캠핑장을 제외하고는 여권을 맡겨야 했습니다.
A. 텐트를 세울 피치 장소를 결정하십시오. 위 2에서 찾은 장소를 Reception에게 알려 주면 사용 가능 여부를 알려 줄 것입니다.
피치를 결정하는 방법은 세 가지쯤 되는 것 같습니다.
(1) 비수기 또는 빈 자리가 많은 경우는 체크인 도중에 나가서 본인이 원하는 빈 자리를 찾아보고 피치 번호를 알아서 오라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이는 관리를 하는 캠핑장의 경우입니다.
(2)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체크인 후 알아서 아무데고 빈 자리를 찾아서 이용하라고 하지요.
(3) Reception에서 자리를 결정해 주는 경우도 딱 한 번 있었습니다.
남들과 너무 떨어져 있는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시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별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위스 다보스 인근 캠핑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캠핑장에서 위로 올라가니 널따랗고 평평한 장소가 있었고 바로 옆에는 수도도 있더군요. 더군다나 그 넓은 곳에 우리만! 저녁 식사를 하는데 벌들이 윙윙거리더군요. 몇 마리를 잡았더니 여기저기서 벌떼들이 마구 달려드는데… 밥 먹다가 텐트 안으로 도망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밖에서는 벌떼가 웅웅거리고 텐트 이곳 저곳에 벌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군요.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다음날 주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이미 알고 있었더군요. 괜찮답니다.
B. 텐트 또는 캠핑카 여부, 차량 대수, 인원수, 전기 사용 여부, 얼마나 머물 것인지 물을 것입니다.
텐트 사이즈에 따라 요금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형 텐트는 그네들 기준에는 Small Size임을 명심하시고, 인원수는 성인, 아이들을 구분하십시오. 이 역시 요금이 다릅니다.
전기 허용 암페어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태리 캠핑장의 경우 6A인 경우가 많은데 10A 이상은 되어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머물 것인지는 꼭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캠핑장에 따라 (특히, 성수기 때) 최소 체재 규정이 있을 수 있고, 또 장기 체재의 경우 요금을 Discount해주기도 합니다.
C. 캠핑 요금과 지불 방법을 확인하십시오. 현금 only 경우가 많습니다. 또, 소규모 캠핑장의 경우, 체크인할 때와 체크 아웃할 때 말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캠핑 요금 할인 카드 등이 있으면 반드시 사전에 제시하십시오.
D. Wifi의 ID, Password를 받으십시오. 제 경험상 스위스 Zermatt에 있는 캠핑장 한 곳만 유료였고 나머지는 모두 무료였습니다.
E. Reception으로부터 참고, 주의 사항 등을 듣게 됩니다. 큰 캠핑장에서는 아침에 갓 구운 따뜻한 빵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주문은 전날에 하셔야 합니다. 레스토랑은 물론 마트, Bar가 있는 곳도 많습니다. 드물지만 무료 세차장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스위스 캠핑장에서는 Guest Card를 발급 받으십시오. 시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고 때로는 케이블카 할인도 가능합니다.
F.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 유럽 캠핑용 어댑터와 충분한 길이의 릴선을 반드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Note 2) 캠핑장에 따라 유료 또는 무료로 빌려 줍니다.
보통 캠프 피치는 전원을 공급해주는 볼라드와 20m 이내에 위치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20m 길이의 릴선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20m를 전부 써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었습니다. 이마저도 저의 잘못으로 전기가 나갔기 때문에 다른 곳에 있는 볼라드를 사용한 것입니다.
캠핑장은 보통 여러분이 한번에 끌어 쓸 수 있는 전기 양을 10A 또는 16A로 제한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전기면 사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유럽 전기가 230V이니 230 x 10A = 2,300W까지 전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전기 기구에 보면 사용 전력량이 몇 W인지 나와있습니다. 사용하는 전기 기구의 전력량 합계가 2,300W를 넘게 되면 차단기가 떨어지고 전원 공급이 중단됩니다.
하지만 이태리에서는 6A로 제한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이 경우 핫플레이트나 전기 밥솥 등을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별도로 가스 버너를 예비로 가지고 다닐 수도 있고 아니면 보기에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세탁실 등의 공용 구역의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태리 캠핑장에서 몇 번 전기 공급이 차단되어 하는 수 없이 별도로 KWH당 0.6유로를 지불하기로 하고 10A 이상의 볼라드에서 전원을 공급받았습니다. 근처 다른 캠핑장도 알아 보았더니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4. 이후 차를 몰고 캠핑을 하게 될 장소로 이동하면 됩니다.
5. 체크 아웃을 할 때는 캠핑장으로부터 받은 물품이 있으면 돌려주시고, 맡겨 놓은 여권을 받고 요금 계산을 하면 됩니다.
Reception 근무 시간 중에 체크 아웃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혹시 Reception 0pen 전 이른 아침 일찍 체크 아웃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전날 미리 Reception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캠핑장은 체크인 시간은 없고 체크아웃 시간만 정해져 있습니다. 호텔에 비해 좋았던 점 중의 하나입니다. 체크 아웃 시간은 보통 10~12시 사이입니다. 이 시간을 넘기면 하루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리 이야기를 하면 시간 연장이 가능하고 더불어 주차까지 가능하더군요.
피치의 결정
a. 편의 시설 즉 화장실, 샤워실, 세탁실 등과의 거리가 가까우면 좋습니다. 유럽의 캠핑장은 이들 시설을 워낙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냄새 걱정이 없습니다. 단, 편의 시설 주위는 상대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다는 점은 생각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 편의 시설은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씻고 나오고 한 번, 저녁 때도 씻고 나오면서 빨래, 설거지까지 한 번입니다. 즉, 편의 시설과의 거리에 너무 애 닳을 필요가 없습니다. 큰 캠핑장도 이 같은 편의 시설이 한, 두 군데 밖에 없습니다. 화장실과 간단한 샤워가 해결되는 캠핑카 위주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텐트 경우도 화장실 문제만 해결된다면 굳이 편의 시설 가까이에 자리 잡을 필요는 없겠지요. 다행히 우리 나라에는 요강 문화가 있으니 요강을 잘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b. 이 밖에 캠핑장에 따라 텐트 촌과 캠핑카 촌을 구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경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캠핑카 촌에 텐트를 펴면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괜히 기죽습니다. 그래서 텐트 족은 가능하면 텐트가 모여있는 곳으로 가야 마음이 편합니다.
c. 전기 릴선 길이가 충분한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d. 주위에 큰 나무가 있어 그늘이 있고, 바닥이 평평하며 잔디 또는 풀이 있는 곳이면 좋습니다. 그리고 캠핑장에 따라서는 수도를 곳곳에 설비해 주는 곳도 많습니다. 수도가 근처에 있으면 굉장히 편리합니다.
e. 위의 모든 것을 만족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캠핑장은 안전할까?
결론적으로 유럽의 캠핑장은 안전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캠핑 여행을 떠나기 전 조사 과정에서 대체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안전하다 했는데 이곳 저곳 캠핑장을 전전한 제 결론 역시 캠핑장은 나라를 막론하고 안전했습니다.
내가 도둑이라도 멀리 캠핑장까지 원정오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캠핑장에는 주위 사람들을 지켜보는 재미로 캠핑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럽 노인 분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동양 사람입니다. 유럽 캠핑장의 동양 사람은 모두의 주시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우리 텐트를 들락거린다면 주위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모양입니다. 헝가리 비세그라드 캠핑장에 갔더니 넓은 캠핑장이 텅 비어 있고, 밤에 잘 때 귀중품은 차에 넣어두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캠퍼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텐트를 펴려다가 그들과 제법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괜히 찝찝하더군요. 실제 체코 플젠에 있는 캠핑장의 이용 후기에는 밤새 현금 등 귀중품을 몽땅 도난 당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차를 타고 여기 저기 관광을 다니면서 꼭 지니고 다녀야 할 여권, 현금 등이 아니면 전부 텐트에 놓아두고 다녔습니다. 차에는 물건을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사실 텐트에 남겨 놓은 물건이라고 해 보았자 태블릿 외 돈 되는 것도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안전한 곳이지만 아무래도 조심 조심해야 하겠지요.
캠핑장의 룰, 에티켓
a.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호숫가, 해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캠핑장은 굉장히 조용합니다. 은퇴하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인지 조용하고 밤이 되면 캠핑장 입구를 막아 차량 통행을 막고 아침 일찍 오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밤 10시 이후부터는 Quiet Time이라고 해서 그야말로 적막강산이 됩니다. 모두들 서로 주의하기 때문에 조용한 캠핑을 할 수가 있습니다.
- 밤에는 물론 낮에도 차의 공회전은 삼가시길…
- 옆 텐트와 가까운 곳에서는 음악 소리에 신경을 쓰셔야 하고,
- 야간에는 차 문, 트렁크를 닫을 때 최대한 조용하게, 늦은 밤 캠핑장안에 차를 가지고 들어오실 때는 전조등을 끄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더군요. (Note 3)
b.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등의 공동 시설은 사용 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샤워실
캠핑장마다 샤워실 이용 방법이 많이 다릅니다. 벼라 별 방법이 다 있습니다. 샤워실/화장실 출입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샤워 이용시 동전을 넣거나, 물이 끊길 때 마다 샤워 온도 조절기에 있는 버튼을 계속 누르는 것은 상식입니다.
가장 해괴했던 방식은 7분 정도의 샤워 시간을 주되,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5분 정도를 기다려야 물이 나옵니다. 7분 내 샤워를 마치지 못하면 기다리던지 아니면 눈치껏 옆 칸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손목 밴드 방식도 있습니다. 샤워기의 일정 부분에 밴드의 한 부분을 갖다 대야 수 분 정도 물이 나옵니다. 머리 감다가는 정확히 밴드를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샤워 갈 때 스카치테이프를 가져가서 밴드를 아예 붙여 놓고 샤워장을 이용했습니다.
더 해괴한 것은 Reception 바로 앞 모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에 샤워장과 화장실이 있었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부근의 Hall in Tirol 캠핑장이었습니다. 모두 남녀 공용입니다. 샤워나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면 밖에 서양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고, 건너 맞은 편 캠퍼밴 차양막 아래에는 노부부가 이쪽을 향해 의자를 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근처에 다른 캠핑장이 없고 너무나 피곤했기에 하는 수 없이 일박 후 다음날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샤워장에 보시면 고무 재질로 만든 커다란 유리창 닦이처럼 생긴 밀대가 있습니다. 이는 샤워 후 바닥에 떨어져있는 물을 밀대로 밀어 물기를 제거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던지 샤워장에 들어섰을 때 고슬고슬하면 좋겠지요. 이는 뒷사람을 배려하는 에티켓입니다. 어떤 캠핑장은 조그마한 유리창 닦이를 두고 바닥은 물론 양 옆 벽면까지 물기를 제거하는 곳도 있습니다.
화장실
좋은 캠핑장의 화장실에는 화장실용 솔이 꼭 비치되어 있습니다. “Nobody wants to read your track!”는 애교이고 “Please think of the persons behind you. Use the brush!”는 강압적이지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씽크대
캠핑장 설비가 참 좋다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뜨거운 물이 펑펑 쏟아지는 씽크대입니다. 아내는 집에서는 설거지할 때 뜨거운 물을 아끼는 사람인데 캠핑을 다니면서 뜨거운 물 펑펑 쏟아지고 설거지하기 쉬우니 저보고 하라고 하더군요. 여행 내내 설거지는 제가 담당했습니다.
유럽 사람들의 설거지 방식은 우리와 다릅니다. 그들은 씽크에 물을 받아 세제를 풀고 그릇을 넣습니다. 이후 솔로 그릇을 씻고 헹군 후 행주로 물기를 깨끗이 닦습니다. 제 방식은 물을 틀어놓은 채 설거지하고, 헹구고 설거지 통에 넣어서 텐트 옆에 걸려있는 설거지 건조대에 집어 넣는 방식입니다. 유럽식으로 하려니 설거지하는 맛이 나질 않습니다. 내 식대로 하자니 아무래도 물을 계속 틀어 놓아야 하고 또 우리 설거지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 늘 늦은 시간에 샤워하러 가는 길에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스트리아 볼프강 호수 옆 캠핑장에서 늦은 저녁 때 제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왠 3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오더니 씽크대 마개를 턱 꼽고 아무 말도 없이 휙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설거지하는 것을 며칠보고 있다가 물 좀 아껴쓰라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캠핑장에서 4박을 했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왔다 갔다 할 때 마다 캠핑장의 모든 시선이 뒤통수에 느껴지고 있어서 불편하던 차에 다음 날 다른 캠핑장으로 옮겨 버렸습니다.
다녀 보면 캠핑장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곳 캠핑장은 굉장히 시설이 좋고 직원들도 엄청 친절합니다. 이 캠핑장은 캠퍼밴 위주의 캠핑장인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마주칠 때 인사를 잘 하지 않습니다. 항상 보면 각자 캠퍼밴 앞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둘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다가도 주위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모든 시선이 그 쪽에 집중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 속에 유일하게 텐트 캠핑을 하고 있던 동양인인 우리가 있었으니 말 다했지요.
냉동고
여행을 다닐 때 아이스박스는 참 필요한 존재입니다. 대부분의 캠핑장에는 공용 냉장고는 없어도 냉동고는 비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날 아이스박스를 시원하게 해줄 냉매를 얼릴 수가 있습니다.
캠핑 장비
유럽 캠핑을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물건들을 가져가야 하는지는 유빙 이곳 저곳에 잘 나와있으니 생략하고, 저는 제 경험상 이것만은 꼭 생각해보아야 하겠다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1. 팬히터
두 달 이상의 캠핑 동안 가장 효자 품목이 무엇이었던가 하면 두 말 없이 바로 히터입니다.
저는 5.5일부터 7월 중순까지 캠핑으로 유빙을 했습니다. 5, 6월이면 낮에는 괜찮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고 굉장히 춥습니다. 돌로미테나 체르마트 같은 산악 지역은 7월 초도 밤에는 춥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전기 장판을 켜고 또 히터를 켜 놓으면 오히려 덥습니다.
저는 현지 도착 후 카르푸에서 2만 원짜리 조그마한 팬히터를 사서 돌아오는 날까지 잘 쓰고 왔습니다. 덕분에 하루라도 춥게 지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잘 때도 얇은 옷만 입고 잘 수 있으니 몸이 편하고, 침낭이 필요 없습니다. 팬히터 덕분에 카르푸에서 2만원짜리 이불만 한 개 사서 두 달 동안 잘 쓰고 왔습니다.
세탁물을 텐트 안에 걸어 놓고 자면 잘 마를뿐아니라 가습기 역할도 해줍니다. 그러니 날마다 옷을 세탁할 수 있어서 옷도 많이 가져갈 필요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비 올 때 히터를 켜놓으면 텐트 안이 고슬고슬하니 정말 좋습니다.
여름이 아닌 봄, 가을에 유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필수품이라 생각됩니다.
2. 큰 텐트
처음 캠핑으로 유빙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텐트입니다. 캠핑 경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텐트를 펴고 접는 것도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2~3인용 Quechua 몇 초 텐트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가 유빙에서 큰 텐트를 구입하라는 어느 분의 글을 읽고 현지 도착 후 Decathlon에서 4인용 텐트인 Quechua Arpenaz Family 4를 구매했습니다. 처음 제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텐트를 구입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텐트를 가지고 캠핑을 하다 보니 이 텐트도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텐트에 비가 몇 번 스며 들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산 텐트를 자그레브의 Decathlon에서 돈을 좀 더 주고 99.95 유로 Arpenaz Family 4.1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단 둘이 캠핑 여행을 했지만 Arpenaz 4.1으로 바꾸기를 정말이지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게가 약 10kg에 이르니 한국에 가져올 수는 없었습니다.
텐트가 커야 하는 이유
a. 일단 텐트가 크니 텐트 안에서 허리를 펼 수가 있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텐트를 바꾸고 난 후 아내가 허리 아프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b. 텐트가 몇 인용인가는 텐트 안에 아무런 짐이 없이 몇 명이 누울 수가 있느냐가 기준인 것 같습니다. Arpenaz 4.1은 폭 2.6m, 길이 4.5m, 거실 높이 1.9m 정도로 명목상 4인용이지만 1인용 자충 매트 두 개를 깔고 양 옆에 가방 등을 놓으면 딱 맞는 실제로는 2인용의 사이즈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c. 어차피 텐트 한 번 펴고 접는데 걸리는 시간이 별 차이가 없다면 큰 텐트가 좋고 또, 텐트가 적으면 캠핑장에서 괜히 주눅듭니다. 하지만 유럽 캠핑장에 가면 이 정도 텐트는 small size tent로 분류되어서 캠핑 비용도 저렴합니다.
d. 캠핑 여행 중에는 차 안에 있는 짐을 전부 텐트 안으로 옮겨 놓아야 편리한데 이 정도 텐트라면 거실 양 편에 짐을 놓더라도 충분한 활동 공간 확보가 가능합니다. 텐트 공간이 넓어지면 사람 마음도 넉넉해지는 것 같습니다.
e. 비가 오더라도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실제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도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가능합니다.
f. 유럽 캠핑장의 동양 사람은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과 주시의 대상이 됩니다. 전혀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할 일 없는 은퇴 노인네들이 대부분인 유럽 캠핑장에서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렇게나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더군요. 특히나 캠핑카가 주류를 이루는 캠핑장일수록 더욱 심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음식은 아무래도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텐트 거실에서 마음 편하게 식사 준비와 식사를 했습니다.
3. 전등
캠핑용 실내등은 종류도 참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철물점에서 작업등을 사서 전구를 끼워서 갔습니다. 다 합해서 13,000원 정도 들여서 잘 쓰고 버리고 왔습니다. 오랜 기간 캠핑을 하다 보면 텐트 안에서 책을 읽을 만큼의 조도가 필요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때로는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늦은 저녁을 준비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경우에 있어 안전하고, 편하고 무엇보다 밝은 조명등은 꼭 필요합니다. 저는 제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캠핑장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분의 비싸고 무거운 건전지를 가져갈 필요도 없습니다.
4. 정리 정돈 박스
살면서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사람은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캠핑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분들의 여행 후기에는 이런 글이 없던데 저희만 이런 경험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은 여행 초기에 물건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무척이나 짜증을 내기도 했었습니다.
아내와 단 둘이 캠핑 여행을 갔지만 처음 약 일주일 동안은 괴로웠습니다. 아직 캠핑 여행의 즐거움을 모르는 상태에서 캠핑 여행이 처음이다 보니 이것 저것 불편하기도 하고 짜증도 많이 났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허구한날 물건을 찾아 헤매는 것이었습니다. 금방 어딘가에 두었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없고 그걸 찾으려니 온갖 물건을 이리저리 뒤집어야 합니다. 내가 두었는지 네가 두었는지 알 수도 없어 상대에 대해 짜증도 납니다. 건망증이 생긴 것도 아니고 치매가 생긴 것도 아닌데 물건 하나 찾는 것이 그야말로 일이 되고 맙니다.
일반 여행에 비해 캠핑 여행은 가지고 다니는 물건의 개수도 많고 또 이것 저것 신경 써서 챙겨야 할 사항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건망증에 걸린 것처럼 바로 조금 전에 썼던 물건도 그것을 어디다 두었는지 마치 필름이 끊긴 것처럼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며칠 캠핑을 하고 났더니 과연 앞으로도 계속 캠핑을 하면서 유빙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정한 것이 모든 물건을 크게 분류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갈 때 플라스틱 상자 4개를 가지고 갔는데 상자 마다 담겨야 할 물건을 서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이 상자에는 그릇, 이 상자는 양념, 이 상자는 먹거리, 이 가방은 전부 아내 물건, 이 가방은 전부 내 물건을 넣기로 하고, 차 열쇠, 지갑, 여권 등의 중요 물품은 반드시 지정된 곳에 무조건 넣어 두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상자가 부족하면 마트에서 커다란 빈 상자를 가져다 사용했습니다. 박스를 이용하니 차에 짐을 싣고 내리는 것도 아주 쉬워졌습니다.
잠시 후 차를 써야 하더라도 차 열쇠도 일단은 무조건 정해진 곳에 넣어 두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열흘 정도 지나니 서로 더 이상 물건 찾는 것 가지고 짜증내는 일이 줄어들고 물건 찾는 일이 줄어드니 정말이지 살 것 같더군요.
추천하고 싶은 캠핑장
1. Korana Camping Ground/Plitvice, Croatia N 44°57’17.03” E 15°38’30.41”
플리트비체와 10여분 거리인데 텐트 캠핑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Privacy가 확실하고 피치는 거의 대부분 풀밭입니다. 캠핑장 안에 커다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데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반면 음식 맛은 훌륭했습니다. 아침도 뷔페 식으로 사 먹을 수 있는데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2. Campsite Zaton Holiday Resort/Zadar, Croatia N 44°14'3" E15°9'58"
Croatia Zadar 바닷가에 있는 굉장히 큰 캠핑장입니다. Zadar의 여행지인 Sea Organ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지만 훌륭하고 깨끗한 시설, 대형 마트 등 팬시합니다.
3. Auto-Camp Pod Maslinom/Dubrovnik, Croatia N 42°42’12.70” E 18°0’24.48”
Dubrovnik Old Town과는 차로 약 25분 정도 거리. 우아하고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고 꼭 있어야 할 설비만 있는 캠핑장. 풀밭과 그늘이 많아 캠핑에 아주 좋습니다.
프라하 근교에 있는 캠핑장. 크지 않은 캠핑장이지만 손님들에 대한 주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으로 프라하 중앙역까지는 캠핑장 부근 기차역에서 1.4유로에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프라하 시내는 주차 전쟁 지역이니 차를 가져갈 수도 없어 프라하 외곽에 캠핑장이 있지만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깨끗한 잔디밭과 그늘이 있어 캠핑하기 좋습니다.
5. Campsite Birkenstrand Wolfgangsee N 47°44’20.94” E 13°24’2.36”
Romantik Camp. Wolfgangsee Lindenstrand/Salzkammergut, Austria
두 캠핑장 모두 짤즈캄머굿 볼프강 호숫가 캠핑장입니다. 잔디 피치, 시설, 친절한 Reception 등 최고입니다.
6. Arena Camping & Guesthouse Budapest/Budapest, Hungary N 47°30’15” E 19°9’30”
소규모의 캠핑장이지만 시설 등이 깨끗하고 피치 사이트는 잔디입니다. 하루 세끼 식사를 근처 대학에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단점은 기차길 옆이어서 이로 인한 소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다페스트 캠핑을 생각하신다면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캠핑장입니다. 근처에 Spar, Tesco 등 대형 슈퍼 마켓이 있어 편리합니다.
호숫가에 있는 시설, 잔디 피치 등이 아주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대형 캠핑장. 바,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캠핑장을 소개합니다. 우선 이 캠핑장은 아주 적습니다. 하지만 view가 기가 막힙니다. 아이거 북벽이 바로 옆이고 앞에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Grindelwald가 보이는데 정말이지 장관입니다. 이 캠핑장의 장점은 View 하나 밖에 없습니다. 힘들여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고개만 들면 엄청난 View를 볼 수 있습니다. Wifi도 없지만 가격은 캠핑장에서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이는 깨끗하고 우아하게 생긴 캠핑장의 요금과 같습니다.
그 밖의 장점이라면 김치찌개를 끓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주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왜냐하면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으니 누가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 올까 싶습니다. 저희가 있는 동안 내내 2팀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한 팀 외 날마다 한 팀씩 교대로 바뀌더군요.
시설은 샤워장/화장실/씽크대 모두 컨테이너 안에 설비되어 있는데 우아하고 화려한 것 포기하면 깨끗하고 물도 시원스럽게 잘 나와서 괜찮습니다.
단점은 (1) 잠자리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캠핑장 자체가 경사져 있기 때문입니다.
(2) 그늘이 없습니다. 해가 뜨면 텐트 안이 한증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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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을 때는 차는 캠핑장에 놓아두고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캠핑장에서 발급하는 Guest card만 있으면 캠핑장 바로 위에 정차하는 그린델발트 이곳 저곳을 전부 연결하는 버스가 또 무료이기 때문에 참 좋더군요.
만일 이 곳에 가시게 되면 돗자리를 꼭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여름 밤 텐트 밖에 돗자리 펴고, 전기 매트 깔고 이불 덮고 맥주 한 잔 하면서 바라보는 눈 앞의 야경, 밤 하늘의 수 많은 별들은 정말이지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또, 밤 늦게 텐트 밖에 먹을 것을 놓아두면 여우가 옵니다. 3박하면서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9. Campeggio Catinaccio Rosengarten/Dolomite, Italy
저희 여행 중 최고의 캠핑장이었습니다.
돌로미테 중심 지역인 Val di Fassa의 Canazai 아래쪽인 Pera에 있는 캠핑장입니다. 원래는 ACSI 카드가 적용되는 다른 캠핑장에 갔다가 실망스러워서 Corvara에 있는 캠핑장을 찾아 가다가 길 가에서 우연히 들른 캠핑장입니다. 캠핑장이 워낙 마음에 들어 운전 시간은 길어지지만 이곳에 텐트를 친 채 돌로미테 이곳 저곳을 트레킹 다녔습니다.
이 곳은 우리 한국인에게 맞는 캠핑장입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선호하는 캠핑장 조건에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캠퍼밴 지역과 텐트 지역이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고 커다란 나무들이 많아 시원한 그늘 속에 지냈습니다. 게다가 바로 옆에 수도가 있고 다른 사람들과 충분한 거리를 두게 되니 여기서 김치찌개도 실컷 먹었습니다.
게다가 이곳 캠핑장의 시설은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집니다. 여기 캠핑장에서 본 샤워실, 화장실, 씽크대, 빨래방, 유아 시설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해집니다. 샤워실이나 화장실 안에 별도로 세면대가 있는 곳은 이곳 외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설비가 반짝 반짝하게 관리됩니다. 아침에 갓 구운 빵도 살 수 있고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가격도 착했습니다. 6월 중순 이후 2주 가까이 있었고, 전기는 kwh당 0.6유로였는데 장기 숙박 할인 10%를 받아 1박에 24 유로를 지불했습니다.
Note 1: ACSI 카드
비수기때 ACSI 할인 카드를 제시하면 ACSI 제휴 캠핑장에서 굉장히 저렴하게 캠핑을 할 수 있는 할인 카드가 있습니다. 이 카드의 정확한 이름은 ACSI Camping Card입니다. 이 카드는 매년 ACSI가 발행하는 ‘Camping Card ACSI’라는 이름의 캠핑장 정보 책 2권과 핸드북 1권을 사면 책 안쪽에 붙어있는 종이 카드입니다.
비수기라 함은 일률적으로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캠핑장마다 자신들이 정하게 됩니다. 대부분 매년 6월 30일까지 또는 9월 이후가 해당됩니다.
캠핑 요금은 일박에 성인 2명/텐트/자동차/전기 사용 기준으로 12, 14, 16, 18 유로 중 하나입니다. 이 역시 개별 캠핑장마다 다릅니다. 시설 좋은 캠핑장이 일박에 16유로를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캠핑장이 18유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16 유로 또는 18 유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밖에 세금은 별도입니다.
Camping Card 구입 방법은 가장 확실한 것은 유럽에 사는 지인이 있으면 구입을 요청해서 한국에서 받아서 여행을 떠나거나, 혹은 여행 계획이 세워지고 숙박지가 확정되는 경우 숙박지에서 받는 경우입니다. 혹자에 따라서는 유럽 책 가게 또는 대형 캠핑장에 가면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단언컨대 이는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저는 모든 여행 일정을 ACSI Camping Card 할인이 되는 캠핑장으로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막상 카드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우편 배송이 되는데 한국은 배송 대상 지역이 아니더군요. 외국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해서 대신 구매를 요청할까 했었는데 인터넷 이곳 저곳을 보았더니 위에 말한 대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를 거쳐 여행지마다 틈을 내어 현지 책 가게를 다녀 보고 대형 캠핑장에 들렀지만 한결 같은 대답은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9.5유로짜리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당장 머물고 있는 캠핑장 요금이 반값인데 정가를 지불하고 있으려니까 정신 건강에 좋지 않더군요.
결국 Trieste 캠핑장의 친절한 Reception 아가씨 덕분에 카드를 구입했습니다. Camping Card를 꼭 사야 하니 도와달라고 아가씨한테 무조건 들러 붙었습니다. 이 아가씨가 여기 저기 전화를 하더니 지급으로 받기로 했다며 그 날이 금요일인데 월요일쯤 도착할 것이라고 하더니 화요일에 독일어로 쓰여진 책을 받았습니다. 배송비 포함 20유로를 지불했지만 감지덕지지요.
그 후 ACSI 캠핑 카드가 적용되는 캠핑장 위주로 장기간 여행했기 때문에 아마도 상당한 비용 절감을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비수기가 7.12일까지인 인터라켄의 시설 좋은 특급 캠핑장인 Camping Alpenblick의 경우 하루 26 스위스 프랑을 지불했는데 일반 요금은 51 프랑이었습니다.
Note 2: 유럽 캠핑용 어댑터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어댑터가 있어야 합니다. 일부 스위스 캠핑장에서는 유럽 어댑터가 아닌 스위스 어댑터를 써야 합니다. Reception에 이야기하면 빌려 줍니다. 이 경우에도 캠핑장내 전원 공급 박스를 몇 군데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외국 캠핑족들이 많은 곳에서는 유럽 캠핑용 어댑터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비한 경우도 있습니다. 멀티플러그를 준비하면 급할 때 공용 시설의 콘센트에 꼽아 쓸 수도 있습니다.
Note3: 크로아티아 스플릿에서 캠핑을 하던 날, 밤 10시 조금 지나 한 무리 몇 가족이 도착했습니다. 텐트를 치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데 시끌시끌 하더군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차 문을 열고 닫는 소리는 기본이요, 이곳 저곳에서 트렁크 여닫는 소리가 쾅쾅! 식사 후 조금 지나니 어슴푸레한 전등 밑에서 아빠와 아이가 배드민턴을 치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수다를 시작하고 옆에서 남자들은 부어라 마셔라 큰 소리로 웃으면서 신나는 스플릿의 밤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 텐트에서 잠자리에 들겠다는 표시로 켜고 있던 실내등을 껐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새벽 1시가 가까워지니 여자들과 아이들 목소리는 잦아들었는데 남자들끼리는 아직도 흥겨운 술판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무슨 캠핑 동호회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이들이 제 텐트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저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아내는 한 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새벽 2시쯤 되자 유럽 할아버지 한 분이 그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말씀을 하더군요. 그런데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답이 “Pardon?”, “Thank you.”였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그들끼리 저 할아버지가 무어라고 했느냐를 가지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조금 조용히 해달라는 것 아니겠느냐?’하고 결론을 내리더니 목소리 톤이 내려가고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고 캄캄한 캠핑장은 그들의 이야기 소리, 웃음 소리로 그득했습니다.
새벽 3시가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한숨도 자지 못한 아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갔더니 타프 밑에 5명의 30~50대 남자들이 앉아 있더군요. “당신들 때문에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만 조용히 해달라.”고 한국말로 부탁 아닌 부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국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면서 “죄송합니다.”하더니 세상이 조용해졌습니다.
이후 한숨도 자지 못하고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가 텐트를 걷고 Reception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체크아웃하고 나와 버렸습니다. 한국과 유럽의 캠핑 문화 차이라기 보다는 너무나도 상식 밖의 일이었고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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