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이 아름다운 곳, 귀주(貴州)

[문산]

  평소 홈쇼핑 방송은 전혀 보지 않고 있었는데, 채널을 돌리던 중 웅장하고 빼어난 폭포가 나타나기에 채널을 고정하고 보니 중국 귀주성에 있는 황과수 폭포에 관광객을 모집하는 방송이었다. 그 웅장한 광경에 마음이 꽂혀 귀양 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전화기를 들어 신청하였다. 그리하여 학교 동료였던 박종성 선생과 동생 재열, 그리고 그의 친구인 조경연 씨와 함께 4명이 가기로 결정되어 2017년 2월에 귀주 여행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패키지여행으로 중국을 여행하게 되었다.

  귀주성의 성도는 귀양(貴陽, 구이양)인데, 귀양은 인구 500만 정도의 도시로 중국의 다른 성도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저녁 7시 40분에 출발하여 자정 즈음에 처음 도착한 귀양 공항 역시 지금까지 중국에서 거쳐 온 다른 공항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규모였다. 들어서자마자 웅장하고 아름다운 황과수 폭포 사진이 우리를 맞이하였는데, 옆에 작은 글씨로 山地公園省 多彩貴州風(산지가 공원인 성, 다채로운 귀주의 풍경)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귀주 지역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성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여행 중에 창 밖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면 주민 들이 사는 집들이 흰색칠(백색 페인트인지 백회인지는 잘 모르겠다)을 한 사각형 건물에 네모난 창문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져 있었다.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소주와 항주 지역은 같은 형태의 건물이 없고 도색도 다양하여 아름다운 주택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귀주에서 4박 6일의 여행 동안 시골에서는 거의 같은 형태의 주택만 본 것 같다. 그러나 산과 물이 어우러져 있는 풍광은 아주 뛰어난 곳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귀양에서 첫 관광은 천룡둔보(天龍屯堡)였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朱元璋)이 군대를 주둔하기 위하여 세웠고, 그 전통이 600 여 년간 지금까지 뿌리를 내려 살아오고 있으며 돌로 만들어진 집과 담장 등 사이 작은 골목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주 좁은 골목길은 미로와 같이 연결되어 있으며, 길 가에는 기념품을 파는 마을 주민들이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옛 학당도 있었고, 군대의 주문지 답게 무술을 연기하는 짧은 공연도 있었다. 

  천룡둔보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 용궁(龍宮)을 향하여 버스가 달렸다. 원래 용궁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이었는데 얼마쯤 가다보니 차가 멈추어 있는 것이었다. 차가 밀려 있는 거리가 수 km에 달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보니 용궁에 관객이 너무 많아서 경찰차가 용궁 2,3km 되는 곳에서 가로 막고 되돌리는 것이었다. 4시간 넘게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결국은 호텔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가이드의 말로는 이번 주에 귀주성과 운남성의 주민들에게 용궁과 황과수 폭포를 무료로 입장시키는 행사가 있어서 관광객이 많이 밀린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일찍 출발하여 용궁에 도착하였다. 귀주에서 황과수 폭포 다음으로 인기있는 관광지로서 AAAAA를 자랑하는 곳이며, 길이가 5km에 달하며 동굴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폭포를 통해 내려오는데, 관람객은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도록 되어 있었다. 위에 있는 작은 호수에서 배를 타고 용궁 안으로 들어가는 관광코스였다. 동굴 안은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화려한 조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전날 4시간을 차안에서 기다리도록 관광객이 많았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제 많은 관광객으로 고생하였던 것을 생각하고 서둘러서 황과수 폭포 풍경구로 이동하였다. 아직은 아침이라서 순조롭게 입장하였다. 먼저 들른 곳이 두파당(陡坡塘) 폭포였다. 지금까지 여러 곳의 폭포를 보아 왔지만 제주도의 정방폭포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두파당 폭포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큰 폭포였다.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두파당 폭포를 지나서 황과수 폭포로 가는 길에 서유고도(西遊古道)라는 길을 걷게 되었다.
  서유고도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으로 유명한 서유기의 내용을 상징하여 조형물과 설명문을 만들어 놓은 곳인데, 이곳을 구경하다 사고가 나고 말았다. 19명이 같이 여행하는 상황이었는데, 동생인 재열과 함께 일행보다 몇 미터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무심코 앞만 보고 걷고 있었고, 갈래길이 나오면 사람이 많이 가는 길을 택하여 앞으로 가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1시간이 넘게 가이드와 일행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대폭포(大瀑布)라는 이정표만

  보고 계속 가면서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겠지 하면서 길을 재촉하였다. 드디어 황과수 폭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도착하였다. 이 폭포는 물이 많을 때에는 높이가 78미터, 폭이 101미터가 되는 우람한 장관이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없었고 심지어 간혹 보이던 한국인 관광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가이드(조선족인 전철)와 통화를 하였는데,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을 설명하였으나 그도 내가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드넓은 황과수 폭포 풍경구에서 자기가 안내하던 코스만 알고 모든 지역을 알고 있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도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디지 모르니 옆에 있는 풍경구 직원과 전화를 바꾸어 주었더니 통화를 마친 직원이 부제(扶梯)라는 곳에서 기다렸다가 만나라는 것이었다. 부제라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다시 풍경구 안으로 입장해야 했는데, 나는 60세 이상 노년이라서 무료입장이었는데, 같이 있던 동생은 60세가 안되어 표를 사오라는 것이었다. 아까 그 직원에게 표는 가이드가 구입하였는데 길을 잃었으니 어찌하는가 하고 말하였더니 친절하게도 검표원에게 안내하여 입장을 시켜 주었다. 매표서 전광판에 폭만(暴滿)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온 산의 길마다 사람이 가득하여 사람에 밀려 걷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 시간 넘게 산길을 걸으면서 건너편에 내려다보이는 황과수 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하면서 물어물어 부제라는 곳에 도착하였다. 그 곳은 황과수 폭포에 입장하는 여러 매표소 중의 하나로 그 곳은 황과수 폭포가 흐르는 강과 산 위의 매표소와 연결하는 170미터에 달하는 긴 에스컬레이터였다.
  한 시간 넘게 그곳에서 일행을 기다렸다가 합류하여 점심을 먹고 다시 입장하여 폭포 아래로 내려갔다. 앞에서는 높은 데서 폭포를 내려다보았는데, 이번에는 아래에서 폭포를 마주보게 되었는데, 가까이 보는 것은 좋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위에서 보는 것이 더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의 중간 지점에 수렴동이 있어서 그 곳에는 긴 동굴이 있고 또한 폭포 속에서 밖을 바라보는 광경이 일품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가이드도 귀찮은지 수렴동을 돌아보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하고, 일행들도 힘이 들었던지 강하게 주장하지 않아서 그대로 철수하였는데, 사실 수렴동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황과수 폭포 관람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오기 전에 여행 옵션에 들어 있던 발마사지를 받았다. 중국에서 공부할 때 안마나 발마사지를 즐겨하여 많이 받았는데, 5,6년 전까지는 보통 50위안 미만이었는데, 최근에는 보통 100원 위안 안팎으로 인상되었다. 그런데 가이드가 요구하는 전신안마에 90분에 40달러를 지불하였는데, 이 금액은 중국돈으로 280위안 정도 되는 것으로 정상 가격의 2배 이상이었다. 게다가 매너팁으로 3,000원을 주라고 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아무 말 없이 가이드가 시키는대로 하였으나 속으로는 가이드의 뻔뻔함에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상하였다.
  다음날은 만봉림(萬峰林)이라는 곳으로 갔다. 이는 만 개의 산봉우리가 숲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둥글고 아름다운 수많은 봉우리가 과연 일품이었다. 전날 가이드가 내일 날씨는 따뜻한 것이라는 말에 속에 입었던 조끼를 벗어 놓고 왔는데, 아침의 쌀쌀한 날씨, 게다가 창문이 없는 전동차를 타고 1시간 30분을 관람하는데, 일행 모두가 추위에 많은 고생을 하였다. 어제는 무성의한 안내로 나를 잃어버리고, 발마사지는 2배 넘게 비싸게 받고, 잘못된 일기예보로 우리를 추위에 떨게 한 것을 생각하면 못된 가이드를 만났다는 생각에 정말 화가 났다.
  만봉림 관광을 마치고 만봉림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만봉호에 가게 되었다. 좌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강 사이로 유람선을 타고 관람하는 코스였다. 중국에 여러 호수나 강을 보아도 깨끗한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는데 이곳은 산악지대라서 깨끗하고 맑은 물이었다.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경치가 마음을 상쾌하게 하였으며, 여기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정말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마령하대협곡(馬嶺河大峽谷)으로 갔다. 양쪽 천 길의 절벽 사이로 냇물이 흐르며, 서로 소리를 지르면 건너편 절벽에서 자세히 들릴 정도로 가까우며, 절벽 중간에 길이 나 있어서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안개 같은 폭포가 흐르며, 저쪽 높은 곳에는 다리가 놓여 있어서 특이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자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황과수 폭포보다도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특이하기는 하나 풍경이 너무 거칠고 괴기스러워 드라큐라 영화 또는 박쥐가 나오는 귀신성과 같은 으스스한 풍경이어서 아름답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다음 날은 높은 산만 바라보면서 4시간이 넘는 긴 버스 여행을 한 뒤에 명나라 초기에 건설되었고, 명청대의 건축풍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청암고진(靑岩古鎭)으로 갔다. 오랜 목조 건물의 특색을 느끼면서 양쪽에 늘어선 상가에 적은 선물 몇 가지를 구입하기도 하였다. 그곳의 특색 요리는 돼지 족발이라고 하여 점심 때 먹었는데, 나온 분량이 너무 적어 일행 중 조경연 씨가 추가로 주문하여 나누어 먹기도 하였다.

   청암고진 여행을 마치고 귀양시 복판에 자리 잡은 검령산 공원에 올랐다. 지금까지 시골 지역에서 보아온 가난한 풍경이 아니라 귀주성의 성도라서인지 높은 아파트와 큰 건물 등 대도시의 면모가 확연히 나타났다. 시내의 반대쪽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수많은 원숭이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그러나 행객들이 주는 음식물로 인하여 너무 쉽게 먹을 것을 구하여 원숭이들이 비만증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저녁을 먹은 뒤에 밤 1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저녁에 갑수루(甲秀樓)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명나라 때 귀주성 순무 강동지라는 사람이 수려한 경치에 감복하고 이 곳에 많은 인재가 나왔으면 하는 심정으로 거북이 모양의 돌 위에 갑수루를 지었다고 한다. 그 곳에 도착하니 마침 무명의 서예가가 봉걸레 자루에 스펀지를 달아 물을 묻혀서 바닥에 글씨를 쓰고 있었다. 마침 쓰고 있던 내용은 당나라 때 왕창령(王昌龄)의 종군행《從軍行》이라는 시였는데, 첫 두 구는 서북쪽에 징병으로 나간 군인의 고향을 그리는 심정을 그린 것이고, 마지막 두 구는 나라를 지키자는 호기로운 충성심을 나타내는 아주 유명한 명작이다. 평소 한시(漢詩)와 서예를 공부하는 나의 눈에는 명작의 시에 글씨도 잘 쓴 명필이었다. 마침 그 곳에 있던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그 스펀지 붓을 빌려 몇 자를 적었다. 그 내용은 좀 애매하여 설명하기 어려웠으나 아마도 서예를 하는 분 같았다. 나도 치기가 동하여 그 붓을 빌려서 즉석에서 글을 지어 몇 자 적어 보았다. 내용인 즉

   甲秀樓下有名筆 往來人人都感歎
   갑수루 아래에 명필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네

  이 글을 보고 그 중국인 무명의 서예가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우며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명작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한문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로써 4박 6일의 귀주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여행을 더욱 빛낸 것은 동행한 일행 중 12명이 내 고향 인근인 부여군 옥산면에서 출생한 정씨 6남매로 부부동반으로 왔는데, 형제간의 아름다운 우애가 정말 보기 좋았다. 모두 8남매 인데 사정으로 모두 참석하지 못하고 6남매 만 왔으며 2년에 한 번씩 같이 여행을 한다고 하였다. 사실 우리 형제도 3년 전에 4남매가 계림으로 여행을 하면서 남들에게 형제의 우애를 과시하였는데, 형님 내외분이 더 늙기 전에 다시 한 번 추진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하던 대로 기행시 한 수 지으며 마친다.

    乘機萬里貴州城  비행기 타고 만리를 날으니 귀주성인데
    秀麗山河默默迎  수려한 산과 강이 묵묵히 맞이해 주네
    萬丈飛泉先眼矍  만장의 대폭포에 먼저 눈이 크게 뜨이고
    千年深谷又心驚  천년의 깊은 계곡에 다시 마음이 놀라네
    向天六順金剛肅  하늘 향한 육순봉은 금강처럼 장엄하고
    依地峰湖玉鏡淸  땅에 의지한 만봉호는 옥경처럼 맑았네
    經濟雖貧佳景槪  경제 비록 가난해도 경개가 아름다우니
    無邊仙境孰忘情  끝없는 선경에 누가 그 정을 잊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