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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 306 보충대대 입소식 장면 |
ⓒ 최정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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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을 군대에 보낸 지 열흘째.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인사는 "눈물 많이 나지 않느냐"다. 이런 말을 들으니 얼마 전 본 기사가 생각난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펴낸 미국의 한 출판사 부사장은 우리나라 한옥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소박한 한옥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반복하다 울어 버렸다는 것.
나는 사회활동을 많이 한다. 독서지도사, 주부기자, 희망기자, 아파트 동대표, 주민자치위원 등 한 지역에서 오래 살다보니 피할 수 없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그 일을 감당하려면 만만한 게 가족이다. 남편과 아들이 손을 내밀면 수업하고 나서, 기사 쓰고 나서, 회의 갔다 와서 등의 이유를 대며 차 순으로 밀어버린다.
코앞에 주어진 내 일에 바빠 밥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엄마였다. 그런데 아들이 어느덧 성장해 조국의 부름을 받고 입대했다는 시실에 눈물이 났다. 당연히 거쳐야 할 국방의 의무라며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원해서 가는 아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울어버렸다. 아들은 "군대 가면 제때 밥이 나오고 운동도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아들은 입소 며칠 전부터 준비물 목록을 만들어놓고 챙기기 시작했다. 현역병 입영통지서, 신분증, 6·25전사자 유가족 확인을 위한 설문지, 나라사랑카드, 세안제, 크림, 시계, 영양제, 여드름약, 손톱깎이 등 평소 사용하는 소모품들을 가방에 넣었다. 반입이 안 될 경우 집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면서. 세안제 다 떨어졌다고 연락하면 A제품, 2만 원 정도하는 영양제는 B제품, 평소 내가 서툴러 한 컴퓨터 사용법 등을 일일이 적어주며 입대 준비를 했다.
컴퓨터 사용법 적어주고 입대한 아들... 그 모습에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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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서 모인 2200여 명의 입소자여 부디 건강한 군생활이 되기를 |
ⓒ 최정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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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 의정부에 있는 306보충대대에는 전국에서 모인 2200여 명의 청춘들과 부모, 친지들이 함께 했다. 관람석이 있었지만, 워낙 많은 인원이 모이다보니 운동장 안에 줄을 선 아들의 모습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스포츠형 짧은 머리를 하고 내 앞에 선 이등병들이 전부 내 아들인양 입소식을 지켜보았다.
입영행사는 국민의례, 격려사, 군가제창, 부모님에 대한 경례 순으로 진행되었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한 입소식은 20분여 만에 끝이 났다. 대대장의 격려사, 축전 낭송 시간에는 좀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마이크의 울림으로 잘 들리지가 않았다. 꼭 필요한 정보도 있었는데 못 들어 아쉬웠다.
아직도 어리기만 한 아들이 군생활에 잘 적응을 하는지. 뭘 해도 아들 생각이 짠한데 입소 후 4일째인 21일 오후 1시 14분 육군본부에서 문자가 왔다. '김가람 이병은 17사단에서 신병교육 후 17사단으로 전속예정'. 황급히 컴퓨터에 앉아 17사단의 위치를 검색해보았다.
어머나 17사단은 우리집이 있는 부천에서 걸어서도 약 30여 분 거리에 있는 곳이 아닌가. 우리 조카의 경우 입소 후 신병교육을 받으러 트럭을 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가니 최전방이 나와 얼떨떨했다고 했다. 아들은 자주 다니던 길, 내 집을 코앞에 둔 곳에 배치된 것을 알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많고 많은 사단 중에 컴퓨터 추첨으로 배정된 사단이 고향이라는 사실에 아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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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대 5일째 도착한 택배 속에는 옷과 신발 , 편지가 들어 있었다. |
ⓒ 최정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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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우체국에서 온 또 다른 문자는 22일 택배배송 건이었다. 아들이 입고 간 옷이 올 거라는 예상이 맞았다. 박스 안에는 아들이 입소 때 입고 갔던 옷과 신발, 편지가 들어 있었다.
"지금은 19일 오전 6시 55분이야. 일어나자마자 매트하고 이불 네모나게 개서 정리해 놨어. 운동장에서 입소식 행사할 때 엄마, 아빠 계단 맨 위쯤에 있던 거 봤어. 특기병 선발이 있었는데 내 전공인 방송영상 관련 분야는 없더라. 동반 입대자, 컴퓨터 특기자, 외국어 특가자도 많았고, 형제나 쌍둥이가 같이 입대한 사람도 있었어.
물품 검사를 했는데 뾰족한 물건들만 다 회수하고 다른 건 다 반입이 되더라. 가방이랑 폼 클렌징, 선크림 이런 것 다 써도 돼. 군대가 많이 바뀌었나봐. 틈틈이 쓰는 편지라 지금은 19일 오후 6시 54분이야. 쓸 시간이 얼마 없어 오늘은 여기까지 쓴다. 나중엔 더 자세히 쓸게. 여기서 3박 4일 교육 받고 신병교육대로 배치된대. 2011년 10월 19일 가람이가"
입소식 때 인파를 뚫고 부모 모습을 확인했으며 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아들의 군생활 첫 편지 요약이다. 아들은 현재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17사단에서 5주간 교육을 받은 뒤 제 2신병 교육대에서 3주 교육 후 최종 근무지로 배치된다고 한다. 앞으로 면회, 휴가, 편지 등으로 얻는 아들의 병영생활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등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를 시작으로 일등병, 상병, 병장, 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을 것이다.
첫댓글 우리두 2아들 군대에 보내놓고 얼매나 마음 졸였었는지... 지금은 고냥 걱정 뚝이유우우웅.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남자가 돼는과정이니까요.
긍게 인자는 걱정 없지라이잉. 진짜 사나이가 되는 과정이지라이잉.
요즘 군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려 합니다. 비행기는 못 타겠지만 아들 덕에 군 소식은 전할 수 있을 듯 해요 ~
그려유우우웅.. 매사에 적극적인 활동에 앞장서는 님 최고랑게유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