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산~그물기고개~452m봉~망치고개
청마 유치환의 '바람에게'를 한 차례 훑어보고 다대산성 터를
뒤로하면 머지않아 암봉이 앞을 가로막아 서는데,데크계단이 이끄는
암봉 오르막을 올라서면 학동리 방면의 해안가로 불쑥 돌출된 암봉
전망대가 산객을 맞이한다.전망대 주위로는 안전하게 목책을 둘렀다.
학동리 해변 일대의 그림같은 경색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노자산 쪽으로 눈길을 돌려본다.노자산 정상부위는 운무가 살짝
드리워져 있다.
전망바위를 내려서는 바윗길이 다소 위험스럽다.목책 난간이 안전하게
이동을 돕고 있다.전망바위를 왼편으로 끼고 빙돌아 이동을 하면
데크계단이 급경사의 내리받이를 안내한다.
데크계단을 내려서면 산길 주변으로는 푸릇푸릇한 이끼가 더께로
뒤덮힌 엄장한 바위들이 듬성듬성 똬리를 틀고 있다.누런 거적의
산길이 이어진다.유명스타들은 레드카펫으로 환대를 받는다지만
누런 거적 카펫은 산꾼들을 대접하는 건 아닌지 모른다.
누런 카펫의 대접을 받아가며 내려선 넉넉한 품의 안부 삼거리,
쉬었다 가시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으며 학동초교(우측으로1.5km)
로의 등하행 산길이 있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학동고개(3.1km)를 가리키는 이정표의 가리킴은 맞은 쪽의 오르막
산길을 가리킨다.
다대산성
크고 작은 바위들이 줄을 잇는 오르막 산길을 따르면 머지않아
산길 한복판에 집채만한 암봉들이 길을 막아선다.
그들 사이로 난 우회로를 따라 암봉을 빠져나가면 다대산성 터로
들어서고, 산성 터를 벗어나면 산길은 또 다시 범강장달 같은 엄장
덩치의 바위들이 푸릇푸릇한 이끼를 잔뜩 거죽에 뒤집어 쓰고
온전한 산길을 가로막아 선다.산길은 그들의 틈새를 이리돌고
저리 비껴가며 끊임없이 꼬리를 이어 놓는다.
집채만한 바위들의 곁을 굴신거리며 빠져나오면, 산길 오른 편으로
암봉 하나가 불쑥 솟구쳐 있는데, 어귀에 '전망대'라고 써 있는
안내 이정표가 한 번 올라보시라 하며 은근하게 데크계단길을
가리킨다.암봉 꼭데기는 둥그스름한 목책을 두른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는데,사방팔방의 조망이 기막히다.일렁이는 바람에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운무에도 불구하고 조망에 정신줄을 놓을까 겁이 난다.
전망대에서 데크계단을 내려서면 산길은 또 다시 푸릇푸릇한 이끼의
바위들이 소사나무들과 어울린 산길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색의 바위들을 한데 모아 쌓아올린 듯한 암봉의
곁도 지나가게 된다.별모양과 땅콩모양의 평상이 놓여있는 쉼터를
거치면 산길은 가파른 암릉지대의 치받이 산길이 펼쳐진다.
학동리 해변(몽돌발&학동해수욕장)
암릉의 거죽을 살펴보건데 직등은 어렵지 싶다.바위 표면이 온통
푸릇푸릇한 이끼로 범벅이 되어있어 미끄럽기 때문이다.
큰 바위 사이를 이리저리 돌고 비껴가면서 급경사의 치받이 오르막
산길을 올려친다.석성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큰 바위들이 가파른
급경사에 널려있다.운무가 조금 전에 내려앉아 산길은 갑자기
침침한 응달받이처럼 분위기까지 바뀌어 버렸다.
그런 과정을 겪은 끝에 비로서 주능선에 오른다.삼거리 갈림길을
내놓으며 산객의 의중을 묻는다.노자산(1.4km)을 오르려면 직진의
오르막 치받이 길을 따르고, 그렇지 않으려면 우측의 사면으로
(학동고개2.2km) 곧바로 들어서라는 거다.
노자산 쪽의 오르막 산길을 올려치면 첫고등으로 오른 멧부리에는
3층의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데, 철제의 골격으로 3층의 행색이
수상하다.우산살처럼 팔각으로 펼쳐진 골격에 지붕을 얹지않은
우산살만 두어 칸으로 빙둘러 연결을 해 놓은 행색의 팔각정이다.
팔각정을 내려서서 등성이 9부능선의 오른 쪽 사면을 따르는
산길은 여전하게 돌과 바위들이 널려있는 행색이다.
자연휴양림(우측1.7km)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고,큰 바위 암봉의 곁을 따르는 산길도 여전한 행색이다.
노자산 정상을 0.5km를 남겨둔 지점에 갈림길이 또 있는데
이 삼거리도 대피소(1.0km)와 자연휴양림(2.2km)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
돌사닥다리의 가파른 오르막을 올려치면 이동통신탑이 우뚝
서 있으며 산불초소도 수긋하게 자리하고 있고, 헬기장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해발 565m의 노자산 정상이다.자욱한 운무가 노자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막아서고 있다.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노자산(老子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멧덩이 노자산,볼품없는 돌탑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노자산의 멧부리를 뒤로하면 다음 여정은 학동고개인데 조금 전의
삼거리로 되돌아가야 한다.조금 전에 다녔갔던 길을 다시 되풀이
걷는 행위는 산꾼들에게는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긍정적으로 받아 드리는데, 그렇지 못하고
잘못 진행된 행위,소위 '알바'를 저지른 상황이라면 더욱 부정적이
된다.그러나 노자산을 왕복하는 지금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학동고개(1.8km)를 가리키는 삼거리 갈림길의 이정표 말뚝의 지시대로
내리막 산길을 따른다.굄목계단을 따르고 누런 거적 카펫을 밟으며
지맥의 산길을 잇기도 한다.반대편에서 한 떼의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산을 오르고 있다.노자산 정상을 오르려는 등산객인 거다.
얼마쯤 더 산길을 잇다보면 시산제를 지내는 어느 산악회의 모습도
눈에 띤다.누런 거적카펫이 안내하는 소사나무 가득한 산길은 이윽고
산객을 2차선 차도로 내려놓는다.그물기 고개,일명 학동고개다.
학동고개
그물기 고개의 2차선 차도(1018번)를 막바로 가로지르면 산길은
수렛길을 곧장 따르면 된다.산길은 완만한 오르막세의 길이다.
몸피가 굵직한 노송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참나무들도 드문드문
눈에 띤다.그리고 거개의 수목들은 소사나무가 차지하고 있으며
서어나무도 간간이 보이고 고로쇠 나무도 간혹 모습을 드러낸다.
푸릇푸릇한 이끼의 크고 작은 돌과 바위들이 이곳에도 자주 눈에
띤다.소사나무 일색의 숲 길을 벗어나면 오래 전에 산불이 발생한
흔적이 눈에 띤다.화재에서 살아남은 수목들의 거죽에는 거뭇한
그을음이 생채기처럼 남아있으며 삭쟁이와 부러진 나무 그리고
썩은 나무 토막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온갖 수목들이 자리잡고 있는 외양이 평지처럼 보이고 밋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철탑이 우뚝하게 세워져있는 멧부리를
오르게 된다.해발524m의 무명봉인데, 통신안테나를 위한 철탑의
봉우리인 셈이다.524m봉을 내려서는 내리받이 길을 따르다 보면
산길 오른쪽으로 전망대 암봉이 산객을 기다린다.
구조라리와 망치리의 해안가와 다도해의 경색이 한폭의 그림같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엄장한 덩치의 바위들을 쌓아 올린 듯한 암봉을 우회하여 내리받이
산길을 내리치면 암봉 꼭데기에서 굴러 떨어지다가 멈춰버린 듯이
이곳저곳 듬성듬성 웅크리고 있는 범강장달 같은 푸른 이끼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는 바위들이 푸릇푸릇한 몸매(?)를 과시한다.
그러한 내리받이 산길이 내놓은 널찍한 평지나 다름없이 품이 넓은
안부 사거리,양화고개다.
구천서당골(좌측의 산길)과 양화마을(우측의 산길)의 등하행 산길이
양 쪽으로 나 있으며 지맥의 산길은 직진의 맞은 쪽이다.
배낭을 톡톡 털어 출출해진 허기를 다스린다.그리고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기력을 위하여 잠깐 동안에 불과하지만 휴식을 가져본다.
양화고개를 뒤로하는 산길은 완만한 흐름으로 시작이 되더니
시나브로 경사각을 높여 나가기 시작한다.기력이 쇠잔하여지고
체력도 바닥을 보일 장기산행의 막판 증후군이 생겨 날 무렵이다.
산행 초장쯤이라면 득달같이 올려쳤을 멧부리를 애면글면 기신거리며
헐떡이고 있는 게 아닌가.소사나무 일색의 숲 길에는 육지에서는
흔전만전의 참나무들이 듬성듬성 귀한 손님처럼 서 있다.
그리고 푸릇푸릇한 거죽을 쓴 크고 작은 돌들도 여기저기 널려있는
산길 오르막이다.
숨을 고르고 땀을 식힐 만한 마춤맞은 전망바위가 산객을 맞이한다.
아무리 바라다 보아도 아름답고 시원하고 신비로운 다도해와 그 해안의
경색이 눈길을 사로잡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소사나무 일색의 밋밋한 외양에 붕긋한 행색을 띠고 있는 452m봉,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면 마치 삿갓모양의 멧덩이가 아니던가.
듬성듬성 노송들이 서 있고, 이곳저곳에 베어낸 나무를 푸른 비닐
천막으로 뒤집어 씌운 더미들이 눈길을 끈다.못 쓸 병에 걸린 나무를
베어버려 전염병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인 거다.
지맥의 산길은 이윽고 2차선 차도로 산객을 끌어내린다.
오늘 구간의 날머리 망치고개다.우측으로는 일운면 구조라리와 망치리
쪽이 되며,좌측의 차도는 거제시 방향이다.그런데 구조라리와 망치리
쪽의 차도 언덕배기 우측 길섶에 '황제의 길'이라고 새겨진 거뭇한 물
때가 덕지덕지 끼어있는 빗돌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황제의 길'에 얽힌 유래가 담긴 입간판이 눈에
띠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14시20분).
"1968년 5월18일부터 20일까지 아프리카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 황제는 대한민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게 된다.
에티오피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황제의 친위대를 포함하여
6037명을 파견하였으며 123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는
기록이 있다.이런 연유로 한국을 찾은 셀라시 황제는 대통령 예방과
공식일정을 마무리하고 거제도를 찾게 된다.
황제 일행은 쪽빛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서자 뛰어난
자연경관에 감탄하여 '원더풀'을 7번이나 외쳤다고 한다.울창한 숲과
푸른 바다 그리고 섬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탄성을 지르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히 아름다웠다는 것이다.훗날 자연스럽게 황제의 길이라
칭해졌으며 큰 바위에 '황제의 길'이라는 표지석을 세워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황제의 길'은 거제시 일운면과 동부면 경계지점으로부터 일운면
망치 삼거리에 이르는 3Km 구간이다. (20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