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떄 밴드이름이 ‘각시탈’이었다. 내가 비록 허영만의 ‘각시탈’을 보면서 자랐지만 밴드이름으로선 정말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첫정을 준 첫밴드였고 유치하게시리 평생뭉쳐있겠다고 다짐들을 했었더란다. 그랬는데…멤버 6명중 김재홍과 나만 대학에 붙고 나머지 4명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3할이다. ‘강북밴드’의 대학합격률로는 높은거다.) 그리하여 네명은 재수를 하게 되었고 나는 87학번이라는 특이한 학번이라서 최루탄으로 뒤덮힌 캠퍼스에서 죽상을 쓰고 그간 밀린 인생고민을 하며 근 한해를 보냈다. 6.29 선언이후 간신히 다시 밴드를 할 정신이 든 나는 김재홍과 흐지부지된 밴드의 재건작업에 착수했다. 사실 각시탈시대에는 클럽밴드도 언더그라운드라는 말도 없다시피했고 종로의 파고다극장만이 밴드의 메카로 외롭게 남아있었는데 그나마도 헤비메탈밴드가 아니면 명함내밀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 시점에서 유라이어 힙이나 ELP류의 키보드 위주 팀들의 카피밴드였던 각시탈은 약간 ‘따’당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래도 연합공연에선 우리인기가 짱~*이었다.) 김재홍과 나는 그 분위기로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럼 잠시 여기서…김재홍 그는 누구인가!!! 그는 나의 유치원과 국민학교 동창으로 무한궤도의 후반 잠시 베이스를 쳤던 그의 친동생 김재성 역시 나의 국민학교 후배이며 그들의 어머니는 울엄마의 대학후배다. 김재홍 그는 코카서스인종처럼 보이는 잘생긴 얼굴, 실베스타스탤론을 위협하는 근육질의 몸매(그래서 사실 얼굴과는 매칭이 안된다.), 어릴때부터 운동회를 휩쓴 동물적 반사신경, 중고시절 거의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은 두뇌, 고교2년때 무대위에서 뒤로 돌아서서 거꾸로 키보드를 치던 환상적인 끼(손에서 피가 날 때 까지 치던걸 보면 끼는 끼인데, ‘광’끼다..) 등으로 언뜻들으면 무슨 레오나르도 다빈치급의 만능천재를 묘사한 것 같지만…그렇지만… 사실 약간 바보같았던 면도 많았는데.. 이는 그의 절대 물들여지지 않는 순진성에서 비롯된것으로… 한마디로 굉장히 얼빵하고 귀여운애다..(지금도 귀엽다) 우리에게 필요한 세번째맴버는 트윈키보드의 또 한축을 맡을 키보디스트였는데 주로 리드플레이를 맡는 김재홍에 비해 팀사운드를 책임져주는 견고한 또한 충실한 성격의 인간이 요구되었다.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른 이름은 조현문이었다. 조현문…그는 누구인가..이자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일학년때 우리 옆에 옆에반 반장이었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도서관 베란다에서 몰래 모여서 담배피구 있을떄 나와는 달리 착실했던 현문은 담배는 피지않고 나랑 그냥 음악얘기만 했는데 프로그래시브음악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희귀판을 몇장 빌려주기도 했다…아직도 안돌려줬다…) 신디사이저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야바’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덩치와 짙은 눈썹, 총명해보이는 눈초리 등이 이자의 외모의 특징인데 훗날에는 여자들에게 인기도 꽤 좋았다. 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입시가 끝나면 너네 밴드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곤했는데…결국 흔쾌히 합류했으며, 냉철한 성격으로 해산떄까지 팀의 조정자 역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