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의 학부모와 아이가 가장 관심이 높을 때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이때 겪는 심리적, 정서적 압박과 충격은 상당하다.
그건 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22년 동안 초등교사를 했음에도 1학년 담임은 딱 한번 해봤다.
난 초등교육의 전문가로 자처하지만 한계를 짓는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아이들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가입니다”
그렇다. 난 저학년 특히 1학년 아이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1학년 담임의 경험이 있다고 하나 그 아이들은 벌써 대학생이 되었으니 지금 일학년의 아이와 부모가 무엇을 걱정하고 고민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아마 1학년을 위한 교육서적을 찾으면 어마어마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읽어본 초등입문을 위한 교육서적 중 단연 최고를 꼽으라면 [초등학교 1학년 열다달 이야기]를 선정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 하나 풀어본다. 물론 이건 매(?)의 눈으로 바라본 초등 고학년 교사의 전문가적 관점으로 본 것이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은 1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1년. 교사를 위한 월령기다.
월령기는 월마다 생기는 일을 풀어서 적은 글이다. 학기의 시작은 3월부터다. 그러나 이 책은 1학년의 시작은 12월 부터라고 정의한다. 무릅을 탁 친다. 그렇다. 12월부터다. 이유를 알고 싶다면 당장 책을 구입해야 한다.
1장을 다 읽으면 1학년 아이들이 어떻게 1년을 지내는지 머릿속에 상을 잡을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1학년은 교사와 부모 모두 매우 불안한 1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불안의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에 있다. 불확실은 정보의 부재에 있다. 그런데 돌아보라. 교육에 관한 정보가 부재에서 불안한가? 폭주해서 불안하가? 당연히 후자다.
폭주하는 정보속에 정작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당연하다. 일목요연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경험과 연륜이 쌓이지 않으면 안된다.
경험과 연륜이 쌓인다고 풀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걸 다시 엮으려면 상당한 지적 내공을 겸비해야 한다. 그 이유를 책 가운데 노란색 테두리가 있는 글들이 담당한다.
저자는 비고츠키의 교육학을 오랫동안 공부했다.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그걸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육에 녹여냈다.
“아이의 행동은 아이의 역사를 나타낸다”
어느 구절에 읽었는지 표시를 하지 않아 정확한 원문이 생각나지 않지만 이 말이 가장 와닿는다.
2장은 아이가 1학년이면 학부모도 1학년 처음 학부모가 되는 분들게
초등부모교실을 쓴 저자로 이부분을 가장 유심히 봤다. 역시 무릎을 탁치며 읽었다. 얼마나 쳤는지 도가니가 나갈 판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라. 다 읽고 나시면 초등부모교실도 주문하는 센스도 잊지 마시길 빈다.
한희정 쌤의 글은 초반에 부드러우면서도 매우 강한 흡입력을 가지게 한다. 이 장의 처음을 시작하는 글 ‘집이 제일 좋아’는 제목만 봐서는 아름다운 수필의 느낌이 나지만 읽어보면 또다시 무릎을 탁 친다.
학교가 집이 아니기에 학교는 익숙하지 않고 어렵다는 것을 전제한다. 학교를 편하게 다녀야한다의 생각을 한방에 다잡는다. 그렇다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읽다보면 매의 눈으로 보던 나도 어느새 끄덕이며 읽게 된다. 뭔지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시는 부모는 꼭 이책을 읽어야 한다.
마지막 3장은 1학년 무엇을 배울까 교과학습과 어린이 발달.
3장의 내용은 내가 직접 1학년을 직접 지도해야 할 상황이 아니기에 몰입도 자체는 떨어졌다. 이건 다른 교육학 서적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엇을 주제로 삼았으며 어떻게 기술하는지는 매의 눈으로 살핀다.
난 그 핵심을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대한 해석에 있다고 본다.
깨알같은 글씨로 적어놓았지만 단원의 내용이 성취기준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평어로 써놓은 것이 인상깊다. 이부분을 제대로 쓰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한희정 쌤은 이야기꾼이다. 한희정 쌤은 그냥 이야기 꾼이 아니라 이론과 경험 그리고 통찰을 겸비한 이야기꾼이다.
이 책을 다 읽고 1학년에 도전해겠다는 욕심은 안생긴다.
그러나 만약, 천재지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벌어져 1학년 담임을 한다면 난 이책을 다시 펴고 한자 한자 다시 공부할 것이다.
이 책은 초등 1학년에 입학할 부모가 가장 먼저 읽고 다음이 1학년 담임교사가 늘 곁에 두고 사전처럼 펼쳐봐야 할 책이다.
이 책에 나온대로 따라하고 실천한다면 4학년 이후 추상적이고 이성적 사고를 할 시기에 진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