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아무런 탈이 없던 지붕에서 지난 장마로 기와 틈에서 물이 샌 듯한 곳을 두세 군데 발견했다.
이에 L씨는 가옥을 손보기로 하고, 이왕이면 방학 때마다 찾아와서 춥다고 보채는 손주들까지 생각해 아예 주택의 내부를 따뜻하고 편안한 현대식으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 한옥의 멋 살리면서 기능 보완
실력 있는 도목수가 깎고 다듬어 튼튼하게 지은 한옥 집은 80년이 지났음에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잠을 자고 나면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런 장점들을 지속시키면서 내부
공간을 현대식 구조로 바꾸기에는 리모델링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또한 구조가 ‘E’자 형태인 한옥은 중정을 가로지르지 않고는 각 방으로 이동이 원활하지 않고, 대들보 부재 길이의 한계 때문에 방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아 리모델링을 하기에는 공간 확보 면에서 불리했다.
전통 한옥의 리모델링은 한옥의 멋을 살리면서도 한옥의 고질적인 문제인 단열을 효율적으로 해 기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
내부에서의 단열 공사는 어찌 보면 손쉽게도 보이지만, 내부의 공간이 협소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공사는 기본으로 외부에 단열재를 시공하고 그 위에 강돌이나 사고석을 쓰는 재래식 벽체 쌓기 대신, 인조석을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모양을 살리는 방법을 택했다.
■ 전통 한옥과 모더니즘 접목된 공간 변신
지붕의 누수는 위치를 점검·보수하고 보관해 둔 여분의 기와와 한옥 철거 현장 등에서 구한 기와 등을 활용해 전통의 맛을 살리기로 했다.
내부의 천정은 황토를 이겨 발라 단열 몰탈로 보완하고 그 위에 회칠을 해 전통 한옥 특유의 대류 현상이 일어나 자연적인 난방과 환기가 되도록 설치했다.
바닥재는 모던한 맛을 살려 끊어지지 않고 각 방으로 이어지도록 설치하고, 하인방 상부를 통과하도록 단을 높여 설계했다.
풍수 피해를 대비해 그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 노후된 추녀목과 평고대·목재 촉맞춤 대문 등 모든 목부에는 사포질 및 퍼티 먹임을 3회 이상 하고, 그 위에 투명 락카 칠을 7회 이상 했다.
현대식과 다른 내부 구조는 각 방의 연결을 툇마루 형식을 빌어 중정을 향한 창호로 구획된 복도를 통하도록 공사해, 각 방의 독립성은 최대한 살리고 유기적인 동선으로 연계됐다.
L씨는 대강의 주조만으로 전통 한옥과 모더니즘이 접목된 공간이 만들어진 듯해 개량 한옥에 입주할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