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운현~응봉~촉대봉~홍적고개~몽덕산~
~가덕산~북배산~싸리재 고개
강원도와 경기도가 경계를 짓고, 화천군과 가평군이 서로 사이좋게 등을 맞대고
있는 고갯마루인 실운현, 고갯마루의 땅 속을 통과하는 341번 지방도로상의 화악
터널의 화천군 사내면 쪽의 터널 앞에서 좌측의 가풀막진 치받잇길을 초장부터
10분여 헐떡거리며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사거리 고갯마루가 넉넉하고 수더분한
실운현이다(9시12분).
사거리 고갯마루에서 남북을 잇는 임도는 가평군 북면 화악리 쪽과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 사이를 잇고,동서 양 방향의 임도는 화악산 정상과 그 반대 쪽인 남쪽의
응봉 정상을 죄다 차지하고 있는 군부대의 진출입로인 거다.지난 첫 번째 구간에
이어 꼬리를 잇는 화악지맥의 두 번째 구간의 들머리는 실운현 고갯마루에서 동쪽
으로 뻗어 있는 응봉 정상의 군부대 진출입로가 된다.
응봉 오르막
엄동설한 때처럼 매서운 칼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내처 오르막 양회임도를 따라
발걸음을 재우친다.옷깃을 아금받게 파고드는 칼바람의 추위를 좀더 누그러뜨릴
속셈으로 발걸음을 부지런히 재촉하지만 손가락을 죄다 내놓은 장갑을 착용한 탓
에 손끝으로는 아린 통증까지 느껴진다.쟈켓의 후드를 깊숙히 눌러쓰고 완만하지만
다소 긴 오르막을 부지런히 올려친다.
간 밤에 내렸는지 길섶의 마른 풀 위에는 흰 떡가루를 흩뿌려놓은 듯이 눈가루가
희끗희끗하고, 거세게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숲에서는 마치 숲의 울음소리처럼
웅웅거리는 바람소리가 연신 들려온다.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가이없는 창공은
투명하고 말갛고 푸르지만 얼음장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느껴진다.30분여 오르막
양회임도를 부지런히 올려치고 나면 해발1436.7m의 응봉 정수리 일대를 차지
하고 있는 군부대 정문 2,3백 미터쯤의 직전에 득달하게 된다.
줄을 잇는 암릉
이쯤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의 내리막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군부대
의 진출입로인 양회임도를 벗어나는 지맥의 산길은 모든 잎사귀를 죄다 떨궈내고
새 봄을 기약하며 이미 긴 동면에 든 나목(裸木)의 숲길이다.그러한 나목의 숲길은
머지않아 크고 작은 바위들이 줄을 잇는 산길이 뒤를 잇는다.엄장한 덩치의 바윗
덩이들이 앞을 막아서면 우회를 하고 그들 사이를 가로지르기도 하면서 지맥의
산길은 산객을 알뜰하게 이끌어 나간다.
이러한 행색의 바윗길을 따라 2,3십 분여 발품을 보태고 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봉긋 솟구쳐 있는 멧부리가 해발1167m의 촉대봉(燭坮峰) 정상이다(10시34분).
사방팔방 어느 쪽으로든 거침이 없는 일망무제의 조망은 화려하고 시원스럽다.
정수리에서 동쪽 방향의 조망을 위한 목책을 두른 둥그스름한 데크전망대까지
마련이 되어 있어 산객들의 발걸음을 잠시 묶어 놓기도 한다.
이러한 행색의 촉대봉 정상을 뒤로하는 산길도 여전하게 암릉이다.대개의 암릉
은 말갈기처럼 등성이는 날렵하고 울퉁불퉁한 꼴의 연속이라 산길은 으레 미로
처럼 꼬리를 잇게 마련이다.맞은 쪽 저만치 반대 편에서 와룡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그의 애마인 차량으로 인한 이유도 있고, 이미 한 차례 오른 적이 있는
홍적고개에서 싸리재 구간까지를 제외한, 홍적고개에서 실운현까지의 역(逆)
산행이 오늘 그의 몫인 까닭이다.
그와 서로 헤어져 두어 차례의 암봉을 곧장 넘어서기도 하고 우회를 하고 나면
기름한 꼴의 해발997.2m봉이다(11시8분).길쭉한 꼴의 해발997.2m봉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린다.은빛 햇살이 참따랗게 쏟아
져 내리고 있어 칼바람은 다소 수그러든 기색이지만 매서운 구석은 여전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지맥의 주요 멧덩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악산 전경(촉대봉 정상에서)
엄장한 허우대의 바위들이 줄을 잇는 암릉을 거치고 나면 붕긋한 해발 930.9m
봉으로 이어지고,삼각점을 부여받은 해발 524.6m봉을 머지않아 넘어서고 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 고갯마루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
를 드리운다.춘천시 사북면 쪽과 가평군 북면 사이를 잇는 9번 군도가 넘나드는
고갯길 홍적고개다(12시26분).
홍적고개라고 칼바람이 비껴 갈리가 있겠는가.구름도 머물다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고는 하지만 고개를 넘나드는 차량은 물론이려니와 인기척은 로마와 조하사
단 둘에 고갯마루를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만이 웅웅거릴 뿐이다.고갯마루
건너 편에 비어 있는 조막 만한 경비초소가 한 채 있고 지맥의 방향인 맞은 쪽의
임도 쪽으로는 철망울타리를 둘렀는데,다행히 출입문이 잠겨 있는 건 아니다.
홍적고개
출입문을 통과하고 나면 널찍한 임도가 기다린다.널찍한 임도를 따라 5분여
발걸음을 재촉하면 지맥의 산길은 임도를 그대로 두고 임도 우측 3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홍적고개를 뒤로하고 200여 미터쯤의 지점이다.산길은 수렛길
처럼 널찍하고 부드럽게 꼬리를 잇는다.울창한 잣나무 숲의 곁을 지나고 나면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고 밋밋한 산길이 뒤를 잇는다.
두어 차례의 걀쭉한 꼴의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산길은 붕긋한 멧부
리 로 산객을 안내하는데,이 멧부리가 해발 694.8m의 몽덕산(蒙德山) 정상
이다(13시7분).홍적고개를 뒤로하고 3,4십분여의 발품이면 오르게 되는 몽덕
산 정상에서 지맥의 방향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린다.무리를 짓고
있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은빛 억새와 잎사귀들을 죄다
떨궈버린 쓸쓸한 모습의 나목의 산길이다.
예전에는 이 등성잇길이 북배산을 넘어 계관산까지 방화선(防火線)으로 줄곧
이어졌었는데,지금은 예전처럼 제초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억새와 잡풀들만
이 무성한 모습이다.수더분하고 부드러운 해발645m의 안부사거리인 납실
고개를 뒤로하고 스텐레스 파이프와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도움을
주고 있는 가풀막진 오르막을 올려치면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산객
을 안내한다.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고 널찍한 산길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가풀막진
오르막을 내놓는데,이번에도 조금 전처럼 고정로프의 도움이 필요한 오르막
이며,조금 전이나 지금이나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여 미끄럽기는 마찬가지
다. 한 차례 더 고정로프의 도음을 거치고 홍적리 입구(우측) 방면으로의 갈림
길을 지나고 나면 넉넉하고 부드러운 해발815m의 앵상골고개다(13시42분).
앵상골 고개를 뒤로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애면글면 올려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넙데데한 멧부리가 해발858.1m의 가덕산(加德山) 정상이다(13시50분).
정수리 한복판에는 2005년에 재설한 삼각점(춘천204)이 아직까지도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다소 수그러든 듯한 바람결에 은빛햇살마저 쏟아져 내린다.
목도 축이고 헛헛함도 다스리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가덕산 정상을 뒤로한다.
가덕산 정상을 뒤로하고 나면 산길은 슬며시 우측 3시 방향으로 비스듬히 꼬리
를 잇는다.누렇게 물든 잡풀들이 차지하고 있는 헬기장을 가로지른다.방화선
처럼 품이 널찍한 등성이에는 은빛의 억새가 드문드문 줄을 잇고 있으며,어깨
까지 차오른 잡풀들로 만추지절의 감흥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산길이다.맞은
쪽 저 멀리 조금 후면 오르게 되는 베개처럼 기름한 꼴의 북배산이 한눈에 들어
온다.
퇴골고개의 노거수 고사목
완만한 내리막 산길은 넉넉하고 부드러운 삼거리 안부로 산객을 안내한다.가평
군 목동리 멱골 쪽(우측)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해발675m의 전명골재
다(14시12분).전명골재를 뒤로하고 곧바로 맞닥드리게 되는 해발 726.9m봉은
우측 8부 능선쯤으로 얌체처럼 우회를 하고,두 아름은 되보이는 해묵은 노거수
한 그루가 고사목으로 남아 있는 안부 삼거리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
우측으로 목동리 멱골 방면의 등하행 갈림길이 나 있는 해발 715m의 퇴골고개다.
퇴골고개를 뒤로하고 널찍한 폐헬기장을 가로지르고 나면 넙데데한 해발 790.2m
봉이다.790.2m봉을 넘어서고 나면 곧바로 가풀막진 치받이 오르막이 기다린다.
수북한 가랑잎으로 미끌거리는 가풀막진 치받잇길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넙데데한 멧부리가 해발 869.6m의 북배산(北培山) 정상이다(14시40분).
북배산 정상에서의 조망도 역시 시원스럽기는 이전의 멧부리에 뒤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춘천호반과 춘천시가지까지의 조망이 산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이미
누렇게 물들어가는 출렁거리는 산의 바다는 가이없다.이러한 조망의 북배산
정상을 뒤로하면 곧바로 누런 잡풀들이 온통 차지하고 있는 헬기장 행색의 해발
866.7m봉이다(14시43분).
866.7m봉을 뒤로하면 곧바로 우측으로 목동리 멱골 방면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멱골 갈림길을 지나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또 다시
삼거리 갈림길을 맞닥드리게 되는데,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고, 맞은 쪽의 산길은 춘천시 서상리와 방동리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다.
저 멀리 춘천호반과 시가지
춘천시 방면의 갈림길을 뒤로하고 15분여의 발품이면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싸리재 종점(우측 3.4km)으로의 등하행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그러나 오늘
산행의 분량은 싸리재 고개에서 싸리재 마을로의 하산이니 아직도 하산을 시작
하려면 대여섯 개의 멧부리를 더 넘어야 가능하다.고만고만한 멧부리 대여섯
을 넘고 넘어가면 비로소 닿게 되는 사거리 안부가 싸리재 고개다(15시26분).
계관산 정상을 1.2km쯤 남겨둔 지점의 사거리 안부 좌측은 춘천시 덕두원리
방면이고,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서쪽의 산길은 가평군 목동리 싸리재 마을로
의 등하행 산길이다.싸리재 고개에 득달함으로서 비로소 하산길로 접어들게
된 거다.해묵은 노거수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는 싸리재 고개에서
우측으로 꼬리를 잇는 싸리재 마을로의 하산길은 생각보다 그리 호락호락한
하산길은 아니다.
싸리재고개의 노거수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급경사의 내리막을 거치고, 울창한 잣나무 숲 등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싸리재 마을에 득달하게 된다.싸리재 고개를 뒤로하고
30분여의 발품이 필요한 하산길이었던 거다.싸리재 마을에는 홍적고개에서
실운현까지의 산행을 일찌감치 마치고 애마를 회수하여 이곳 싸리재 마을에서
두 산객(조하사,로마)을 학수고대하는 와룡과 다시 랑데뷰를 이루게 된다.
거지반 굶다시피한 산행이었으니 배안엣걸신들이 출출함으로 난리법석이
아닌가.서둘러 가까운 목동리로,그곳의 식당들은 대부분 개문휴업 상태로
마땅한 식당이 없다.와룡이 미리 검색한 식당도 겉으로 보기에는 개문휴업
상태가 아닌가.바로 그 식당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니 60대쯤 돼뵈는 곱상한
할머니 한 분이 열무를 식당 한켠에 수북하게 쌓아놓고 다듬고 있다.
셋(와룡,조하사,로마)은 모두 소머리 국밥을 주문하였다.작은 사기 밥그릇
에 소복하게 담아내온 따끈따끈한 정성이 가득한 밥과 오지뚝배기에 소머리
고기가 비어져 나올것만 같은 양으로 끓여내온 국밥이 막걸리를 곁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안주감은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결국은 넘치는
소머리 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와 국밥을 죄다 해치운다고 걸터듬을 하였
지만 종당에는 소머리 고기를 해치우느라 아까운 밥을 절반이나 남겼으니
그게 죄송할 따름이다.그 식당이름이 명지식당이다.
(산행거리;22.3km.소요시간;7시간5분) (20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