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개~팔공산(천황,성수지맥분깃점)~마령재~개동산~말치
수분천과 장수천를 비롯한 여러 지천 등이 장수 분지로 모여들어 세를 불린 뒤 금강의 젖줄 노릇을 하는,물의 으뜸 고장이 바로 장수읍(長水邑)이다. 읍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9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십릿쯤 이동을 하면 장수읍 개정리 개정삼거리에 이르는데,이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갈래를 친 13번 국도를 따라 다시 십릿쯤을 재우치면 비로소 득달하게 되는 고갯마루가 작고개라고 일컫기도 하는 자고개다(10시24분).장수읍 소재지 쪽과 고개너머 서쪽의 장수군 산서면 소재지 사이를 교통하는 고갯길은 금남호남 정맥 상의 주요한 고갯길이다.이 고개에서부터 도상거리 59.5km의 천황지맥의 첫 번째 구간의 산행을 시작할 참이다.
고갯마루 서편으로 금남호남정맥의 멀쑥한 산길이 불원천리 달려온 산객들을 기다린다.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짙푸른 창공에서는 오뉴월 뜨거운 햇살이 눈이 부실 만큼 부서져 내리고,초록 일색의 숲 속에서는 신산한 훈향이 코끝으로 다가온다.시원한 그늘이 기다리는 산길은 무성하게 우거진 그윽한 녹음 속으로 산객을 안내한다.산길은 입산객들의 방문이 잦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려는지 반주그레하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을 따라 20분여의 발품이면 4,5미터쯤 높이의 석성 담벽의 곁으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1985년 전라북도 기념물 제75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합미성(合米城)이다.
합미성
합미성은 해발 837.6m봉의 정상 일대를 차지하고 있는 퇴뫼식 산성으로 후백제 때 축조가 된 것으로, 성에 주둔한 군사들이 먹을 식량을 모아둔 곳이라 하여 합미성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성의 둘레는 320m,높이는 바깥쪽이 4.6m,안쪽은 1.6m로써 현재 대부분의 성벽은 무너져 내리고 북서쪽과 남쪽의 일부 성벽만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고.이러한 행색의 합미성을 벗어나면 좌측으로 장수읍 대성리 금평마을 방면으로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정반대 쪽인 우측 3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암갈색의 데크산길이 기다린다.
쉼터용의 긴의자가 마련이 되어 있는 쉼터를 지나고, 한 길 높이로 무성한 조릿대의 숲길을 제초작업으로 말끔하게 처리한 산길을 거치고 나면 좌측으로 장수읍 대성리 필덕마을 방면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또 만나게 된다.이 갈림길에서 팔공산 정상은 그 반대 쪽인 우측 3시 방향인데, 오르막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오르게 되는 해발1151m의 팔공산 정수리 주변에는 여러 개의 통신철탑이 하늘을 찌를 기세로 우뚝 서 있으며,사방팔방 거칠 게 없는 정수리에서의 일망무제의 조망은 가슴이 후련할 만큼 시원스럽기만 하다(11시25분).
금남호남 정맥 상의 해발1151m의 팔공산(八公山)은 천황지맥과 성수지맥의 분깃점이기도 한데,이러한 행색의 팔공산 분깃봉에서 천황과 성수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이다.웅웅거리는 통신기계들이 작동하는 기곗소리가 들려오는 통신철탑과 부대시설을 우측으로 끼고 발걸음을 옮기면 이내 양회임도로 이어진다.양회임도 종착지에는 한국교통방송(TBN)의 SUV차량 한 대가 세워져 있다.양회임도를 따라 100미터쯤 발걸음을 하다가 다시 우측의 지맥의 등성이로 기어든다. 계속 꼬리를 잇는 양회임도는 장수읍 대성리 필덕마을 방면이 되겠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식솔들이 드리운 그늘은 깊숙하고,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조릿대는 무성하다.내리받이 산길은 고정로프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가파른 행색을 띄며 이어지고,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줄을 잇기도 한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의 멧부리가 해발 960.2m봉이다.960.2m봉을 넘어서고 나면 산길은 머지않아 한 길이 넘는 조릿대 숲길로 산객을 안내한다.하늘을 덮을 만큼 울창한 대나무들 사이로 산길은 오소리 굴처럼 빼꼼하게 뚫려 있다.
울창한 조릿대 숲길을 벗어나고 가파른 비탈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임도 삼거리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장수읍 대성리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북쪽의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방면 사이를 넘나드는 고갯길 마령재(馬靈峙)다(12시20분).마령재는 백제시대 때 어느 장군의 애마가 화살에 맞아 죽자 이곳에 묻었더니 3년간 밤마다 말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고.그러한 전설이 빼곡하게 담겨 있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으며 그 곁에는 이 고개가 마령재라고 고하는 우람한 빗돌이 우뚝하다.그리고 고갯마루 한켠에는 과객들을 위한 사각의 지붕을 인 쉼터정자가 과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령재 쉼터정자에서 헛헛함도 채우고 마른 목도 축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아직도 눈부신 햇살을 아금받게 쏟아내는 태양이 작열하는 고갯마루에는 바람의 기색은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그들도 잠시 쉬어가고 있는지 시원한 기색은 가물가물 남아 있다.지맥의 산길은 고갯마루 건너 쪽의 오르막이다.오르막은 이내 산악기상 관측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납주그레한 꼴의 멧부리로 이어지고,그곳을 뒤로하면 삼거릿길이 기다린다.자고개로부터 여기까지 동반을 하던 성수지맥은 맞은 쪽으로 꼬리를 잇고,천황지맥은 좌측 9시 방향이다.천황지맥과 성수지맥이 이제부터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길목인 거다.
이 길목 일대는 1960~80년대 초반까지 소를 치던 덕소목장이 있었던 곳으로지금은 조림을 하여 잣나무,물푸레나무를 비롯한 온갖 수목들이 목초지를 대신하고 있다고.천황지맥의 산길은 잣나무와 편백나무,삼나무 등 사이의 임도처럼 널찍한 숲길로 꼬리를 잇는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은 머지않아 다시 임도를 가로지르게 되고,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만한 수목들이 없는 민둥의 등성이를 거치고 나면 다시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이 임도들은 결국 예전의 덕소목장 목초지 사이의 작업 도로인 거다.
이러한 행색의 임도를 한 차례 더 가로지르고 나면 등성이 반쪽은 벌목지의 모습이다.대개 이러한 모양의 등성잇길은 온전하게 남아 있는 법이 없다.산길은 넝쿨식물들과 잡목으로 다소 허섭스러운 행색이 아닌가.청주한가의 묘역의 곁을 지나고 강릉유가의 묵묘의 곁을 차례로 거치고 나면 관상수와 산약초 등을 재배하는 사유지의 곁으로 지맥의 산길은 허섭하게 꼬리를 잇는다.이러한 종류의 사유지의 곁의 산길은 으레 뚜렷하지 못하게 마련이다.그런 이치로 어지간하면 지근거리의 임도를 따르는게 신상에 이롭다.그런 우여곡절을 죄다 겪고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고갯마루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
맞은 쪽으로 개동산
장수읍 소재지 방면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서쪽인 산서면 소재지 사이를 잇는 13번 국도가 넘나드는 고갯길 비행기 고개다(14시3분).고갯마루를 곧장 가로지르면 장수읍 식천리부터 산서면 오성리 사이를 잇는 널찍한 대성임도로 이어지고,대성임도를 벗어나면 양회임도 행색이다. 과수밭의 곁을 지나고 나면 등성이는 온통 농경지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농로나 다를 게 없는 양회임도다. 맞은 쪽 들판 건너 저멀리 우뚝 솟구쳐 있는 개동산 멧덩이가 한눈에 들어온다.널찍한 양회임도는 개동산 중턱까지 꼬리를 잇는다.
양회임도 좌측의 산비탈은 계단식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축사나 비닐재배농지 등으로 쓰일 모양인데, 지금은 대부분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거다.이제는 양회임도를 벗어나 임도 우측의 숲으로 기어들어야 한다.가파르게 꼬리를 잇는 치받이 오르막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이어지고,팥죽땀을 연신 닦아내며 다시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아름드리 노송 서너 그루가 지키고 있는 봉긋한 멧부리다. 그곳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산객을 연신 몰아세운다.
그런 뒤에 애면글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846m의 개동산 정상이다(14시59분).산객들의 즐거움인 정수리에서의 조망은 주변의 활엽수목들로 인하여 기대할 수가 없다.묘복산 이라고 일컫기도 하는 개동산 정수리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며 산객을 안내하는데, 초장부터 가파른 행색의 내리막이다.바로 앞서가는 동료들 뒤로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가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스페인 속담에 비가 안 오면 사막이 찾아 온다고 했다.한눈 팔 사이도 없는,흙먼지가 연신 피어오르는 급경사의 내리받이를 구르듯이 내려서고 발목까지 빠져들 만큼 수북한 다갈색의 가랑잎의 산길을 다 거치고 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 632m봉이다(15시32분).
이장을 하였는지 묘지터처럼 흉터만이 남아 있는 632m봉을 뒤로하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고갯마루로 슬그머니 꼬리를 드리운다.장수군 산서면 소재지와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쪽의 장수군 번암면 국포리 사이를 잇는 '장남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751번 지방도로가 넘나드는 고갯길,오늘 산행의 날머리 해발 529m의 말치(馬峙)다(15시45분). 고갯마루에서 우측 산서면 쌍서리 쪽으로 100여 미터쯤 발품을 보태면 도로 좌측으로 나그네의 쉼터용 말치공원(馬峙公園)이 널찍하다.외양은 멀쩡해보이지만 너무 낡아서 과객들을 들일 수 없는 '觀西亭'(관서정)이란 현판이 걸려 있는,유지와 보수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팔각정이 한켠에 비루 먹은 것처럼 서 있다. (산행거리;14km. 소요시간;5시간15분) (2022,6/1)
(아래)천황지맥 지도1 팔공산-말치고개(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