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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뉴질랜드 택시운전사로 살아왔던 존 민재 강! 누군가에 떠밀려 바다에 실족한다. 이능을 갖고 회귀해 운수업계에 돌풍 파란을 일으키며 평정해 나간다.
2화 사이먼 동공이 파르르
“존 민재 강! 나 좀 변호해줘 존은 영어도 중국어도 잘 하잖아. 지금 내 속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나 좀 도와줘.”
중국 친구, 필립이 풀이 죽은 얼굴로 민재한테 반갑게 다가와 긴급 호출을 요청했다.
평소, 같은 아시안이라고 통하는 감정이 있었는지 살갑게 다가왔다. 중국어로 자유롭게 민재에게 털어놓는 모습이 짠해서 민재가 다 들어주었다.
"택시 손님이 컴플레인을 제기했어. 회사에서 그 건에 대해 청문회(Hearing)날짜를 내게 통보했더라고. 참 부담되네. 지난번에도 죽는 줄 알았어.“
민재가 오클랜드 택시 건물 2층 사무실에 볼 일 보러 들렀다 나오던 중이었다. 더벅머리 필립이 민재를 꽤 기다린 모양이었다.
“필립! 무슨 일인데. 얼굴이 그리 찌그러졌어? 언제야?”
민재의 질문에 필립이 민재의 손을 잡아끌어 회사 맞은편 카페로 갔다. 민재가 못 이기는 척 따라갔다. 얼마나 속이 탔으면 그랬을까.
필립이 카운터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민재머리가 핑 도는 듯 했다. 눈에 뭔가 선하게 그려졌다.
“아~하. 저 필립이 예전 생에서는 교통사고로 죽었잖아? 컴플레인으로 사이먼한테 심한 모욕을 받고 퇴근하다 그 스트레스로 가로수를 들이받고 그만.
장례식장에서 운전사들은 사이먼이 필립을 죽였다고 성토했고. 장례식장에 체면상 들른 사이먼을 보고 욱한 심정에 내가 결국 한마디 했지.
당신, 사이먼이 컴플레인 건으로 필립한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어 죽었어. 당신이 결국 필립을 죽인거야. 순간 사이먼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지.
오~라. 그러고 보니 베델스 비치 절벽에서 내 손을 뿌리치며 확 잡아당겨 바다로 빠뜨렸던 장본인이 그 사이먼이 맞네. 공개 망신시켰다고 원망했던 자.
이번 생에선 저 필립을 보호해야한다. 사이먼의 죄목을 공개적으로 물어 무력화 시켜야지. 약자들이 피해보고 힘들어하는 일은 내가 다 처리해야지.“
민재가 다시 평정을 찾을 무렵 필립이 주문한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자신을 도울 구원병이라도 만나 기쁜 듯 음식을 내밀었다.
“뉴질랜드 택시업계는 손님의 컴플레인 대응에 너무 예민한 편이야. 택시 운전사 말도 들어주고 격려도 해줘야 하는데 먼저 손님 편이란 말이야. 젠장.”
민재가 내뱉는 말에 필립이 얼씨구나 하고 맞장구쳤다.
“그러게 말이야. 내 말이. 크게 문제 안 되고 운전하다 보면 쉽게 일어나는 일인데. 마치 나를 죄인처럼 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찜찜해. 자주 그래.”
민재가 주문한 라떼를 한잔 들면서 필립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필립이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글쎄, 지난주 이른 아침 출근 시간에 공항에서 손님을 태우고 시내 다운타운 AA빌딩까지 왔거든. 택시 요금이 $92 이 나왔더라고.
피크타임이라서 일반 요금을 그대로 적용했거든. 손님 요구는 디스카운트 요금 트립으로 미터를 안 눌러서 평소보다 $12가 더 나왔다는 거야.
6시부터 8시까지는 피크타임이라 디스카운트 트립이 적용 안 된다고 했지. 자기가 교통부 소속, 오클랜드 트랜스포트 직원이래.
다들 디스카운트해 주는데 왜 너만 안 되냐고 볼멘소리를 하더라고.
그걸 나중에 회사에 컴플레인 한 거야. 회사도 오클랜드 트랜스포트 직원들 눈치 보는가.
거기서 컴플레인 오면 강하게 대응하고 그 결과를 그쪽에 통보하나봐.“
민재가 라떼잔을 들어 남은 커피를 다 마시며 내려놓았다. 참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공무원 갑질하는 습관이 여기도 버젓이 살아있구먼. 알았어. 내일 10시라고 했지. 걱정 마. 필립. 장소는 2층 대회의실이라고?
그럼 내일 거기서 만나자고. 일단 집에 가서 A4 용지 한 장쯤 그 상황을 순서대로 써서 가져와. 내 힘닿는 대로 변호할게. 크게 걱정 말고.”
중국 쓰촨성 출신인 필립이 무척 부담을 느낀 모양이었다. 영어가 부족한 터라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까지 유창한 민재 더러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50년 전통의 오클랜드 택시는 명성에 맞게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회사였다. 운전사 자격 요건도 높아 운전사 교육과 서비스에 엄청 신경을 쏟았다.
그 결과 컴플레인 대응에 최대로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컴플레인 관리 스태프로 전직 경찰관 출신을 채용했다. 사이먼이 그 역을 맡아왔다.
***
청문회하는 오클랜드 택시 회사 대회의실. 분위기가 한없이 무겁고 차가웠다. 중앙에 긴 타원형 회의 탁자가 놓여있었다. 재판하는 법정 분위기였다.
타원형 한쪽 끝단에 좌장인 택시회사 커뮤니티 의장인 다니엘이 재판장 격으로 앉았다. 다른 끝단에는 필립이 피고 자격으로 자리했다.
그 외 검사 역으로 컴플레인 매니저인 경찰관 출신 사이먼이 나왔다. 변호사 격으로 민재, 존이 착석했다. 커뮤니티 보드 멤버 5명도 배석했다.
“땅! 땅! 땅!”
드디어 의장인 다니엘이 작은 나무망치를 두드리며 청문회 시작을 알렸다.
민재 옆자리에 앉아있던 커뮤니티 보드 멤버인 데이비드가 청문회 상황을 녹취하기 위해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이제부터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컴플레인을 제기한 승객의 입장을 컴플레인 매니저 사이먼이 요약해 발표해주시지요.”
의장인 다니엘의 개회선언과 함께 검사 격인 컴플레인 매니저 사이먼이 말문을 열었다. 아주 차갑고 딱딱한 언어가 아나운서 멘트처럼 깔렸다.
“지난달 월요일 아침 7시 30분에 오클랜드 VIP 고객이 국내선 공항에서 시내 다운타운 AA빌딩으로 가기 위해 오클랜드 택시 315번에 탔습니다.
운전사는 필립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내렸을 때, 요금이 평소보다 $10 이상 나오자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디스카운트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거절당하자 컴플레인 한 겁니다. 이상입니다.”
의장인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피고 필립에게 그때 상황을 진술하라고 마이크를 넘겼다. 필립이 다소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난주 월요일 아침, 공항에서 승객을 태운 시간은 매우 밀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목적지 다운타운 AA빌딩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때 요금이 $92 나와서 그대로 카드 결제했습니다. 그 카드 결제 영수증을 건네자, 승객이 화를 냈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며 디스카운트해서 $80로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머뭇거리자 화를 내며 차 문을 확 닫고 내렸던 겁니다. 이상입니다.”
청문하는 회의실 분위기가 더욱 착잡하게 굳어져 갔다. 의장인 다니엘이 몇 가지를 질문했다.
“필립은 그런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잘 숙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분은 우리 회사 VIP 고객입니다.
오클랜드 트랜스포트 매니저로서 그때 실망이 커서 화를 냈어요. 바로 회사에 전화해 컴플레인을 제기한 겁니다.
필립은 우리 회사 운전한 지 얼마나 됩니까? 대응 능력이 무척 미흡합니다.“
“네. 이제 6개월째입니다. 죄송합니다.”
필립이 고개를 숙이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선처를 요청했다. 의장 다니엘이 변호인 자격으로 앉아있는 존을 향해 변론하라고 마이크를 넘겼다.
존이 일어나서 모든 참석자에게 복사해온 A4 용지 서류 한 장씩을 돌렸다. 좌석에 앉아 단호한 투로 말문을 열었다.
“이 자리는 오클랜드 택시회사 운영이 더 잘되기를 도모하는 자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컴플레인 문제도 대응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분위기는 운전자를 죄인 취급하는듯해서 유감스럽습니다. 그 원인과 문제점을 심층 더 확인하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첫째, 운전자 필립이 손님을 태운 시간은 아침 가장 피크타임인 6시부터 8시 사이입니다.
그때는 디스카운트가 안 되고 일반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이지요. 다시금 이 문제는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민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검사 격인 컴플레인 매니저 사이먼이 일어나 민재에게 역공을 날렸다.
“변호인 존은 우리 회사 승객 대응 룰을 모릅니까?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바쁜 시간에 디스카운트가 안 되는 것만 압니까?
승객이 목적지에 내린 시간은 8시 5분쯤 이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VIP 승객에게 디스카운트 요금 택시 요금을 받아야 하는 거지요. 안 그렇습니까?“
187cm의 민재가 벌떡 일어났다. 패기 넘치는 강한 해병대 눈빛이었다. 컴플레인 매니저 사이먼을 쏘아보며 포문을 열었다.
“안 그렇습니다. 태울 때 7시 30분부터 내릴 때 8시 5분까지 구간 중 30분은 일반 택시 요금제 시간입니다. 대부분, 이 요금제 시간을 탄 겁니다.
8시 넘어 5분 지났다고 그걸로 디스카운트 요금제로 주장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안 맞습니다. 강력하게 재고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민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역공을 지켜보던 의장 다니엘이 움찔한 눈빛이었다. 이제껏 이런 반격은 보지 못했다. 대부분 고개 숙이고 죄송하다고 했다.
청문회를 제기한 컴플레인 매니저 사이먼이 일어나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체면이라도 살리려는 듯 보였다.
“우리 회사는 사회 영향력 있는 고객들을 우대하지요. 그 정책으로 VIP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이번 고객은 오클랜드 트랜스포트 매니저입니다.
가능한 한 이런 고객들한테는 예의를 갖춰 대응해야지요. 선별적 융통성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의장 다니엘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민재가 손을 들어 다시 발언권을 얻었다. 벌떡 일어서며 들고 있던 A4 서류를 흔들었다. 단호한 목소리였다.
“50년 역사의 최고 택시 회사가 이 정도입니까. 뭐가 그리 무섭습니까. 지난주 경찰한테 뉴질랜드 국회 부의장이 과속으로 걸렸습니다.
그 걸 국회 부의장이 무마 요구했던 것 기억하시지요. 어찌 됐습니까? 그 경찰이 뉴질랜드 헤럴드 신문에 그 사실을 투고했어요.
국회 부의장은 바로 해임 당했지요. 이런 공정이 통하는 나라가 뉴질랜드입니다. 오클랜드 트랜스포트 매니저라면 이런 룰은 당연히 지켜야지요.
이 서류에 그런 내용이 다 적혀있습니다. 오클랜드 트랜스포트 매니저에게 이 서류를 답변서로 보내십시오.
만약 이 건이 제대로 시정되지 못하면 우리 회사 공청회를 열겠습니다. 뉴질랜드 헤럴드에도 이런 내용을 제공할 생각도 있습니다.
오클랜드 트랜스 포트 대표를 찾아가 면담할 준비도 돼 있습니다. 선택하십시오. 여기 커뮤니티 보드 멤버 다섯 분도 저희랑 똑같은 운전사입니다.
일선에서 힘들게 고생하며 더러운 꼴 다 참아가며 운전하는 700명 운전자들을 우선 생각하고 일해 주십시오. 여기 있는 모든 분들 누가 월급 줍니까.
700명 운전자들이 2주마다 내는 $270 운영비(levy)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책상머리에서 하는 탁상공론, 이게 우선이 아닙니다.
항상 바쁘신 의장님, 보드 멤버님들, 컴플레인 매니저님. 수고들 많습니다. 살맛나는 더 좋은 회사 운영을 위해 부디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700 명 운전사가 2년마다 커뮤니티 보드멤버를 투표하지요. 회사 운영과 운전사를 위해 뽑아준 의장님, 보드 멤버님들!
어느 게 회사를 위해 바람직한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이 내용은 다 녹취록으로 남을 겁니다. 이상입니다. “
민재가 피를 토하듯 변호연설을 마쳤다.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사람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사이먼 눈자위가 파르르 떨렸다.
다니엘 의장이 대머리 이마에 손을 얹고서 신음 투로 중얼거렸다.
“뭐야? 강민재. 오늘은 독기 오른 투사가 됐네. 전엔 고분고분했는데.”
배석한 모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니 민재를 바라다봤다. 민재가 간단한 멘트를 날리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룰은 지키라고! 교통부 소속, 오클랜드 트랜스포트 매니저가 솔선수범해야지요. 제대로 합시다." *
2화 끝(5,553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