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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촛불항쟁을 통해서 본
여성운동의 전망
이강실 전국여성연대공동대표
Ⅰ 서론
이 발제문은 1주년을 맞이한 전국여성연대가 촛불항쟁을 통해 나타난 여성들의 놀라운 힘을 통해 여성운동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되었다. 그러므로 먼저 전국여성연대에 대한 소개를 통해서 전국여성연대의 현주소를 점검한 다음 촛불항쟁에서 보여준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원인과 성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여성운동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Ⅱ 1주년을 맞이한 전국여성연대의 결성취지와 활동과정
1. 전국여성연대는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전국여성연대는 2007년 7월 8일 창립하였다. 많은 여성조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여성조직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 IMF이후 신자유주의세계화의 거센 물결이 서민들의 삶을 강타하면서 빈곤의 여성화를 강화하고 여성차별을 심화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조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여성단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더군다나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자유주의세계화는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더욱 강화되는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통일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이 결집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새로운 여성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본 단체는 여성의 단결과 연대를 통해 성평등사회와 더불어 자주, 민주, 평등, 통일세상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정책방향을 가지고 활동을 전개하고자 했다.
① 성평등 : 젠더 중심의 여성운동으로의 편향성을 극복하고, 성·계급·인종·민족· 자연이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통전적인 여성운동을 지향하고자 한다.
②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 : 빈곤의 여성화문제를 체제내적인 제도나 법에서만 찾지 않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통전적으로 바라보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③ 자주, 민주, 통일운동: 이북을 유기체적인 공동운명체로 바라보지 않고 병렬적인 관계를 맺는 두 나라로 봄으로써 상대적이고 대결적인 관점이 지배적인 통일운동을 지양하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충실하고자 한다.
④ 기층여성중심성 : 분단과 신자유주의세계화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민중여성들을 중심에 놓고 운동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⑤ 생명운동 : 생명의 문제를 성, 민족, 계급, 인종 문제와 함께 통전적으로 바라보면서 민중중심적인 생명평화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⑥ 조직원리 : 중앙조직의 대표와 사무처 활동가에 의해 의사결정이 주도되고 있는 비민주성을 극복하고 민주적이고 지역인지적인 의견수렴구조를 확립하며 활동가들에 의한 사무실 중심의 활동을 지양하고 지역여성대중을 운동의 주체로 세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방식과 내용을 갖는 풀뿌리여성운동을 조직하도록 한다.
2. 사업의 성과와 촛불투쟁
지난 1년간 여성연대는 여러 부문에서 진보적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성주의적인 진보운동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민을 계속 하고 있으며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성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의제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의 활동을 두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지만 진보적 관점에서 여성들의 요구를 담아내고 표현하고 요구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과 지혜와 뜻을 모으는 귀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우리는 충분히 만족하는 바이다.
1) 사업내용
①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 및 성평등사업
이랜드 여성비정규직투쟁에 연대했으며 특히 반 여성기업 홈에버 뉴코아에서 추석선물·장안보기 1만인 주부선언식을 실시하는 등 이랜드 여성비정규직투쟁에 여성의 목소리로 연대했으며 서서일하는 서비스직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하는 캠페인 운동에 결합하는 등 여성노동자차별을 해소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성폭력에 대한 대응운동으로 정몽준성희롱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②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
한미 FTA 반대운동에 적극 결합하였으며 여성대책위와 함께‘한미FTA저지, 비정규직차별철폐 여성대회’를 진행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세계화에 대항하는 대안운동으로 여성농민과 함께 식량주권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도농간의 직거래운동을 통해 식량주권화운동을 널리 보급하고 토종씨앗확산운동을 전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③ 한반도 자주, 평화통일사업
6.15여성본부에 적극 결합하여 2008년 남북여성대회를 치루었으며 6.15, 8.15행사에서 독자적인 여성행사를 만들어내고, 국가보안법철폐를 위한 전국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2007년 여성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제를 진행하면서 여성열사들을 기리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④ 여성정치세력화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진보적인 정당과 함께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대선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1만 여성선언을 실시했으며 총선에서는 전국여성연대회원단체에서 출마한 후보 25명을 전국여성연대후보로 선정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⑤ 연대활동
여성단체들과의 연대활동을 통해 통일과 FTA반대운동, 미국쇠고기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에 100주년 3.8여성대회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진보연대의 소속단체로서 진보연대의 사업에 적극 결합하고 있다. 식량주권회의, G8 회의 등을 통해 국제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2)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
여성들의 유쾌한 촛불행진 속에 전국여성연대가 있었다. 여성연대 중앙은 광우병 대책회의에 참여하여 적극 활동하였고, 여성연대 회원들은 울산과 부산, 경남,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여성행동 및 여성선언을 벌이며 열심히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울산과 부산에서는 5월 말부터 광우병 반대 부모선언 및‘뿔난 엄마들의 함성' 한미 쇠고기협상 철회와 재협상촉구 기자회견을 비롯, 여성들에게 광우병의 위험을 널리 알리는 각 구별 선전활동을 열심히 진행하였다. 여성들의 성금을 모아 이 돈으로 지역 언론에 광고도 내고 여성들에게 나눠줄 스티커나 촛불캐릭터 열쇠고리도 제작하였다. 회원들 집에는 광우병 반대 현수막달기 운동을 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경기지역에서는 엄마들, 주부들의 이름으로‘냉동창고 원천봉쇄 시위’에 돌입하여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시행 물류창고가 몰려 있는 경기 광주와 용인, 이천, 화성 등 모두 13곳에서 5월 24일을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였다. 이 창고들 안에는 뼛조각이 발견되는 등 잇따른 수입요건 위반으로 지난해 10월5일 검역이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2068톤이 보관돼 있었다. 또한 최근 6월 26일 관보 게재 날에는 전국여성연대 회원들이 분노의 마음을 가지고 광주에 있는 견우물류로 달려가서 쇠고기 출하 저지를 위한 인간띠잇기를 진행하였다.
고양에서는 유모차 부대 엄마들 카페 회원 4명이 오프라인모임을 진행하며 이 모임을 "광우병 반대하는 덕양 엄마들의 모임" 으로 정하고 화정역 분수대 앞 광장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홍보전을 진행하였다. 주말엔 시청으로 유모차 부대에 합류하였으며‘마트 시위’라고 해서 등판 부착 홍보물과 깃발을 카트에 부착하고 마트를 배회하며 장보기투쟁을 하였다.
합천여성회 준비모임에서 여자들만의 촛불문화제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고, 6월 18일 여자들이 만들어 가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아우성 -아줌마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성(썽)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이후에도 전국여성연대는 다양한 여성단체, 생협과 함께 쇠고기 유통 저지, 국민감시, 불매운동도 대대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Ⅲ 촛불항쟁과 여성운동과의 관계
전국여성연대는 창립 1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왜 촛불을 들었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를 갖게 되었다. 촛불항쟁에 참여한 사람의 70%가 여성이라는 놀라운 사실에 접하면서 무엇이 여성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만들었으며 촛불항쟁의 주체로 우뚝 서게 했는가를 다양한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토론회는 전국여성연대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해결하는 좋은 단서들을 제공해 줄 것이며 향후 여성운동에 큰 기폭제가 되리라고 믿는다. 먼저 백만 개의 촛불이 타오를 수 있었던 원인을 분석하고 이것이 우리의 운동에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살펴보면서 여성의 촛불참여에 관한 동기와 성과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 촛불로부터 얻은 교훈들
1) 이슈의 특수성 - 거대담론을 생활과제로부터!
이번 광우병위험쇠고기 문제가 거국적인 국민들의 저항운동으로 표출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생명문제와 직결되면서도 현실적인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이며 선택을 넘어서서 누구에나 해당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① 직접성: 쇠고기 문제는 매일 일상에서 접하는 먹을거리 문제로 우리의 삶에 직접 와 닿는 주제이다. 이 쇠고기 문제를 통해 이명박정권의 신자유주의정책의 실체를 알아가는 촛불문화제의 전개과정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일상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사회구조적인 의제까지 연관시키는 귀납적인 방식의 운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변화는 일상의 변화에서 시작하고 사회변혁의 과제는 일상의 과제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촛불항쟁은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고 있다.
② 생명중심성: 계급이나 민족적인 문제보다 생명의 문제가 훨씬 더 대중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관점을 통해 민족, 계급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들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촛불정국이 개인의‘욕망’(손해안보고 죽고 싶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시작하여 정치경제적인 구조모순을 바라보는 단계로 이행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우리의 여성운동이 지향하는 거대담론적 주제들도 원론적인 주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이런 욕망과의 연관성 속에서 문제를 고찰하는 현실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③ 보편성: 특정한 계층이나 계급에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며, 선택사항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영향을 주는 문제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특정한 계급에 한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실상 누구에게나 영향을 주는 문제라는 것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업이 단순히 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임을 알려내는 활동의 중요성)
따라서 촛불항쟁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거대담론에서 생활과제로 이슈가 옮겨졌다기보다는, 생활과제를 통해 거대담론을 나의 생활과 직접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보게 하는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거대담론과 생활과제는 상호 무관한 두 개의 영역이 아니라 상호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기존의 운동이 이 관련성을 제대로 밝히지 못함으로써 거대담론이 우리의 생활과 무관한 이념적이고도 추상적인 주제로 대중에게 인식되었으며 이것은 대중으로부터 소외되는 결과를 빚었다. 촛불항쟁은 거대담론이 생활의 과제로 녹아져 일상적인 생활에서 직접 느낄 수 있고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운동으로 전개될 필요성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 아날로그정치에서 ‘디지털정치’로!
미국쇠고기수입반대라는 주제를 대중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인터넷의 공로가 지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촛불항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였으며 이런 정보에 근거해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거나 표현하였으며 더 나아가 집회를 계획하고 조직하고 평가하는 디지털정치를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수많은 인터넷언론과 숫자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도 많은 포털의 카페, 개인 블로그, 수천만 개의 휴대폰 등이 동원되어 전개된 촛불항쟁의 디지털정치는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디지털 정치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① 균형성: 인터넷은 한쪽의 이론만이 아니라 찬반 양론을 들으면서 네티즌들이 비교적 객관적이며 균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보수언론매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고 이것이 조중동 반대운동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다. 특히 누구나 관심이 있으며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생활과제인 쇠고기문제를 가지고 조중동의 언론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도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② 속도성: 즉각적인 전달로 인해 빠른 정보를 가지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③ 확산성: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보고 그것을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④ 현장성: 아프리카와 같은 인터넷 방송 사이트나 개인 사이트를 통한 인터넷생중계를 통해 현장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으므로 네티즌에게 생생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 수 있었다. 오프라인에 나온 사람만이 아니라 온라인에 동참하는 사람도 시위에 동참하는 셈이 된다.
⑤ 주체성: 토론문화를 통해 자신의 주체적인 참여의식을 고양시키며 이로 인해 자발성과 창의성이 발휘, 고양된다.
⑥ 익명성: 자신의 얼굴이 가리워짐으로써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이것은 자기표현에 대한 능력과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⑦ 평등성: 계급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허용되어 있으며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도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⑧ 소통: 오프라인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사사로운 일까지 소통하고 공유하는 체험을 통해 보다 친밀한 공동체의식을 체험할 수 있다.
⑨ 다양성: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견해와 문화를 접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⑩ 운동의 용이성: 어떤 조직에 속할 때만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는 보다 무거운 기존의 운동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가볍고 자유롭고 손쉬우며 개별적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일에 함께 할 수 있는 인터넷운동을 열어놓아 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이번 촛불항쟁은 2002년 말 노무현대통령선거에 이어 또 다시, 인터넷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 여성운동은 오프라인중심의 교육, 조직, 홍보에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상의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물리적인 여건상 이를 실행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번 촛불항쟁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좋은 교훈을 놓치지 말고 온라인운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3)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직접민주주의로!
쇠고기수입협상과 관련하여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던 것 중 하나가 현 정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태도이다. 국민의 생명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인 만큼 국민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과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러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협상을 추진했으며 60여 일이 넘도록 촛불문화제라는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거부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 커녕 모르쇠로 일관하며 오히려 폭력적인 강경진압과 함께 배후세력, 색깔론을 언급하는 등 독재정권시대로 회귀하는 반민주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독재정권 앞에 숨죽이며 굴종하는 그런 국민이 아니다. 6.10항쟁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불완전한 형태이지만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통해 어느 정도 민주주의의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구시대적이고 시대역행적인 이 정부의 민주주의 말살행태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방법을 차단당한 국민들은 직접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촛불항쟁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성을 넘어서는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획을 긋고 있다.
이러한 촛불항쟁은 기존의 운동이 안고 있는 조직적인 문제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는 좋은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서열적인 조직형태, 대표나 활동가 중심의 정책입안· 결정 등의 비민주적인 의사소통체계, 중앙 중심적이고 지역배타적인 운동방식,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양한 의사소통의 구조를 차단시키고 있는 패권주의적 당파성, 조직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자발성과 창의성이 말살되고 수동적이고 기계적이며 관성에 젖은 운동으로 전락하려는 비주체성, 대중의 지지와 동의에 기반하지 않은 일방주의적인 투쟁방식 등 기존의 운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이런 점들을 깊이 숙고하면서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운동방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4) 상큼 발랄 유쾌한 시위문화
이번 시위의 형태는 기존의 시위의 형태를 벗어나 개별적이면서도 자발적이고 창의적이며 비폭력적이면서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가 가능했던 이유를 분석하고 이것이 우리의 운동과 어떻게 접맥되어야 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① 조직적이 아닌 개별적인 참여: 기존의 운동은 조직의 결정에 의해서 조직대중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를 띠고 있다면 이번 촛불문화제는 개인의 자발적인 결단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
② 창의성: 조직적인 참여가 아니기 때문에 조직의 명령과 지시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참여보다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려는 자발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 (다양한 피켓과 구호들과 장기자랑)
③ 자기조직능력: 개별적인 참여임에도 불구하고 즉석에서 임시적인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예비군, 인권침해감시단, 의료진, 시민기자단 등등)
④ 비폭력적인 위기대처능력: 살수차, 명박산성, 닭장차 등의 폭력적인 진압을 해학과 재치로 조롱하고
저항을 유쾌하고 즐거운 놀이로 전환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국민산성, 닭장차투어 등)
⑤ 공권력에 대한 당당함: 비 권위적인 문화의 영향으로 정부, 경찰, 검찰의 폭압적인 태도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이것을 무시, 조롱함으로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태도(자발적인 연행 등)
⑥ 공동체성: 개별적인 참여이지만 공동의 주제에 공감하고 가치 있는 일에 함께 하고 있다는 강한 동질감과 공동체의식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기존운동단체의 시위문화에 대한 문제점들이 자주 거론되었지만 이것을 넘어서는 대안문화를 발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반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시위문화를 지속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위는 시위대의 주장내용과는 상관없이 시위대에 대한 불만과 혐오를 불러 일으켰고 이것은 운동을 대중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역기능을 수행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촛불문화제는 기존의 시위문화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국민들이 공감하는 시위문화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보다 자율적이고 창조적이고 공감적이며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혁신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촛불을 든 여성들
이번 촛불항쟁은 어린 여학생들에 의해서 촉발되었고 많은 여성들의 참여에 의해 유지되었다. 특히 사이버공간을 통해 이루어진 여성들의 연대가 쇠고기협상문제와 결합하여 오프라인의 저항운동으로까지 발전하여 거대한 권력인 조·중·동과 맞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특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의 용감한 행동은 공권력의 폭력을 차단하고 평화로운 시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여성들을 촛불항쟁의 적극적인 주체자로 만든 요인이 무엇이며 이것이 앞으로 여성운동과 어떠한 관계로 발전해야 할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촛불소녀
촛불문화제는 촛불소녀들에 의해 점화되었다. 가장 비정치적이고 나약한 것처럼 보이는 여학생이 촛불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① 직접적인 피해자: 학교급식네트워크의 주장에 의하면 앞으로 미국산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될 경우 급식식자재의 70%가 외국산 쇠고기로 대치될 확률이 높으며 학생들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이 광우병에 걸려 죽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소용이 없고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②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효율과 경쟁으로 특징지어지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학생들을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거부가 결합되어 있다.
③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선거권을 통해 현 정권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며 자녀들도 보호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도덕불감증과 무책임성과 무기력에 대한 불만이 내재되어 있다.
④ 비권위적이고 비억압적이며 개방적인 문화 속에서의 성장: 이러한 분위기에서 형성된 발랄함과 당돌함과 활발한 자기표현력이 이러한 행동을 가능하게 했다.
⑤ 인터넷과 휴대폰 친밀세대: 이들은 인터넷공간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자아의식과 사회의식을 스스로 형성해가는 세대로서 누구보다 정보입수능력과 소화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⑥ 386세대 부모의 영향: 개혁적이며 사회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386세대의 부모로부터 암암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⑦ 공권력에 의한 피해의식 부재: 공권력에 의한 트라우마가 없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비교적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던 것도 용감하게 촛불을 들을 수 있었던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⑧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민감성 :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녀들은 소년들에 비해 사회문제에 훨씬 민감하고 실천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광우병위험을 알고 쇠고기나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겠다, 30개월 미만 수입쇠고기가 수입되어도 안 먹겠다고 하는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에 비해 10% 높았다. 쇠고기 재협상에 대해서도,‘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거나 월령 2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고수해야 한다고 답한 여고생의 비율은 62.8%로, 평균 답변율 57.5%를 상회했다. 여고생들의 34%가 쌍방향 인터넷 토론장인 아고라를 이용한다고 답해, 남자 중학생(19.2%), 여자 중학생(13.6%), 남자 고등학생(25.8%)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⑨ 일상적인 삶을 통한 소통과 관계맺음: 남학생들이 운동과 게임을 통해 관계를 맺는 반면, 여학생들은 일상적인 삶에 대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쇠고기 문제에 훨씬 민감하다.
⑩ 관계지향적이며 가치지향적인 삶의 태도: 남학생들은 성공지향적이며 현실순응적인 경향을 갖는 반면 여학생들은 관계지향적이며 가치중심적인 성향이 보다 강하기 때문에 생명의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반응할 수 있다.
이번 촛불항쟁을 통해서 새로운 세대로 부상한 여학생들은 직접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번 촛불항쟁을 통해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개인주의자들이 아님이 드러났으며 효율과 경쟁만을 중요시하며 사람들을 개별화시키고 상품화시키고 물질숭배주의자로 만드는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에 매몰되어 희생될 세대가 아님을 입증하였다. 이 세대는 촛불항쟁의 귀한 경험을 통하여 사회적인 의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실천을 만들어가며 더불어 함께 사는 평등, 생명, 평화세상을 이루어가는 희망찬 미래의 세대로 성장할 것이다. 여성운동은 이 촛불소녀들과의 연대성을 통하여 여성운동의 창조적인 계승 발전을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2) 성인 여성들이 촛불을 든 이유
① 생활정치친밀성: 남성에 비해 일상의 삶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생활주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식탁을 주로 담당하는 쪽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먹을거리의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② 생명 중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명의 중요성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것은 자녀에 대한 모성을 자극하여 보다 강렬한 저항의 힘으로 분출하게 된다.
③ 돌봄과 간여의 가치 중시: 조한혜정교수는“돌봄을 책임지는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전 세계적 추세”라고 했다. 그는“사회에서 아직까지도‘돌봄’을 주로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이 광우병 위험 등 삶과 직결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더불어 사는 사람이 행복하면 좋겠고, 그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돌봄과 간여의 가치가 여성들의 참여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④ 자유로운 상상력: 김영옥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여성들의‘자유로운 상상력’,‘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성향’을 주목했다. 김 교수는“그 동안 남성들이 사회의 주역으로서 계승자 의식을 가졌던 반면, 여성들은 계승자로서 선택되지 않았다는 의식이 있어 왔다”며“그 만큼 눈치 볼 것 없는 여성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규범적이고 대의에 치중하는 남성들과 달리, 생활에 민감한 여성들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성격이 사회적 의제를 만나 역동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민감성: 사회적인 약자로서 불평등을 민감하게 느끼는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
⑥ 인터넷을 통한 활발한 일상생활소통문화: 여성주도 인터넷이 일상생활을 솔직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쇠고기 문제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남성들이 많은 야구팬 카페가 주로 야구만 이야기할 뿐 자신의 삶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⑦ 순수성: 남자들에 비해 사회경험이 적거나 권력에 대한 관심이 적다보니 패배의식과 좌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적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쉽게 결단하고 실천할 수 있다. 남성들 가운데에는‘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반응을 보인 남성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이번 촛불항쟁을 통해서‘배운녀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단순히 많이 배운 고학력이 아니라 배운 지식을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올바르게 활용하는 20-30대 주부 등을 말한다. 된장녀, 신상녀 등이 여성들의 소비지향적인 한 면만을 강조한 단어인데 반해, 배운 여자는 사회적인 목소리로 생활밀착형의 사회운동을 주도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여자가 아닌‘녀자’로 표현하는데 이는 자기주장을 강하게 나타냈던 1920년대의 신여성들을 빗댄 의미가 있다고 한다. 특히 인터넷사이트에서 만나 옷차림이나 장신구, 음식을 비롯하여 살면서 생기는 온갖 문제를 놓고 수다를 떨던 그런 여성들이 사회적인 이슈인 쇠고기협상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촛불문화제에 적극 결합하고 보수언론절독운동, 광고회사제품불매운동, 쇠고기협상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연예인의 프로그램하차운동 등 다양한 저항운동을 전개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미국산쇠고기가 자신과 가족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이러한 관심은 인터넷공간에서의 다양하고 풍성한 정보교환을 통해 저절로 사회전반적인 문제로 이동하면서 저항의 큰 줄기로 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광고 불매운동을 불법적인 운동으로 규정짓고 이 여성들을 압박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굴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신속하게 반박논리를 개발하고 유포하며,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자신을 연행하라고 당당하게 주장함으로써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오프라인에서의 항의시위를 조직하면서 그 어떤 기성조직보다 논리적이고 강경한 투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여성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획기적인 모습이다.
Ⅲ결론
전국여성연대는 1주년을 맞이하면서 촛불항쟁의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연대의 조직적인 진단과 더불어 향후의 대안까지 모색할 수 있는 좋은 토론회를 마련할 수 있음을 큰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다. 촛불항쟁을 통해 분출된 여성들의 놀라운 사회의식과 참여의식은 여성운동의 일상화, 대중화를 위해 고민하던 우리 단체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여성운동을 환히 밝혀줄 촛불이 될 것이다. 임인숙 고려대 교수는‘이번 촛불집회에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곳에 있던 여성의 목소리가 보이는 곳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내 목소리를 냈다‘는 경험은 이후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에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전국여성연대는 촛불항쟁을 통해 제시된 다음과 같은 과제를 보다 심도 깊게 고민하며 평등, 평화, 생명, 통일세상을 열어가는 대안적인 여성운동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1) 여성의 생활과 직결된 생활과제를 통해 거대담론을 녹여내고 해결하는 귀납적인 운동방식
2) 사이버공간을 통한 여성들과의 만남과 소통과 실천모색
3) 직접민주주의의 정신에 근거하고 있는 민주적이고 평등적이며 창의적인 조직운영방식개발
4) 사회경제적인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생명의 문제와 연관시켜 통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제 개발
5) 자발성과 창의성을 고양시키는 조직문화개발
6) 밝고 유쾌하고 평화적이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시위문화개발
7) 청소녀와의 연대성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