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를 우려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의 길이 멀고 더디다. 11월 22일부터 매일 등교하고 있는 우리반 3학년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지만, 매일 한두 명은 ‘등교 중지’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마스크 쓰고 생활하며, 점심시간에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밥을 먹지만 그래도 학교에 오는 게 좋은 이유는 '친구들과 함께 체육을 할 수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수업을 하고, 같이 밥을 먹고 놀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새삼 학교의 가치가 빛나는 시기가 도래했다. 그러나 다시 묻는다. 2021년 대한민국의 학교는 안녕한가? 뉴스에는 연일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교육재정을 줄여야 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학교의 현실을 아는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 학교는 3교대 급식을 한다. 한정된 점심시간에 좁은 급식실을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다. 20분 안에 130여 명의 아이들이 배식을 받고, 밥을 먹고, 식판을 치우고 나와야 다른 학년이 밥을 먹을 수 있다. 밥상을 즐길 여유가 없다. 물론 학생수가 줄어서 학급수가 줄었고, 유휴 교실이 생겼지만 그 교실들은 모두 돌봄 교실이나 방과후 교실이 되었다. 새 식당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없었다.
우리 학교 체육관은 하나뿐이다. 36학급 중 3-6학년은 주 1회, 1-2학년은 2주에 1회 강당 사용시간 배정을 받는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교실에서 책상 의자를 다 밀고 체육을 한다. 위층 교실에서 체육을 하면 아래층 교실은 힘들다. 그래도 참고 견딘다. 우리반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과학실도 2개지만 5-6학년에 먼저 양보하다보니 3-4학년은 대부분 교실에서 실험을 한다. 교실에 수도 시설도 없고 실험도구를 일일이 옮겨야 한다. 방음 설비가 된 음악실도 없다. 컴퓨터실도 하나뿐이라 2주에 1시간 배정 받는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학교에는 특별실 배정 시간표가 존재한다.
냉난방은 어떨까? 교실 중앙 천장에 자리 잡은 시스템 에어컨은 진짜 춥고 더운 사각지대에는 찬바람도, 더운 바람도 보내지 못한다. 공기정화시스템이 없어서 설치한 공기청정기의 효용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복도, 일자로 뻗어 있어 뛰어다니기 딱 좋은 복도의 구조는 몇 십 년을 이야기해도 바뀌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유초중고특수학교 학생들이 교실의 내 자리 말고 맘 편히 쉬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학교에 있나? 없다. 그 내 자리마저도 딱딱하고 불편하고 좁은 책상이다. 언젠가부터 학교의 모든 시설과 설비는 가정의 시설과 설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뒤처지고 있다. 불편한 화장실, 춥거나 더운 교실과 복도, 방음과 환기 시설 뿐 아니라 내진 설계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학교는 여전히 많다. 따뜻한 조명에 각도와 높이가 조절되는 책상과 의자가 있는 우리집과 언제나 대비되는 공간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지방교육재정을 줄여야 한다는 어른들의 주장은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된다. 매일 체육관에서 체육하고 싶고, 점심도 여유 있게 먹고 싶고, 교실이 더 따뜻한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이를 기회로 더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교육재정이 ‘적확하게’ 집행되도록 개혁하자는 주장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학생 맞춤형 교육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된다는 진리를 모르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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