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관광전망
관광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정보 채널의 변화, 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 향상, 소득증대로 인한 관광 욕구의 다양화와 전문화, 중국 경제의 급부상 등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전통적인 여행의 형태와 플랫폼을 뒤흔들고 있다. 그 변화를 뒤에서 쫓을 것인가 아니면 주도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관광업계의 생존과 직결됐다. 2012년 관광 시장을 전망하면서 관광시장의 주도적인 흐름을 응축한 7개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Culture, Edutainment, Soul, Smart, Dream, Fair, China가 그것이다. ‘예견된 미래’에 여행업계가 더욱 민감해져야할 시점이다.
Travie writer 서동철
1.CULTURE 여행시장의 신대륙, 한류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는 지난 1989년 개봉된 영화 <인디아나존스3-최후의 성전>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며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록밴드 비틀즈가 마지막으로 녹음한 앨범 ‘애비로드(Abbey Road)’의 커버 사진을 촬영한 애비로드의 횡단보도는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대중문화와 관광의 결합을 의미하는 키워드인 ‘Culture’는 오래 전부터 여행의 주요한 테마였다. 우리나라는 드라마로 시작된 구(舊)한류에 이어, 최근에는 ‘K-POP’을 필두로 한 신(新) 한류의 파급력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2011년 방한 외래관광객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이르며 인바운드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제2의 한류로 일컬어지는 K-POP은 아시아에 국한된 기존 한류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 구미와 미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SM타운 파리 공연과 커버댄스페스티벌 등을 통해 아직은 한류의 씨앗을 뿌린 단계다. 이를 어떻게 실제적인 관광으로 이끌어낼 것인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숙제는 비단 관광업계 만의 것은 아니다. ‘Culture’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문화산업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류는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도 모를 일이다.
2.EDUTAINMENT 놀고 배우는 체험여행
격주 토요일마나 등교하던 초ㆍ중ㆍ고교 학생들이 내년부터는 주5일만 수업을 받게 된다. 전면적인 주5일제 수업 제도의 영향으로 국민 1인당 평균 연간 국내관광 일수는 2009년 9.04일보다 6.7일 증가된 15.7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의 통계도 있다. 특히 주말을 이용한 가족단위여행객의 선택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즉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적 요소를 함께 갖춘 체험학습여행에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에서는 에듀테인먼트가 보편적인 여행의 테마로 자리 잡았다. 멕시코에 본사를 둔 <키자니아>는 어린이들에게 스튜어디스, 소방관, 의사, 기자 등 여러 직업들을 가상의 도시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다. 전세계에서 8번째로 세워진 키자니아 서울은 개장 1년 만에 입장객 7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체험학습이 가능한 지역 축제에 대한 관심도 늘 전망이다. 각 지자체도 지역색과 특산품, 문화 등을 테마로 한 축제를 기획하고 지역 관광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행사들도 체험학습 요소를 가미하는 테마상품을 개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 중에 있다.
3. SOUL 마음을 치유하는 여행
‘Soul’은 신체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치료하는 명상관광(Meditation Tourism)의 개념이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감 그리고 급박한 사회적 변화는 현대인들에게 고도의 스트레스를 겪게 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기 수양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명상관광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요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 미국 요가 시장의 규모는 65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템플스테이가 명상관광 상품 대표로 자리를 굳혔다.
2002년 33개의 사찰로 시작한 템플스테이는 10주년을 맞이한 2011년에 122개 사찰로 확대되었으며, 템플스테이의 외국인 참가자 수는 2007년 1만3,533명으로 5년 만에 1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이듬해인 2008년에는 2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프로그램도 다양화되었다. 사찰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휴식, 가족, 단체 등 목적과 대상을 세분화해 맞춤형 템플스테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명상관광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우리의 콘텐츠는 많다. 창덕궁 후원,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 정원 등 우리네 전통정원과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산책로 등은 한국만의 특색을 갖춘 관광자원.이를 명상관광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4.SMART 똑똑해진 여행자에 대비하라
‘Smart’는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화두다. 스마트폰, SNS(Social Network Service), 웹 등을 활용한 ‘스마트 라이프’는 관광이라는 상품을 접하고, 소비하는 데 있어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목적지에 대한 정보, 길 찾기, 대중교통 이용 방법 등을 담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주머니 속의 가이드가 되고 있다. 여행자들의 정보 획득 능력이 높아짐에 따라 각국 정부와 업계는 관광·컨버전스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IT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스마트 관광’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제주, 충북 등은 언제 어디서나 관광지, 숙박, 음식점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U-Tourpi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2월 말에 출시한 무료 여행 앱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출시 9개월만에 다운로드 150만 건을 돌파한 것은 물론 누적 페이지뷰도 5,300만회에 이른다.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공유되는 개인의 관광 체험과 정보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행의 동기를 부여하는 채널,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도구, 그 정보를 현장에서 활용하는 방법 등 관광의 전 과정에서 IT 기술은 그 진가를 발휘하는 현재, ‘스마트한 여행의 시대’를 맞이한 관광산업계가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
5.FAIR 착한여행이 뜬다
‘공정여행’을 뜻하는 ‘Fair’는 최근의 트렌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가들을 여행할 때 쓰는 비용의 약 80%가 호텔, 레스토랑 등 외국인이 소유한 거대자본의 몫이며, 현지 원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매우 미미하다. 공정여행은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이용해 그들에게 합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여 그 지역의 환경까지 보호한다. 이 취지에 공감하는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공정여행을 공급하는 여행사도 늘고 있다. 영국의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www.responsibletravel. com)’은 160개국 4,000여 개의 공정여행 상품을 판매하면서 2001년부터 매년 매출이 4배씩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착한 여행에 대한 인식 수준은 꽤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서 기획되고 있는 대부분의 공정여행이 개발도상국가로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이런 와중에 경북 울진군의 ‘금강소나무숲길(www.uljintrail.or.kr)’은 국내 공정여행 상품으로 반응이 좋다. 현재 하루 탐방 인원을 80~100명으로 제한해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으며, 현지 주민들과 연계해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춰 여행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정여행의 개념을 국내의 생태관광, 도보관광, 자전거관광, 농촌관광 등에 접목시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안이 필요한 때다.
6.DREAM 소원을 말해 봐
왜 사람들은 오디션프로그램에 열광하는가? 바로 꿈이 이루는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억만장자인 데니스 티토는 2001년 2,000만달러(약 215억원)라는 거금을 들여서 꿈에 그리던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영국 버진갤러틱사의 상용 우주 여객선 ‘스페이스쉽2’ 지상 110km의 고도에서 지구를 관찰하고 무중력 자유유영을 체험할 수 있는 20만 달러(약 2억1,500만원)짜리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폴라익스플로러사는 ‘보케이션 베이케이션(Vocation Vac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아나운서, 소믈리에 등 직업 체험 여행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많은 돈이 들더라도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해 보고 싶은 것에 사람들은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틈새를 노린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원성취 상품’은 미비한 수준이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어가 론칭한 명품사업부 ‘모두JM’이나 ‘제우스’도 아웃바운드 중심이다.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고급화된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렵고, ‘꿈’을 간직한 내국인과 외국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아이디어와 상품이 미비한 시점이다. 이제는 꿈을 파는 시대다. 꿈은 무한한 상품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행업계의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 있다.
7.CHINA 13억의 관광객이 몰려온다
마지막 키워드인 ‘China’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정책을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나라 중에 하나다. 세계관광산업계의 핵심적인 고객으로 떠오른 13억 인구를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규제 완화, 대형 리조트 개발, 대(對)중국 마케팅 강화 등의 강화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1993년 374만명이던 중국인 해외관광객은 2009년 4,766만명으로 13배 증가했고, 2010년에는 5,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전망에 따르면 다가오는 2020년 중국인 해외관광객수가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의 60~70%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자발급이 비교적 용이한 아시아권 국가를 방문한다. 우리나라는 홍콩, 마카오, 일본에 이어 네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한국을 찾는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인이 많이 찾는 국가 순위에서 차별화된 상품과 콘텐츠 개발을 주문하고 있다. 저가의 상품보다는 양질의 상품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쇼핑(명품, 화장품, 보석)이나 크루즈, 온천 등을 테마로 한 상품을 개발하는 일도 여행업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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