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우리가 종종 단순성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찍기 편안한 눈높이 화각의 유혹을 쉽게 받는다는 것이다.
발을 딛고 있는 땅을 기준으로 150~180cm의 높이에서 찍는
사진이야말로 가장 평범한 사진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길을 지나다니면서 보는 눈높이 화각에
익숙한 사진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눈높이에서 찍었다면 사람들의 눈길을 1초 이상 붙잡지 못 했을 것이다.
코스모스 숲에 들어가 바닥에 누워 하늘을 향해 찍은 이 사진은 (작품성에 관계없이)
코발트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가을의 특징과 정취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시도였다.
거기에 강한 빛에 종종 발생하는 "렌즈 플로어"는
맑은 날의 청정함을 극도로 높여 주었다.
이를테면 해바라기나 코스모스군락, 만발한 유채꽃밭에서도 그냥 서서 찍는 자세는
우리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평범성과 단순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미 시든 꽃과 싱싱한 꽃,
그리고 새롭게 피어날 꽃들을
한 장에 담음으로써 영원한 것은 없음을 상기하며 좀 더 겸손한 삶을 생각하자는
이른바 화무십일홍이다. (크.. 꿈보다 해몽이라더니...ㅋ)
어떤 면으로는 사진이란 공감과 설득이다.
사진을 배우는 초기에는 잘 찍은 사진 하나가 커다란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장비도 구입하고 신명난 마음으로 열심히 출사를 나가기도 한다.
1년이 지난 어느날 만족감을 주던 그 사진이 실망감으로 바뀐다.
내가 이런 사진으로 주변에 은근 자랑도 하고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올렸던가를 생각하면 얼굴마저 화끈 달아오른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사진을 보는 시선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할 일이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과 비슷한 사진을 찍지 말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른 사람과 비슷한 사진을 찍어봐야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뜬다.
사진을 찍다가 아름다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을 때,
그것을 보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지 말고 잠시 피사체의
정점을 이끌어 낼 촬영 포인트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사진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보는 이들의 눈길을 붙잡지 못하는 평범한 사진을 피하라.
그래서 당신만의 특징을 가지라.
근사하게 찍은 사진에서 행복감을 얻는다면 그 행복을
배가시키기 위해 열심히 찍을 것이고,
별다른 행복을 느끼지 못 한다면 결국 열정이 식어
얼마 가지 않아 포기할 것이니 말이다.
"천국은 호시탐탐 그것을 노리는 이가 차지할 것"이라는
말씀처럼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사진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찍을 수 있다는
말이 그것이 아닌가 한다.
첫댓글 사진반 앨범에서 선생님 방으로 옴겨왔습니다.
바로 이런 사진 설명 우리에게 보여주며 설명이 필요한 사진을 이 방에 .......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무리 해도 중간에 막혀서 진전이 안 되던데
용케도 하셨네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무엇인가 하나라도 배움을 드릴 수 있는 자료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