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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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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아씨님 마칼루BC~바룬밸리~아룬밸리~메라피크 스크랩 마칼루 B.C~바룬 밸리~아룬 밸리~메라피크(2012. 10.22~11.27)-바룬밸리~아룬 밸리 지역
설악아씨 추천 0 조회 113 14.03.12 08:4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트레킹 15일째..

어제 세두아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 하고 바룬 밸리 트레킹을 시작한다.

세두아를 떠나오기 전 어제 저녁에 똥바를 대접해 준 니마의 사돈 댁에 찾아가 그 댁의 아들에게 약간의 과자와 색깔 볼펜을 감사의 뜻으로 전해 드리고,

마을의 서쪽으로 난 논길을 따라 출발한다.

 

세두아에서 아룬 밸리로 가는 길은 길이 따로 없다. 그저 논 뚝길을 걸어가야 한다.

바룬 밸리도 마칼루 바룬 국립 공원에 해당하지만, 그 곳을 찾는 트레커가 없다 보니 길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

나는 지금 마칼루 바룬 국립 공원의 동남쪽 경계에서 서쪽으로 진행 중이다.

추수를 앞 둔 황금 들녘을 따라 스텝들이 먼저 앞장을 선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고생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

 

 

가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논 길을 따라 3시간을 걸어가니 우거진 수풀 사이로 다리가 나온다.

이 강은 이수와 콜라로 발원지가 동참랑 빙하이다.

만들어진지 아주 오래 된듯한..이용하는 이가 거의 없는 듯한 다리를 건너니 숲이 더 우거져 있다.

숲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앞에 가는 사람이 풀에 가려 금새 사라져 버린다.

 

 

 

 

 

한참을 숲길을 헤매며 걷다보니 와룽(WALUNG, 910m)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대나무로 지은 작은 집 두채가 나오고, 소와 염소들은 열심히 먹이 활동 중이다.

마침 집주인이 있길래 우리가 가는 길에 대해 물으니 잘 모른다고 한다.

 

계속해서 정글과도 같은 숲을 지난다. 사람이 다닌 길의 흔적이 거의 없어 뒤에 오는 스텝들을 위해 중간 중간 리본으로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막내 포터 비제가 힘이 드는지 자꾸만 뒤쳐진다.

 

그렇게 세두아에서 출발한지 4시간 만에 논 한가운데에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고도가 1500미터인 세두아에서 900미터인 이곳에 오니 너무 덥다.

가이드 니마는 물론 스텝들까지 모두 이 지역은 초행길이라 어디에 롯지가 있는지, 샘터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다행히 근처에 계곡이 있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다. 더위를 피하려 나무 아래에서 식사를 기다리며 눈 앞에 펼쳐진 다랭이 논을 바라본다.

식사 후 출발 전 키친보이 람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다시 길을 나섰는데 오늘 세두아에서 출발한 이후로 본 것이라고는 논과 숲 뿐이다.

논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 논 둑을 건너오는 것이고, 숲은 전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원시림 그 자체이다.

포터들도 이런 정글 트레킹은 처음이라며 많이 힘들어 한다.

 

오후 5시가 되서야 초오양(chhoyang, 890m)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정글과 땡볕의 논을 헤매고 온지라 모두들 지쳐있었다.

집이 5채가 넘지 않은 작은 마을인 초양에는 바나나 나무가 많았는데 아직 익지 않아서 맛은 볼 수가 없었다.

쿡 다이가 오늘 어디에서 캠핑을 할 지 자리를 알아보시던 중 마을 사람에게 겨우 허락을 얻어 소를 키우던 논에 텐트를 칠 수 있게 되었다.

 

 

 

바나나 나무가 우거지고, 바닥에는 마른 소똥이 가득했던 저 곳에 먼저 소똥을 걷어내고, 추수하고 남아있는 벼의 뿌리를 베어낸 다음 텐트를 쳤다.

하루 종일 땀을 비오듯 흘리며 고생하며 온 스텝들이 텐트를 치는데도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막내 포터 비제. 하루종일 힘들어서 뒤처지더니 많이 지쳐 보인다.

18살인 비제는 아버지가 88살에 돌아셨는데 생전 4번의 결혼을 하셨다고 하는데 네번째 부인이 비제의 엄마이다.

얘기를 듣다 비제의 엄마의 나이를 물으니 나와 나이가 같다. 그래서 비제 보고 이제 나에게 아마(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다.

비제는 워낙 가난하여 포터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번이 두번째 트레킹이라고 한다. 한국이라면 한창 공부해야 될 나이인데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남은 트레킹 동안 잘해줘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비제는 스텝들 사이에서 "고불레까르끼"라고 불린다. 왜 그리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별명이 재미있어서 이후 나도 그를 고불레까르끼라고 불렀다.

 

바나나 숲 사이로 텐트가 쳐졌다. 텐트 옆에서 동네의 수탉이 씨끄럽게 울어댄다. 스텝들 몸보신도 시킬켬 오늘 꼭 저 닭을 잡아 먹자고 했다. 고도가 낮아지니 닭 값도 싸다. 라이족 다이가 살아있는 닭을 텐트 뒤로 가져가 털을 홀랑 뽑아 손질을 해서 나온다. 그 모습을 본 니마는 또 충격을 받은 듯 하다. 그래도 요리를 해 놓으면 니마가 가장 많이 먹는다.ㅎㅎ

 

지난 밤, 텐트 주위를 기웃거리며 먹을 것을 찾던 강아지..어찌나 겁이 많던지 불러도 오지를 않길래 닭고기를 텐트 밖에 놔뒀더니 밤에 몰래 와서 뼈까지 다 먹고 갔다.

아침이 되자 밥 달라고 또 찾아 왔길래 먹고 남은 밥을 줬더니 잘 먹는다. 워낙에 동물이라면 좋아서 미치는 성격이라 이런 아이들만 보면 안고 빨고 하고 있으니 옆에 있는 스텝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쳐다본다.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동내 아이들이 구경을 왔다. 외국인인 나도, 텐트도 신기한 모양이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자 많이 긴장한 모습들이다.

 

 

마을을 빠져나오자마자 다시 정글 트레킹이다. 앞에 가는 사람이 나무가지를 팔로 젓히고 가면 그 나무가지가 뒤에 오는 사람의 얼굴을 때린다.

바닥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등산화가 중간쯤 잠길때도 있다.

그렇게 1시간을 걷자 바란닥(barandak)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농부는 꼬또 밭 아래에서 밭을 갈고, 그의 아이들로 보이는 이들이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마을을 지나 또 다시 정글 트레킹. .가도가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숲이 우거져 쉴 곳도 없다.

 

초오양에서 출발한지 3시간쯤 지났을까..파랑부(parangbu)라는 움막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가고 있는 길 옆쪽으로 아룬강이 보인다. 오늘 가기로한 밤링(bamling)까지는 이 아룬강을 왼쪽에 끼고 간다.

이곳에서 어떤 아저씨를 만나서 밤링까지 몇시간이 걸리냐고 물으니 3시간이면 충분히 간다고 한다.

후에 알게된 건데..사실 이 지역 사람들도 주변 지역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중간 중간 만났던 네팔리들에게 밤링에 대해 몇번이고 물었었는데 말하는 사람마다 시간이 다 틀리다.

움막을 지나자마자 또 정글 트레킹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이 없는지라..난 이런 경험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즐겁게 받아들여 지지만..

짐을 이고 가는 스텝들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우거진 숲이 자꾸만 그들의 발을 잡는다. 그런 모습을 보며 너무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렇게 숲을 지나오자 잠시 햇볕이 비치는 곳에 다다랐다. 앉아있는 바위 빼고는 숲으로 우거진 곳에서 잠시나마 휴식 시간을 갖는다.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손에 뭔가가 기어올라오는 느낌이 있어서 봤더니 개미가 내 팔을 새까맣게 덮고 있다.

개미가 옷 속까지 파고 들어 혼자 숲속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한참을 털어댔다.

 

 

 

초양에서 출발한지 4시간만에 드디어 제대로 된 마을에 도착했다. 이제 고생은 끝이려 했는데 오후에도 오전과 같은 길은 계속 되었다.

이 곳 야푸페디(yaphuphedi, 765m)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메라 피크를 등반하고 온 세르파 3명을 만났다. 그들은 우리가 온 길로 해서 세두아에 간다고 한다. 그것도 하루만에!

발에 모터라도 달은건지..산악 국가의 민족답게 산을 오르는 것은 선수인가 보다.

식사 후 다시 출발 전 우리와 같은 곳을 지나온 네팔리를 만났는데 그는 이곳으로 오는 중에 곰을 만났다고 한다.

워낙 숲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는 곳이니 곰이 있다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식사 후 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강이 나오는데 다리가 따로 없어 신발을 벗고 건넌다.

 

 

 

다리를 건너 뒤돌아 본 야푸페디..우리는 아룬 강의 왼쪽 산(사진에서 왼쪽)을 헤치며 왔다.

 

강 건너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

 

가고 있는 길 옆으로는 추수를 앞 둔 다랭이 논이 산 꼭대기까지 펼쳐져 있다.

 

오전에 지나왔던 길 보다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에 제대로 된 길을 걸으니 큰 나무 아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쿡 다이는 그곳에서 쉬고 있던 동네 사람에게 오늘 우리가 머물 밤링에 대해 물으며..고민에 빠진 듯 하다..

왜냐하면..그도 밤링이 어디에 있는지..얼마나 걸리는지..잘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중간 중간 마주치는 네팔리들에게 밤링까지 몇 시간이 걸리냐고 물을때마다 답은 제 각각이였다.

 

 

오후 5시가 되어도 우리는 밤링에 도착하지 못했다.

결국 오늘은 옆에 칸도빠 콜라(khadoppa khola)가 흐르는 논에서 캠핑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논 중간에 가옥 2채가 있다. 우리는 저기 있는 소 앞에 텐트를 쳤다. 

텐트 문을 열면 소가 눈 앞에서 음메~~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논 위에서 소와 마주하고 캠핑을 한다. .

 

저녁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날이 조금씩 어두워져서 캠핑지 바로 옆에 흐르는 깐또빠 콜라에 샤워를 하러 갔다.

세두아 이후로 땀을 엄청나게 흘렸는데도 세수와 양치만 했을 뿐 씻지 못하여 몸이 소금기로 가득하다.

강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따로 없어 더듬거리며 조심조심 내려가 속옷만 입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가 다리 한 가운데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눈이 마주쳤는데 숨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훔쳐보는 재미가 없어진건지 금새 돌아서 가신다.

마칼루 국립 공원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샤워를 하니 정말 시원하고 좋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어제 우리가 머물렀던 캠프지를 뒤로하고 밤링을 향해 출발한다.

어제 우리가 크토록 찾아 헤매던 밤링은 얼마나 더 가야하는 것일까?...

 

어제 나는 가장 끝에 보이는 논에서 머물렀다..정말로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될 듯 싶다...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동안 원시림을 지나오자 넓은 길이 나온다.

이렇게 잘 정돈된 길을 보니 스텝들도 나도..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임도를 따라 30분 정도 더 내려가니 밤링이 나온다.

밤링에서부터 마칼루~바룬 국립 공원 지역을 벗어나서 솔루 쿰부 지역, 아룬 밸리에 들어가게 된다.

 

 

 

 

밤링은 비교적 규모도 꽤 크고 깨끗한 마을이였다.

마을의 큰 길 양 옆으로 벼와 꼬또를 재배한다. 아직 이른 밤링의 아침 시간..집집마다 아이들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밤링 마을 끝에 있는 가게에서 차를 한잔씩 마신다.

학생증을 목에 걸고 아침 식사를 하랴, 나를 쳐다보랴..아이들이 아주 바쁘다.

 

밤링에서 다시 출발하기 전..

마칼루 트레킹 이후 전화가 되지 않아 그동안 부모님께 연락을 못했었는데 부모님과 통화를 하느라 니마에게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가지 우리는 쿡 다이가 흙길에 스틱으로 새겨 놓은 화살표 표시를 따라가곤 했었기 때문에 니마와 조금 떨어져 걸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통화를 끝내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길을 나섰는데 가도 가도 니마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별 걱정 없이 돌이 예쁘게 깔려진 아름답고 조용한 숲길을 따라 한 시간을 넘게 혼자 걸었는데..뒤에서 염소떼가 나에게 달려 온다.

길 왼쪽은 낭떠러지요. 오른쪽은 암벽이라 피할 곳이 없어 그때부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염소떼를 따돌리고 한시간을 혼자 더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약간은 불안한 마음에 중간 중간 네팔리들을 만나서 고테바자르로 가는 길이 맞는지 물었었는데 맞다는 대답을 들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막다른 삼거리에 이르렀다. 

그곳에 있던 목동에게 우리의 스텝들에 대해 물었더니 자기가 두 시간 동안 이곳에 있었는데 보지를 못했다고 한다.

그 때 나는 길이 어긋났음을 알았다. 순간 많이 당황했지만 침착하기로 했다. 배낭에 3일은 버틸 수 있는 행동식과 랜턴,  물도 2리터나 있고, 돈도 있으니 어떤 마을에든 도착하면 밥은 먹을 수 있으니 마을을 찾아가 그곳에서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고테바자르에서 스텝들과 합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목동에게 지도를 펴 보이며 다시 한번 고테바자르로 가는 길을 묻고 있는데 뒤에서 니마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났다.

나마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온 길은 고테바자르로 가는 길이 맞았고 니마와 스텝들은 지름길로 갔는데 그 지름길의 화살표를 못보고 내가 지나쳐 왔던 것이다.

점심을 먹을 곳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는데 내가 오지 않자 니마가 나를 찾아 나섰고 중간에 나를 뒤쫓아 왔던 염소떼의 주인을 만나서 나에 대해 물으니

그 여자는 저쪽 방향으로 아주 빠르게 걸어갔다고 하여 뛰어서 나를 찾으러 온 것이였다.

니마와 다시 스텝들이 기다리고 있는, 점심 식사를 할 마을을 향해 나섰다.

내가 있던 곳에서 약 한시간 가량 오르막 길을 오르니 아주 큰 마을이 나타났다. 쿠룽(kulung)이라는 마을이다.

스텝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니 키친보이 람이 마중을 나와 배낭을 들어준다며, 괜찮냐고 묻는다.

나보다 오히려 스텝들이 더 걱정한 듯 보인다.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보니 너무 미안했다.

이런 우리들의 마음과는 달리 점심 식사를 위해 주방을 빌려준 집 주인 식구들은 아주 잔치 분위기이다.

워낙 오지이고,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보니 외국인이 이곳에 올 일은 없을터..타국에서 온 내가 너무도 신기한 모양이다.

내가 밥을 먹는 것을 바로 코 앞에서 지켜본다. 민망함에 초고속으로  밥을 먹고, 사진을 찍어 드렸더니 너무도 좋아하신다.

 

 

 

이 집의 개가 새끼를 낳았나보다. 5마리의 새끼가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 예뻐서 만지고 껴안고 사진을 찍자 주인아저씨가 선물로 줄터이니 가져 가라고 하신다.

이곳이 카투만두만 됐어도 나는 아마도 이 개를 한국에 데려왔을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나를 집 뒤뜰로 데려가시더니 송아지도 구경시켜 주신다.

아마도 내가 시골에서 키우는 동물은 처음 보는 것으로 아시는 듯 했다. 그래도 나를 위해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오전 중 설악아씨의 실종 사건(?)으로 인해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3시가 다 되서야 고테바자르로 출발했다.

쿠룽에서 차우키단다(chaukidanda)를 지나 고테바자르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가을 들녘을 지나간다.

산 전체를 다랭이 논으로 만들어 농사를 짓고 중간 중간 보이는 집도 깨끗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지역이였다.

 

차우키단다(chaukidanda), 학교를 짓고 있는 중인가보다.

 

우리가 지나가자 벼를 베고 있던 사람들이 허리를 펴고 우리를 바라본다. 손을 흔들며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하자 그들도 손을 흔든다.

 

 

 

지난 밤, 저녁 늦게 고테바자르에 도착했다. 고테바자르는 루클라~툼링타르 트렉과 우리가 걸어온 길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부터는 아룬 밸리에 해당이 된다. 이곳은 얼마전 홍수가 났는지 집이 두어채 밖에 보이지 않은다. 롯지는 영업을 하고 있기는 하나 한창 공사중이다.

우리는 롯지에서 100여미터쯤 떨어진 곳, 바로 앞에 강이 흐르는 곳에서 밤을 보냈다. 

지난 밤, 저녁 식사를 먹기 전 헤드랜턴을 끼고 또 강에 나가 샤워를 했다. 롯지의 졸졸 나오는 물로 씻는 것 보다는 춥지만 계곡물로 하는 것이 더 개운한 듯 하다.

식사 후 낮에 나의 실종으로 인해 마음 고생을 했을, 그리고 그것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오늘 정말 긴 하루를 보낸 포터들에게 창과 럭시를 사주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그래도 스텝들은 괜찮다며, 오히려 오늘 오래 걸어서 피곤하지 않느냐며 나를 걱정해 준다.

오늘부터는 정상적인 트레킹 코스로 가는 것이니 큰 고생은 끝난 듯 하다. 다시 출발이다^^

 

 

 

도반에 가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한 가게에서 나의 아들, 고불레까르끼와 함께^^

 

고테바자르(GOTHE BAZAR)에서 출발한지 2시간 30분 만에 도반에 도착했다.

도반의 롯지 앞으로 짐을 가득 매달고 노새들이 지나간다..

 

점심 식사 후 오늘 머물 페디(PHEDI)를 향해 출발한다.

페디로 가는 길은 트레커가 없어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길이다. 페디로 가면서 아주 요상하고 무섭게 생긴 대나무 다리도 건넌다.

 

페디에 도착하기 전 텐도(tendo)라는 마을을 지난다.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열판이 있다.

 

 

 

도반(DOBHANE)에서부터 비교적 완만한 산길과 마을길을 지나 오후 4시쯤 페디에 도착했다.

페디..고개 아래에 있는 마을..그러니까 살파 라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내일은 마을 뒤에 있는 저 산을 넘어가야 한다.

 

페디의 캠프지..

아직 포터들이 도착하지 않아서 쿡 다이, 니마와 함께 수다를 떨고 있는데 어린 여자 아이가 플라스틱 통에 음료수와 맥주를 가져왔다.

하루 종일 더운 지역을 걸어온터라 셋이서 맥주 두병을 나눠 마셨다.

 

 

포터들이 도착하여 텐트를 치는 동안 캠프지 옆 개울에서 또 빨래를 하고 있는데 니마가 나를 부르더니

"저..똥 싸가지고 올께요.."라고 말한다. 순간 너무 웃겨 개울에 넘어질 뻔 했다. 난 니마에게 똥 싸러 가는건 좋은데 싸가지고 오지는 말라고 했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니마도 가끔은 저렇게 실수를 한다. 눈꼽이란 말을 알고 있는 니마에게 너 귀밥 있다. 면봉을 쓰라고 했더니 몇일 뒤 귀꼽이 있냐고 묻는다. 그래서 귀밥이라고 다시 가르쳐 줬더니 "그럼 코에 있는건 코밥이야?"라고 묻는다. 두고 두고 웃기는 얘기다.

나의 실종 사건 이후로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도 니마는 본인이 화장실을 갈 때에도 보고를 하고 간다.

저녁에 니마가 동네에 소 키우는 집에 가서 버팔로 우유를 받아왔다. 스텝들과 따뜻하게 데워서 마셨더니 잠이 잘 온다.

 

오늘은 페디에서 살파 라 바로 아래에 있는 구라세까지 간다.

구라세는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다.

페디에서 구라세까지 가는 길은 끝 없는 오르막 길이다.

이제 다 올랐나 싶으면 또 오르막 길이 나오고..농담 삼아 마을이 하늘로 솟았나? 했는데 오르다보니 어느새 구름 위를 걷고 있다.

 

 

구라세로 가는 중, 쿡 다이와 함께~뒤에 고불레까르끼가 오고 있다.

 

잠시 쉬던 중 대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두 형제를 만났다. 형제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가니 곁에 있던 개가 나에게만 사납게 짖는다.

좀 황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주인을 지키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

쿡 다이는 어린 두 아이들을 보니 집에 있는 7살짜리 막내 아들이 보고 싶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들으니 오늘따라 쿡 다이의 어깨가 유난히 더 쳐저 보인다..자식을 위해 일년에 10달을 네팔의 온 산을 오르고 내리며 고생하는 쿡 다이..

우리네 아버지들도 그와 똑같다..

 

 

고도가 조금 더 높아지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그 속을 신선처럼 거닌다..

 

 

노새 한 무리가 짐을 가득 싣고 지나간다..아마도 이 노새들은 살파 라를 넘어온 것 같다.

 

 

페디에서 출발한지 7시간..

표지판이 있다. 근처에 호수가 있고, 에베레스트와 마칼루, 푸모리, 칸첸중가, 참랑, 메라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는 그곳에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쳐 왔지만, 피크 등반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살파 라도 넘을 겸 저곳에 들려 세계 최고봉을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구라세 근처에는 산딸기가 지천에 널려 있다.

고지대에서는 챙겨간 쥬스 가루를 수시로 마시고, 저지대에서는 귤을 자주 사먹었는데, 그래도 산딸기를 보니 먹고 싶어진다.

체면 불구하고 손바닥 가득 따서 씻지도 않고 먹어버렸다. 맛은 말 하나마나 아주 좋다.

 

 

오전에 4시간, 오후에 4시간 30분을 올라 겨우 구라세에 도착했다.

구라세는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 나무가 많은 지역을 말한다.

이 마을에는 대나무로 역은 집이 대부분인데, 마을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머문 롯지의 식구들 말고는 떠나올 때까지사람을 보지 못했다.

 

 

 집 뒤켠에 있는 캠핑지에 들어가기 전, 어린 염소가 다가 오길래 쓰다듬어 줬더니 내 손 냄새를 맡으면서 똥을 싼다. 정말 이해가 안가는 동물이다. 

 

 

 

짐 정리를 해놓고 니마와 똥바를 마시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긴 롯지도 아니요, 식당도 아니요,, 주인 할머니의 생활 공간 즉 집이다.어린 손녀 손자가 불을 쬐고 있다.

 

이 집의 똥바는 제대로 오랜동안 발효된 똥바라서 정말 맛이 있었다.

 

니마가 휴대폰으로 아이들에게 싸이의 강남스타일 동영상을 보여주자 아주 좋아한다.

불도 없고, 친구도 없는 저 산중에서 아이들이 많이 심심해 보인다..

 

 

 

 

다음날, 랄리구라스 숲을 지나 구라세를 출발한지 살파 라(3358M)에 도착했다.

살파 라 정상에 도착하기 전 거대한 마니탑을 지나온다.

 

살파 라 정상에서 거대한 마니탑이 있다. 도착하니 바람이 많이 분다.

 

친절하게 나를 기다려주신 쿡 다이와 기념 사진을 찍는다.

 

니마와도 기념 사진을 찍는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운지 닭들도 대피해 있다.

 

 

이제 살파 라를 넘어 사남으로 간다.지나오자 마자 솔루쿰부 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낙엽이 떨어져 있는, 가을향이 짙게 내린 조용한 숲길을 따라 살파 라를 넘어 온다.

 

살파 라 정상에서 2기간 30분 정도 내려오자 애가 애를 업고 나를 뒤따라 온다. 내가 빨리 걸으니 나와 같이 걷고 싶은지 뛰다시피 하여 따라온다.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빨리 걷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와 보폭을 맞춰 천천히 걷는데, 중간에 계곡물에 등에 없은 동생 세수를 시키는데, 손 끝이 여간 여문게 아니다.

그렇게 다시 길을 가고 있는데 우리 앞에서 좁캐가 고삐가 풀려 우리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 놀라 니마와 나는 등로 옆으로 올라섰고 소가 지나치자 마자 니마가 소 고삐를 잡아서 뒤에 오던 이 아이들은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미친 소와 부딪히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걷고 있자니 눈 앞에 사남(SANAM)이라는 마을이 나온다.

요 몇일 간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 이상 운행을 해서 스텝들이 많이 피곤해하니 오늘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캠핑을 하기로 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동네 아이들이 모여든다.

우리는 사진 가장 오른쪽 남자 아이, 락파 집에서 캠핑을 했다.

 

 

락파네 집 뒤켠에 캠프지가 마련되어 있다. 오후에 락파 할아버지가 옥수수 말린 것을 까고 계시길래 같이 앉아서 도와 드렸더니 따뜻한 수차와 똥바를 주신다.

락파 할아버지는 니마와도 잘 아는 분이고 예전부터 쿰부 지역에 야크 치즈를 파는 분이라고 한다.

 

주방이 어두워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었더니 눈이 부셨나보다. 고불레까르끼와 락파의 표정이 아주 귀엽게 나왔다.

 

 

 

저녁이 되자 람도 불을 쬐러 왔다.

내가 매일 눈 뜨면서 처음 보는 키친 보이 람, 밥 먹을때도 보는 람, 잠자기 전에도 보는 람..

자주 보다 보니 스텝들 중 나와 가장 친하다.

 

이 집의 똥바는 엄밀히 말하면 똥바가 아니다. 똥바가 없어 옥수수로 만든 창에 뜨거운 물을 부어 똥바처럼 마셨는데, 오리지날 똥바보다 더 구수한 맛이 난다.

 

 

그렇게 사남에서의 따뜻한 저녁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사남에서 구델을 거쳐 붕까지 간다.

 

사남에서 구델로 가는 길..이 지역은 아룬 밸리에 해당된다.

 

 

살파 라를 넘어오면서 봤던 사남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크고 작은 마을을 보니 마을 곳곳에 쓰레기 통도 보이고  마을이 아주 깨끗하다.

네팔에서 이렇게 깨끗한 동네는 처음 본 것 같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정부에서 청소하는 사람을 사서 마을 청소를 시킨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네 농촌 시범 마을..뭐 이런것 같다.

 

 

저 건너편 산자락에 있는 마을이 오늘 가게 될 붕(BUNG)이다.

산 너머로 메라 산군이 보인다. 설산을 보니 또 심장이 두근거린다.

 

붕에 가기 전에 있는 구델(GUDEL)은 아주 큰 마을이다. 그리고 구델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아주 깨끗한 마을이였다.

 

점심 식사를 위해 들른 구델의 롯지.

롯지의 딸들이 롯지 외벽에 칠을 하고 있다. 근데 자꾸 페인트가 딸들의 얼굴에 떨어진다.

마칼루 트레킹 이후 제대로 된 롯지 구경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곳에 오니 사람 사는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서는데 니마가 롯지의 딸들에게

"페인트 칠 열심히 해~얼굴에는 칠하지 말고~"라고 말한다. 딸들이 박장대소 한다.

 

 

구델에서 붕으로 가는 길은 2시간을 쭉 내려가는데, 마을 길에 돌 계단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길 옆에 아주 예쁜 들꽃들이 피어 있다.

 

 

 

구델에서 내려가면서 본 붕 마을. 산 전체를 깍아서 저렇게 마을을 만든 것을 볼 때 마다 네팔리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붕은 마을이 커서 상붕, 하붕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리고 붕은 막내 포터 고불레까르끼의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늘 제일 꼴지로 뒤쳐지던 고불레까르끼는 우리보다 1시간이나 앞서서 가장 먼저 붕에 도착했다.

 

붕으로 올라가기 전 아름다운 폭포와 마주한다. 워낙 더운 날씨 탓에 저 곳에서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구델과 붕을 연결해주는 다리.

 

 

붕 마을 중간 쯤..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고 있는데 가게 마당에 귤 껍질이 있길래 귤을 파냐고 물었더니 가게 옆 귤 나무에서 직접 따서 준다.

근데 아직 익지 않아서 다른 걸 먹겠냐면서 집 뒤뜰로 데려가더니 자몽 나무를 보여준다. 자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그 자몽 나무를 직접 보다니..

이번에도 주인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 자몽을 따준다. 내 얼굴만한 자몽 하나에 60루피. .아주 싸다. 몇 개 사서 스텝들과 자몽 파티를 했다.

쿡 다이는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신맛이 나는 자몽은 잘 안드시길래, 귤을 드렸다.

 

속을 파낸 자몽 껍질을 머리에 쓰고 있는 람. 가끔 저렇게 애교를 부리며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친구이다.

 

오늘 우리가 머물 곳에 도착했다. 붕 에서는 롯지 말고 방학 중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는데, 학교 앞 가게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집이 참으로 안타깝다.

닭과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는 참으로 딱한 개님이다.ㅠ.ㅠ 

 

초등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쳤다. 내일은 이곳에서 하루 더 쉬기로 한다.

 

약간의 현대식 교실이 있는 학교이기도 하나 교실이 모자른지 이렇게 대나무로 엮은 야외 교실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도 학구열을 불태우는 네팔의 아이들이 참으로 예쁘고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쉬는 날이다. 스텝들과 나 모두 하루 종일 밀린 빨래를 하고, 먹다 자다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낮에 니마가 또 버팔로 우유를 구해왔다. 한국에서는 슈퍼에 가면 널려 있는 우유가..이곳에서는 너무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올라오면서 산 자몽이다. 내 얼굴이 가려질만큼 크다.

 

저녁이 되자 초등학교 앞 가게에서 스텝들과 창을 마신다.

3500미터 이상부터는 술을 안마시지만, 그 외엔 매일 럭시와 똥바, 창을 마셨던 것 같다.

키친보이 람을 빼고는 모두가 애주가이니 서로 마음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캠프지에 도착하면 쿡 다이는 내게 제일 먼저 럭시를 권한다.ㅋㅋ

 

 

트레킹 23일째..어제의 달콤한 휴식으로 모두들 컨디션이 좋은 듯 하다.

오늘은 붕에서 키라울레(KHIRAULE)를 지나 수르키라(SURKILA)까지 간다.

붕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길을 나선다. 붕에서 급경사 계단길을 올라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나자 비교적 완만한 언덕길이 나온다. 그 길 끝이 키라울레이다.

 

 

 

키라울레의 마을 끝..큰 나무 숲 안에 사원이 있다. 우리는 그 옆에 있는 롯지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키라울레에 있는 사원.

 

키라울레에서 바란본 붕..좌측의 산에 가려 붕의 꼭대기만 보인다.

 

쿡 다이가 식사 준비를 하신다.

 

이 롯지의 주인 어른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세르파들은 죽으면 고인이 평소 사용하던 물건을 집 주위 들이나 산에 놔두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버려져 있는 염주를 주워들고는 장난 삼아 옴마니반메훔을 외웠다. 그러더니 니마가 질색 팔색을 하며 죽은 사람 물건이라고 얼른 놔두라고 한다.

고인의 가족들이 봤으면 큰 실례가 될 뻔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포터들도 그것을 모르고 고인이 평소에 잠을 자던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키라울레를 뒤로 하고 다시 출발이다. 뒤에 교장선생님포터 다이와 럭시매니아 다이가 올라오고 있다.

오늘도 줄창 오르막 길이다. 하긴. 마칼루 베이스캠프 5000미터에서 450미터인 밤링까지 내려갔다가 6476미터의 메라 피크로 가는 길이니 당연 오르막 길일 수 밖에..

나는 둘째치고 포터들이 너무 힘든 것 같아서 걱정이다. 

 

키라울레에서 수르키 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기는 했으나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길이였다.

1시간 정도 오르니 완만한 길이 나와서 바람을 느끼며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였다.

 

 

 

 

 

키라울레에서 출발한지 3시간. 울창한 랄리구라스 숲을 지나자 수르키라에 도착했다.

마칼루 트레킹을 끝내고 바룬 밸리~아룬 밸리를 거쳐 오면서 단 한명의 트레커도 보지 못했다.

어딜 가나 사람으로 북적이는 우리나라 산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너무 좋다.

 

 

 

 

언제부턴가 출발 시간이 30분 앞당겨 졌다. 8시 30분. 아침 일찍 길을 나서니 길 옆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있다.

오늘은 수르케라를 출발하여 초레모카르카를 지나 콜라카르카까지 간다. 콜라카르카 근처에는 판치포카리(5개의 호수)가 있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고 고도계를 가져가지 않아 정확한 고도는 알 수 없으나 주변의 식생을 보니 3500미터 정도에 있는 듯 하다.

제법 바람이 차다.

 

점심 식사를 위해 들른 초레모카르카(CHOLEMO KHARKA).

엄마마 단 둘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주 귀여운 아이이다. 아이 아빠는 등반 사고로 운명을 달리 했다고 한다.

 

움막 뒤쪽의 12시 방향으로 산을 넘어가야만 오늘 갈 콜라카르카가 나온다.

날씨도 춥고, 연일 계속되는 오르막 행군에 기운이 빠진다. 이러다 메라 피크 근처도 못가서 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초레모카르카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내 앞으로 펼쳐진 오르막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중간 중간 사진을 찍으며 기쁜 마음으로 걸어보려 하지만 그때 뿐이다. 춥고 너무 힘들다..

돌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니마가 하는 말이 촐라 패스와 비스한 길인데 힘든 것도 그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난 촐라 패스는 안갈꺼야~~아니 못가~~ 라고 답했다.

 

 

 

니마가 안개 속으로 자꾸 사라진다..

 

초모레카르카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정상에 다다랐다.

이곳의 높이나 올라오는데 소요된 시간으로 봐서는 분명 무슨 고개(라)일 것 같은데 지도상에는 나와있지 않다. 대축적 지도를 가져 오지 않은게 후회 된다.

이곳까지 올라오는 것은 살파 라를 넘는 것보다 몇 배는 힘이 들은 것 같다.

 

이제 내려가면 되겠구나..했더니 내려오자마자 또 오르막 길이 보인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 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코너를 도니 다행히 내리막 길이 나온다.

기쁨에 웃음도 함께 나온다^^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너무 힘이 들었지만, 뜻 밖의 주변 풍경에 금새 피로가 가시는 듯 하다.

 

 

 

드디어 판치포카리(PANCH POKHARI)에 도착했다. 호수가 5개가 보여야 하는데 3개밖에 안보인다. 나머지 두개는 근처 어딘가에 있나보다.

그래도 운무에 가려진 호수는 아주 신비롭고 영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니마도 지쳤나보다. 사진 찍는데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어쩌다 나한테 걸려가지고..ㅋㅋ니마가 불쌍하다.ㅋㅋ

 

 

판치 포카리에서 콜라카르카로 가는 길..

너무 아름답다..고사인쿤드로 가는 길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곳보다 더 성스럽고, 더 고요하고, 더 아름다운 길이다.

 

 

 

 

 

 

 

 

 

 

판치포카리에서 1시간 정도 완만한 길을 따라 가자 저 아래 콜라카르카(KHOLA KHARKA)가 보인다.

콜라카르카는 우리나라 양구처럼 펀치볼 지형 안에 자리잡고 있다. 감싸고 있는 산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낮에도 해가 들지 않는 곳 같다.

도착하자마자 살인적인 추위가 느껴진다.

 

 

롯지에 도착하여 1시간을 기다려도 포터들이 도착하지 않고 있다. 다들 방한복도 제대로 없는데..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혼자 따뜻한 불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죄스러워

롯지 밖에 나와서 포터들을 기다렸다. 30분을 밖에서 개 떨듯이 떨며 기다리자 교장선생님 다이와 럭시매니아 다이가 도착했다.

막내 고불레까르끼는 그 후 10분이 지나서 도착했다. 그들을 기다리느라 밖에서 40분 동안 떨었더니 온 몸이 다 얼어붙는 듯 했다.

그래도 좁은 불 앞에 포터들 몸을 녹이라고 럭시 한잔씩을 사주고 텐트로 돌아와 누웠는데 너무너무 추워서 랜턴을 켰다. 랜턴을 켜 놓으니 불빛에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하여 그대로 잠이 들었다. 실제로 콜라카르카는 혹한으로 유명한 메라피크 보다도 더 추웠다.

교장선생님 다이~롯지 안에서 교장선생님 모자를 벗고 쉬고 계신다^^  

 

아침에 일어나니 결로 때문에 텐트 안에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다 못해 텐트가 꽁꽁 얼었다. 어서 해가 비치는 언덕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다들 밤새 추위에 떨어서인지 부지런히 햇빛이 있는 곳으로 올라오고 있다.

 

 

 

어제 지나온 판치포카리가 보인다.

오늘은 콜라카르카를 출발하여 코데까지 간다. 코데부터는 본격적인 메라피크 등반을 위한 트렉이 시작된다.

 

산 허리를 따라 잠시 쉬던 중 나의 아들, 고불레까르끼가 나보고 비키라고 소리친다. 얼른 비켰더니 위에서 내 머리만한 돌이 떨어졌다.

고불레까르끼가 아니였으면 병풍 뒤에서 향 냄새를 맡을뻔 했다. 

메라피크를 등반하고 하산할때는 앞에 보이는 산 허리를 돌아 파플루로 간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과거에 마오이스트들이 점령했던 길이라고 한다.

 

앞에 보이는 산 너머에 코데가 있다. 저 아래 보이는 숲 어딘가에서 우리는 점심 식사를 했다.

 

 

 

 

랄리구라스와 전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스텝들이 점심 식사 준비에 분주하다.

고불레까르끼는 계곡에서 물을 떠와 설겆이를 하고, 쿡 다이와 람은 요리를 한다. 

 

 

식사를 기다리다 키친보이 람과 사진을 찍는다.

매일 아침 디디(누나)를 부르며 모닝티를 가져다주고, 식사 서빙을 해준 바훈족 청년 키친보이 람.

잘 생기고 성실한 23살 청년인 그는 1년 내내 트레킹을 간다고 한다. 아래로 5명의 동생을 둔 그는는지.. 집안의 맏 형으로 가장이다.

그 무거운 책임을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로 대신하며 살아야되서 그런지 그는 벌써 대머리가 되려고 한다.

무거운 그의 짐이..그의 지나온 삶이 어떠했는지..얼마나 많은 짐을 머리로 옮겼는지 알 수 있다..

트레킹이 끝나고 작별을 할 때 펑펑 울던 나에게 카다를 걸어주며 본인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누나, 울지마.."라고 말하며 나를 다독여주던 착한 녀석이다..

 

점심 식사 후 1시간을 내려오니 힌쿠 콜라가 흐르는 곳에 도착했다.

과거 이 지역 탕낙 근처에 사베이초 라고 하는 빙하호가 무너져 내리면서 힌쿠 계곡을 싹 쓸어간 탓에 계곡이 폐허가 됐다.

곳곳에 속을 드러낸 강바닥과 이끼가 가득한 돌들이 널려 있다.

코데로 가는 길..으스스한 느낌까지 든다.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걷자 멀리 작은 티하우스가 보인다. 저 곳을 지나 30분 정도 걸으니 강 건너에 코데가 보인다.

 

다리 건너로 산중에서는 제법 큰 마을인 코데가 보인다. 저곳에서 오늘 휴식을 취하고 메라피크 등반을 위해 다시 출발을 해야 한다.

 

 

설악아씨의 메라피크 등반기는 3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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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3.30 01:53

    첫댓글 보면 볼수록 끝까지 보면서 대단하시다는 감탄사만 나옵니다~~~

  • 작성자 14.04.27 01:15

    오르고자 하는 의지와 산을 향한 열정이 있다면 누구든 가능한 트레킹일텐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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