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시작 전 선수들이 몸을 풀고 퍼팅그린에서 연습이 한창일 때, 다른 한편에서 골프 백을 챙기며 또 다른 준비를 하는 캐디들 사이로 낯선 모습이 보인다. 남자들도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는 투어 캐디를 선수의 어머니가 하고 있는 것.
지금까지 치러진 2017년 KLPGA 투어 모든 경기를 딸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는 김지수(23. 동아회원권)의 어머니, 임병란(50)씨다.
2015년 정규투어에 입성한 김지수는 그동안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의 9위를 시작으로 지난 'E1 채리티 오픈'에서는 14위를 기록하는 등 투어 3년 차에 접어들며 서서히 성적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임병란씨는 딸인 김지수가 처음으로 2015년 정규투어 풀시드를 확보하자, 그해 동계훈련에 같이 동행하여 40여 일간 캐디를 할 수 있도록 경기 진행이나 룰 공부를 하면서 실전 연습도 했다고 한다.
2015년 처음 정규투어가 시작되자 딸을 위해서 전문 캐디를 써보았지만 대부분의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하자 어머니가 한두 경기씩 골프 백을 메기 시작했고, 지난 대회(E1 채리티 오픈)까지 약 40여 경기를 딸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E1 채리티 오픈에서 야드지북을 보며 샷을 준비 하는 모습
김지수는 "어머니가 캐디를 해주셔서 비용이 절약되는 것이 가장 좋아요.(웃음) 사실 편안함이 가장 큰 좋은 점이죠. 가끔 말 다툼도 하지만 경기 중에 다른 캐디보다 저를 편안하게 해주시는 분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하면서 "그래도 퍼트라인이나 애매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서 제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은 좀 아쉽긴 하죠."라고 말했다.
백을 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자가 '힘들지는 않은가'라고 물은 질문에 어머니 임병란씨는 "본업의 특성상 발품을 팔러 다닐 일이 많았던 점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 중학교 때까지 핸드볼 선수 생활을 잠시 했었던 것, 지난 10여 년 간 해 온 등산, 그리고 꾸준히 해 온 운동 덕에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아직 모르겠네요."라고 답하며 "제가 아무래도 엄마이다 보니까 경기 중 발생하는 스트레스나 감정의 기복을 남들보다 잘 케어하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러나 그린에서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분이 제일 아쉬워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임병란씨는 이어 "지난 'E1 채리티 오픈'부터 제가 방향을 봐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의 역할에서 하나가 더 추가됐죠. 목표를 정해놓고 어드레스에 들어갔을 때 방향을 제대로 보고 있으면 OK 신호를 줍니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분명 조금이라도 도움이 더 되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골프선수는 전문 캐디나 선수의 아버지가 캐디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경기장의 하우스 캐디를 대동하지만, 선수의 어머니가 캐디를 하는 경우는 드문 경우다. 그것도 어머니와 전경기를 같이하는 선수는 김지수가 유일하다. 그만큼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투어 3년 차. 이제야 모녀의 호흡이 좀 더 잘 맞아가며 성적도 나기 시작한 김지수와 겉모습만 보아도 이제는 전문 캐디의 포스가 풍기는 그녀의 어머니 임병란씨. 오늘부터 사흘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7회 칸타타 여자오픈'에 이번에도 어머니와 함께 필드에 나선 김지수, 임병란 모녀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