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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희곡)
홍삼군 인삼녀
창작 희곡/도화 박한열
[등장인물]
-홍삼용 蔘, 홍삼군
-삼계탕용 蔘, 인삼녀
-일년근 蔘, 세근
-삼신
-강처사
-마누라
[장소]
-야외
[시대]
-옛날
[장르]
-인삼을 의인화한 풍자해학극
[프롤로그]
(강처사, 정자에 혼자앉아 고민을 하고 있다. 강처사가 앉아있는 옆에 술병과 북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병중에 있는 강처사의 아내가 누워있다)
[강처사] (혼자 북을 치며 唱을 한곡 부른 후) 백계무책이야. (천으로 묶은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는) 인간의 피를 먹으면 낳는다고 해서 이 손가락을 단지 해가지고 피를 먹여줬는데도 불구하고 꿈쩍을 안으니……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아직 세상을 떠나실 때가 아닌데 저렇게 누워만 있으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구나. ……아무래도 이놈이 보이지 않는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이 분명한 것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 집안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늘을 쳐다보고) 부처님은 아시겠지요? 아신다면 소인에게 좀 가르쳐주시어요! (술병을 들고 마시는) 이 가슴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아픕니다. 너무 아파서 죽고 싶지만 늙으신 어머니와 처를 두고 갈 수도 없는 신세이오니 하느님 지발 이놈의 죄를 용서하시고 사랑하는 내 아내를 살려주시고 아내가 어여쁜 아이도 잉태할 수 있도록 방책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마누라] (누운 채) 졸려요, 저 좀 재워주시겠어요.
[겅처사] 그래 푹 자요 마음 편하게 푹 자시오! 내 당신의 병을 기필코 낳게 하고 말 것이야.
(강처사, 아내의 등을 다독거리며 잠을 재운다)
[ 1장 ]
(강처사와 그 아내가 잠들면서 홍삼군 인삼녀의 연극은 시작된다. 오디오에선 신비한 연주음악이 흘러나오고 밤하늘엔 별이 총총 빛난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을 한 홍삼군과 인삼녀가 무대 위로 등장한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수의 장단에 맞춰서 정다운 춤을 춘다)
[홍삼군] (숨을 고르고 인삼녀를 살펴보는) 오목조목 잘 빠진 모양이 여인네가 분명하구려.
[인삼녀]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피하는) 거기도 건장하게 잘빠진 모양이 남정네가 틀림없구려.
[홍삼군] (웃음) 나야말로 건장하기로 유명하여 조선팔도 모르는 여인네들이 없소이다.
[인삼녀] 그렇게나 유명한 사람이란 말씀이오?
[홍삼군] (웃으며 거만하게) 아무렴! 내 조선팔도 다 돌아다녀 보았지만 거기처럼 자태가 잘빠진 여인네는 일찍이 본적이 없소. 가는 길 멀지 않고 일손이 뜸하다면 이놈하고 인생 상담이나 하는 건 어떻겠소?
[인삼녀] 인생 상담은 무신 인생 상담을 하신다는 말씀이오?
[홍삼군] 세월은 유수와 같고 질풍 노도하든 인생도 때가 되면 다 추풍낙엽 떨어지듯 하니 한 세월 다 가기 전에 나하고 사랑놀이나 한 번 함이 어떨까 싶소.
[인삼녀]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시집도 못간 처녀가 어찌 처음 보는 남정네와 사랑놀이를 할 수 있단 말이오. 그리고 이름커녕 성도 모르고 어디 사는 뉘인지도 모르는데…….
[홍삼군] 통성명이야 이제 하면 되는 것이고 사랑을 하다보면 내 집에 가게도 될 것이고 집에 가면 내 부모도 만나게 될 것 아니겠소.
[인삼녀] 연역한 여인네가 건장한 남정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어찌 마다 하겠소이까.
[홍삼군] 그렇지! 그거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려.
[인삼녀] 하지만 소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사옵니다.
[홍삼군] 사랑을 하는데 준비는 무슨 준비가 필요하겠소. 사랑이 좋아 사랑을 하니 그저 사랑하면 되는 것 아니겠소.
[인삼녀] 사랑이 좋아 사랑을 하다가 사랑이 떠나면 그 아픔을 감당할 여력이 제게는 없사옵니다.
[홍삼군] 오라! 그렇다면 내가 떠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사시사철 변함없이 사랑하면 되는 것 아니오.
[인삼녀] 처음 보는 남정네의 말을 어찌 믿으란 말이옵니까?
[홍삼군] 믿지 못하겠다면 내 여기서 당장 혀를 깨물고 자결을 하면 될 것 아니오.
[인삼녀] (놀라는) 어머나 시상에 당신이 죽으면 사랑을 어찌한 단 말이오. 사랑을 할 것이니 죽지는 마시오.
[홍삼군] 그러면 그렇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하늘이 감동하여 울고 땅이 진동하여 몸서리치는 사랑을 한 번 해봅시다 그려!
[인삼녀] (몹시 부끄러워하는) 부끄럽사옵니다!
[홍삼군] (唱)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오매불망 기다리던 내 사랑아. 이제라도 찾았으니 천지간에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에 또 있을 소냐.
[인삼녀] (唱) 한 번 보고 반한 사랑, 두 번 보니 환장하고 세 번 보니 미치것다. 사랑이 좋아 사랑하니 이것이 사랑이로다. 어화 둥둥 내 낭군님 어디 갔다 이제 왔소.
[홍삼군] (唱) 삼천리 방방곡곡 조선팔도 유람하며 내 사랑을 찾아다니었소. 이리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어깨춤이 절로 나네.
(홍삼군 어깨춤을 춘다)
[인삼녀] 으쓱 으쓱 덩기 덩기 춤을 추는 내 낭군님 보기만 하여도 신이나니 내 어깨도 으쓱 으쓱 춤을 춘다.
(인삼녀도 홍삼군을 따라서 어깨춤을 춘다)
[2장]
(홍삼군과 인삼녀, 서로를 쳐다보고 선다. 홍삼군이 인삼녀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인삼녀] 그제는 사랑한다며 이년을 유혹하여 춤을 추더니 어제는 온다간단 말도 없이 사라지고 오늘은 이별하러 왔사옵니까?
[홍삼군] 보고 싶었소.
[인삼녀] 하룻밤 풋사랑에 목매고 자결할 소녀 아니오니 내 걱정 하는 척 하지마시고 조용히 조선팔도 여행이나 떠나시오. 그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오.
[홍삼군] 길이 없어 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물이 넘쳐 건너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떠나려면 내 어딘들 떠나지 못하겠소. 내가 어제 오지 못한 것은 비바람에 산사태가 일어나니 길이 막혀 오지 못한 것이오. 이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
[인삼녀] (콧방귀를 뀌는) 흥! 너무도 보기 싫어 혹시나 꿈에라도 보일 까봐 살갗을 쥐어뜯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냈습니다.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고 이년은 이미 맹세를 하였사옵니다. 밤이 있기는 있사옵니까?
[홍삼군] 밤?
[인삼녀] 그래요.
[홍삼군] (주머니에서 군밤을 꺼내 보이며) 있지요. 여기 군밤 있소.
[인삼녀] 놀리는 재주도 여러 가지군요.
[홍삼군] (손을 내두르며) 아니. 당신 주려고 구워온 군밤이오. 배가 고플 터이니 (군밤을 건네주며) 어서 드시오.
[인삼녀] 나도 당신에게 주고 싶은 밤이 있사옵니다.
[홍삼군] 무슨 밤?
[인삼녀] (손가락을 쥐고 홍삼군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바로 꿀밤이오. 어떠시옵니까? 무지하게 맛이 있지 않사옵니까?
[홍삼군] 무지하게 맛있고 무지하게 아프오!
[인삼녀] 그제는 내 낭군이었지만 어제는 원수였고 오늘은 땅위를 오가다가 만난 그저 보통 사람일뿐입니다. 내 마음은 이미 구름타고 먼 길을 떠났으니 어서 떠나시오.
[홍삼군] 올 때는 당신도 나도 맘대로 왔지만 갈 때는 맘대로 갈 수 없는 것이 이치라 생각하니 나는 가지 않을 것이오.
[인삼녀] 거기가 가지 못하면 내가 갈 수 밖에.
(인삼녀, 가려한다)
[홍삼군] (인삼녀를 잡으려는) 가는 길은 탄탄대로일지 모르지만 그 마음은 그렇지 못할 것이니 애써 마음까지 속이면서 갈 필요는 없소.
[인삼녀] 보이지도 않는 남의 마음 마치 다 보고 있는 것처럼 허풍떨지 말아요.
[홍삼군] 내가 당신을 잡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잡는 것이지 놀고 싶어서 잡는 것이 아니요. 좋소, 갈 태면 가시오. 그 것도 아예 찾지도 못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시오! (갑자기 귀여운 태도로 인삼녀를 놀리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여우야 , 여우야 뭐하니 숨을까 말까 숨었다…….
[인삼녀] 이런 악동 같으니라고.
(인삼녀, 애정어린 몸짓의 표현으로 홍삼군을 가볍게 때린다.)
[홍삼군] (엄살을 피우는) 아이고 잘생긴 마빡에 혹 나겠소.
[인삼녀] 여인을 아프게 했으니 당연히 혹이 나야지요. (관객에게) 안 그렇사옵니까?
[관 객] …….
(인삼녀, 주먹을 쥐고 홍삼군을 마구 때린다)
[홍삼군] 아이고, 아이고, 동네사람들 여기 사람 맞아 죽어요.
[인삼녀] 이 정도가지고 죽기는 왜 죽사옵니까.
[홍삼군] (기절하는 척하며 바닥에 쓰러지는) 윽!!
[인삼녀] (놀라는) 정말로 아프옵니까? 많이 아프옵니까?
[홍삼군] (웃으며) 아니 괜찮소.
[인삼녀] 악동에 엄살 왕이군요.
[홍삼군] (인삼녀를 끌어안으며) 이제 그만하시오. 맞는 내 몸도 아프지만 때리는 당신은 팔은 얼마나 아프겠소. 이제 그만 하시오. 사실은 나 고백할게 있소.
[인삼녀] 고백……?
[홍삼군] 너무도 착한 당신을 속이며 사랑을 한다면 난 하늘로부터 큰 죄를 받을 것이오.
[인삼녀] 그렇다면 당신은 유부남?
[홍삼군] 아니오.
[인삼녀] 그럼 약혼한 남정네?
[홍삼군] 그것도 아니오.
[인삼녀] 그럼 현상수배범?
[홍삼군] 그건 더더욱, 아니오.
[인삼녀] 그럼 대체 무엇이오?
[홍삼군] 내 양심상 인간의 탈을 쓰고 당신을 만난 다는 것은 신으로부터 큰 죄악을 받을 것이오. 이제라도 인간의 탈을 벗고 당신에게 고백을 하고 속죄를 하려고 하오.
[인삼녀] (힘없이) 그래요……사실은 나도 고백 할게 있사옵니다.
[홍삼군] 당신도? 그렇다면 당신은 유부녀?
[인삼녀] 아니옵니다.
[홍삼군] 그렇다면 우렁각시?
[인삼녀] 아니옵니다.
[홍삼군] 그럼 드라큘라?
[인삼녀] (홍삼군의 목을 물려는 시늉) 으악!
[홍삼군] (놀라며 쓰러지는) 정말 드라큘라란 말이오?
[인삼녀] 그 것이 사실이라면 내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런 건 아니옵니다. 그러니 그만 일어나서 당신먼저 고백을 하세요.
[홍삼군] (일어나며) 사실 내 고백은 충격적이오. 내 고백을 듣고 당신이 기절을 할지도 모르니 먼저 고백을 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오.
[인삼녀] 내 고백도 마찬가지이옵니다. 당신이 상처를 받을 까봐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사옵니다. 당신 먼저 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옵니다.
[홍삼군]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인삼녀] 어떻게 말이옵니까?
[홍삼군] 가위 바위 보로 결정을 하는 것이…….
[인삼녀] 좋사옵니다.
[홍삼군] (방백) 아, 내가 지면 어떻게 하지.
[인삼녀] (방백) 아, 내가 지면 어떻게 하지.
[홍삼군] 자 시작합시다. 가위 바위 보!
(둘은 손을 내밀며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인삼녀가 이긴다. 인삼녀는 좋아하며 무의식적으로 환호를 한다)
[인삼녀] 만세!
[홍삼군] 알았소. 내 먼저 하리다. (唱) 당신을 맨 처음 본 순간 새까만 우주의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수놓는 빛나는 별보다두 더 아름다운 여인이라 생각했소. 영롱한 아침 이슬 먹고 태어난, 시상에서 유일무이한 단 한 사람 당신을 갖고 싶었소. 당신 위해 살고 싶고 당신 위해 목숨 바쳐 평생 살고 싶었소.
[인삼녀] (반색하는) 지금 날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하는 것이옵니까?
[홍삼군]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니 끝까지 들어보시오.
[인삼녀] 그런 것이 아니면 무엇이옵니까?
[홍삼군] (唱) 바람결에 흩날리는 당신의 머리카락 볼 때마다 콩닥 콩닥 뛰던 내 심장 멈추었고 내 다리는 바들바들 후들 후들 덜덜덜 거렸소. 당신을 보는 순간 저 여인은 내 여인. 저 여인은 내 것이다. 저 여인을 잡아야 내가 살 수 있다 생각했소.
[인삼녀] 그래서 그 때는 사랑했는데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옵니까?
[홍삼군] 그런 것이 아니니 끝까지 들어보시오.
[인삼녀] (답답해하며) 그럼 그게 무슨 도라지 보고 인삼이라고 우기는 소리이옵니까?
[홍삼군] (唱) 사랑하는 나의님을 이 시상에 홀로 두고 팔팔 끓는 가마솥에 두 다리 세 다리 네 다리 뻗고 죽어야 하는 이 애타는 심경을 당신이 어찌 알겠소. 울며, 울며 통곡하고 애원해도 이 내 슬픔 감출 길 없소이다.
[인삼녀] (불퉁거리는 말투로) 죽을 곳이 없어서 가마솥에 누워 죽습니까?
[홍삼군] 물론 밥솥에 누워서 죽은 것도 있지만 말이오.
[인삼녀]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것이 옵니까. 죽는다, 죽는다하니 이년 갑자기 슬퍼지옵니다. 흑흑흑…….
[홍삼군] 울지 마시오! (결심을 한 듯 비장하게) 나의 진짜 고백은 지금 부터라오……(唱) 고백을 듣고 나서 날 욕해도 좋고 때려도 좋고 죽여도 좋으니 용서 하지 말고 땅에다 생매장을 하든지 그냥 삶아 먹어버리시오.
[인삼녀] (놀라는) 지금 삶아 먹어버리라고 했소?
[홍삼군] 그렇소.
[인삼녀] (황당해서) 갑자기 왜 그런 무서운 소릴 하는 것이 옵니까? 인간이 되려다 이년 때문에 실패한 백년 묵은 구렁이라도 된단 말이오. 아니면 내가 진정 싫어졌소? 그래서 그러시오? (눈물을 흘리면서) 아니면 나보다 더 쭉쭉 빠진, 쭈쭈 빵빵 가시나라도 생긴 것이옵니까?
[홍삼군] 아니. 당신보다 쭉쭉 빠진 여자는 일찍이 본 적이 없소.
[인삼녀] (울면서) 그럼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것이 옵니까?
[홍삼군] 시상에서 당신보다 더 잘 빠진 여자가 어디 있겠소.
[인삼녀] 그런데 왜 그러시옵니까? 물마시고 체하기라도 했소.
아니면 밥통, 식충이, 멍청이, 바보, 미련한 곰이 옵니까.
[홍삼군] 나를 사랑하오? 사랑하오? 사랑하지요?
[인삼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 아저씨들을 사랑하라는 말이옵니까?
[홍삼군] 차라리 그편이 낳을 지도 모르오.
[인삼녀] (당황하며) 뭐라고요? 진심이옵니까?
[홍삼군] 물론 진심은 아니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소이다.
[인삼녀] 어쩔 수가 없다고? (태도를 바꾸어) 그래 나도 진실하지 못한데 어찌 남에게 진실을 바라랴. 세상에 진실은 없는 거야. 당신도 내 앞에서 결국은 진실을 왜곡하며 나를 놀렸잖습니까. (방백) 그래! 그냥 보내자. 이 사람이 내 고백을 듣고 나면 하늘이 무너질 일은 자명한 일 이 사람의 고백을 빌미로 그냥 보내는 거야.
[홍삼군] 무슨 생각을 그리하시오. 이별은 슬프지만 훗날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오.
[인삼녀] (소리를 지르는) 가시옵소서!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가시옵소서! 저와의 인연은 잠시 스치는 한 낮 풋사랑에 불과한 것이었사옵니다. 이년도 잠시나마 사랑했던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꼭꼭 접어 모두 활활 태워 버릴 것이오니 아무 말하지 말고 그냥 사뿐히 밟고 떠나시옵소서.
[홍삼군] 미안 하오. 이놈을 용서하지 마시오.
[인삼녀] 미안할 것도 용서할 것도 없사옵니다.
어서 1초라도 빨리 떠나주시옵소서.
[홍삼군] 이놈이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삼녀] 아니 떠난 다는 사람이 뭔 말이 그다지도 많사옵니까? 떠나는 마당에 끝을 이다지도 지저분하게 끝내려하는 것이 옵니까? 그냥 깨끗하게 사내답게 당장 꺼져주시옵소서.
[홍삼군] 알았소. 내 마지막 진실만 밝히고 꺼지겠소. 나는 금산의 홍삼군 인삼이오!
(육년 근 인삼 변장하여 입은 옷을 벗는다. 인삼 모양으로 변한다. 인삼녀는 놀란 채 서 있다)
[인삼녀] (큰소리로 웃다가) 어머나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어쩜 이럴 수가 있사옵니까. 정말 기막혀서 황당하옵니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인삼을 끓어 안고 뽀뽀를 하고 인삼하고 사랑을 했단 말이옵니까?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사옵니까.
[홍삼군] (엎드려 큰 절을 하며) 내 정말 죽을죄를 지었소, 인간님!
[인삼녀] 인간님?
[홍삼군] 아니, 사람님.
[인삼녀] 이게 꿈이요? 생시요?
[홍삼군] 분명 생시요. 이놈을 용서하지 마시고 어서 푹 삶아 드시옵소서.
[인삼녀] (몹시 분노한 듯) 삶아 먹는다고 이년의 분이 풀리기나 하겠사옵니까, 그냥 날로 질겅질겅 씹어 먹을 것이옵니다.
[홍삼군] 삶아먹든 씹어 먹든 어떻게 드시던 간에 이놈은 상관없사옵니다. 사랑하는 나의님께서 드신다는데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하지만 이놈은 홍삼용, 인삼이니 날걸로 씹어서 드시는 것 보다는 솥에다 넣고 푹 쪄서 구중구포로 만들어 드시는 것이 더 좋을 것이 옵니다.
[인삼녀] (감탄하는 척) 오! 그렇사옵니까?
[홍삼군] 예!
[인삼녀] 그래도 한 때는 내가 사랑했던 인삼인데 내 어찌 당신을 푹 쪄서 먹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푹 쪄서 저기 힘없는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드릴 것이오.
[홍삼군] 그래도 이놈은 당신의 몸속으로 들어가 한 때나마 사랑했던 당신의 건강을 보호해드리고 싶사옵니다. 당신의 식도를 따라서 당신의 몸속을 여행하며 영원히 사랑할 것이옵니다. 이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인삼녀] 지금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 했사옵니까?
[홍삼군] 그러하옵니다.
[인삼녀] (홍삼군을 안고 슬프게 운다) 오! 불쌍한 인삼. 흙에서 태어나 한 여인을 사랑한 죄로 인간이 되고 싶어 허둥대던 내가 사랑했던 홍삼군, 금산인삼이여 이 슬픈 사랑이야기를 어떤 신인들 도와 줄 수 있으랴.
[홍삼군] 울지 마십시오. 내가 사랑했던 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여인이시어! 이놈은 어차피 인간을 위해 태어난 영약일 뿐이옵니다. 저를 푹 쪄서 약으로 만들어 드신다면 사랑하는 나의님은 아마도 10년은 더 무병장수 하실 것이옵니다.
[인삼녀] 오! 신이시어! 어찌 이런 장난 같은 운명을 우리에게 주셨나이까. 지금부터 내 말을 듣고 노여워하거나 슬퍼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홍삼군] 이놈은 이미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다 비웠습니다. 저를 날로 먹든 쪄먹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인삼녀] 그런 말이 아니오라. 사실 나도 북쪽지방에서 온 개성 인삼이옵니다.
(홍삼군,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홍삼군] (놀란) 지금 뭐라고 하셨사옵니까?
[인삼녀] 저도 개성 인삼이라 했사옵니다.
[홍삼군] 평양에서 온 인삼녀, 개성 인삼이라고 하셨사옵니까?
[인삼녀] (미안해하며) 그러하옵니다.
[홍삼군] 그렇다면 북쪽에서 거시기를 넘어 왔단 말이오?
[인삼녀] 거시기?
[홍삼군] 철조망 아니 휴전선 말이오.
[인삼녀] 휴전선이 아니라 나무 조각배를 타고 강물 따라 흘러 왔사옵니다.
[홍삼군] 저 때문에 지금 일부러 속이는 것이지요?
[인삼녀] 사실이옵니다.
[홍삼군] 그래요? 그럼 그 껍질을 다 벗어 봐요.
(인삼녀, 옷을 벗는다)
[홍삼군] 어머 진짜네! 어머나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인삼녀] 용서하시옵소서!
[홍삼군] 용서는 있다가 생각하고 여기 금산 까지는 어떻게 오게 되었소?
[인삼녀] 사람들이 삼을 캐가지고 낙동강에서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주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그만 저를 강물에 놓치고 말았사옵니다.
[홍삼군] 그래서 도망쳐왔소?
[인삼녀] 도망친 것이 아니오라 그냥 물 따라 세월 따라 흘러왔사옵니다. 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곳 까지 오게 되었사옵니다.
[홍삼군] 좌우지간에 일언이폐지하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인간처럼 변장을 하여 서로를 사랑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서로를 속이며…….
[인삼녀] 탈을 쓰기는 누가 탈을 써요, 생긴 모양이 인간이나 다름없이 똑 같지 않사옵니까. (관객을 가리키며) 저기 앉아있는 인간들 한 번 살펴보세요.
[홍삼군] (관객을 살펴보며) 자세히 보니 그러네. 저 사람들이나 우리나 도진 개진이구먼요. 차라리 우리가 훨씬 더 낳아 보이는데. (인삼녀에게) 안 그렇사옵니까?
[인삼녀]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 옵니까?
[홍삼군] 글쎄요. 짚신도 짝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관객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관 객] …….
[홍삼군] 아, 지금 갑자기 매우 복잡해졌사옵니다. 우리 서로가 인간이 아니어도 사랑을 했을 까? 우리 이렇게 합시다. 서로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을 해봅시다.
[인삼녀] 인간의 사랑은 변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인삼이 아닙니까. 당신을 사랑하는 제 마음은 변함이 없사옵니다.
[홍삼군] 물론 내 마음도 아직 변한 것은 아니옵니다만…….
[인삼녀] 신께 제를 지내겠사옵니다. 우리 사랑 맺게 해달라고 말이옵니다.
[홍삼군] 난 인간이 아니라 인삼인데 인간을 사랑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사옵니까?
[인삼녀] 인간을 사랑한 것이 아니오라 바로 당신을 사랑한 것이옵니다. 그러는 당신은 저를 사랑할 수 있으신가요?
[홍삼군] 하기야 나도 인간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한 것이오.
[인삼녀] 그렇다면 기도해요. 삼신께 우리사랑 맺어달라고 말이옵니다.
[홍삼군] 삼신이 우리를 맺어줄까요?
[인삼녀] 진실로 기도하면 들어주실 것이옵니다.
(홍삼군과 인삼녀 삼이 신께 제를 지내며 속죄를 한다)
[홍삼군] 잠시 인간의 탈을 쓰고 서로를 사랑한 저희들을 신의 너그러움으로 용서하여주시고 우리들이 무럭무럭 강건하게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주시고 사랑의 씨를 영글게 하여 주시옵소서!
[인삼녀] 삼신이시어 우리들 사랑의 씨를 영글게 하여 주시옵소서!
[홍삼군] 삼신이시어! 여기 개성인삼과 금산인삼이 사랑을 해도 괜찮다면 사랑의 씨를 영글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둘은 제상 앞에 큰 절을 한다. 삼신이 등장한다)
[삼 신] 때끼 이놈들아! 너희들은 이미 인간의 탈을 쓰고 서로를 속이며 사랑을 했다. 그 것만도 큰 죄인데 뭐라고 거시기 씨를 영글게 해달라고?
[홍삼군] 삼신이시어 저희들 사랑은 아직 변함이 없사옵니다. 부디 인간을 위해 사랑의 씨를 영글게 하여 대대로 인간 세계를 복되게 도와주시옵소서.
[삼 신] 오! 그러니까 너희들이 아니라 인간 세계를 복되게 하기 위하여 도와달라고?
[홍삼군] 예, 그러하옵니다.
[삼 신] 그러니까 둘이 거시기 합방을 시켜 달라 이 말이냐?
[인삼녀] 간절히 비옵나이다.
[삼 신] 그런데 누가 거시기고 누가 거시기냐?
[홍삼군] 제가 수컷이고…….
[인삼녀] 제가 암컷이옵니다.
[삼 신] 알았느니라. 그런데 수컷은 몇 년 근이며 암컷은 몇 년 근이냐?
[홍삼군] 저는 육년 근이고…….
[인삼녀] 저는 삼년 근이옵니다.
[삼 신] 뭐라고? 이런 도둑놈 같으니라고.
[홍삼군] (놀라는) 예! 그게 무슨 말이옵니까?
[삼 신] 때끼, 이놈아! 넌 육년 근이고 쟨 삼년 근이라면 넌 완전히 영계를 데리고 살겠다는 심보가 아니냐.
[홍삼군] 그게 아니지요. 육년 근이고 삼년 근이니 삼년 차이죠.
[삼 신] 저런, 저런 저렇게 모르다니. 야, 이놈아 인삼이라는 것은 1년 이면 인간이 10년 산 거나 마찬가지여. 그러니 너희들은 30년이나 차이가 지는 거라고 이놈아!
[홍삼군] 신이시어! 사랑에 어찌 국경이 있고 나이차이가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신이시어 저희들의 사랑을 부디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삼 신] 일단은 내 들어가서 생각을 좀 해보고 오마!
(삼신이 퇴장하려하자 홍삼군은 삼신의 다리를 붙잡고 마구 때를 쓰듯이 사정을 한다)
[홍삼군] 삼신께서 저희를 버리신다면 저희는 길바닥에 버려진 채 그냥 썩고 말 것입니다. 제발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인삼녀] (육년 근을 따라서 삼신의 다리를 붙잡은 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삼 신] 그만 좀 붙잡아 바지 벗겨져 이것들아!
[홍삼군] 제발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삼 신] 알았어, 알았어! (소리를 지르는) 알았다고 그만 떨어져!
(삼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홍삼군과 인삼녀는 삼신에게서 떨어진다)
[삼 신] 내가 이 삼신 생활을 천년 동안 해왔지만 너희 같은 인삼은 처음 본다. 이런 진드기들 같으니라고.
[홍삼군] 허락하여주시옵소서!
[인삼녀]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삼 신] 알았어, 알았어! 그만해 허락할게!
[홍삼군] 감사하옵니다!
[인삼녀] 감사하옵니다!
[삼 신] 감사는 사랑의 빨강 씨가 영근 다음에 해도 된다. 육년 근 넌 어디서 온 삼이라고 했냐?
[홍삼군] 예, 저는 이 곳 금산이 고향이입니다.
[삼 신] 어 그려! (삼년 근에게) 자네는?
[인삼녀] 예, 저는 개성에서 온 개성 인삼이옵니다.
[삼 신] 남쪽의 금산 인삼, 북쪽의 개성인삼이라. 그러니까 내가 너희들을 합방 시키면 통일을 시키게 되는 것이고 그리고 통일 세근을 낳게 되는 한민족 최고의 날이 되는 구나!
[홍삼군] 그러하옵니다!
[삼 신] 좋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너희들의 결혼식을 올려주겠다.
[인삼녀] 감사하옵니다!
[홍삼군] 백골난망 감사하고 또 감사드리옵니다.
[삼 신] 그런데 주례는 누가 보느냐?
(상황에 따라서 관객 중 한 명이 주례를 볼 수도 있음)
[홍삼군] 그거야 당연히 삼신께서 봐주시옵소서.
[삼 신] 난 주례비가 비싼데.
[홍삼군] 그게 얼마이옵니까?
[삼 신] 너희들이 죽으면 인간 10명의 목숨을 살려만 한다.
[홍삼군] 알겠사옵니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삼 신] 그렇게 좋으냐? 그렇게 미치도록 사랑을 하느냐?
[인삼녀] 예!
[삼 신] 자 나도 시간이 없으니 어서 치르고 끝내자. 그럼 지금부터 금산 인삼과 개성인삼의 결혼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주례가 홍삼군 금산 인삼에게 묻노니 금산 인삼은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파삼으로 전락을 한다 하여도 개성 인삼녀를 사랑하겠느냐?
[홍삼군] 예!
[삼 신] 삼계탕용 삼년 근에게 묻겠다. 육년 근 홍삼용 금산 인삼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홍삼군을 진정으로 사랑하겠는가?
[인삼녀] 예!
[삼 신] 이것으로 육년 근 금산 인삼과 삼년 근 개성 인삼의 결혼식을 나 삼신 앞에서 엄숙하게 하객들을 모시고 모두 마쳤으니 두 인삼의 합방을 허락한다. 두 인삼은 하객들에게 잘 길러달라고 큰 절을 올리고 합방을 하도록 하라!
[홍삼군] 예!
(홍삼군과 인삼녀 관객에게 큰 절을 한다. 삼신은 웃으며 퇴장한다)
[홍삼군] 이제 우리도 이 곳 기름진 금산 땅 중 한 곳을 골라서 터를 잡읍시다. 그러면 이곳의 인간들이 삼장을 만들어 주실 것이오.
[인삼녀] 저는 이제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삼계탕용으로서 햇병아리 속에 파묻혀 삼계탕으로 죽는 것보다 차라리 당신 손에 죽고 싶사옵니다.
(인삼녀, 바닥에 눕는다)
[홍삼군]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하하하……왜 그래? 지금 장난치는 거야?
[인삼녀] 장난이 아니옵니다.
[홍삼군] 에이 왜 그래.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되었지만 자기는 아직도 3년은 더 살 수 있잖아. 자 죽을 땐 죽더라도 먼저 합방부터 하고 생각합시다.
[인삼녀] 당신 죽고 나면 나는 혼자 못 살아요. 당신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이옵니다.
[홍삼군] (인삼녀을 일으켜 세우며)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우리 들이 인간들 눈에 띄지 않게 땅 속 깊숙이 숨어서 삽시다.
[인삼녀] 살 수 있을 까요?
[홍삼군] 그럼 물론이지. (인삼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지금부터 우리 둘이 사랑을 하고 통일 삼, 통일세근 한 번 만들어봅시다!
[인삼녀] 애를 만들자는 말이 옵니까?
[홍삼군] 그래! 당신은 북쪽에서 온 삼이고 난 남쪽의 금산 인삼이니 둘이 합방을 해서 통일세근을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어때요?
[인삼녀] 우리 둘이 합방 하려면 통일부에다가 신고해야 되잖아요?
[홍삼군] 허허…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인삼이야. 그리고 인간들도 이제는 세상이 변해서 그런 거 안 해도 한 민족끼리는 누구나 혼인하고 합방을 할 수가 있다고.
[인삼녀] 그래요? 너무 잘됐사옵니다!
[홍삼군] 그럼 지금부터 천지를 진동시키는 통일 사랑을 해볼까?
[인삼녀] 좋사옵니다!
[홍삼군] (인삼녀의 손을 잡아끌며) 몇 년 근이라고 했지?
[인삼녀] 인삼녀계탕 감.
[홍삼군] 난 육년 근 홍삼 감.
[인삼녀] 그런데 뭐라고 부르지요?
[홍삼군] 나?
[인삼녀] 예!
[홍삼군] 인간들은 부부들끼리 “여봉”이렇게 부르던데 우리도 그렇게 부르지 뭐.
[인삼녀] 여봉?
[홍삼군] 왜 그래 여봉!
[인삼녀] 사랑해요!
[홍삼군] 나도 사랑해요.
[노래 / 잘했군, 잘했어]
영감 왜~ 불러
뒤~ 뜰에 뛰어 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몸이 늙~어서
몸보신 할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마누라 왜 그래요
외~양간 메어 놓은
얼룩이 한 마리 보았~나~
보았죠 어쨌소
친~정집 오~라비
장가들 밑천 해주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마누라~지
영감 왜~ 불러
사~랑채 비워주고
십만 원 전세를 받았~소~
받았지 어쨌소
서~양 춤 출~려고
쌍나팔 전축을 사왔~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마누라 왜 그래요
딱~정댁 마나님이
술값의 독촉을 왔었~나~
왔었죠 어쨌소
술~병을 고칠려고
지리산 약 캐러
갔다 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마누라~지
(홍삼군과 인삼녀는 합방을 하기 위해 밖으로 퇴장 한다. 무대 암전 된다)
[ 3장 ]
(배우 한명이 10개월 후라는 푯말을 들고 지나간다. 홍삼군이 등장하여 희한한 인삼체조를 한다)
[인삼녀] 여봉!
[홍삼군] (운동을 하며) 왜 불러요?
[인삼녀] 나오고 있습니다.
[홍삼군] (운동을 하며)뭐가?
[인삼녀] 애기요.
[홍삼군] (인삼녀을 보며) 뭐, 우리 세근이가 벌써 나오고 있다고?
[인삼녀] 예!
[홍삼군] 정말이야?
[인삼녀] 머리가 터질 것 같으옵니다.
[홍삼군] 배가 아니라 머리로 애를 낳는 거야?
[인삼녀] 난 인삼이잖아요. 인삼은 머리로 애를 낳는다고요.
[홍삼군] 그래? (안절부절 하는) 큰일이네 이를 어떡하지.
[인삼녀] 나와요! 나온다니까요!
[홍삼군] 그냥 빨리 낳아버려.
[인삼녀] (고통스런 소리를 지른다.)아! 아! 아! (비명소리) 악!!
(세근이 태어나는 우렁찬 소리 들린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인삼녀는 세근이를 데리고 등장한다)
[인삼녀] (세근이 손을 잡고 나오며) 여봉! 여기 우리 세근이옵니다!
[홍삼군] 쟤가 정말로 당신이 낳은 우리 세근이오?
[인삼녀] 그러하옵니다.
[홍삼군] 드디어 나왔구나! 드디어 통일 삼, 통일 세근이 나왔구나! 우리 세근이를 위해 잔치를 벌여봅시다.
[노래/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아!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는 님아!
홀로 가는 외로움
또 홀로 남은 외로움
난 어떻게 난 어떻게
야속한 님아
같이 가기로 했었던
야속한 님아!
홀로 가면
추울텐데 왜 왜!
날 떠나갔는지
그 이유를 좀줘!
그렇지 않으면
발병이 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인삼녀]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세요. 햇볕에 이슬이 마르기전에 먹어야합니다.
[홍삼군] 그래요. 날이 가물고 있으니 이슬이라도 몸에 저장해놔야 할 것 같소.
[인삼녀] 예!
(인삼녀, 퇴장한다. 세근, 매우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걷는다. 그리고 팔도 돌려보고 목도 돌려보고 자신의 몸뚱어리를 움직이며 몹시 신기해한다)
[홍삼군] (걸음마를 하는 세근을 보며 신기하며) 앗다. 이놈 봐라 나오자마자 뒤뚱 뒤뚱 신통방통 잘도 걷는구나.
[세 근] 여기가 바깥시상인가?
[홍삼군] 그래! 바깥 시상이다.
[세 근] 시상이 환하네.
[홍삼군] 그럼 시상이 환하지, 어두울 줄 알았냐?
[세 근] 아니. (사람들을 보고) 헌데 저 것들은 뭐여?
[홍삼군] 예끼 이 눔아! 저 것들이라니. 저 분들은 인간이야, 인간.
[세 근] 인간?
[홍삼군] 그려 인간. 기력이 약해지면 우리를 먹는 인간이지.
[세 근] (놀람) 저 인간들이 우릴 먹는다고?
[홍삼군] 그래! 쪄먹기도 하고, 삶아먹기도 한단다.
[세 근] 쪄먹고 삶아먹는다고?
[홍삼군] 그래! 요즘은 튀겨도 먹는단다.
[세 근] 튀겨도 먹는다고?
[홍삼군] 그려, 이것아.
[세 근] 그럼 우리는 뭘 먹고 사냐?
[홍삼군] 사냐?
[세 근] 응 뭘 먹고 사냐?
[홍삼군] 사냐?
[세 근] 왜 기분 나쁘냐?
[홍삼군] (어이없는) 기분 나쁘냐? 나 원 참 기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세 근] 말이 안 나와? 그럼 하지 마!
[홍삼군] 뭐? 하지 마? (화를 내는) 야 이놈아!
[세 근] (놀라는) 어머나! 애 놀래겠어,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홍삼군] 야 이놈아. 난 말이다 네 아빠야, 아빠이고 어른이라고.
[세 근] 아빠고 어른이라고? 헌데 그게 어째서?
[홍삼군] 네 놈이 지금 아빠한테 어른한테 반말을 하고 있잖아, 반말을 지금. 반말을 하면 안 되지 이놈아.
[세 근] 반말? 보리 반말을 말하는 거야?
[홍삼군] (몹시 답답해하는) 어이구 답답해! (인삼녀을 부른다) 여봉!
[세 근] 여봉? 여봉은 또 뭐냐?
[홍삼군] (세근의 머리를 쥐어박는) 예끼 이놈아!
[세 근] (우는 소리) 으앙…….
[인삼녀] 왜 그러시어요? 어서 들어오지 않고 아니 애를 왜 울리고 그러시어요?
[홍삼군] 아 글쎄. 이놈이 지 아비한테 계속 반말만 하잖아. 그리고 반말 하지 말라고 하니까 글쎄 보리 반말이냐.
[인삼녀] 뭐라고요. (세근에게) 왜 그랬어?
[세 근] 내가 배운 게 있어야지요. 애가 태어났으면 뭔가를 가르쳐주고 이래라 저래라 해야지 이건 모른다고 성질만 부리니 나보고 어쩌라고요.
[인삼녀] 하하하…….
[홍삼군] 아니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런 놈이 태어난 걸까?
[인삼녀] 최고의 명약이 되려나 보옵니다. 남쪽의 인삼과 북쪽의 인삼이 합방을 하여 얻은 자식인데 아무렴 최고의 명약감이 되어야죠, 안 그렇사옵니까?
[홍삼군] 아무렴 그건 그렇지요!
[인삼녀] (세근에게) 세근아! 저 분은 네 아버님이고 난 네 어머님이란다. 아버님이나 어머님이나 어른한테는 반말을 하면 안 돼는 거야. 그리고 반말이라는 것은 이랬어, 저랬어, 이래라, 저래라 둥 말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란다. 알겠니?
[세 근] 예! 어머님, 아버님! 죄송하옵니다! 소자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인삼녀] 이제부터라도 잘하면 돼는 거야.
[세 근] 예! 아버님, 어머님.
[인삼녀] 그리고 네 아버님은 홍삼군 홈삼용이고 어머니인 나는 인삼녀 삼계탕용이란다.
[세 근] 홍삼용, 삼계탕용?
[인삼녀] 응.
[세 근] 그럼 난 무슨 용이에요?
[홍삼군] 음…너는 지금은 반찬용이지.
[세 근] 반찬용?
[홍삼군] 인간은 밥을 먹고 사는데 그 밥을 먹을 때는 반찬을 곁들여 먹는단다.
[세 근] (몹시 황당해 하는) 그럼 저 인간들이 나를 죽여서 반찬으로 먹는단 말이야.
[홍삼군] 그렇지. 너를 양푼에다 집어넣고는 거기다가 고추장, 고춧가루, 소금, 간장, 다진 마늘, 파, 참기름 등을 푹푹 넣어가지고 매콤하게 묻혀가지고는 반찬으로 만들어도 먹는단다.
[인삼녀] 아가야! 인간들이 우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들의 먹이로 시상에 나오는 것이란다. 1년도 못 살고 죽는 삼이 있는가 하면 길게는 6년을 사는 삼도 있단다.
[홍삼군] 아, 그리고 산에서 사는 산삼은 말이다. 20년, 30년을 살기도 한단다.
[세 근] (놀라는) 그래! 그럼 나도 산에 가서 산삼 될래.
[홍삼군] (측은한 말투로) 아가야 그건 우리 맘대로 할 수 없고 원한다면 인간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인간들의 능력이 아직은 거기 까지는 미치지 못했단다.
(세근은 저벅, 저벅 걸어서 사람들 앞으로 간다)
[홍삼군] 아니 쟤가 혹시 천재 삼이 태어난 것 아녀.
[인삼녀] 천삼은 있어도 천재삼은 없사옵니다.
[세 근] (화를 내듯) 이봐요, 우리를 튀겨먹는 인간들. 우리를 산에서 살게 해주시오.
(서 있던 홍삼군이 당황하며 뛰어가 세근을 데리고 자신이 서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
[홍삼군] 이놈아.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다가 잘 못 걸리면 인간들이 열 받아서 너를 그냥 날걸로 확 씹어 먹을 수도 있어.
[세 근] (기막혀 화를 내며) 뭐 씹어 먹어요? 와! 저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
[인삼녀] 인간은 본시 동물인데 짐승 같은 동물도 있단다.
[홍삼군] 그리고 넌 몇 년 후면은 넌 영약이 된다. 인간들이 찾는 영약 말이다. 그런 영약이 될 자가 언행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알았니?
[세 근] 내가 영약이 된다고?
[홍삼군] 그래! 몇 년을 잘 버티고 살면 넌 인간들이 몸이 아플 때 먹는 영약으로 변한단다. 그러니 그저 나 죽었소, 하며 영약이 될 때까지 조용하게 쭉쭉 자라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세 근] (측은한 말투로) 그냥 말없이.
[홍삼군] 그렇지.
[세 근] 농약을 뿌려도.
[홍삼군] 그렇지. 아, 아니지 이것아.
[세 근] 그럼.
[인삼녀] 얘가 천재는 천재인가 봐요 태어나자마자 농약을 아는 것이 말이옵니다.
[홍삼군] (인삼녀에게) 여봉! 벌써 해가 드려하고 있소 어서 들어가 당신 먼저 이슬을 드시오.
[인삼녀] 알았어요.
[세 근] 어머님 이따가 뵙겠사옵니다.
[인삼녀] 그래! (인삼녀 삼, 퇴장한다.)
[홍삼군] 얘야. 내 말을 잘 들어 보거라. 저(低) 농약 그러니까 약한 농약을 뿌릴 땐 한 번쯤 생각하고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만약에 고(高) 농약, 강한농약을 뿌리면 그 때는…….
[세 근] 그 때는 뭐?
[홍삼군] 그 때는 그냥 자살 해버려!
[세 근] (몹시 놀라는) 예, 자살을 하라고요?
[홍삼군] 물론 농약이라는 것은 우리들 몸이 병들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 뿌리는 것이지만 튼튼하면 뭐 하냐 영약이 될 수 없는 것을 영약이 되는 것이 우리들의 유일한 꿈인데 영약이 될 수 없을 바엔 차라리 (울면서) 자살을 하는 수밖에.
[세 근] 내 참 아빠도 울지 마세요. 농약을 뿌리지 못하게 하면 되잖아요.
[홍삼군] 천재인줄 알았더니 아닌가. 그게 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세 근] 내 참 답답해서. 괜히 열 받네. (사람들에게) 그저 먹으려고만 하지 말고 연구를 하란 말이오, 연구를.
[홍삼군] 얘야 그만 열 받고 어서 어머님이 계신 곳으로 들어가자.
[세 근] 집이 어딘데?
[홍삼군] 응 그러니까 우리 집은 강처사네 집 뒷산에 있는 삼밭이란다.
(홍삼군, 세근의 손을 잡고 퇴장 한다)
[ 4장 ]
(나무 그늘 아래. 홍삼군은 세근을 데리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다)
[세 근] 아버님 햇볕이 따가운데 안 들어가시옵니까?
[홍삼군] 나는 이제 집으로 갈 수가 없어. 장에 내다가 팔릴 때가 왔단다.
[세 근] 그럼 소자랑 어머님도 함께 내다 팔면 되지 않사옵니까?
[홍삼군] 넌 아직 어려서 누가 사가지도 않아. 판다고 해도 헐값이야. 그리고 네 엄마는 아직 1년에서 3년은 더 살아야 영약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단다.
[세 근] (슬퍼하며) 그럼 지금 소자하고 아버님하고 이별을 해야 한다는 말이옵니까?
[홍삼군] 때가 되면 누구나 다 이별을 한단다. 이것이 우리들 운명이지! 저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때가 되면 다 죽는단다. 세근아!
[세 근] 예, 아버님 말씀하십시오.
[홍삼군] 넌 아직 어려서 햇볕에 말라 죽을 지도 모르니 그만 어서 어머님 곁으로 들어가거라.
[세 근] 소자 아버님 곁에 있고 싶사옵니다. 소자가 아버님을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홍삼군] 아니다. 나는 육년 근으로 보통 삼보다도 장수를 했으니 이젠 팔려야만 하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내 몸뚱어리가 썩을 지도 모른단다. 그러니 넌 어서 들어가거라.
(삼년 근 등장한다)
[인삼녀] 여봉!
[홍삼군] 햇볕이 따가운데 왜 나왔소.
[인삼녀] 인간들이 당신을 캐러 왔사옵니다.
[홍삼군] 그래요. 이젠 당신과의 뜨거운 사랑도 여기서 끝나는 구려.
[인삼녀] 사랑은 영원한 것이옵니다. 저 또한 삼계탕용으로 저 인간들이 곧 캐갈 것 같사옵니다. 그리고 당신은 건강하고 잘생긴 인삼이라서 분명히 홍삼이 될 것이옵니다.
[홍삼군] 우리 통일세근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내 뒤를 이어 대대로 자랑스러운 홍삼가족이 되어야 할 텐데 난 그게 걱정이구려.
[인삼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우리 통일세근이는 세계 최고의 명약이 될 것이옵니다. (세근에게) 안 그러니 얘야?
[세 근] 그러하옵니다. 소자도 아버님의 뒤를 이어서 꼭 홍삼 왕이 되겠사옵니다. 아버님 이런 말이 있사옵니다.
[홍삼군] 무슨 말?
[세 근]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화를 불러온다는 말말이옵니다.
[홍삼군] 오냐, 알았다. 내 지금부터 걱정일랑은 저 하늘에 붙잡아 메어두마.
[인삼녀] 여봉!
[홍삼군] 왜 그러시오?
[인삼녀] 당신이 어떤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우리가 한 부부의 몸속으로 들어갔으면 하옵니다.
[홍삼군]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 우리가 죽어서도 부부로 살 수 있으니 말이오.
[인삼녀] 여봉! 우리 삼신께 기도합시다. 합방을 시켜주셨으니 이번엔 우리 둘이 한 부부의 몸속으로 들어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옵니다.
[홍삼군] 그래요.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세 근] 어머님, 아버님 기도는 소자가 올리겠사옵니다.
[인삼녀] 그래 아가야 고맙구나!
[세 근] 삼신님 이제 소자의 어머님과 아버님이 제 곁을 떠나옵니다. 삼계탕용으로 떠나시는 어머님과 홍삼용으로 떠나실 아버님이 한 인간 부부의 몸속으로 들어가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홍삼군] 도와주시옵소서!
[인삼녀] 도와주시옵소서!
(강처사가 등장한다)
[홍삼군] 저기 인간이 드디어 우릴 캐러 오고 있소. 모두 조용히 하고 있자.
(강처사, 홍삼 가족이 있는 근처에 선다)
[강처사] 꿈속에서 본 곳이 분명 여기인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홍삼가족을 발견하고는 기뻐하며) 저기 있구나, 저기 있어. 자 그럼 인삼을 한 번 캐볼까. 우리 마누라가 이 인삼을 먹고 어서 병이 낳아야할 텐데.
(강처사, 홍삼가족이 있는 것으로 다가간다)
[강처사] (홍삼가족에게) 이보게들 자네들이 홍삼가족인가?
[홍삼군] 그러하옵니다.
[강처사] 내 꿈을 꾸었는데 자네들이 여기 있다고 해서 내 자네들을 데리고 가려고 왔다네. 괜찮겠는가?
[홍삼군] 예! 당연한 일이지요.
[강처사] 그럼 내 캐서 나오겠는가? 지발로 나오겠는가?
[홍삼군] 지발로 나가지요.
(홍삼군, 강처사 앞으로 걸어 나온다)
[강처사] (캔 홍삼군을 보고) 오호! 이렇게 건강한 삼이 캐지다니. 이게 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내 마누라를 위해서 건강한 삼을 주시는 게야.
[인삼녀] (강처사 앞으로 걸어 나오며) 강처사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
[강처사] 아니 자네는 삼년 근이 아닌가? 자네는 아직 세상에 나올 때가 아닌데.
[인삼녀] 우리는 부부이옵니다. 꼭 데려가주세요. 제발 부탁드리옵니다.
[홍삼군] 나리 우리를 함께 데려가주세요, 부탁드리옵니다.
[강처사] 좋다. 그래 이 삼은 집에 있는 병아리를 잡아서 삼계탕으로 끓여 내가 먹어야겠다.
[세 근] (강처사 앞으로 걸어 나온다)
[인삼녀] 안 돼, 아가야 넌 나오면 안 돼!
[강처사] 아니 이건 뭐야? 이건 1년 근 세근이잖아. 어떻게 된 거지? 하나는 육년 근이고 하나는 삼년 근이고 이건 1년 근 세근이고 아니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지?
(삼신이 등장한다)
[삼 신] 이보게 강처사!
[강처사] 예? 누구시죠?
[삼 신] 난 오래전에 자네의 효성에 감동하여 어머님에게 드린 그 인삼을 내려준 삼신이야.
[강처사]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는) 안녕하시옵니까? 고맙사옵니다. 삼신님! 헌데 어쩐 일이옵니까? 그간 기체우량만강하신지요?
[삼 신] 그래 난 자네 덕에 기체가 지나치게 우량만강하다네. 다름이 아니고 지금 자네가 캔 인삼들 말일세.
[강처사] 예, 삼신님.
[삼 신] 그 육년 근은 자네 마누라한테 홍삼으로 만들어 들게 하고 삼년 근은 삼계탕을 만들어 자네가 먹게나.
[강처사] 예! 감사하옵니다.
[삼 신] 그리고 그 세근은 말이야. 그 자리에다 다시 심어놓게.
[강처사] 세근은 다시 심어놓으라고요?
[삼 신] 그래! 그 세근은 훗날 자네 자식이 아플 때 큰 도움이 될 것일세.
[강처사] 감사, 감사하옵니다.
[홍삼군] 저기요 삼신님!
(강처사는 1년 근 세근을 다시 심는다)
[삼 신] 왜 그래?
[홍삼군] 저는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우리 여봉은 이 남자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합니까?
[삼 신] 그건 어쩔 수 없어. 성을 바꿔서 사는 것도 재미가 있을 거야. 잔소리 말고 내가 정해 준대로 살아.
[인삼녀] 하지만 삼신님. 여자가 어찌 남자로 살 수 있단 말입니까?
[삼 신] 요즘 인간들은 큰돈을 주고서 성전환 수술을 하는 자들도 있어. 너희들은 내가 공짜로 해주는 거잖아. 고맙게 생각해. (강처사에게) 이보게 강처사!
[강처사] 예! 삼신님 말씀하시옵소서!
[삼 신] 그 육년 근은 아홉 번씩 푹 쪄서 홍삼을 만들어가지고 마누라한테 먹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병도 낳고 아이도 낳을 것일세. 그리고 자네는 삼년 근을 넣은 삼계탕을 먹고 나면 거시기가 발끈 발끈 할 거야. 마누라 생각해서 너무 무리는 하지 말게.
[강처사] 예! 감사, 감사하옵니다.
[삼 신] 난 이만 가보겠네.
[강처사] 예, 안녕히 가십시오! 부디 인간의 건강을 위해 천년만년 기체우량 만강하십시오, 삼신님!
[삼 신] 고맙네!
(삼신, 퇴장 한다)
[홍삼군] 여봉. 이제 나는 이 강처사의 마누라로 당신은 이 강처사로 살아야할 것 같소.
[인삼녀] 그래도 어쨌거나 부부로 다시 살게 되었으니 저는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홍삼군] 여봉! 나중에 봐요.
[인삼녀] 그래요, 여봉.
[강처사] 자 어서 가지고 내려가자.
(강처사, 인삼녀와 홍삼군을 데리고 퇴장한다)
[세 근] 아버님, 어머님! 부디 잘 사십시오.
[ 5장 ]
(잠을 자며 꿈을 꾸던 강처사의 마누라 잠에서 깬다. 강처사가 홍삼액과 삼계탕 그릇이 놓인 상을 들고 등장한다. 강처사의 마누라는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다)
[강처사] (이마의 땀을 보고) 아니 여보 무슨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소? 몸이 더 안 좋은 거 아니오?
[마누라] 아니어요. 꿈을 꾸었어요.
[강처사] 아니 무슨 꿈?
[마누라] 홍삼군 인삼녀 꿈이요.
[강처사] 당신도 나하고 비슷한 꿈을 꾼 모양이군.
[마누라] 어머 그래요. 몹시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꿈이었어요.
[강처사] 나도 그런 꿈을 꾸었소. 자 어서 이 걸 드시오. 삼신이 일러준 대로 육년 근으로 만든 홍삼약물이오.
[마누라] (삼계탕 그릇을 보고) 그건 무엇이어요?
[강처사] 삼년 근 삼인데 삼신께서 일러주길 삼계탕을 만들어가지고 먹으면 힘이 좋아진다며 먹으라고 하기에 만들어 본 것이오.
[마누라] 그랬어요. 그건 아마도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 삼일 겁니다. 그래서 붙어 있던 것이어요. 꿈에서 보았어요.
[강처사] 정말 신기 하오 꿈에서 본 것을 이렇게 먹게 될 줄이야.
[마누라] 시장하실 텐데 어서 드셔요.
[강처사] 당신도 어서 드시구려.
(마누라는 홍삼을 먹고 강처사는 삼계탕을 먹는다. 다 먹고 난 후)
[마누라] (남성처럼) 여보 내 몸이 이상해요. 갑자기 남자처럼 힘이 솟구치는 기분이어요.
[강처사] (여성처럼) 역시 홍삼은 홍삼이오. 벌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마누라] 여봉, 고마워요!
[강처사] 여보, 여봉이 뭐야.
[마누라] 꿈속에서 그렇게 불렀어요. 내가 몸져누워 아무런 일도 못하고 당신만 고생시키는데도 변심하지 않은 당신께 정말 고마워요!
[강처사] 나도 고마워요. 이렇게 건강하게 일어나줘서. 여봉!
[마누라] 이 병든 마누라를 지극 정성으로 사랑해 주시는 당신의 마음에 삼신께서 감동을 하신 겁니다.
[강처사]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신이 본래 착한 여인이었잖소. 그래서 신이 당신을 도와 준 것이오. 우리 어떤 고난이 닥쳐도 마음 변치 맙시다.
[마누라] 예, 고마워요!
[강처사] 당신이 이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내 기분이 날아 갈 것만 갔소. 내 삼 캐는 노래나 한 곡 해야겠소.
[마누라] 저도 오랜만에 서방님의 그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강처사] 내 한 곡조 하고나서 우리 함께 오랜만에 꿈나라 구경 좀 다녀오도록 합시다.
[마누라] 그래요!
[강처사] 다른 사람들 꿈나라는 겁나게 복잡하고 재미가 없어도 당신과 내가 꾸는 꿈나라는 겁나게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가?
[마누라] 맞아요, 서방님!
[강처사] 내 그럼 삼 캐는 소리 오랜만에 한 번 들려줄 테니 들어보시오.
[ (唱) 삼 캐는 소리]
어화 여루 삼이야
어화 여루 삼이야
살근살근 찍어라 두 발 꼬깽이
삼다리에 상처나믄 우리 인생 상처난다.
어화 여루 삼이야
어화 여루 삼이야
살근살근 찍어라 두 발 꼬깽이
삼다리가 부러지믄 우리 시상 부러진다.
어화 여루 삼이야
어화 여루 삼이야
살근살근 찍어라 두 발 꼬깽이
삼다리가 찢어지믄 우리 가슴 찢어진다.
어화 여루 삼이야
어화 여루 삼이야
살근살근 찍어라 두 발 꼬깽이
삼다리가 끊어지믄 우리 사랑 끊어진다.
어화 여루 삼이야
어화 여루 삼이야
살근살근 찍어라 두 발 꼬깽이
삼다리가 상처나믄 이내 가슴 상처난다.
어화 여루 삼이야
어화 여루 삼이야
[(唱아) 아리삼 쓰리삼]
아리삼 쓰리삼 아라리요
아리삼 먹고 나서 저 산 넘어가세
병든산 넘어가며 쳐진 나무 세워보니
사모관대 두른 기분 어깨춤이 절로 나네
아리삼 쓰리삼 아라리요
아리삼 먹고 나서 저 고개 넘어가며
병든 몸 치유하고 색시사랑 찾아주니
양반도 부럽지 않구나
아리삼 쓰리삼 아라리요
아리랑 태봉제를 절로 넘어간다.
아리삼 쓰리삼 아라리요
아리삼 먹고 나서 저 산 넘어가세
병든산 넘어가며 쳐진 나무 세워보니
옥좌에 앉은 기분 어깨춤이 절로 나네
아리삼 쓰리삼 아라리요
아리삼 먹고 나서 저 고개 넘어가며
병든 몸 치유하고 색시사랑 찾아주니
왕님도 부럽지 않구나
아리삼 쓰리삼 아라리요
아리랑 태봉제를 절로 넘어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