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거부선언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입니다”
여기, 대학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대학중심주의' 사회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인생이 무너질 거라고들 하고,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재촉을 받습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고 있는지 없는지 헷갈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을 그만둔 사람들입니다. 입시에 찌들어 살던 10대를 보내던 시절에 듣곤 했던 “오늘만 견디면 내일은 행복해질 거야”라는 이야기는 그저 말 뿐.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끝없는 레이스에 진입했다는 느낌만 강해졌습니다. 미쳐버릴 것만 같은 수백만원의 등록금 고지서에 숨이 막혔습니다. 대학 안에도 선후배 사이의, 교수 학생 사이의 권위주의와 수직적 문화가 우리를 괴롭게 했습니다. 학생들은 입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성적에 따라 대학에 왔고, 수강신청을 하지만 나의 진정한 자유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학문의 다양성과 자유는 줄어들어갔습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졸업장을 얻기 위해 학점을 관리하고 경쟁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오로지 ‘명문대’라는 한 길만을 강요하는 교육, 수능과 입시라는 거대한 서열화의 장, 대학으로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대학중심사회, 학벌사회의 폭력을 거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입니다. 돈 때문에 성적 때문에 대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대학에 가는 이유를 찾지 못해 가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남들 다 간다는 대학에 가지 않고 스무 살이 되는 순간, 그래도 괜찮다는 우리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이 사회는 우리를 ‘괜찮지 않는 사람’으로 규정해 버렸습니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우리는 많은 것을 겪을 것입니다. 대학 진학률이 80%가 훌쩍 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차별은 너무나 많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나를 구하려고 해도 학력을 묻고, 주변의 사람들은 출신 대학을 학번을 따져 묻습니다. 남자라면 대학을 이유로 군대를 좀 미뤄보거나 고민해볼 새도 없이 열아홉, 스무 살에 바로 군대에 끌려가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합니다. 한편, 사람들은 자꾸 재촉하기만 합니다. 너희가 대학을 가지 않았으니, 그만큼 뭔가 남다른 성과를 내놓아보라고.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거나 해보려 할 때 사회는 그것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도와주기는커녕 따져 묻고 재촉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대학을 그만두거나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은 더 좋은 삶, 나중이 아닌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학이 아닌 다른 삶의 길을 찾아보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 것이지 배움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대학 거부가 우리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대학 밖에서의 배움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대학만이 유일한 배움의 길로 주어져 있습니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애써 찾아서 배우는 그 과정 뿐 아니라,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견디기 힘듭니다. 앞으로 우리가 감수해야 할 차별과 불이익은 우리를 더욱 막막하게 합니다. 대학에서 벗어난 우리에게 사회는 차별과 배제의 이빨을 들이댑니다.
이렇게 끈질기게 따라오는 '대학중심주의'에 치를 떨면서도,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대학을 거부하고자 합니다. 이 사회에서는 이렇게들 말합니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고. 그러니 너희 모두 지금의 삶은 잠시 유예해야 한다고. 결국 우리는 대학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이 되도록 떠밀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줄 알고, 대학을 못 가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줄 알고 반강제적으로 의무적으로 대학에 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결국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현재를 유예해야 하고, 불안과 좌절감에 자신을 더욱 '스펙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도 결국 우리 중 다수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취업을 위한 또 다른 유예나 '88만원세대'의 삶이라는 것을. 또 우리는 압니다. 그 레이스에 서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낙오자, 패배자, 루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부당한지를. 그런 현실은 자살율 세계 1위의 대한민국, 20대 사망원인 중 절반 정도가 자살이라는, 끔찍한 통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랍니다. 대학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 우리가 대학을 진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하루하루 피 마르는 경쟁교육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꽃 피울 수 있는 교육을. 학력과 학벌이 행복의 척도가 되는 지금의 잘못된 기준이 사라진 사회를. 스펙을 위한 곳이 아니라 진리를 탐구하고 배우고 연구하는 학문의 전당이 된 대학을.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더 많은 교양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육을. 학벌․학력이 어떻든 차별 받지 않고 정당하고 충분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회를.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모든 사람들이 행복이 유예된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 오늘이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그리하여 대학에 가는 것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는 열아홉 청소년들의 <대학입시거부선언>과 함께 "20대의 대학거부"를 선언합니다. 우리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의 요구와 목소리를 함께할 것입니다. 지금의 사회와 대학,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이 거부와 선언과 행동이 지금의 대학과 사회를,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1년 11월 1일
강현, 경성수, 고다현, 공현, 그링, 김서린, 김슷캇, 김지훈, 김희영, 난다, 박고형준, 박유리, 박주희, 시원한 형, 아즈, 어쓰, 엠건, 윤티, 은총, 이나래, 이승환, 이정은, 이해인, 임준혁, 정도(김자니), 정한얼. 지혜, 채유리, 형우, 호야 (가나다 순, 총 30명)
첫댓글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어스님 안녕하세요. 민중의집에서 한번 뵛죠? 영상제작둘잿날요 저는 둘리입니다. ㅋ반가워요. 저도 선언문에 이름을 올렷답니다. 지금 미디익트에서 영상마무리 편집중이에요. ㅋ
우왓 안녕하세요!!ㅋㅋㅋㅋㅋ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응원할게요, 꼭.
축하드립니다. 창조하는 저항의 삶, 어우러짐의 삶, 차레(채우고 비움)의 삶을 잘 익혀 가시길 바랍니다. <보따리학교>와 <백일학교>, <지리산밝은마을>을 소개합니다.
여러분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대학 서열화는 완전 광우병입니다. 저는 실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청주사는 김옥순입니다.나이는 57세입니다.물론 본인도 학교 다녔고 자녀들도 학교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히 아닙니다. 저의 전화 번호는 011-491-5384번 입니다.요번 서울대 자퇴 하신분 통화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탁상공론이 아니고 행동이 되어야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옥순 선생님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지합니다. 블로그에 포스팅해서 알릴게요!
대학에 와봤자 미래가 없습니다 대학 내부도 고등학교랑 다를게 없어요 그런데 미래도 없는 이런 대학에 다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짓이에요 차라리 대학에 안 가는게 낫습니다. 대학을 나옸다해서 다 배운 사람이 아닙니다
정말 교양을 쌓으려면 유익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낫지요. 현재 고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육은 그야말로 학생들을 망치는 행태입니다. 저는 일반인이지만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이제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닌 졸업장을 따기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었다는 점. 정말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혹자들이 내뱉는 말들에 흔들리지 마세요. 어린나이지만 어린생각을 갖고있는것 같지 않아서 더욱 힘내라는 말을 마음속에 품으며 돌아갑니다. 전국민 99%가 당연시 느끼는 입시문화에 여러분들 1%의 힘은 언젠가 빛을 발할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으로서, 후배님들을 응원합니다.
멋진 선배님들!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봐요~^^
스무살 대학거부자입니다. 이 선언을 지지하고 동참합니다!!
질문답변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지금 저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내용들이 여기에 담겨져 있네요..
그래도 불안합니다. 정말..ㅠㅜ...배움의 길이 대학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든것 같아요. 체계적인 커리큘럼대로 교육을 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저가 원하는 과목을 강의하는 곳이라도 있었음 좋으련만.. 없다면 책에서 배움을 얻어야겠죠..? 막막하다 ㅠㅠ..
어느 대학을 나왔나에 따라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되고,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인간대접 받을수 없는 세상에서
대학입시거부선언이란 용기있는 선언을 한 그대들을 보니 존경스럽고 이 나라가 미래를 보인다고 저는 느낍니다.
저는 21살 대학생이고 용기있는 그대들과 꼭 대화를 하고 싶으니 010 4293 8588 로 꼭 연락해주세요!
저도 대학생인데 맘같아선 자퇴하고싶지만 부모님때문에 억지로 학교다니고 있어요.... 대학을 거부한 고등학생분들의 용기가 대단하고 각자의 꿈을 꼭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네이버 다음등 인물소개와 모든 서류등에 학벌표기를 금지해야 합니다.
특히 거대 언론사들이 꼭 어디 나왔네를 기사말미에 집어넣는 바람에 학벌주의가 더 조장됩니다.
학벌장사로 덕보려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도록 촉구합시다.
존경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