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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갑자기 크게 깨우친바가 있어 화급하게 나뭇잎으로 중요부위(?)를 가린 것이 인류에게 있어 의복의 시초라고 하는 너스레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의 창조에서부터 이미 자각과 수치심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일백 번 고쳐죽어도 내 생각으로는 ‘인간에겐 생존의 본능밖에 없었다.’로 귀결된다. 바람 불고 눈 내리고 추워 죽겠으니 짐승의 껍데기를 벗겨서 둘둘 말거나 대충 대충 걸친 것이지 무슨...........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한 영화 상의원(尙衣院)을 보았다.
조선(朝鮮) 시대에 임금의 의복(衣服)과 궁중(宮中)에서 쓰이는 일용품(日用品) 및 보물(寶物)을 공급(供給)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官廳)이 상의원(尙衣院)이라하니 결국은 옷(衣) 이야기 이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영화 (상의원)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는데........ 이런저런 할 이야기기 너무 많기에 빼먹지 않으려면 우선 대략적인 스토리 정리부터 하고 들어가야 하겠다.
스토리의 소개는 네이버(naver)에 올라있는 스틸사진 몇 장으로 넘어가렵니다.
외곬 30년 동안 바느질 하나에 매진하여 나름의 성공을 목전에 둔 조돌석(한석규).
타고난 천재성으로 그저 늘 장난처럼 바느질을 하여도 세간을 들썩이게 하는 이공진(고수).
이들의 인생이 적당한 거리에서 기차레일처럼 적당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다보면서 머나먼 종착역을 향해 마냥 나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조물주의 장난기와 무료한 일상에 지친 세속의 많은 시선들은 이들을 기어코 깎아지른 벼랑 외나무다리로 꼭 등을 떠민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든 결코 정답은 없다.
(상의원)의 스토리 자체는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흔하디흔한 이야기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런 이야기는 통속적인 남녀의 사랑이야기 못지않게 숱하게 많이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좀 수준 있게 늘어놓고 싶다는 사람들의 입에선 너도나도 (살리에르 콤플렉스)를 입에 올린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타고난 천재 모차르트에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살리에르를 빗대서 자신들의 높은(?) 식견을 좀 멋지게 포장을 하고 싶은 모양들인데, 왠지 진한 버터가 아닌 역한 빠다 냄새가 난다.
삼국지의 공명이나 관우는 거의 신격화 된 인물이고, 인간 냄새나는 영웅 중엔 용맹이면 조자룡이 있고 안타까운 영웅 중엔 난 주유를 꼽는데, 주유가 눈을 감으며 울부짖지 않았던가? ‘하늘은 어찌하여 나 주유를 내었으면 되었지 또 공명을 내었더란 말이냐’ 라고.
조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장수 원균이 왜 갑자기 무모하게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수군을 모두 몰살시켰겠는가? 거기에는 지극히 별 볼일 없다 갑자기 나타난 전투 천재 이순신이 작용하지 아니했다고 할 수 없다.
정도전이 끝내 혁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자신이 넘어서야 하는 가문 좋고 학식 좋고 이미 태산처럼 우뚝 선 정몽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
영화의 중간 중간엔 이런 감정들을 두려움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것은 욕심일 수도 있고 질투일 수도 있겠다. 또 상대적인 표현으로 한다면 열등감일 수도 있겠고 그 저변엔 인간 본연의 깊은 외로움들이 깔려있다고 할까. 더하자면 이런 모든 감정들은 무엇인가를 남들(타인)과 비교하게 될 때 생겨난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이기에 그 비교 너머의 아픈 결과들을 알면서도 또 비교하고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침장 조돌석은 곧 양반으로 신분이 상승할 인생의 정점에서 갑자기 나타난 이공진의 천재성을 위기로 깨닫고 배척과 질시를 하게 되고, 기생 월향은 뜬구름 같은 이공진을 잡지 못해 조바심을 내고, 왕비는 사랑을 위해 외로움을 감내하고 후비는 권력을 위해 집요함에 사로잡히고, 여기엔 세상을 손아귀에 쥔 왕조차도 심한 외로움을 탄다.
파국을 향한 질풍노도와 같은 열등감과 외로움............
(상의원)은 옷에 대한 이야기 이다. 그러다 보니 주연 배우들 못지않게 아름다룬 한복들이 등장하고 영화의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략 (상의원)에는 1.000 여벌의 특색 있는 의상이 등장한다고 한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조금만 집중을 해서 살펴보자면, 스토리 전개에 꼭 필요한 주인공들의 몇 가지 옷(의상)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천박하고 너저분하다. 저마다 차려입고 있는 의상들이 사연이야 있겠지만, 저렇게 치졸해 보일 정도로 너저분한 옷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이 영화 내내 아름다운 의상들만 보다보니 다 지나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 복식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임진 병자년의 전란이 지난 이후 조선의 의복에는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 졌다.
여기에 여성의복의 경우 유교윤리의 약화와 도덕성이 줄어들면서 마침내 성적 본능의 표출이 점차 자유스러워 졌다는 것이다. 비로소 에로티시즘이 여성의복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고리를 단소화 하고 하체를 강조하게 되었다.
사회구조가 문란해지고 세습적 신분제도가 흐려지면서 복식을 통한 신분제도의 확인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양인과 서민들이 점차 부를 움켜쥐게 되면서 양반전용의 도포. 창의를 만드는 포(袍)를 하류층들이 사용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런 시대적 변화 흐름을 빼놓지 않고 일련의 배경으로 하였다는 점은 인정 한다 처도, 그 지나침이 자칫 전반적 시대상황을 호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영화는 분명한 연대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략 등장하는 왕이 영조로 암시되고 있다.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이 후사를 잇지 못하자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천하다 질시하던 이복동생 영조 등극한 경우와 비슷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조선 중후반기에 해당하는 그 시기에 저잣거리의 사람들 의상이 저렇게 화려하지도 않았고, 모두의 의상이 기생들 차림도 아니었다. 과대풍자가 좀 지나치다 싶다.
한복은 무척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옷이다.
2003년인가. sbs 방송에서 (대망)이라는 미니시리즈를 방송한 적이 있다. 장혁. 한재석. 이요원. 손예진 등이 출연한 드라마였다. 난 이 드라마에서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한복들을 보았었다. 지금에 그 드라마의 스토리는 기억나지도 않지만, 조민수가 입었던 그 고즈넉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운 한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인기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그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한복을 보려고 방송시간을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적어도 한복은 그런 옷이어야 했다.
(상의원)에 등장하는 옷 중에는 1.000 벌의 옷 중에 한두 벌 밖에 드라마 (대망)에서 얻은 한복의 기준에 해당하는 옷이 눈에 띄지 조차 않았다. 심지어 임금의 용포마저도 초라하고 옹색해 보였다.
용포라면 (역린)에 등장하는 옷이거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나무에 등장하는 용포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사람만큼이나 옷이 주연인 영화인데........
영화에는 (톤) 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마치 조용필이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그 겨울의 찻집)을 소화해 내는 근원인 조용필만의 어떤 원칙이라도 하겠다. 이 톤이 깨지면 (찻집)은 (자장면집)이 되고 (분식집)이 되고 마는 그런 어떤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영화에서의 (톤)은 감독이 영상을 통해 말하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절대 놓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영화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일률적으로 일정한 약속 속에서 전편을 고루 지배할 수 있는 어떤 공식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영화 (상의원)에서는 그런 톤이 너무 느슨하거나, 어쩌면 느낄 수 없을 만큼 산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것은 스토리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어딘가 모르게 대충대충 넘어가려 한다는 느낌에서 시작된다. 어수선함과 퓨전은 엄격히 다른 것이다.
아예 정통 사극드라마를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코미디 소재는 과감하게 버렸더라면.........
그 무언가 자신 없거나 채워 넣기 애매한 부분을 보충하려고 이미 쓰레기통에 버렸던 코미디를 다시 꺼내서 이리저리 끼워 맞추기를 한 느낌을 거부할 수 없었다.
(상의원)의 장르가 뭐지? 글쎄..........
화려한 의상과 배경, 거기에 웅장하기까지 한 배경음악에 비하면........ 카메라의 앵글도 좀 진부하단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이따금씩은 호평을 받지 못하고 금방 사라지는 영화라 할지라도, 놀라운 영상미나 카메라 앵글의 미학을 신선한 충격처럼 던져주는 영화들이 간혹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화려한 의상과 배경에 비해 진부하다 싶고, 무엇인가 표현을 하려고 하려고 하면서 시종일관 따라다니기에만 급급해 보이는 그런 영상이 대단히 아쉬웠다.
스토리 전개든 빼어난 영상미든.......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좀 더 제대로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주 진하게 남는다.
스토리의 어색함은 영화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키지 못하고, 산만하고 지루한 느낌마저도 들게 한다. 그 어색함이 편집과정에서 관객의 이해를 염두에 두다보니 과감한 가위질도 못하게 한 것일 것이다.
그것이 종국에는 호와 캐스팅에 배우들의 열연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게 한다.
전작에서의 기대로 좀 더 세련된 연출을 기대했었는데 기우였나 보다. 좀 안이하고 벌써 어떤 타성에 젖었거나 흔하디흔한 시류에 타협하는 듯 보여 지는 연출이 매우 안타깝다.
아마도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연출자의 과도한 의욕이 아름다운 한복들과 풍성한 배경과 출연배우들의 열연을 하나의 톤으로 잘 엮어 승화시키지 못하고, 그저 화려함의 극치만으로 포장된 그럴싸한 영화 포스터 한 장 내건 것은 아닐까?
연말연시라는 영화시장의 특수성이 있기에 어느 정도의 흥행을 바랄 수는 있겠으나, 썩 내켜서 인정하고 싶은 정도의 영화는 못 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끝으로 그래도 (상의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소재성이다.
근자에 한국영화 흥행의 배경에는 다양한 소재성이 크게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소재들이 다양해지고 풍부해 졌다. 그것도 특히 사극 쪽으로.........
(이조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연려실기술) 등의 귀한 문화유산은 그 값어치 이전에 무한한 내용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데, 그동안 감히 일반인들은 접근이나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다. 아주 비싼 돈을 주고 책으로 나온 것을 학자들이나 사서 읽지, 일반인들은 눈앞에 있다손 쳐도 읽거나 해석이 거의 불가능 하였다. 그러던 것이 시대가 좋아져서 학자들에 의해 제대로 번역까지 된 것들이 이젠 버젓이 세상에 공개까지 된 것이다. 누구나가 인터넷만 통하면 그 귀한 자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를 위시한 문학이나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위의 사료들을 읽고 검색하고 살피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역사기록 중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은 신선한 인물과 사건들을 재 발굴하여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삼게 되면서 갑자기 사극 시장이 풍성해진 상태이다.
정통역사와 회화된 드라마나 영화 속의 역사와 인물들의 가치와 평가는 사뭇 다를 수 있고, 그에서 파생되는 걱정과 여파도 있겠으나........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런 점들도 저절로 순화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하여 역사를 통한 소재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상의원) 일단은 어느 정도 재미있게 보았다 하겠다.
그렇다면 평점은............ 5점 만점에.......
.......... 3.5
------- 2014.12.26. 저무는 한 해를 아쉬움으로 바라보면서..............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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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환 - 고수. 민희 - 영의정. 정연 - 마동석. 의종 - 임금. 도솔 - 병판. 천구 - 한석규. 나 - 오랑캐 사신...... 등등.
보고싶네요...잘보고갑니다
지금은 술 땜시 내일 낮에 천천히 읽어본후 형님의 평점을 내리렵니다
ㅋㅋ 불금입니다 편안히들 쉬세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