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유스’들은 어디에서 먹고 마실까. 궁금증에 덜컥 KTX를 타고 대전, 대구, 광주, 부산을 찍고 돌아왔다. 하루 단위로 둘러본 광역시의 먹거리 아지트들을 선별했다.
항구 도시의 발전 속도는 LTE만큼 놀랍다. 해운대를 축으로 외식 문화의 반경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서면, 광안리 이외에 로컬 피플들이 향하는 곳은 달맞이 고개 , 센텀시티, 마린시티로 요약할 수 있다. 근사한 분위기의 카페,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어 찾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포동은 최근 2~3년 사이 수제 로스팅 카페와 디저트 숍들이 들어서면서 뜨고 있는 컬처 플레이스.
갈지 않고 저민 고깃덩어리를 무쇠 프라이팬에 겉만 익혀 내놓는다. 덩어리째 익힌 고기를 먹을 만큼 젓가락으로 떼서 다시 동그란 무쇠에 지져 먹는 독특한 스타일. ‘내가 즉석에서 구워 먹는 함바그’가 컨셉트다. 맛의 비법은 역시 고기. 육질이 좋은 한우 암소 고기를 먹기 바로 직전에 구워 먹으니 먹는 방식의 재미만큼 맛도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야채 샐러드와 쫄면을 결합한 ‘샐러드 파스타’는 상큼한 맛이 그만이라 함바그와 먹기 좋은 메뉴.
add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690-5 tel 051-805-5242
무쇠가 식으면 몇번이고 다시 가져다준다.
갤러리만큼 조용한 공간감이 돋보이는 달맞이 고개의 ‘테이블 온 더 문’.
군더더기 없는 공간을 채우는 건 빛 그리고 부산 앞바다. ‘바다 전망대’로 불리며 시시각각 바뀌는 바다를 관찰하기 좋은 달맞이 고갯길의 명당. 뷰가 근사해 브런치를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에 최고다. 조명이 자취를 감춘 저녁 시간보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다. 미국 가정식처럼 푸짐한 ‘로스트 비프’가 셰프의 추천 메뉴. 레이먼 김이 이그제큐티브 셰프인 달맞이 고개의 ‘뉴 문’.
add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1490-1 tel 051-746-0023
원래는 슈퍼도 아닌 ‘점빵.’ 일부러 촌스런 네온사인 간판을 달았다.
골동품이 가득해 꼭 만물상에 들어온 것 같다. 파니니(Panini)가 아직 생소한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테리어로 친근하게 다가서려 한 것. 모차렐라 토마토, 갈릭 머시룸, 비프 파스트라미 등 총 7가지 파니니 중 인기가 높은 건 ‘허니 카망베르 파니니’. 100% 자연산 치즈가 들어가 겉은 바삭한데 속은 쫄깃쫄깃하다. 베이스 빵인 치아바타(씨앗, 허브가 들어 있다)는 그냥 뜯어 먹어도 고소하다.
add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870-1 tel 051-818-9147
후쿠오카의 명물 베이커리를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부산으로 옮겨왔다. 맛이 변질될까 두려워 체인을 잘 운영하지 않는 일본 베이커리의 관행을 깬 이례적인 사례. ‘당일 제작, 당일 소비’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일본 본점에서 파견한 파티시에들이 홋카이도에서 공수한 천연 재료로 빵을 만든다. 생화처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카네이션 케이크’, 버터와 팥소를 넣은 ‘앙버터’는 금세 동이 난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우1동 1410-2(마린시티점) tel 051-747-5443
프랑스만큼 제과 명장들이 많은 일본. 일본에서도 명물인 베이커리.
‘박스’란 이름을 살려 박스 종이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해운대와 광안리 사이에 있으며 민락수변공원을 바라보고 있다. 해가 지면 조도를 한껏 낮춘 칵테일 바처럼 은밀한 분위기로 바뀌는데 ‘더 박스’의 매력은 이때부터다. 나른한 오후, 수영강을 바라보면서 음미하는 한 잔의 ‘벵키 핫초코(퐁듀)’와 ‘마리아주 프레르(Mariage Frere)’는 다운된 기분을 ‘업’해줄 손쉬운 치유 요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엔 테라스를 추천한다.
add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336-12 tel 070-8832-0549
줄이 길 땐 포장해 가는 것도 영리한 방법.
긴 바(Bar) 테이블 하나와 4인용 테이블 두 개가 전부인 ‘면식가’는 면 요리가 전문인 ‘캐주얼 누들 앤 라이스 레스토랑’이다. 꽃게, 오징어 등을 진득하게 끓인 ‘모듬해물짬뽕’과 불판에서 바로 볶은 ‘삼겹철판볶음면’은 웬만한 면 마니아들을 만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깊고 풍부한 맛. 업종이 자주 바뀌어 단골손님 찾아보기 힘든 달맞이 고개에서 매일 줄 서서 먹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489-4 tel 051-747-4611
씩씩한 부산 사나이가 친구인 이탤리언 셰프와 운영하는 우정의 공간.
포크, 나이프 대신 젓가락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내놓는 요리들도 한식을 독특하게 재해석한 퓨전 스타일이 많다. 부엌에 설치한 화덕에서 구운 ‘부엌 피자’, 안심스테이크가 아낌없이 들어간 ‘풍기 파스타’, 도마 위에 올려져 나오는 큼지막한 ‘도마 스테이크’는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 위트 있는 메뉴 ‘네이밍’과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비스트로 펍을 닮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요리만큼 기억에 남는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우1동 1410 트럼프월드마린 상가 tel 051-744-4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