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터줏골 동인천
극장, 서점, 쇼핑몰, 맛집, 동인천은 인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동네였다. 동인천역 앞 대한서림은 학생들의 약속장소였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든, 분식집에서 쫄면을 먹든 호프집에서 술 한잔을 하든 너도 나도 대한서럼 앞에서 모였다. 그래서 그곳은 언제나 젋은 청춘 남녀들로 가득했다.
인천 시민이라면 가슴 한편에 간직해온 동인천의 추억을 되새기러, 여행객이라면 구도심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의 매력과 오래된 맛을 찾아서.
산책코스 1. 닭강정의 유혹.. 신포시장
재래시장이 대형 마트에 밀려 인기를 잃었다는 말은 이곳 신포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시장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줄은 신포시장의 명물, 그 유명한 신포 닭강정을 사기 위한 줄이다. 체인점으로 유명한 신포우리만두도 바로 이것, 신포시장이 탄생했다. 40년 가까지 순대 하나만을 고집해온 신포순대는 모 프로그램에서 순대의 달인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장인의 솜씨를 자랑한다. 신포시장에서 맛보는 어묵 역시 부산어묵 맛 못지않다. 새우, 베이컨, 들 아홉 가지 맛에 가격도 착해서 누구나 어묵꼬치 하나쯤은 손에 쥐게 한다. 재래시장의 필수 메뉴는 순댓국밥과 선짓국은 물론이고 신포동에서 먹어야 더 맛있는 쫄면과 칼국수도 시장음식으로 인기이다.
산책코스 2. 인천의 원조 로데오 거리.. 신포문화의 거리..
인천의 신도심에 상권이 집중되면서 젋은이들이 몰리자 신포동은 로데오 거리의 명함을 신도심에 내주었다. 그래도 인천 로데오 거리의 원조는 신포동이다. 널찍한 거리 양 옆에 줄지어 선 패션 몰과 다양한 메뉴의 식당, 최근에는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까지 속속 생겨나면서 신포 문화의 거리를 찾는 젋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곳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역사 깊은 건물과 최소 30년 이상 된 맛집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의 구도심, 동인천 일대의 전성기가 막을 내리면서 개발도 더디게 진행되었고 부동산도 더 이상 오르지 않았기에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책코스 3. 그 겨울 바람이 불던 곳 . 홍예문
홍예문은 인천 사람들에게 비밀의 장소였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에도 홍예문은 지금 모습 그대로였다. 좁고 비밀스러운 통로는 마법의 터널처럼 인천항과 중구 전동을 바르게 연결해준다. 무지개 모양의 문이라는 뜻의 홍예문에는 사실 이름처럼 예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1908년, 중구 일대의 조계지에서 자신들의 거주지를 넓혀야 했던 일본이 산허리에 터널을 뚫었다. 일본의 감독 하에 중국 산동성의 석수들이 터널공사를 했고 우리나라 일꾼들도 흙더미에 깔려 죽었고, 일본이 그저 구멍뚫린 문이라고 칭하던 돌문에 훗날 우리 조상들은 무지개 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는 도로가 발달해 홍예문을 통과하는 차도 사람도 적지만 홍예문 난간 위에 서서 바라보는 인천항의 모습은 그 시절 그대로이다.
산책코스 4. 생선 굽는 냄새 모락모락나는 삼치골목
동인천의 맞은 편, 생선굽는 냄새로 가득한 골목이 있는데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에 지글지글 타라락, 석쇠 위에서 생선을 굽는 소리까지 들린다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 범상치 않은 골목은 대한민국 삼치거리이다. 꼬리를 파닥거리는 생선 그림이 그려진 간판을 시작으로 오밀조밀 삼치구이 집에 모여 있는데 삼치뿐만 아니라 갈치, 꽁치, 고등어, 가자미 등 철에 따라 싱싱한 생선이 메뉴에 오른다.
동인천 삼치구이의 역사는 무려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인하의 집이라는 삼치집에서 삼치거리가 시작이 되었는데 입소문이 나 장사가 잘 되자 삼치간판을 건 가게가 하나 둘씩 생겨났다.
사이좋게 삼치구이 간판을 달면서 이제는 열 곳 넘는 가게가 성업 중이다. 가게 수가 늘어날수록 삼치구이 거리는 자연스럽게 유명해졌다. 막걸리 한잔에 잘 익은 삼치구이, 빨간 깍두기 한 입, 오늘도 삼치구이 거리에서는 밤까지 막걸리 잔을 부딪힌다.
산책코스 5. 사리는 무조건 꽁짜..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차이나타운, 월미도에 버금가는 인천의 상징이 세숫대야 냉면이 될 줄 누가 알았는가.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하나같이 화평동 냉면을 먹으러 간다.
“ 왜 엄청난 양 많은 냉면 있잖아.”
일명 세숫대야 냉면으로 불리는 냉면은 지름이 30CM나 된다. 화평동 냉면 거리는 1970년대에 탄생했다. 어마어마한 양으로 유명세를 타자 원조 냉면집을 중심으로 냉면 거리가 형성되었고 아직까지 10여 곳의 냉면 가게가 세숫대야 냉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 사람의 냉면 사랑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마니아들은 한겨울에도 목도리를 통여메고 후루룩 냉면을 넘기고 여름이 되면 큼직한 육수 얼음을 넣은 냉면을 먹으로 오는 사람들로 화평동 냉면거리가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룬다.